영주 늙은개 (順興老犬吠)
士村榮州老犬吠(사촌영주노견폐)-선비 마을 영주에 개 짖는 늙은 소리
鄕隨鄒魯語賤民(향수추로어천민)-공맹(孔孟)의 고향 흉내 말씨는 천민일세
遠聞來客非人事(원문래객비인사)-멀리서 소문 듣고 온 손님 사람대접 아니 하니 禮義順興子獨常(예의순흥자독상)-예절 고을 영주에서 혼자만 상놈일세!
농월(弄月)
선비 고을 욕먹게 한 영주 늙은이
오래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던 경북 영주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 촌을 오늘 비로소 찾았다.
먼저 부석사(浮石寺)를 찾아 절 입구 매표소에서 표를 사게 되었다.
-표 주세요-
하니까
안에서 한 노인이 나오면서 대뜸 하는 말이
-표 몇 장 필요해? 사람 몇 명이야?-
하면서 다짜곳자 반말을 하였다.
-아니 어르신 부석사를 찾는 손님에게 이 무슨 반말이세요?
나도 나이 먹은 사람인데, 그리고 나이를 떠나서 중학생이든 어른이든
손님에게 예의바른 말을 해야지요-
하니까
이 늙은이 말솜씨 좀보소.
-당신 머리가 아무리 하얗서도 내 나이만큼 못 먹을 기다
나는 여기서 누구든지 반말 할 수 있어-
하는 게 아닌가.
내 참 기가 차서--
아니, 나이 많은 것이 무슨 큰 벼슬이나 된 것 같이 안하무인격이다.
모처럼 마음먹고 찾은 부석사라 망령(妄靈)된 늙은이와 말다툼하여 기분 상하고 싶지 않아서 고소(苦笑)를 머금고 절 구경에 나섰다.
그리고 소수서원(紹修書院)과 옆에 붙어있는 “선비촌”을 구경하였다.
우리가 듣기로 영주(榮州)는 예로부터 학문과 예(禮)를 숭상했던 선비문화의 중심지이며 특히 순흥(順興영주의 옛지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였던 회헌(晦軒) 안향(安珦) 선생의 고향이다.
영주 선비들의 정신은
수신제가(修身齊家)-자기의 몸을 닦고 집안일을 잘 다스리고
입신양명(立身揚名)-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빛내어 자신은 물론 부모를 영광되게 해 드리고
거무구안(居無求安)-학문을 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너무 편한 것만
구하지 말며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바른길을 가지 못한 것을 근심하고 가난을
근심하지 말라고 하였다.
특히 선비촌에 있는 “선비 상”설명문에는 이래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우리 고장 영주는 예로부터 학식과 인품을 고루 갖춘 선비들이 많이 살았던 곳입니다.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 선생이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을 세운 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건의로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賜額)을 받게 되면서 350여년간 4천여명의 유생들을 길러낸 유학의 발상지이며 선비의 본 고장입니다. 평소 유교이념을 바탕 삼아 성현의 가르침을 통해 학문에 힘쓰고 스스로의 인격을 닦아 마음과 행실을 곧고 바르도록 선비 정신을 실천하여 왔습니다. 윤리와 도덕이 상실되어 가는 이 시대에 회헌(晦軒) 안향(安珦) 선생이 도입한 주자학(朱子學)을 거울삼아 해동추로지향(海東鄒魯之鄕) 이라는 명성에 맞게 선비 사상을 진작시키고자 이곳에 선비 촌을 재현하면서 선비 상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2004년 9월 22일 영주시장』
물론 망령(妄靈)된 한 늙은이의 “반말” 가지고 영주 고을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늙은이가 서있는 자리가 여러 사람이 방문하는 “부석사의 매표구”이므로 영주시의 얼굴 역할이 되기 때문이다.
말과 비석에만 영주를 해동추로지향(海東鄒魯之鄕)이라 해서는 안 된다.
추로지향(鄒魯之鄕)란 공자(孔子)는 노(魯)나라의 사람이고, 맹자(孟子)는 추(鄒)나라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영주를 해동의 공맹(孔孟)의 고향과 같다는 말 아닌가?
선비고을, 선비 간판만, 내 걸지 말고 선비다운 행실을 해야 “선비”라는 존경을 받는 것이다.
부석사 매표구 늙은이는 참 불쌍한 노인이다.
세상의 감각을 전혀 모르니--
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나라 “노인(老人)”들에게 말하고 싶다.
늙고 나이 많은 것이 무슨 자랑 아니다.
나이 많다고 아무에게나 반말하고
나이 가지고 예(禮)를 따지고
나이 많다고 전철 안에서 “당연히?” 자리 양보 받으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시대는 수명이 길어져 노인이 넘치는 시대다.
나이 가지고 대접 받는 시대가 아니다.
한마디로 노인이 가치가 있다 없나를 떠나서 노인대접 받으려면 노인에 합당한 예의(禮儀)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노인일수록 쿨(cool)하게 젠틀(gentle)한 에티켓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
옛날처럼 나이 앞세워서는 대접 못 받는다.
그리고 부석사 매표소 늙은이에게 영주 이름 더럽히지 말라고 아래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谷穗越盈垂地越低(곡수월영수지월저)-곡식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河水越深喧鬧越小(하수월심훤료월소)-물이 깊을수록 소리는 조용하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부석사 관리사무소(054-633-3464)
관리 책임스님인 가감스님(011-806-7137)에게 전화를 하여 매표소 늙은이의 버릇없는 말솜씨를 전하고 “죄송하다”는 사과 말과 “단단히 교육” 시키겠다는 다짐의 말을 들었다.
☺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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