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似而非)
[비슷할 사/말이을 이/아닐 비]
[뜻]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것 같으나 실제로는 아주 다른 가짜.
[내용]
공자가 노나라 정공(定公) 때 사구(司寇)가 되어 조정에 나아간 지 7일 만에
소정묘(少正卯)를 주살했다. 사구란 오늘날로 치면 검찰총장쯤 된다.
이 일은 사마천 ‘사기’에도 실려 있고 ‘순자’에도 나오는 것을 볼 때
실화인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사이비(似而非)를 가장 경계했다. 겉으로 번드레한 말과 행동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자가 사이비이다. 공자가 볼 때 소정묘가
바로 이런 사이비였다. 예나 지금이나 사이비는 말은 그럴싸하게 하면서
실천은 따르지 않는다. 위선(僞善)을 행하는 자가 대표적이다.
공자 제자들은 소정묘의 속을 읽어내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았기에 오히려
공자를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소정묘는 이름난 사람입니다. 선생님께서 정사를 맡으시고 가장 먼저
그를 처형한 것은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그 까닭을 말해주겠다. 사람에게 악한 것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도둑질[盜竊]은 그중에 포함되지 않는다.
첫째는 마음이 두루 통달해 있으면서도 음험한 것,
둘째는 행실이 편벽되면서도 고집스러운 것,
셋째는 말에 거짓이 있으면서도 그럴싸하게 말을 잘하는 것,
넷째는 알고 있는 것이 추잡스러우면서도 박식한 것,
다섯째는 그릇된 일을 일삼으면서도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다.
무릇 어떤 사람이 이 다섯 가지 중에 한 가지만 갖고 있어도 군자의 처형을
면할 수 없을 것인데 소정묘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사는 곳에는 따르는 자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었고 그의 말은
사악함을 꾸며 여러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으며 그의 실력은 올바른 사람을
반대하면서 홀로 설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런 자는 소인들의 영웅[桀雄]
이라 할 수 있으니 처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만장(萬章)이 그의 스승 맹자(孟子)에게 물었다.
“온 고을이 다 그를 향원(鄕原 : 점잖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디를
가나 향원일 터인데 공자께서 덕(德)의 도적이라고 하신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비난을 하려 해도 비난할 것이 없고 공격을 하려 해도 공격할 것이
없다. 시대의 흐름에 함께 휩쓸리며 더러운 세상과 호흡을 같이
하여 그의 태도는 충실하고 신의가 있는 것 같으며 그의 행동은 청렴
하고 결백한 것 같다. 모든 사람들도 그를 좋아하고 그 자신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는 함께 참다운 성현의 길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덕의 도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공자는 말했다.‘나는 같고도 아닌 것(似而非)을 미워한다’라고.”

첫댓글 사이비라는 말의 역사가 길었네요.
요즘이야 말로 사이비가 판치는 세상이라
그 의미가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