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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간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새 장마다.
이렇게 다가온 여름은, 초록잎이 무성하게 자라 온 세상이 초록빛깔이다.
사랑의 싱그러움이랄까.
그래서 나는 이상하게도 여름이 참 좋다.
흔히들, 봄이 사랑의 계절이라고 한다. 따뜻하고 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
그런데 나는 봄의 기운을 먹고 자란 나무들이 꼭 사랑을 하는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랑이 참 좋다. 콩닥거려..
그래서 드라마를 봐도, 영화를 봐도, 음악을 들어도. 로맨스가 좋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좋고, 로맨틱한 대사와 음악이 참 좋다.
특히, 로맨틱 드라마가 제일 좋다. 16화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숫자 안에 남녀의 로맨스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다 나타나니까.
로맨틱 드라마가, 참 좋다.
#1.
" 박작가, 오늘 게스트.. 어떡하지? "
" 피디님,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오늘.. 수요일이잖아요, .소희씨하고 종철씨가 고정인데...? "
" 그게.. 종철이가 가수잖아, 그래서 앨범 준비를 해야하는데 머라더라. 머 미국 프로듀서하고 작업을 해야해서 한 6개월 정도 미국에
있어야 한대. "
" 네? 그럼 어떡해요... 근데 오늘부터 못나온다는 거에요? "
" 응, 종철이가 연락이 왔어, 박작가한테 안그래도 전화를 몇번이나 해봤다는데, 연락이 안된다고. 미안하다고. "
" 아... 핸드폰이 꺼져있었네요... 음, 어쩌죠....... "
" 그래서 말야, 우리 라디오 하기 전 타임에 '이소룡의 파워타임' 있잖아. "
" 아, 네. "
" 이소룡씨가 워낙 여기저기 인맥이 넓어서 오늘 게스트가 한우현이래. "
" 한우현....이요? "
" 응, 그래서 내가 일단 이소룡씨한테 말은 해놨거든, 오늘 우리 땜빵... 한우현씨한테 해줄 수 없을까 해서.. "
" 피디님! 한우현씨라뇨... 그리고 어떻게 저한테는 아무말도... "
" 나도 하고 싶었지, 그런데 일단 상황이 상황이잖아, 그리고 한우현이면 우리 라디오 PR .. 한 몫될거야. "
" 피디님, 우리 라디오 청취율도 장난아니거든요. "
" 박작가, 깐깐하게 왜이래.. 하하하. 무튼 그래서 아마 한우현씨가 하게 될거야, 오늘 코너. "
사람이 참 좋다. 허허 웃으면서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벌써 알고 있었는지, DJ인 하랑언니는 좋다고 난리다. 막내 작가들도 난리다.
" 어머, 한우현이래. !! "
" 왠일이에요, 미소선배, 한우현이면.. 그 영화배우잖아요 !! "
난 진짜 미치겠는데, 한우현.
로맨틱 드라마에는 아름다운 사랑이 결말이다. 흔히 우리는 'Happy Ending' 이라는 단어로 끝낸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아름다운 앤딩은 맛보기 참 힘들다.
그래서 내가 로맨틱 드라마를 좋아하기도 한다.
나에게 씁쓸한 앤딩을 남겨준 사람이 한우현. 그 자식이라서.
" 하랑언니, 언니까지 왜이래요. "
" 어머, 미소작가님. 한우현이래, 이게 왠 떡이야. 난 이제 나이가 36이라구, 우리 미소작가처럼 29살만 되었어도 내가 한우현한테 침 흘리겠어? 호호 "
" 언니!! "
" 어머, 미소작가님. 소리지르지마, 우리 애기 놀란단 말야, 걱정마 미소작가님. 난 만삭이 되어도 꼭 DJ할거야. 머 여차하면 라디오 진행하다가
애를 낳아버릴까? 어때? 최초 라이브 출산 방송! "
" 언니, 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닌거 알잖아요.. "
" 알아, 미소야. 네 기분도 알고, 네 마음도 알고, 지금 너의 얼굴에서 다 드러난단다.
한우현 고 나쁜 자식이네 아주, 그런데 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이런 울상 짓지 마. 니가 지는 거야, 결국 니가 더 많이 좋아했다는게 되어버려."
" 언니.... "
역시 하랑언니다. 나랑 겨우 7살차이일 뿐인데, 모든 몸짓과 말투에서 연륜이 묻어난다.
나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 그런데말야, 미소작가님? 그래도 한우현 보면 나 가슴이 설레일거같아. 분명 우리 아롱이(태명)육아에도 좋을거야 그렇지? "
내가, 못 산다.....
.
" 안녕하세요. "
'로맨틱 드라마'에 고정출연 중인 소희씨에게 사정을 설명해주고 이것저것 말해주는 동안 , 왔다. 그 놈.
불쌍한 영혼들을 현혹시키는 그 중저음의 목소리는 변하지않았다.
그래서 더 싫다.
" 어머, 작가언니. 하.한우현씨 왔어요 "
흥분한 소희씨가 작게 속삭인다.
" 소희씨, 현혹되지 말아요. "
" 네? "
미쳤지, 너무 분해서 속에 있던 말이 나와버렸다.
" 아.아니요. 이제 들어가라구요. "
이미 피디님을 비롯해 막내작가들은 한우현 옆에만 바짝 붙어있다.
열받아.
그 때 피디님이 나를 부른다.
" 어, 미소작가. 머해? 이리로 와서 인사해 ~ "
아이고 감사해라. 안불러주셔도 되는데.
" 네? 아..네... "
눈도 마주치기 싫은데, .. 그래서 더욱 더 고개를 숙이고 대본을 살피는 척을 했다.
" 안녕하세요. 한우현씨. "
안녕못한다. 한우현.
" 박미소...작가님? "
" 예..예.. "
" 어이구, 우리 박작가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가보네. 이해해줘요 우현씨. "
정말 컨디션 별로랍니다.
" 네, 당연하죠.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 이 라디오 완전 팬이에요. "
싱긋 웃는다.
한때 내가 정말 좋아했던 저 웃음.
부스 안의 하랑언니와 소희씨가 넘어가고, 막내 작가들은 졸도했다.
" 아, 그러세요? 그거 정말 감사하네요. 탑스타 한우현씨께서 이 라디오의 팬이라고 하시니. 그럼 전 바빠서.. 이만. "
꼴도 보기 싫다. 저 입에 발린 말 같으니라고.
" 머하니? 너네. 어서 준비시켜. 오늘 보이는 라디오 잖아. 카메라 테스트는? "
애꿎은 막내 작가들만 혼낸다.
익숙한 BGM이 흐른다. 피디님이 큐 사인을 보내고, 나는 다시한번 대본을 살펴본다.
- 안녕하세요 !! 오늘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셨나요? 역시나 오늘도 저는 저의 아롱이에게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주었지요.
지금부터 로맨틱 드라마, 시작하겠습니다 !
역시, 하랑언니의 저 경쾌하고도 청아한 목소리는 언제나 오프닝을 즐겁게 해준다.
- 아, 이런 오늘은 말이죠. 그 동안 저희들과 함께했던 우리의 귀여운 연하남, 종철군이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시겠다고 해서!
제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않았어요, 왜그런줄 아세요? 히히 귀여운 연하남 종철군 대신에 오신 오늘 코너의 새로운 게스트!
영화배우 한우현씨입니다!! 어서오세요 ~
" 서..선배!! 완전 지금 서버 장난아닌데요? "
" 이거 완전 대박이구만, 안그래 박작가? "
다들 입이 싱글..벙글.... 나만 삐쭉...빼쭉....
- 안녕하세요, 방금 막 라디오를 마치고 다시 복귀한 영화배우 한우현입니다.
- 와우, 우현씨. 정말 반가워요! 제가 정말 팬이거든요 ~
- 하랑언니도요? 저도 정말 팬이에요 ~
- 하하, 이거 영광인데요? 왜냐면 제가 정말 이 라디오 열혈 청취자거든요.
부스 안에서도 완전 난리다 난리.
열받아서 하랑언니에게 빨리 진행하라는 사인을 보낸다.
- 아이구, 소희씨하고 제가 우현씨한테 폭 빠지는 바람에 우리 미소작가님 화났네요. 머야,미소작가 질투? 호호
제발. 김하랑씨. 그런 애드립은.. 제발...
- 하하, 아 저분이 로맨틱 드라마의 작가님이시군요.
헐 어의없어. 머 상관없어. 날 처음 본 사람 취급한다는 거지..
- 맞아요, 우리 미소작가님 손에서 아름다운 대본들이 마구마구 나온답니다. 아이고, 내 정신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버렸네.
일단 우리 음악하나 듣고 와요. 소희씨?
- 네! 들려드릴 음악은요, 와 이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환데, 영화 노팅힐 아시죠? 노팅힐의 OST인 SHE 듣고 로맨틱 드라마 이어나가요!
아, 좋다. 음악 누가 선곡했는지 참 좋다. 목소리도 너무 매력적이구..
" 피디님,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 무슨 일 있음 너넨 바로 문자해 ! "
" 네 ~ "
숨이 막힌다. 분명 같은 계열의 일을 하니까 언젠가 한번쯤은 스쳐지나가는 인연처럼 마주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건 의외다.
" 하... 젠장. "
저절로 끊었던 욕이 나오려 한다. 차가운 콜라를 하나 뽑아서 얼굴에 대고 열을 식힌다.
" 아직도 그렇게 화를 참는건, 여전하네. 박미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