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부금을 멋대로 쓰면 누가 기부하고 싶겠는가"
2003년 305억원을 부산대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약정한 후 그동안 195억원을 냈던 ㈜태양 송금조 회장의 부인 진애언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기부금은 공돈이 아니다. 대학 멋대로 쓰면 누가 기부하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송 회장은 작년 7월 "대학측이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비로 써달라고 낸 돈을 건물 신축비나 교수 연구비 등에 쓰고 있으니 아직 덜 낸 110억원은 낼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최근 패소했다. 부산대는 "약정서에 '캠퍼스 건설 및 연구 지원기금'으로 기재돼 있어 약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산지법은 "기부받는 쪽이 구체적인 의무를 이행한다는 조건을 단 민법상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로 볼 수 없다"며 송 회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나머지 110억원도 더 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1924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송 회장은 열일곱 나이에 부산으로 출향(出鄕)해 점원으로 일하다 기업을 일으켜 세운 사람이다. 수산가공업·양조장·금속기계업에서 돈을 벌어 한동안 부산 제일의 소득세 납부자였다. 그는 2003년 10월 그때로선 개인 기부 최고액인 305억원을 부산대에 기증키로 약정했다. 고향에 번듯한 대학이 들어섰으면 하는 포부였다. 2004년 2월엔 1000억원을 내놔 경암교육문화재단을 발족시켰다. 송 회장은 5000원 넘는 점심은 잘 안 먹는다는 사람이다.
송 회장측은 이미 낸 195억원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이 아니라고 했다. 대학이 기부 취지를 살려주면 남은 110억원도 내겠다는 것이다. 부산대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약정서 문구만 따지면 부산대가 기부금을 교수 연구비로 썼다 해도 트집 잡힐 일은 아니다. 반면 송 회장측은 "서명 당시 약정서를 보고 '양산캠퍼스 부지 대금'으로 용도를 고쳐달라고 했더니 나중에 바꿔주겠다고 한 후 차일피일 미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부 황제' 빌 게이츠도 돈을 내놓을 때는 저소득 학생 장학금, 에이즈 연구비, 아프리카 빈민의 모바일 뱅킹 지원자금 등으로 매번 용도를 명시한다. 기부금은 당연히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쓰여야 한다. 기부받은 사람이 마음대로 써버린다면 누가 기부할 생각이나 들겠는가. 답답한 건 송 회장이 기부금 쓰인 내역을 설명해달라고 해도 대학이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기부금 약정 당시 대학총장은 "앞으로 아버님으로 모시겠다"는 말까지 했다. 당연히 기부금이 무슨 용도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송 회장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동의도 구했어야 할 일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17/20090517010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