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부인과 전문의 이용재 교수(세브란스병원)
HPV 바이러스가 부르는 자궁경부암, 초기 증상 없기에 정기 검진 중요
발견 빠를수록 치료도 쉬워…백신 접종으로 예방 잊지 말아야
20세 이상의 여성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검사가 있다. 바로 ‘자궁경부암’ 검사다. 사실 국가암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흔한 유방암이나 갑상선암 등에 비해 환자 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발생한 전체 암 가운데 2.4%만이 자궁경부암이고, 매년 환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기에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젊을 때부터 자궁경부암 검사가 강조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30대에서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결코 낮지만은 않아서다. 실제로 2020년 발생한 자궁경부암 환자 가운데 40대 이하 환자가 41.5%로 확인되기도 했다는 통계청의 통계도 있다. 자궁경부암이란 정확히 어떤 질환인지, 정기적인 검사와 백신 접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산부인과 이용재 교수(세브란스병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용재 교수|출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자궁경부암, 초기에는 증상 없어…HPV 바이러스가 원인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 부분인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암이 진행됨에 따라 △비정상적 질출혈 △분비물 증가 △혈뇨 △배뇨곤란 △심한 골반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이 발병하는 핵심적인 원인은 성 접촉을 통한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 감염으로, 대부분의 자궁경부암 환자들에게서 HPV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100여종 이상의 유형이 밝혀져 있는데, 이 중에서도 16형, 18형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고위험군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자궁경부암의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정상’ 아닌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 어떻게 해석할까
이렇게 필수 건강검진 항목 중 하나로 자리잡은 자궁경부암 검사. 문제는 검사 결과 ‘정상’ 외에 다른 결과를 들었을 때다. 먼저 '반응성 세포 변화'인데, 이 경우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용재 교수의 설명이다. 세포의 염증이나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세포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한 것이 관찰되는 소견인데,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에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비정형 편평상피세포’라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면 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비정형 편평상피세포는 자궁경부에 비정상적인 이상 세포가 발견된 상태로, 암종이 발견될 확률은 낮지만 HPV 검사, 질확대경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라며 “병변의 정도에 따라 경과관찰 또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궁경부이형성증’, 또는 ‘자궁경부 상피내병변’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자궁경부의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상태인데,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모든 자궁경부이형성증이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고, 이형성증의 정도에 따라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다르다”라며 “진행 단계에 따라 1~3단계로 분류되는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자연적으로 소실될 가능성이 낮고 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발견 빠를수록 치료 쉬워…임신 중 치료도 가능할까?
다른 암종과 마찬가지로, 자궁경부암 또한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가 쉽고 예후가 좋은 편이다. 만약 자궁경부이형성증 등 전암성 병변이 확인되었거나 초기 자궁경부암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자궁경부를 원추형으로 절제하는 원추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향후 임신 계획이 있거나 자궁을 보존하고자 하는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인데, 원추절제술을 시행했음에도 병변이 조직의 경계를 침범했거나 더 진행된 암이 발견된 경우라면 자궁 절제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2기 이상으로 진행되었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동시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통한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할 경우 대부분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며, 5년 생존율은 8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다만 완치가 되었음에도 3년 내에 5~20%의 환자들이 재발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완치가 되었다고 해도 꾸준히 추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
임신 중에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는데, 임신 자체는 자궁경부암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용재 교수는 “임신 중 자궁경부암 치료는 비임신 상태의 환자와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지만, 병기나 임신 주수, 임신 유지에 대한 환자의 희망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만약 자궁경부암 초기인 경우라면 임신 중기에 접어들었을 때 원추절제술을 하고, 임신을 유지하다가 만삭 분만이 가능할 수 있다. 만약 어느 정도 자궁경부암이 진행된 상황인데 임신 중기가 지났거나, 임신을 지속하기를 원하는 경우라면 암의 위험도를 고려한 후, 태아가 생존할 수 있는 시기까지 치료를 미루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태아를 제왕절개로 분만한 후에 근치자궁절제술이나 림프절절제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어…남성도, HPV 바이러스 있어도 접종 권장
자궁경부암이 국가건강검진 항목으로 자리잡으면서,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지기 전 조기에 발견해 건강을 회복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기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예방 방법이 있다. 바로 백신 접종이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HPV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자궁경부암의 90% 이상이 HPV 감염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백신 접종을 통해 HPV 감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가 △4가 △9가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데, 숫자는 백신을 통해 예방 가능한 HPV 바이러스의 종류를 의미한다. 즉 2가보다는 4가, 4가보다는 9가 백신을 접종했을 때 보다 폭넓은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만 9~45세 사이, 남성은 만 9~26세 남성이 접종 대상에 해당한다. 남성이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HPV 바이러스로 인한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구강암 △구인두암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한다. 만약 접종 연령대가 지났거나 이미 성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백신을 통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또한 HPV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이 된 경우라고 해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용재 교수는 “하나 이상의 HPV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이라고 해도, 감염되지 않은 유형의 HPV 바이러스 유형에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겠다”라며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움말 = 이용재 교수(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