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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농민 주일 기념
28번째 농민 주일인 16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교구에서 기념 미사와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명동에 있는 가톨릭회관과 명동대성당 앞에 농촌, 농민의 소중함, 기후위기의 심각성, 생명 농산물 등을 알리는 부스들이 펼쳐졌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는 프란치스코 교종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행동 목표를 바탕으로 이번 농민 주일 행사를 기획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위해 제시한 7가지 목표(▲지구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대한 응답, ▲생태적 경제, ▲지속 가능한 삶, ▲생태 교육, ▲생태 영성, ▲공동체적 연대와 참여)에 맞게 구성했다.
우리농 홍보 담당자 임지연 씨(젬마)는 “(신자들이)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어렵게 생각하고, ‘텀블러 쓰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정도로 여긴다”며, 우리농 활동과 회칙 내용을 연결해서 보면 더 쉽고 즐겁게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명동보름장뿐 아니라 7가지 회칙에 맞게 토종종자,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법, 관련 도서를 소개하고, 농민 소개가 담긴 포토 카드 뽑기 등 볼거리와 체험을 마련했다. 또 곳곳에 우리농 활동과 생산자의 얼굴을 담은 사진, 공장식 축산의 현실, 탄소발자국 줄이는 법,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시를 했다. 부스를 모두 들러 도장 7개를 받으면 우리 농산물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농민들의 소개가 담긴 카드. 단짝으로 뽑은 농민을 알아가고, 기도하는 취지다. 임지연 씨(우리농 홍보 담당자)는 이 카드를 책갈피로 써도 좋다고 알려 줬다. ⓒ배선영 기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마련한 제28회 농민 주일 행사는 '찬미받으로서' 7가지 목표와 연결해 구성했다. 우리농 활동을 전시한 생태영성 부스. ⓒ배선영 기자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요리 '풋콩찹쌀옹심이'. 요리법을 배우고 시식했다.ⓒ배선영 기자
서울대교구 우리농 본부장 이승현 신부는 “우리농을 볼 때 생태사도직이라기보다는 사고파는 곳으로 많이 여긴다”며, “일상에서 식탁 차리기를 통해 ‘찬미받으소서’ 여정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했다. 식탁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단짝 농민 뽑기, 명동 보름장 등 농민과 친숙해질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구성에 관해 묻자, 그는 “우리농은 궁극적으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식탁을 공유하는 생명공동체를 지향한다.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누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마트 농산물에 이름이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내 이웃이 아니다. 여기에서 얼굴을 맞대고 무슨 마음으로 키웠는지 이야기하고, 만남을 지속하면 도시와 농촌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더욱 농민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보름장이 그런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몇 년째 명동보름장에서 직접 키운 콩 작물을 판매하는 조미영(유스티나) 씨는 이날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가져온 것들이 잘 나갔다”며, 명동보름장 활성화로 단골이 많아지고 무엇보다 직거래해서 좋다고 말했다.
17일 명동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 농민 주일 기념 행사가 있었다. 명동보름장 등 다양한 부스가 마련됐다. ⓒ배선영 기자
17일 명동대성당 앞마당 농민 주일 행사에서 미사가 끝나고 나온 신자들이 식량 위기의 심각함을 알리는 내용의 전시를 보고 있다. ⓒ배선영 기자
한편,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가 농민 주일 담화문을 내고 유기농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현대 농법은 사실상 산업농에 가깝고, 농사는 생명을 키우고 돌보는 일인데, 공산품과 같은 규격화된 농산물을 얻으려고 생명에 반대되는 일을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다”며, 이런 “죽음과 파괴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은 생명체의 대량 학살을 가져올 수 있는 산업 농업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 농업을 선택함으로써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을 더욱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대규모 산업 농업을 지향하는 정부 정책과 단일한 규격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형태 때문에 유기 농업을 실천하는 농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땅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농민들이 ‘생태 사도’이고, 이 시대는 우리에게도 생태 사도가 되길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 교구도 농민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우리농 운동을 알리는 전시, 직거래 장터 등 기념 행사가 진행됐다.
1995년 추계 주교회의에서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정했다. 이날 가톨릭교회 전체가 농민에 관심을 모으고,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생명공동체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길 독려한다.
이날 기자가 농민 주일 행사를 체험하고 받은 것들. 행사는 '찬미받으소서' 7가지 목표에 해당하는 부스를 다 돌아 도장을 받아오면 우리 농산물을 선물로 나눠 줬다. 기자가 받은 7개 도장과 선물 옥수수. 단짝으로 뽑은 농민 카드, 토종 종자를 심은 모종. 집에 와서 옥수수를 쪄 먹고, 안동교구 농민을 위해 기도했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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