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헬로윈, 감마레이, 블라인드 가디언 등의 멜로딕 스피드 메탈에만 빠져지내 살던 1998년 어느날... 공중파 방송에서 울려퍼진 '닥쳐! 닥치고 가만있어!!' 라는 외침은 당시 고작 15살 중학생이던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은 단순히 공중파 방송 무대에서 '닥쳐' 라는 가사가 당당하게 울려퍼졌다는 점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전까지 국내 락/메탈씬은 거들떠도 안보고 오로지 해외 락/메탈씬만 추종하며 살아왔던 저에게는 '국내에도 이런 시원시원한 밴드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서 온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크라잉 넛을 알게되고 드럭을 알게되면서 국내 락/메탈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 17년. 지난 17년간 들어왔던 많은 앨범들 중에서 저에게 있어 가장 의미있는 앨범 10장을 뽑아봤습니다. 1. 신해철 - 정글스토리 OST (1996) (팬심 조금담아) 국내 OST 역사상 가장 훌륭한 앨범이라 주장해보는 故신해철의 정글스토리 OST. 영화는 관객수 6천명으로 쫄딱 망했으나 OST 가 대박나며 역시 신해철이라는 말이 절로나오게 해준 앨범이었는데, 정말 어느 한곡하나 버릴 수 없는 명반입니다. 처음 앨범을 접했을때는 호기넘치는 '백수가' 를 가장 좋아했으나 어느샌가 '70년대에 바침' 의 서정적인 멜로디에 빠져들었고, 현재는 '그냥 걷고 있는거지' 의 서사적인 전개에 빠져들며 들을때마다 감동을 느끼는 앨범입니다. 2. 넥스트 - Lazenca-A Space Rock Opera (1997)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넥스트하면 당연히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앨범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애시당초 국내에 이정도 스케일의 컨셉 앨범이 있었는가를 생각하니 이 앨범도 넘어갈 수 가 없겠는데 결국 저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하며 많은 감정이입을 하게 해줬던 이 앨범을 선택했습니다. 그동안 해외밴드의 앨범타이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락오페라' 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앨범입니다. 3. 크라잉 넛 - Crying Nut (1998) 서론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저를 국내씬에도 관심갖게 해준 밴드가 바로 크라잉 넛 이었고 바로 이 앨범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단순하지만 시원시원한 가사가 카타르시스를 줬고 전형적인 펑크사운드에 때로는 메탈스러우면서도 때로는 프로그레시브한 모습까지 이 한장의 앨범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4. Various Artists - 조선펑크 (1999) 클럽하드코어 아싸오방 시리즈, 3000펑크와 함께 국내 하드코어/펑크 컴필레이션 앨범의 3대장 조선펑크. 크라잉 넛, 레이지 본, 쟈니로얄 등 국내씬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밴드들이 모두 참여하였고, 그 수록곡들은 현재에 와서는 각 밴드들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곡들로 채워져있습니다. 저는 이 앨범을 통해 18크럭을 알게 되었고 아직까지 18크럭은 제가 좋아하는 국내밴드 탑3 라 할 수 있겠습니다. 5. 노 브레인 - 청년폭도 맹진가 (2000) 그 명성에 비해 정식 앨범의 발매는 조금 늦었지만 그 기다린 시간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노 브레인의 1집 청년폭도 맹진가 입니다. 2CD 분량에 한장은 완벽한 조선펑크로, 또 한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감성적인 곡들로 채워져 양과 질 모두를 충족한 전설의 앨범이라 할 수 있겠네요. 6. 닥터코어 911 - 非正산조 (2000) 세기말 들이닥친 뉴메탈의 열풍은 국내씬에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며 많은 밴드들이 나타났지만 결국 이 앨범 하나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빠르고 스트레이트하게 몰아치는 전개와 직설적인 가사, 터뜨릴때 터뜨려주는 완급조절까지 듣고 즐기고 놀기에 부족함이 없는 국내 뉴메탈씬의 기념비적인 앨범이라 외쳐봅니다. 7. 바세린 - Blood of Immortality (2004) 성공한(?) 직장인 밴드 바세린의 2집 Blood of Immortality 는 하드코어 본질의 강렬함속에 이모코어적인 감수성을 적절히 녹여낸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올드스쿨 하드코어 팬들에게는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저처럼 라이트한 하드코어 팬들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듯 하네요. 8.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평온하면서도 참 아름다운 밴드 언니네 이발관.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선율과, 평온한 멜로디, 관중을 휘어잡을 하드함까지 언니네 이발관의 모든것을 담아낸 절대 보통이지 않은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 입니다. 9. 옐로우 몬스터즈 - Yellow Monsters (2010) 껌엑스 이용원, 델리스파이스 최재혁, 마이앤트메리 한진영의 3명이 뭉친 슈퍼(?!) 프로젝트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의 첫 정규앨범 입니다. 단순한 펑크사운드를 넘어 메탈의 강렬함까지 느낄 수 있는 옐로우 몬스터즈만의 스타일을 정의한 앨범으로 2010년대 놓쳐서는 안될 앨범으로 추천합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그동안 음원으로만 듣고 즐겼던 국내씬에 대해 본격적으로 찾아가서 라이브로 듣고 즐기는 취미를 갖게 해준 계기가 된 앨범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네요. 10. Our Nation 1~4집(1996, 1998, 1999, 2000) 국내 인디씬을 논하는데 있어서 Our Nation 시리즈를 빼고 논할 수 있을까요. 1집 크라잉 넛 & 옐로우 키친 2집 노 브레인 & 위퍼 3집 18크럭 & 새봄에 핀 딸기꽃 4집 레이지 본 & 쟈니로얄 총 6장의 시리즈 중 5~6집은 다소 열기가 식은 상태에서 발매되어 쉽게 잊혀졌지만, 위의 열거한 1~4집까지는 그야말로 국내 인디씬을 이끌어온 장본인들이 참여했고, 그 반응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해외 시장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시장이지만 이 작은 시장에서도 무언가를 해 볼 수는 있겠다는 그 시작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Our Nation 시리즈는 대한민국 인디 20년 역사의 가장 첫줄에 기록되어야할 앨범들이라 생각합니다. |
출처: SlipkoRn -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라이오라~™
첫댓글 Our Nation2집과 신해철4집은 내가 좋아 하는 '국내 앨범'이 아니라 '소유중인 앨범' 탑10에 들어갈 명반.
흠... Our nation은 당시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급 관심이 생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