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을 읽었다. 저자의 사촌 장하성은 우리 아이들 이름을 꺼꾸로 한 것과 같아 혼동을 일으킨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여러 저자의 책을 발견하고 고민했다. 다행하게도 한권을 골라 읽어보니 내 타입이다. 1 미국이 최강국이 된 이유가 무었인지 궁금했었다. 단순히 이민자를 포용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노예를 활용한 천연자원수출이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주장한다. 19세기 미국의 주력수출는 목화와 담배였는데 이는 몰살한 원주민대신 수입한 아프리카의 흑인없이는 불가능했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조달된 자본은 국가를 경쟁력있는 상태로 활용되었다. 68
같은 신대륙인 중남미는 왜 미국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을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도 소고기와 고무의 세계적인 수출국가로 번영을 누리기도 했다. 북미의 미국과 같이 잘 나가던 그들은 천연자원수출에서 이를 뛰어넘는 제조업으로 이행하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 자원이 없었기에 공기중의 질소를 비료로 합성하는 제조업을 창출해냈지만 이로 인해 비료의 원료를 수출하던 폐루는 쇠락의 길로 내려서게 되었다. 일은 빈국에서 더 열심히 한다. 문제는 생산성인데 이는 인프라없이는 이루기 어렵다. 89
일본은 전후 비단수출국으로 명성을 누렸다. 남미와 다르게 일본은 당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없었던 자동차제조에 국력을 집중했다. 보호무역으로 유치한 상태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고 제한된 자금을 실크산업이 아닌 자동차산업에 대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 최강의 제조국이다. 사실 패권을 가졌던 영국과 현재 패권자인 미국도 성장기에는 보호무역주의를 사용했기도 하다. 118 한국의 현대는 포드와 합작으로 자동차조립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본과 비슷한 보호주의를 통해 지금은 포드를 뛰어넘는 자동차회사가 되었다.
당시에도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론으로 한국은 가발 등을 수출하고 자동차 등은 수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정적으로는 맞는 주장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황은 변화할 수있는데 동적기준으로 보면 생산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르다. 조선도 그랬는데 불가능하다며 대출을 주저하던 런던금융가에 거북선을 보여주며 건축과 건조를 동시에 추진했던 것은 유명하다. 결국 자원부족 혹은 인프라부족은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사심보다 우선하는 리더의 존재여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140
국제무역을 관장하는 세계무역기구는 거부권행사가 가능한 안보리나 지분에 따른 투표권을 부여하는 국제통화기금 등과는 달리 모든 회원국이 평등한 투표권이 있다. 하지만 초기에 규칙을 제정할 때 힘있는 선진국들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었기에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는 하다. 67 바나나는 동남아원산이고 아프리카로 전파되었다. 노예선의 식량으로 쌀과 같이 많이 이용되었는데 이는 기후조건이 맞으면 별도의 노동없이도 연중 에이커당 20만파운드를 생산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저렴한 식량원인 얌의 10배 혹은 감자의 100배나 되는 산출이기에 노예와 같이 아메리카에 도입되었다. 72
비스마르크는 자유주의진영의 지원으로 독일을 통일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결별하고 당시 낮은 관세로 영국과 경쟁에 불리했던 철강업계와 제휴하여 관세를 올림으로서 막강한 지원을 얻고 동시에 산업화에 성공한다. 물론 대평원에서 항구까지 철도가 개설되어 밀 수출을 늘렸던 미국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서 비교적 높은 식료품값을 부담해야 했지만, 산업화로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보수주의자였던 그는 세계최초로 건강보험과 노령연금을 도입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재해, 질병, 노령, 실업 등으로 부터 보호받지 못하면 사회주의에 경도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90
복지제도는 무상이 아니다. 각자 기여금을 내고 있으며 소득세 등 직접세는 누진인 경우가 많지만 부가세 등 간접세는 정율이기에 소득대비 역누진인 셈이다. 가장 큰 효과는 규모의경제로 낮은 비용의 보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실증하는 것이 미국이다. 의료비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40%내이 250%가 높지만 서비스는 더 나쁘다는 점을 보면 명약관화다. 그래서 1930년대 선진국의 국민생산대비 사회보험규모가 보통 1%수준이고 가장 높았던 곡일이 4%였지만, 지금은 20%이상에 이르게 되었다. 91
고추의 켑사이신은 조직을 손상하지않는다. 그냥 몸이 그런 손상을 입고 있다고 느끼는 통감수용체와 결합하여 매운맛을 낼 뿐이다. 100 대영제국은 인구 5.3억에 면적 34백만제곱키로미터로 역사상 최대였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최고의 제조업과 분할통치와 지역용병을 활용한 적은 군대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우수한 해군으로 제해권을 가졌다는 것도 뺄 수없다. 108 대향해시대 이전에는 문제되지않던 괴혈병은 선원의 50%까지 사망에 이르게한 최악의 문제였다.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체내합성이 불가능한 비타민씨는 아사기간인 최대 3개월까지만 저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희석한 럼주에 레몬주스를 섞어 보급하는 방법으로 모든 선원들이 마시도록 만들었고 이는 제해권획득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109
베리는 장과로 번역되는데 식물학에서 씨를 감싼 단단한 핵이 없고 씨방이 1개인 꽃 하나에서 맻히는 다육질 과일로 정의된다. 그래서 딸기는 영어로 스트로베리로 불리우지만 베리가 아니고(블랙베리와 라즈베리도 그렇다) 고추는 칠리지만 베리다(포도, 블랙커런트, 바나나, 오이, 토마토, 가지, 수박도 그렇다). 크랜베리, 블루베리, 그리고 구스베리는 명실상부한 베리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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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마늘; 냄새가 지독한 이 식재료가 지금의 한국을 낳고, 영국인을 공포에 떨게 하고, 이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1부 편견 넘어서기
1장 도토리;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스페인 남부의 돼지들과 도토리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 문화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
2장 오크라; ‘레이디스 핑거스’라고도 부르는 이 채소를 통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시야가 좁고 쉽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깨닫는다
3장 코코넛; 이 갈색 열매가 ‘갈색’ 피부를 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가르쳐 준다
2부 생산성 높이기
4장 멸치;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기도 했던 이 작은 물고기가 산업화의 홍보 대사라는 것이 밝혀진다
5장 새우; 이 작은 갑각류가 실은 변장한 곤충임이 밝혀지고 개발도상국들이 우월한 외국 라이벌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호주의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6장 국수; 국수에 미친 두 나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기업가 정신과 성공하는 기업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재점검한다
7장 당근; 한때 당치않은 개념이라고 생각됐던 ‘주황색 당근’ 이야기를 통해 특허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이해한다
3부 전 세계가 더 잘살기
8장 소고기; 육류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소고기를 통해 자유 무역이 모든 사람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9장 바나나; 세상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이 과일은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적절히 관리해야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10장 코카콜라; 나이 든 로큰롤 밴드와 비슷한 데가 있는 이 음료가 왜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현재의 주류 경제학 이데올로기에 불만을 품게 되었는지를 알려 준다
4부 함께 살아가기
11장 호밀; 북유럽의 대표적 곡물로 꼽히는 호밀 덕분에 우리는 복지 국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게 된다
12장 닭고기; 모두가 사랑하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육류는 우리에게 경제적 평등과 공평성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13장 고추; 우리를 곧잘 속여 넘기는 사기꾼 같은 이 베리를 통해 돌봄 노동이 우리 경제와 사회의 기초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무시되고 저평가되는지 이해한다.
5부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14장 라임; 영국 해군과 브라질의 국민 음료가 힘을 합쳐 기후 변화의 도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15장 향신료; 후추, 계피, 육두구, 정향을 통해 현대적 기업이 탄생한 경위와 이런 기업이 자본주의를 크게 성공시켰지만 이제는 자본주의의 목을 조이는 역할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듣는다
16장 딸기; 베리가 아니지만 베리라고 부르는 이 열매가 로봇의 발달과 일자리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17장 초콜릿; 밀크 초콜릿 바를 통해 스위스 경제 번영의 비밀을 엿보고, 그것이 비밀 은행이나 고급 관광 상품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배운다
맺는말: 경제학을 더 잘 먹는 법
감사의 말; 미주;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