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밤, 잠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풀고 내일을 준비한다. 수면이야말로 우리 몸을 치유하는 최고의 힐링 방법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기온이 25℃를 웃도는 열대야에서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고, 실제로 이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열대야증후군에 시달리지 않고 갓난아이처럼 숙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시대 대표 수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힐링 수면법으로 무더운 여름밤을 건강하게 보내자.
1 침실은 시원하게!
“침상의 온도는 25~28℃, 습도는 50%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침실은 프라이버시 공간이라 늘 문을 닫고 생활합니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한낮의 열기가 배어 있는 가구들 때문에 다른 공간보다 평균 2~3℃ 정도 온도가 올라가 쾌적하게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저는 더운 여름철이 되면 퇴근 후 가장 먼저 침실 창문을 열어 환기부터 시킵니다.
잠들기 한두 시간 전에 침실 환기만 잘 시켜도 갇혀 있던 방 안의 열기가 빠져나가 잠들기 적당한 온도와 습도로 맞춰지기 때문에 선풍기나 에어컨의 도움 없이도 깊이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지현(서울수면의원 원장)
2 천연 수면제, 양파
“저는 잠이 오지 않을 때 양파를 썰어 머리맡에 두고 잡니다. 양파 속 유화아릴이라는 성분이 신경을 차분하게 만들거든요. 어떤 실험에서 양파 냄새를 맡게 한 후 뇌파 변화를 확인한 적이 있는데, 그냥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도 수면 상태에서 나오는 알파파와 베타파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래서 양파의 성분이 신경을 안정시켜 숙면을 취하게 해준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열대야가 시작되면 늘 수면제 대신 양파를 머리맡에 두고 잡니다.” 육조영(손, 발 그리고 즐거운 수면 건강법 저자)
3 힐링 캔들
“뇌는 시각을 통해 자극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는 쉬 잠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들기 30분 전부터 환한 형광등을 끄고 간접조명이나 향초를 켜서 수면을 유도합니다. 주로 향초를 사용하는데, 흔들리는 불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의 긴장이 완화될 뿐 아니라 테라피 효과까지 있어요.
유난히 피곤하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사용하면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돌죠. 수반에 물을 약간 넣고 에센셜 오일 두세 방울을 떨어뜨린 후 초를 태워도 발향 효과가 뛰어나답니다.” 신흥범(코모키수면의원 원장)
4 잠자기 전에 물 한 컵을!
“우리 몸은 수면 중에도 꾸준히 체온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기온이 높은 열대야에는 어느 때보다 수분을 많이 배출하죠. 어느 실험 결과, 여름에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몸무게가 잠들기 전보다 1㎏ 정도나 줄었다고 해요. 수면 중에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그런데 수면할 때 수분이 과하게 배출되면 영양분과 노폐물을 운반하는 체내 혈액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갈증이 나서 잠에서 깨게 됩니다. 당연히 숙면이 이루어지지 않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저는 잠자리에 들기 전, 물 한 잔을 꼭 마시고 잡니다. 체외로 빠져나갈 수분의 양을 미리 보충해 몸의 밸런스를 유지해두는 거죠.
혹시 화장실 문제로 수면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이 있다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면 시에는 체내가 저혈압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콩팥으로 가는 소변의 양이 줄고, 그 정도의 적은 양은 우리 몸에 크게 지장이 없으니까요.” 이종우(숨수면클리닉 원장)
5 치유에 좋은 명상음악
“한두 시간 새우잠을 자야 했던 레지던트 시절, ‘자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오히려 한숨도 못 잤습니다. 어느 날은 잠을 포기하고 그냥 음악을 들었는데, 문득 깨보니 어느새 아침이었어요. 그때부터 잠이 오지 않을 때면 편안한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산들바람, 여울물, 파도 소리 등 템포나 강약 등이 미묘하게 빗나가는 ‘f분의 1 흔들림’ 음악이에요. 미묘하게 빗나가는 이 흔들림이 왠지 쾌적한 곳에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거든요.
시간 설정도 빼놓지 않습니다. 잠든 후 음악이 꺼지도록 해서 뇌를 충분히 쉬게 해주는 거죠.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면 잠이 잘 오긴 하지만 그 효과는 잠들기 직전까지만 유효하니까요. 음악을 들을 때는 귀를 바로 자극하는 이어폰 대신 스피커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는 게 수면 유도에 더 좋아요.
스마트폰을 쓰는 분이라면 스피커 부분이 종이컵 바닥 쪽으로 향하도록 넣어 재생해보세요.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훌륭한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동호(마음온한의원 원장)
6 잠 촉매제, 천연 베개 만들기
“‘힐링(healing)’을 한의학적으로 풀이하면 ‘해울(解鬱, 막힌 기를 풀어준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숙면이죠. 여러 수면용품 중에서 저는 베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초여름이 시작되면 저만의 전용 베개를 만들어 열대야증후군에 대비하죠. 목 높이에 맞춰 직접 제작하는데, 솜 대신 시원한 소맥(메밀 껍질), 라벤더, 백단향을 베개속으로 넣습니다.
수면은 낮 동안의 활발한 활동으로 뜨거워진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이므로 잠잘 때는 머리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소맥의 경우 성질이 찰 뿐 아니라 작은 곡물로 되어 있어 베개 모양을 내기도 쉽고 바람도 잘 통해 뇌를 시원하게 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천연 재료다 보니 잘못 보관하면 곰팡이나 세균 등이 생길 수도 있어 1년 주기로 바꿔야 합니다. 이 외에도 라벤더나 백단향처럼 향이 좋은 아로마 재료를 베개에 한 움큼씩 넣어 사용하기도 합니다.”임형택(수면클리닉 자하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