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연합복권(로또)이 국내 복권 사상 최고액인 65억7,000만원의 잭팟을 터뜨리면서 대박 신드롬이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처음 도입된 로또는 희망 없는 서민들에게 한줄기 서광일까,아니면 근거 없는 환상일까.
■ 행운의 숫자는 존재하나?=65억7,000만원의 1등 당첨자를 낸 6회차 로또 당첨번호는 14-15-26-27-40-42. 1등 당첨자가 없었던 4회차와 5회차에 이어 3회 연속 ‘40’과 ‘42’가 6개의 당첨번호에 끼였다. 45개의 고무공 중 6개를 뽑아내는 로또 추첨에서 3회 연속 똑같은 2개의 숫자가 추첨관을 통과할 확률은 무려 9억7,000만분의 1이다. 로또 1등 당첨 확률(814만분의1)보다 100배 이상 높지만 실제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40’과 ‘42’는 1회차와 2회차에도 각각 한 차례씩 추첨이 됐다. 반면 10미만 한자릿수 숫자는 2회차의 ‘9’ 단 한 번만 추첨됐다. 이 역시 굉장히 낮은 확률. ‘행운의 숫자’가 따로 있다는 믿음이 생길 만도 하다.
그러나 로또 발행과 추첨을 주관하는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개를 젓는다. 국민은행 복권발행팀 한희승 과장은 “확률은 오랜 시간이 축적되면 고른 분포를 보이지만 짧은 기간엔 비규칙적일 수 있다. 40과 42라는 숫자가 앞으로 814만번째 추첨에서 나올 수도 있고,바로 다음차 추첨에서 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복권 구입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40’과 ‘42’가 한 회에 동시 추첨되는 일을 다시는 못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추첨기계엔 문제 없나?=일부 복권 구입자들은 ‘추첨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의 ‘40’ ‘42’번 공이 다른 공들보다 조금 가볍거나 무거워서 추첨기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측은 이 또한 강하게 부인한다. 현재 로또 추첨에 사용하는 기계는 중력낙하방식으로 미국 스마트플레이사의 ‘할로겐’이다. 가벼운 공을 공기로 날려 뽑아내는 공기분사방식에 비해 공이 무겁고 신뢰도가 높아 미국과 영국 등에서 대부분 사용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추첨기가 두 대,공세트는 4개로 매주 방청객 추첨으로 쓸 공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회차에는 1번 세트 공이,6회차에는 2번 세트 공이 사용됐다.
■ 대박 환상은 위험하다=당신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정확히 814만5,060분의1이다. 숫자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면 매주 20만원(100장)씩 3,200년을 사야 한 번 당첨될까 말까할 확률이다. 기존 복권의 대명사인 주택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540만분의1. 사람이 1년 동안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할 확률은 4,000분의1, 1년 동안 벼락을 맞을 확률은 50만분의1인데도 ‘생전’에 로또 당첨을 기대할 수 있을까.
1등 번호 6개를 적중시킨다고 해도 반드시 대박이 터지는 건 아니다. 이번 6회차 로또에서 가장 인기있는 숫자 조합은 7-13-19-25-31-37로 모두 2만4,565명이 선택했다. 만약 이 번호가 당첨됐다면 1등 당첨금은 26만여원에 불과했다. 대박은 현실이라기보다 환상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