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정평위, '왜 민주주의 퇴행인가?' 좌담회 열어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9일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검찰 위주 인사, 노동 탄압 등 문제점을 짚고, 복음 가르침과 반대되는 윤 정부 행보에 그리스도인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유승익 교수(한동대)는 “윤 정부 1년 행정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검사’”라며, “윤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의 ‘윤석열 정부 인사 검찰 출신 현황’(2023.3.13 기준)에 따르면, 주요 직위에 있는 검찰 출신은 136명이다. 특히 장차관급으로 임명한 검찰 출신은 현재 22명이고, 이 가운데 장관은 5명(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권영세 통일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다.
법무부가 아닌 다른 기관으로 파견한 검사 인원도 늘고 있다. 유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68명에 이르렀다가 문재인 정부 때는 46명, 윤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48명에서 올해는 53명(2023.3 기준)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행정 각 부와 지자체, 국회(1명), 헌법재판소(4명) 등에 파견했고, 그 가운데 외교부가 13명으로 가장 많다.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에도 각 5명, 2명이 있다.
몇 명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느 곳에 임명했는지도 주요하게 봐야 한다. 유승익 교수는 “대외적으로 범정부 기관에 ‘검찰 네트워크’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융, 인사, 정보 관련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고 있고(금융감독원, 대통령실, 국가정보원,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 등),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민연금 등에 검사를 파견하거나 검사 출신이 임명돼, 윤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3대 개혁(노동, 교육, 연금 개혁)과 짝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좌담회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관한 기자 질문에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그런 거버먼트 어토니(법무 업무를 맡는 정부 측 법률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며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윤 정부의 인사 기조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유 교수는 “윤 정부가 법률가(특히 검사 출신)에 의한 지배를 법치국가로 오인하면서, 검찰 편중 인사를 법치의 확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또는 검사 출신 인사들은 행정과 정책에 정통하지 않음에도 각종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국정 문제에 개입해 주요 방향과 정책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재난 대응의 검찰 사법화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실상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는데, 유 교수는 “행안부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법적 책임뿐 아니라 행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조사에서 ‘법적 책임’ 추궁을 목표로 하면 법적 논리상 상위 책임자보다 말단 책임자에게 더 큰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아니라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사법적 논리”라고 말했다. 이런 법률 형식 논리를 대입하면 고위 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검찰사법적 관점에서 ‘법적 책임’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억울한 피해자들을 법적 지원의 객체로 소외시키고, 재난 대응과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에 실패해 재난 대비 시스템을 공허한 행정 영역으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유승익 교수의 이번 발제 내용을 포함한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은 8월 1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지난 4월 10일 서울광장에서 시국기도회 모습. 좌담회에서 양성일 신부는 윤 정부의 행정이 검찰주의라는 지적에 동의하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에서 검찰 독재 철폐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배선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인천 정의평화위원장 양성일 신부는 “문제의 시작은 윤 정부의 검찰주의에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서 검찰 독재 철폐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주의로 통제 불가능한 통치 구조를 만들고 있는 윤 정부의 행태는 교회의 가르침에도 벗어나 있으므로 비판받아 마땅하고 교회 안에서도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건설지부 지수민 정책교육부장은 “정부가 노동삼권에 보장된 단체 협약 및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공갈과 협박으로 취급해 불법행위로 낙인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건설노조 조합원 28명이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또 13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피의자 혹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받는 중이다.
건설 노동의 특성상 노동자는 일 년에 평균 두세 번 현장을 옮기 때문에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공식 채용 절차가 없어 인맥으로 알음알음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이 만연하다. 건설노조는 이 같은 “고질병을 고치고” “교섭으로 회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또한 4대 보험, 퇴직금, 산업재해 보상 등 전반 노동 조건을 상향평준화 했고, 이는 노사의 교섭으로 이뤄진 것이다.
노조의 요구와 사측이 받아들일 범위에 차이가 있으면 평균 8-10차례 교섭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노조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지 씨는 “이는 여느 노-사 관계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는 “교섭 과정에서 집회 등의 압박 수단을 동원하면 ‘해악의 고지’가 돼 협박죄, 채용하면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한’ 것으로 강요죄, 단체협약에 따라 임금과 전임비(노동조합법상 노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에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를 받으면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것’으로 공갈죄”를 적용했다.
지수민 씨는 정부가 “건설노조의 채용 교섭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탄압할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채용 구조를 개선하고, 건설 노동자의 처우가 나아지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시민단체는 권력에 대한 견제, 감시, 대안 모색 등을 해왔고, 항상 정치권력과 긴장 관계에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윤 정부 5년 동안은 더 많은 긴장 속에 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평위가 시민, 노동 등 다른 영역을 한자리에 모은 것처럼 폭넓고 다양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를 다 들은 한 참석자는 발제자들이 쉽게 설명해 많이 알게 됐고, 깊숙이 알수록 내 문제로 와닿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