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객기(客氣) / 김 난 석
적당한 테두리 안에서 요긴하게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필요한 만큼만 내보이고 들여다보면서
또 그만큼만 내주고 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일러
합리적인 사람이라 이르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동등한 가치의 무한교환시스템이므로
이러한 이치가 철저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거래나 교역에 있어서 특별한 이유 없이
덤을 얹어주거나 덜어주는 일은 없으며,
오로지 주는 것만큼 받고 받는 것만큼 주게 된다.
민주사회도 이치가 이와 마찬가지여서
사람마다 동등한 인격을 인정받으며,
정치적으로도 동등한 대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니 시장경제의 자유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합리인이라 말해도 크게 어긋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치와는 달리
더러는 객기(客氣)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객쩍게 부리는 혈기를 객기라고 하는데,
적당한 테두리 밖이 되어 요긴하지 않음을 객쩍다 하고,
객기를 행동으로 보일 때 객기를 부린다고 하며,
객쩍게 보일 때 객스럽다고 한다.
살아가는 재미는 철저한 합리성보다는
객기를 조금 부리는 곳에 그 묘미가 더 있는지도 모른다.
목적도 없이 열차에 몸을 싣고 내달려보는 것이나
안온한 집을 놔두고 어둑한 밤에 허름한 시골 역 주변의
반겨주는 이도 없는 여인숙에 들어 객고(客苦)를 푸는 것이나
내키지 않는 분위기지만 안주 몇 개 시켜놓고
헤픈 듯한 주모와 사랑놀이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너스레를 떨어보는 것도 그런 것일 것이다.
얼마 전에 사이버 상에서 서너 번 메일을 주고받았을 뿐인
어느 네티즌이 찾아왔었다.
내가 사는 가까운 곳의 사람이라면 모르거니와
저 멀리 북경에 살고 있다니,
그것도 이 나이에 나처럼 건들거리며 시간이나 축내는 이라면 또 모르거니와
사는 곳에서 병원을 여덟 군데나 운영하고 있다니,
적당한 테두리를 벗어나도 한참이나 벗어난 사람의
거동이 아닐 수 없었다.
나도 그렇지.
무슨 큰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마다않고 서울의 반반한 호텔 커피숍으로 안내해 조우를 했으니,
이것도 적당한 테두리를 벗어나도 한참이나 벗어난 거동일 것이었다.
차 한 잔의 대화로 금세 의기투합해 유흥가로 들어섰는데,
한참 헤매다가 찾아들어간 곳은 겨우 석촌 호반의 포장마차였으니
이것도 서로의 행색하고는 한참이나 벗어난 이들의
객기어린 투합이었다 하겠다.
바야흐로 봄기운이 완연하다.
회색빛 길가에 꽃망울들이 움트고
산에 들에 온갖 꽃들이 벙글대고 있다.
이를 두고 자연의 오묘한 조화라고들 하지만
지난 해 파랗게 돋았던 새싹이 들판에 그대로 돋아나는 것도 아니요
화사하게 피었던 꽃들이 꼭 그 자리에 그렇게 피어나리라는 법도 없다.
자연이 그러하거늘
가끔은 객기를 부리며 살아간다고 해서 삶의 조화를 잃는 것도 아니니
이 화창한 봄날,
받아둔 객기 어린 초대장들을 모두 꺼내놔야겠다.(지난 단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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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성형외과 의사였죠.
중국에 이민하여 북경 여기저기에서 성형외과 병원을 운영한다는 분이었죠.
카페에 들어와 북경 뒷골목의 퇴폐적 행태를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지요.
그것이 한국인의 눈에 이색적으로 보일 것으로 생각했기에 그랬을 겁니다.
주로 남성들의 엽색적 이야기가 주종을 이뤘으니
자연 정사장면과 나체가 자주 등장했지요.
이걸 외국의 이색문화로 봐줘도 괜찮을 텐데
어떤 회원의 스팸신고가 들어오자 운영자가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죠.
자연 게시자와 운영자 사이에 다툼이 생기고, 화가 났던지
그런 틈에 저를 찾아왔던 거지요.
별것도 아닌 일이 발단이 되어 생긴 이야기를 해봤네요.
그런데 객기라 해도 남에게 불쾌감을 줘서는 아니 되겠지요.
조금 안다고 상대방 위에 올라서려하진 않았는지
내 생각과 다르다고 면박을 주진 않았는지
내 맘에 안 든다고 언짢은 반응을 보이진 않았는지
그런 것들이 염려되어 지난날의 글이나 말들을 거둬들이고 싶을 때도 있죠.
엎질러진 물은 어찌 할 수가 없지만
앞으로 진중하고 진중하게 처신하면 되는 거죠.
어제는 자유게시판 문화나들이가 있어서 참여해보고
회원들을 만나보고, 더러는 직접 대화도 해봤는데
이야기 하면서 너무 많이 나간 건 아닌지
후기를 쓴다고 너무 나간 건 아닌지
댓글을 쓴다고 너무 나간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모두 살갑게 가까이 다가가 보려고 그런 것이니
허물이 있다손 치더라도 너그럽게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객기라...
누구나가 싫어하고 내치는 객기를 최근들어 두어번 하고나니
재 탄생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던걸여~
뉘우치고나니 잘 부렷다는 생각도 들고요 ㅎ
그랬군요.
볼링만 하지마시고 장수상회도 다녀가실걸 그랬지요.
그런데 객기도 상대방이 받아주기만 한다면야 재미있지요. 주변에서 재를 뿌리기도 하지만요.
아주 드물게 저 역시도
객기를 부릴 때가 있습니다
제 속에 있는 본연의 기운에
남의 기운이 덧씌어져
마치 손님이 다녀가듯
한 번 부리고 마는 객기...
장수상회 쇼핑은 잘 오셨습니다
그렇게 봄바람도 쏘이시고
후배들과 어울려 덕담도 주시니
반가울 수 밖에요
사실 여인네들은 수다 맛이고 사내들은 너스레 맛이지요.
그런데 카페에서는 좀 조심스럽데요.
그래서 저는 가끔 이렇게 기어를 바꾼답니다.
반가웠어요 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