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탐방
추석을 넘긴 주중 목요일은 학교에서 재량 휴업일로 정해 거제로 건너가질 않았다. 을숙도와 낙동강 하굿둑을 지나 다대포로 트레킹을 계획하고 길을 나섰다. 반송시장 노점에서 김밥을 마련해 창원실내수영장 앞으로 나가 진해 용원으로 가는 757번 직행버스를 탔다. 작년 여름 정년을 맞은 지인이 동행하기로 해 상남동에서 동승했다. 둘은 젊은 날부터 삼십여 년 교류가 있는 사이다.
먼저 민간인 신분이 된 지기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나는 몇 개월 더 현역으로 머문다. 지기는 퇴직 후 시간을 주체 못해 무엇이든 일거리를 찾으려 했다.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진학지도 전문성을 살려 일선 학교 강의를 나갔다. 지역 대학의 겸임교수 직은 내려놓아도 대학 신문에선 객원기자로 글을 쓰기도 했다. 때가 되면 단감농장으로 감 따기 체험 활동도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남들은 추석 연휴를 끝내고 일터로 나가는데 나는 평일 여가를 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안민터널을 통과한 버스는 진해구청에서 대발령을 넘어 K조선소 앞을 지났다. STX조선소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사명을 K조선소로 바꾸었다. 웅동에서 남문지구 아파트를 둘러 용원 종점에 닿아 부산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을숙도로 갔다. 을숙도 들머리 초화원을 둘러보고 탐방로를 택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을숙도의 산책로는 단순해 탐방 묘미가 적다. 개구멍 같이 남들이 모르는 비공개 탐방로를 찾아냈다. 나는 지기에게 가을이 이슥해진 풍광을 완상하도록 안내했다. 산에서 보는 억새와 같은 계열이지만 습지에서 자라는 물억새가 이삭이 패어 장관이었다. 산책 탐방로에는 뭍으로 오른 게들이 기어 다녀 신기했다. 장끼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길고 긴 탐방로를 따라 을숙도대교가 걸쳐 지나는 남단까지 내려갔다. 비공개 탐방로를 벗어나니 을숙도대교 교각 밑에 자전거를 타고 온 이들을 몇몇 만났다. 그들은 우리라 둘러온 산책로의 비경을 모르는 이들이었다. 을숙도 남단 저지대는 갈대꽃이 피어 일렁거렸다. 그래도 아까 지나온 물억새의 아름다움에는 못 미쳤다. 강서 명지지구는 예전에 없던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었다.
탐조 전망대를 지난 낙동강하구 탐방 체험장에서 가져간 도시락과 곡차를 비웠다. 점심을 들고 나서 낙동강 하굿둑을 걸어서 지났다. 이제 강변을 따라 다대포로 내려갔다. 하굿둑을 빠져나온 강물은 너울너울 흘러 바다로 향했다. 을숙도대교 바깥 모래톱은 겨울철새들이 날아올 날이 멀지 않을 듯했다. 강과 바다가 구분이 안 되는 건너편은 가덕도였고 더 먼 곳에는 거제도가 보였다.
날씨는 쾌청하고 푸른 강물은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강 언저리 쓰레기 수거 공공 근로에 참여한 아주머니들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휴식을 취했다. 수심이 얕아 보이는 강에는 어선에 탄 어부들이 낚시인지, 조개를 건져 올리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강변 산책로는 몇 군데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모래 결이 고운 다대포에 이르니 백사장에 산책을 나온 이들이 더러 보였다.
백사장에서 몰운대가 바다로 뻗쳐 나갔다. 몰운대까지 가는 여정은 줄이고 지하철을 탔다. 신평과 하단을 거친 자갈치역에서 내렸다. 회센터와 인접한 생선구이 골목으로 들어 트레킹에 동행한 지기와 마주 앉았다. 지기와 근래 만날 기회가 적은 편이다. 둘은 생선구이로 잔을 채워 비웠다. 지기는 을숙도와 다대포 답사가 뜻 깊은 걸음이라면서 오늘 보행이 이만 보가 넘는다고 했다.
자갈치 생선구이집을 나서니 해가 설핏 기우는 즈음이었다. 귀로는 지하철로 하단에서 진해 용원으로 가는 역순을 택하지 않고 반대편에서 동래역까지 갔다. 해운대를 출발해 창원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더니 금방 창원에 닿았다. 나는 귀가를 서두르고 싶은데 지기는 생각이 달랐다. 창원으로 안착한 기념으로 한 자리를 더 갖길 원해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맞은편 상가에 앉았다. 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