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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여름에 걷기 좋은 숲길 10곳
최승표2024. 7. 3. 00:01
숲이 부른다 더위에 지친 몸 잠시 쉬어 가라고
━ 한국관광공사·문화체육관광부 선정. 7월에 걷기 좋은 숲길 10곳
찜통 더위가 몰려오고 있다. 두 발 담글 수 있는 계곡, 녹음 우거진 숲이 간절하다. 그러나 진빠지는 등산은 싫다. 그렇다면 다음 10가지 걷기여행 길을 눈여겨보자. 수려한 경관을 갖춘 걷기 좋은 숲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7월의 추천길은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털(koreatrails.or.kr)’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1. 서울 종로 인왕산 자락길 도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늑한 숲!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림 같은 정치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2. 경기 군포 수리산 둘레길 군포 산본 신도시를 감싼 수리산을 따라 걷는 숲속 길 완만한 흙길과 나무계단이 번갈아 나오는 코스 깨끗한 공기와 나무향을 마음껏 즐기며 걸을 수 있다.
#3. 부산 해운대 해파랑길 2코스 해운대 미포 ~ 송정해변 바다 따라 이어지는 독특한 숲길 달빛을 받으며 걷는다는 뜻으로 '문탠로드'라고 불린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4.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코스 무료 예약제 탐방로로 숲 해설사와 함께 산림 자원과 지역 역사를 배우며 걷는다. 걷기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힘든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느낄 수 있다.
#5. 경북 포항 내연산숲길 청하골 코스 연산폭포를 비롯해 청하골 12폭포를 감상하는 숲길이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 구성돼 있으며, 나무데크와 안전펜스 등을 갖추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6. 충남 태안 솔향기길 1코스 만대항에서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탐방로 해변과 숲길, 임도를 따라 걸어가며 빼어난 경관을 감상하고, 곰솔 숲을 걸으며 바다와 숲의 조화를 느껴보자.
#7. 전남 장성 축령산 산소길 2코스 빽빽하게 들어 선 편백나무 숲은 치유의 숲으로도 이름이 높다. 곳곳에 쉼터가 있어 천천히 걸으며 숲이 주는 위안을 누릴 수 있다.
#8.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 1970년대부터 가꾸어 2012년부터 개방한 숲이다. 탐방코스, 치유코스, 자작나무 코스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과 함께 건강한 삼림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9. 전북 장수군 장안산 생태탐방로 한국 8대 종주산에 속하는 장안산 기슭에 조성된 탐방로. 자연학습장, 모험놀이장 등의 산림욕장 시설이 있어,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휴양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10. 충북 충주 풍경길 종댕이길 계명산 줄기 봉우리인 심항산 기슭을 따라 만들어진 숲길. 충주호를 바라보며 걷는 순환형 숲길로 경치가 빼어나며, 전 구간이 평탄한 길로, 누구나 쉽게 숲길 체험이 가능하다.
정리 = 최승표 기자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작 = 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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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로만 걷자, 여름에 걷기 좋은 길 5
백종현2023. 7. 9. 01:00
키 큰 나무가 많아 그늘로 걷기 좋은 부인사. [사진 한국관광공사]
여름이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쬔다. 이럴 땐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걷자. 숲길이면 더 좋다. 그늘로 다니며, 숲 바람을 쐬며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나무 그늘이 널려있으니 더위도 두렵지 않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달의 걷기 좋은 여행길로 전국의 아름다운 국·도립공원 걷기길 5개를 선정했다. ‘두루누비(durunubi.kr)’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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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4코스 보은길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나무가 울창해 여름에도 시원하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은 전북 고창이 자랑하는 고인돌박물관부터, 선운산 넘어 서해 갯벌까지 이어지는 걷기길이다. 그 길의 마지막 구간이 ‘4코스 보은길’이다. 백제 위덕왕 시절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가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쳐 가난을 구제했다고 해서 ‘보은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천년고찰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특히 빼어나다. 맑은 선운천을 따라 여름에는 푸른 녹음이 비치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드리운다. 흙길이 많아 발도 편하다. 소리재 능선을 따라 참당고개를 넘어가면 판소리 최초의 여성 창(唱) 진채선 생가터를 만날 수 있고, 이 길은 서해 갯벌까지 이어진다.
ㅇ 코스경로 : 풍천 ~ 선운사 ~ 도솔암 ~ 진채선 생가 ~ 소금전시관 ~ 갯벌체험 마을 ~ 좌치나루터
ㅇ 거리 : 18.8km
ㅇ 소요시간 : 5시간 30분
ㅇ 난이도 :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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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 금대봉 생태탐방로’ 분주령 코스
야생화가 곳곳에서 얼굴을 내미는 분주령 코스. 흙길이 많아 발이 편하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야생화로 이름난 천상의 화원을 걷는 코스다. 강원도 태백 두문동재에서 시작되는 길은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을 거쳐 한강 발원지 검룡소까지 이어진다. 시선은 발끝에 두는 것이 좋다. 각양각색의 야생화가 수풀 사이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대덕산과 금대봉 일대는 환경부 생태계보전지역이다. 활엽수림이 많아 그늘로 걷는 맛이 좋다. 길은 한강의 발원지인 금대봉 검룡소에서 끝난다.
ㅇ 코스경로 : 두문동재 ~ 금대봉 ~ 고목나무샘 ~ 분주령 ~ 대덕산 ~ 분주령삼거리 ~ 세심교 ~ 검룡소 ~ 검룡소 주차장
ㅇ 거리 : 10.6km
ㅇ 소요시간 : 5시간
ㅇ 난이도 :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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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올레(팔공산 올레길)’ 3코스 부인사 도보길
팔공산 순환도로 가로수길.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사계절 아름답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팔공산 순환도로는 벚나무와 단풍나무 터널이 가로수로 이어지는 운치 있는 길이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데, 초록빛 나무 그늘을 아래로 걷는 맛도 좋다. 천년고찰 부인사를 포함해 수태지(池)와 신무동마애불좌상, 독불사와 농연서당, 용수동 당산을 거쳐 미곡동으로 이어진다. 용수동 당산은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복을 빌었던 장소로, 약 3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인사에서 미곡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내리막이 많아 걷기에도 수월하다.
ㅇ 코스경로 : 동화사집단시설지구 ~ 팔공산 순환도로 가로수길 ~ 신무동마애불좌상 ~ 독불사 ~ 농연서당 ~ 용수동 당산 ~ 용수교 ~ 팔공와송 갈림길 ~ 소연이네 에코농장 ~ 미곡동 입구
ㅇ 거리 : 9.8km
ㅇ 소요시간 : 3시간 30분
ㅇ 난이도 :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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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무돌길’ 제2길 조릿대길
무돌길 조릿대길은 옛 시골길을 걷는 듯한 운치가 그만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무돌길은 무등산의 옛 이름인 무돌뫼에서 왔다. 대부분 500년 이상 된 옛길을 걷는다. 제2길인 조릿대길은 등촌마을과 배재마을을 잇는 길이다. 등촌마을 사람들이 조릿대를 채취하러 계곡 쪽으로 넘어다니던 길이다. 돌담길과 숲길이 아름답고 길도 순탄해,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은 길이다. 담벼락 곳곳에 고은·푸시킨 등 유명 작가의 시가 새겨 있어, 뜻밖의 재밋거리를 준다.
ㅇ 코스경로 : 등촌마을 ~ 돌담길 ~ 산길 ~ 지릿대 ~ 골짜기 논길 ~ 배재마을
ㅇ 거리 : 3km
ㅇ 소요시간 : 1시간
ㅇ 난이도 :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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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솔바람길 2코스
칠갑산 자락에는 소나무가 많아 솔바람길로 통하는 길이 많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2개의 대웅전을 모시고 있는 천년 고찰 장곡사에서 시작해 사방천지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붉은 흙길을 따라 오른다. 종국에는 굽이치는 파도의 모습을 닮은 아흔아홉 칠갑산 능선과 마주한다. 정상까지는 다소 가파른 길이 이어져 다소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울창한 숲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볕을 막아주는 지붕 역할을 해준다.
ㅇ 코스경로 : 장곡주차장 ~ 장승공원 ~ 은행나무길 ~ 장곡사 ~ 사찰로 ~ 거북바위 ~ 송림구간 ~ 정상 ~ 장곡로 ~ 삼형제봉 ~ 금두산 ~ 백리산~ 장곡먹거리촌 ~ 장곡주차장
ㅇ 거리 : 10.2km
ㅇ 소요시간 : 3시간 30분
ㅇ 난이도 : 어려움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월간산 추천, 7월에 걷기 좋은 길 4선
서현우2024. 7. 1. 07:30
양평 물소리길 4코스 버드나무나루께길
양평 물소리길의 하이라이트인 길이다. 양평역에서 남한강변과 남한강 지류인 흑천의 물길을 따라 원덕역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나루께는 나루터라는 의미로 걸으면서 버드나무 나루터를 만날 수 있다.
춤추는 버드나무를 벗 삼아 걸을 수 있다. 걷는 길 곳곳에 '하나부터 열까지 오로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난 항상 네 편이야', '아무런 조건 없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 아름다운 액자에 담긴 가슴 따뜻해지는 글귀들이 정겹다.
벚꽃나무 구간이 있어 봄에 찾아도 좋다.
코스
양평역~갈산공원~현덕교~양평 해장국거리~물소리길쉼터~원덕역
거리
10.8km.
소요시간
3시간 30분
통영 매물도 해품길
매물도 해품길은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즐긴 뒤 다음 배 시간을 기다리면서 가볍고 한적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길을 따라 폐교 운동장에 들어서면 일찍 찾아온 여름 햇살 덕분에 만개한 수국과 멋진 바다 풍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윽고 사방으로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 원두막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쉰다.
코스를 걷는 내내 쉬어갈 만한 곳과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날 수 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어 상쾌하다.
백패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폐교 운동장에서 묵어도 좋다. 폐교는 경사가 심하지 않은 대항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코스
당금마을~장군봉~대항마을
거리
5.2km
소요시간
2시간 30분
삼척 덕풍계곡
응봉산에서 발원한 덕풍계곡은 남한에서 가장 긴 계곡 중 하나로 여름 최고의 오지계곡으로 꼽힌다. 이 계곡을 그대로 거슬러 올라 응봉산 정상까지 치고 오르는 코스는 우리나라 계곡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위험하고 험난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전체 코스는 지금 개방되어 있지 않다.
다만 중간 제2용소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는 잘 정비되어 있다. 철제 계단과 난간들이 잘 만들어져 있기에 힘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어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해 찾고 있다. 깊고 맑은 계류를 시종일관 즐길 수 있다.
코스
덕풍마을 주차장~제1용소~제2용소~원점회귀
거리
6.2km(왕복)
소요시간
3시간
춘천 산수길(함께하길-놀다가길-건강하길)
국립춘천숲체원 내에 조성된 2.6km의 자그마한 걷기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걷기 좋은 명품숲길 50선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숲체원 내에는 총 7개의 코스가 있고 이들이 서로 둘레길 형태로 연결돼 있다. 이 중 상기 3개 코스는 숲체원 맞은편 계곡 너머를 따라 조성돼 있다. 경사가 완만하고 물길을 따라 숲길이 형성되어 있어 경관과 예술성이 뛰어나다. 숲체원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걸을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계곡 이름은 삼한골로 구릉을 형성한 넓은 지역이 한 곳으로 모이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고 기암괴석이 절경을 자랑할 뿐 아니라 계곡을 따라 다수의 폭포가 형성되어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숲체원이라 방문을 위해선 사전 예약이 필수적이다.
코스
국립춘천숲체원 숲길 기점번호 1번~2번~3번~10번~사방댐
거리
2.6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다산은 한밤에도 이 산길 넘었다…'절친 우정'이 만든 명품 숲길
손민호2024. 6. 27. 05:01
「 강해영 트래블③ 트레일 」
전남 강진의 '다산오솔길'. 유배 시절 다산 정약용이 머물렀던 초당과 고개 너머 백련사를 잇는 길이다. 사진은 백련사 차밭. 녹음 우거진 여름이어서 사방이 온통 푸르다. 손민호 기자
강해영은 전남 강진·해남·영암 세 개 고장이 연합해 구축한 관광 브랜드다. 이 세 고장의 관광 콘텐트를 소개하는 week& 연재기획이 ‘강해영 트래블’이다. 4월에는 강해영 세 고장의 대표 향토음식을 다뤘고, 5월에는 전통 숙소와 숙박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6월에는 이들 세 고장의 이름난 트레일(걷기여행길)을 걷는다. 강진에는 다산이 수없이 오르내렸던 오솔길이 있고, 해남에는 금강 스님이 손수 일군 산길이 있고, 영암에는 월출산 기운을 품은 숲길이 있다. 길을 걷는 건, 누군가의 흔적을 되밟는 행동이다. 강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강해영의 길을 걷는 건, 남도 사람과 같은 숨을 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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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다산오솔길
다산 초당. 유배 시절 다산 정약용이 약 10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이곳에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다산의 주요 저서 대부분이 생산됐다. 손민호 기자
강진은 다산의 고장이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남도 끄트머리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를 했다. 강진으로 내려왔을 때 서른아홉 살이었던 다산은 쉰여섯 중늙은이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세월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다산은 강진 유배 시절 『목민심서』를 비롯해 500권이 넘는 저작 대부분을 집필했다. 다산의 집필활동은 만덕산(408m) 남쪽 자락 초당에서 보낸 10여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초당의 다산이 집필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니다. 다산은 강진에서 벗을 얻었다. 백련사 주지 혜장(1772~1811)이다. 실학자와 승려는 차(茶)로 이어졌다. 다산은 차를 좋아했고, 혜장은 차에 밝았다. 예부터 만덕산은 차로 유명했고, 만덕산 아랫자락의 백련사는 아직도 차밭을 가꾸고 있다.
백련사 동백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 군락지다. 붉은 동백꽃 없는 백련사 동백숲을 처음 걸었다. 꽃이 없어도 좋았다. 손민호 기자
초당에서 머물던 시절 다산은 백련사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무던히도 넘었다. 벗도 만나고 차도 구하기 위해서였다. 백련사에서 초당까지 1㎞ 남짓한 고갯길을 ‘다산오솔길’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다산이 삼경(三庚), 그러니까 자정 즈음에도 횃불 앞세우고 산길을 걸어 혜장을 만났다는 기록이 전해 온다. 선비와 승려가 오간 길이었으니, 유교와 불교가 만난 길이다.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 가는 고갯길. 숲이 생각보다 깊어 내내 그늘이 드리웠다. 손민호 기자
다산오솔길은 원래 봄날에 걷기 좋은 길이다. 백련사와 차밭 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련사 동백숲이 있어서다. 걸어보니 여름에도 좋았다. 숲이 생각보다 깊어 그늘에서 걸을 수 있었다. 초당과 백련사를 잇는 고갯길은 1㎞ 남짓한 거리지만, 백련사 아래 주차장에서 초당 아래 다산박물관까지는 2㎞가 넘는다. 기웃거리며 걷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산박물관에서 초당까지 이어진 숲길에 최근 야자 매트가 깔렸다. 원래는 나무뿌리가 드러나 ‘뿌리의 길’이라 불렸는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정비했다고 한다. 남해안 종주 트레일 ‘남파랑길’ 83코스가 다산 오솔길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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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기찬묏길
전남 영암의 대표 트레일 ‘기찬묏길’의 1구간 ‘생태(자연)의 길’ 황톳길. 영암 주민이 신발을 벗고 그늘 그윽한 숲길을 걷고 있다. 손민호 기자
영암의 ‘기찬묏길’은 표기법이 특이하다. ‘기(氣)’ 자를 굳이 한자로 써 ‘氣찬묏길’이라 한다. 그만큼 기운을 중시한다. 어디의 기운이냐. 영산(靈山) 월출산(810m)의 기운이다. 월출산 북쪽 기슭을 따라 기찬묏길이 이어진다. 기찬묏길은 월출산 북쪽 자락길이자 월출산을 채 두르지 못한 둘레길이다. 천황사, 월출산 기찬랜드, 왕인박사 유적지 등 영암의 주요 명소도 기찬묏길이 꼬박꼬박 들른다.
길은 더할 나위 없이 걷기에 좋다. 하나 길 정보는 엉망이다. 지도와 안내판에 표시된 코스 정보가 다르다. 영암군에서 제작한 기찬묏길 지도를 보면 기찬묏길은 모두 4개 구간 총 15㎞ 길이의 트레일이다. 그러나 기체육공원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3개 구간 18㎞ 길이로 표시돼 있다. 놀랍게도 길은 같은 코스를 지난다. 두 개 중의 하나는 길 정보가 틀렸다는 얘기다. 일부 갈림길에선 이정표가 없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영암의 대표 명소 '월출산 기찬랜드'의 한옥 숙소 기찬재. 뒤에 보이는 산자락이 월출산이다. 손민호 기자
그럼에도 기찬묏길은 걸을 만한 길이다. 몇몇 구간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트레일이어서다. 특히 기체육공원과 월출산 기찬랜드를 잇는 ‘힐링의 길’ 2㎞ 구간과 천황사에서 기체육공원까지의 ‘생태(자연)의 길’ 4.5㎞ 구간은 그늘 드리운 완만한 숲길이어서 한여름에도 걷기에 좋다. ‘힐링의 길’에는 황토를 깐 맨발 걷기 구간도 있고, ‘생태(자연)의 길’은 중간에 노송 우거진 솔바람숲을 지난다.
기찬묏길 중간의 월출산 기찬랜드는 영암의 대표 명소다. 한옥 숙소 ‘기찬재’를 비롯해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영암곤충박물관, 가야금산조기념관 등이 모여 있다. 흥미로운 곳은 조훈현바둑기념관이다. 영암 출신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의 바둑 인생이 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제1회 응씨배 우승컵이 여기에 모셔져 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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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고도
전남 해남 미황사 입구. 절집 뒤로 달마산이 보인다. 미황사를 손수 일군 금강 스님이 달마산 중턱을 한 바퀴 도는 '달마고도'도 만들었다. 손민호 기자
불교에서는 길을 걷는 것도 수행이다. 포행(布行)이라 한다. 길을 걷는다고 깨달음을 얻을까 싶지만, 적어도 세상사 시름 따윈 잊게 된다. 포행에 가장 어울리는 길이 해남에 있다. 달마산(498m) 중턱을 연결한 ‘달마고도’다. 달마고도는 불교적 기운으로 충만하다. 중국 선승 달마 대사의 이름을 딴 달마산에 난 산길인 데다, 달마산 미황사를 손수 일군 금강 스님이 복원한 옛길이어서다.
달마고도는 미황사 사천왕문에서 시작해 달마산 중턱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모두 4개 코스로 전체 길이는 17.74㎞다. 2017년 조성했는데, 길을 내게 된 사연이 있다. 당시 미황사 주지였던 금강 스님의 말이다.
“옛날 미황사가 암자 12개를 거느린 큰 절이었던 시절, 암자를 잇는 옛길이 있었어요. 그 길을 다시 잇고 싶었어요. 옛길을 찾고 다시 잇는데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미황사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경덕왕 8년(749) 창건했다고 전해지나, 19세기 이후 한동안 버려졌었다. 폐사지나 다름없던 미황사를 되살린 주인공이 금강 스님이다. 지게로 바위를 나르고 손수 돌담을 쌓아 옛 가람을 다시 일으켰다. 1989년 미황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금강 스님은 2001년부터 20년간 주지로 미황사를 이끌었다. 그 사이 미황사는 전국구 사찰로 거듭났다. 보물로 지정된 미황사 대웅보전이 2022년부터 해체복원공사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달마고도를 걷고 있는 스님. 달마고도는 미황사 전 주지 금강 스님이 옛길을 복원해 만들었다. 손민호 기자
달마고도는 흔한 데크로드 하나 없는 순전한 숲길이다. 길은 미황사에서 냈지만, 현재 운영은 해남군청에 주도한다. 코로나 사태에도 거의 매주 주말 걷기 행사를 진행했고, 스탬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완주 메달을 나눠줬다. 크게 어려운 구간은 없으나 워낙 길어 7시간 정도 걸어야 완보할 수 있다. 남파랑길 90코스 전반부 약 5㎞가 미황사에서 시작하는 달마고도 4코스와 고스란히 포개진다.
■ 📝 강해영 시티투어
「
해남 땅끝탑. 한반도 최남단 땅끝 지점에 조성됐다. 땅끝탑 앞에서 남해안 종주 트레일 ‘남파랑길’과 서해안 종주 트레일 ‘서해랑길’이 만난다. 손민호 기자
전남 강진·해남·영암의 공동 관광 브랜드 ‘강해영’이 첫 합동 상품을 출시했다. 세 개 고장의 명소를 두루 돌아보는 시티투어 패키지여행이다. ‘강해영 시티투어’는 매주 토요일 모두 27차례에 걸쳐 서울에서 출발한다. 강진·해남, 해남·영암, 영암·강진 세 개 루트가 각자 다른 여정을 3개씩 꾸려 모두 9개의 여행상품을 만들었고, 이 9개 상품이 번갈아가며 3차례씩 운용된다. 이를테면 29일 출발하는 해남·영암 상품은 해남 땅끝전망대∼대흥사∼포레스트 수목원 등을 둘러보고 영암 도갑사∼영암도기박물관 등을 방문한다. 다음달 6일 출발하는 영암·강진 상품은 기찬랜드∼기찬묏길∼도갑사∼백련사∼다산초당∼사의재 마당극 공연 등의 여정으로 구성된다. 1박2일 1인 9만9000원(2인실 기준). 식사 1끼 제공, 20인 이상 출발. ‘여행공방(tour08.co.kr)’이 운영한다.
」
김경진 기자
강진ㆍ해남ㆍ영암=글ㆍ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힐링 맛집! 트래킹 맛집!" 국립공원 숨은 보석 같은 트레킹 코스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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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각박한 일상에 지쳐 있나요? 그렇다면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을 추천합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오늘은 여러분의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전국 국립공원의 숨은 명소 4곳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이 코스들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또는 홀로 떠나는 힐링 트레킹 여행. 자연을 벗 삼아 느리게 걸으며 삶의 여유를 되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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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의 아름다운 자락을 따라 조성된 12개의 자락길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코스가 바로 1코스 '달밭길'입니다. 초암사를 출발해 죽계구곡을 지나는 이 길은 자연이 선사하는 청량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트레킹하기에 그만이에요.
수백 년 된 노송들이 빽빽이 들어선 초암사를 지나 죽계구곡에 다다르면, 맑디맑은 계곡물이 발아래로 졸졸 흐르는 소리가 귀를 휴식시켜 줍니다. 울창한 숲의 그늘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걷노라면 세속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마저 들죠.
특히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죽계구곡 끝자락에 자리한 드넓은 잣나무 숲입니다. 키 큰 잣나무들이 늘어선 숲속에는 명상과 휴식을 위한 공간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요.
이곳에서 맑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면 그 어떤 힐링여행지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깊은 치유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달밭길'에는 탐방객의 발길이 뜸해 고요하고 여유로운 트레킹이 가능한 것도 큰 매력입니다. 쉴 곳이 많지 않은 정상부와 달리 이 길에서는 경치 좋은 곳마다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답니다.
죽계구곡의 청량함에 발걸음을 맡기고 자연과 하나 되어보세요. 지친 심신에 깊은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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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치악산에는 총 6개 코스, 75km에 이르는 아름다운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1코스 '꽃밭머리길'은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로,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에요.
둘레길 초입에 자리한 국형사주차장에서 길을 시작해보세요. 울창한 숲길을 한동안 걷다 보면 깨끗한 계곡을 품은 관음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계곡 너머로 들리는 새소리와 물소리가 한층 경쾌함을 더해주죠. 자연이 들려주는 청아한 선율에 마음을 맡기고 천천히 걸어보세요.
또 이 길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난 볼거리도 많답니다. 길가에 위치한 성문사에서는 굽이굽이 이어진 사찰 계단을 오르는 재미가, 관음사 인근 전망 포인트에서는 원주시내를 한눈에 담는 짜릿함이 기다리고 있어요.
자녀들과 함께 자연 속 추억을 쌓으며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꽃밭머리길의 끝자락, 제일참숯에서 국형사로 되돌아가는 길은 약간의 코스 변경이 필요합니다.
둘레길을 따라 다시 걸어가기엔 다소 먼 거리이기에, 제일참숯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국형사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해드려요. 교통편을 적절히 활용해 부담 없이 트레킹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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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수행의 길로 알려진 오대산 선재길.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이 오솔길에는 수 백 년을 간직한 너도밤나무, 주목나무, 전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걷는 내내 청량한 숲내음이 코끝을 간질이죠.
선재길 초입에 자리한 월정사의 일주문을 지나면 울창한 전나무숲길이 시작됩니다. 1km 넘게 이어지는 전나무 군락은 마치 초록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죠. 시원한 나무 아래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맑고 청아한 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깊고 험한 산세 탓에 선재길 전체를 걷기엔 체력적으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그럴 땐 월정사 주변의 전나무숲길만 집중적으로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짙은 녹음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터널을 따라 걷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숲속에 난 작은 휴게 공간에 앉아 명상을 하며 복잡했던 마음을 비워내 보세요.
숲길을 거닐다 지치면 월정사나 상원사 인근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전나무숲에서 맑고 투명한 힐링을 얻고 싶다면, 주저 말고 선재길로 떠나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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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 그중에서도 미륵산과 한산도 해안을 잇는 '바다백리길 1구간'은 에메랄드빛 남해바다와 어우러진 비경으로 이름난 곳이에요.
이 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미륵산 기슭에 자리한 미래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려수도의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전망과 함께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울창한 편백나무숲을 지나고 나면 바다 냄새를 품은 바람이 등산객들을 반깁니다. 코스 중간쯤에 위치한 미륵산은 바다백리길 1구간의 하이라이트!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의 수려한 경관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에메랄드빛 남해와 떠있는 섬들, 그리고 그 위로 저무는 노을. 그 절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아름다움에 눈이 휘둥그레질 거예요.
이어지는 길에서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멋진 절경들이 이어집니다. 산과 바다가 빚어내는 그림 같은 풍광에 발걸음이 절로 경쾌해지는 길, 달아전망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아름다운 여정이 마무리됩니다.
비교적 긴 코스인 만큼 체력적 부담이 있을 수 있는데요. 피로를 느끼거나 전체 구간을 걷기 어려울 땐 중간 지점에서 탈출하는 것도 좋습니다.
야소마을이나 산양읍 인근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미래사나 달아공원 등으로 되돌아가 보세요. 장엄한 자연의 경관 속에서 자신만의 삶과 존재를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 지금 바다백리길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국립공원의 숨겨진 비경 속에서 힐링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 어떠셨나요? 죽계구곡의 청아한 계곡물과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오대산 전나무숲, 고즈넉한 사찰 풍경 가득한 치악산 둘레길, 그리고 에메랄드빛 남해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 한려해상 바다백리길까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여정이었습니다.평소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자신만의 내면과 마주하며, 오로지 나를 위한 힐링에 집중하는 그 시간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떠나는 트레킹 여행. 때론 가족과 함께, 때론 나 홀로 자연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어느새 지친 심신에도 활력이 샘솟고, 삶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