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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표 by. 강하지
천국과 지옥, 그 경계선
중 3때의 유리에게 은재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학기 초 국사수업 중 짝과 함께하는 숙제를 하나 내주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둘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나눠본 짝꿍이었다.
사실 중학교를 입학하자마자 간간히 친구들의 입에서 그의 이름을 듣긴 했지만 워낙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에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3학년 같은 반이 되어서야 은재의 이름과 얼굴을 정확히 매치하기 시작했다. 뭐, 은재도 그러하였을 것이리라.
그렇게 가게 된 은재의 집에서 유리는 심플한 벽에 걸린 가족사진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은재에게 유리가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그날 이후, 유리는 은재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라도 되는 양 학교 숙제에서부터 시작해 준비물, 시험공부 심지어는 은재가 술을 먹고 다음 날 등교할 때에는 귀신같이 알아내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
그가 자신을 귀찮은 존재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그와 친구라는 것을 하고 싶었다.
아니, 동경했다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아빠, 엄마, 형 이렇게 누구나 꿈꾸는 가족이 강 은재의 가족이 였으니까. 그런 집의 막내로 사랑받고 지내는 강 은재가 부러웠으니까.
평범한 가족이라는 것이 뭐가 그렇게 힘든 것인지, 항상 남자와 술에 찌들어 있던 엄마의 곁에서 그녀는 평범한 가족을 꿈꿨다.
천국과 지옥, 그 경계선
1
똑똑
“언니, 일어났어?”
휴, 벌써 학교 갈 시간이 된 건가.
어제 밤 내내 그렇게 뒤척이다 잠 한 숨 자지 못한 그녀였다. 유리는 푹 자지 못해 푸석푸석해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번 쓸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일어났구나. 얼른 씻고 밥 먹으러 내려오래, 엄마가”
답답해. 듣는 체도 하지 않는 그녀를 알면서도 얼굴에 미소를 거두지 않고 계속 쫑알대는 다혜를 보며 유리는 답답함을 느꼈다.
다혜는 배려하며 생각해주 듯 싶지만 이건 분명 유리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것과 같았다.
“뭐가 그렇게 좋아?”
유리는 뒤 돌아 웃고 있는 다혜를 아무 표정 없이 쳐다보며 물었다.
“어..어?”
“넌 뭐가 그렇게 신나서 웃고 있니?”
“나..난 그냥..언니가..”
“그 언니라는 말 좀!!”
“언..니..”
“나는 문 유리야, 민 유리가 아니라. 죽어도 니 언니 민 유리 해줄 생각 없어. 언니가 필요하면 딴 데 가서 알아봐.”
그렇게 유리는 단호하고 지독히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저 다 내뱉고는 다시 욕실로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려 버릴 것 같은 눈을 하고 있는 다혜가 정말이지 미웠다.
민 다혜. 숨막힌다 정말. 하아-
알고 있다. 이 아이가 얼마나 상처 받을지는. 하지만 유리에게 그 아이의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그녀 자신이 상처 받지 않는 것에 제일 급급했기에.
그녀는 이 집에서 주방에 가기를 매우 꺼린다. 주방에는 식탁이 있고 그 식탁에는 그들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도란도란 모여 앉아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워야 했기에. 분명 자신이 언젠가 간절히 꿈꿔왔던 이상적인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도 그들은 어김없이 다 모여 앉아있었다.
교복 넥타이를 매며 주방에 들어오는 유리를 보며 은혜가 물었다.
“다 챙겼니? 어서 앉으렴.”
“네..”
“유리는 뭐 배우고 싶은 거 없니? 가령 피아노라던가, 아니면 미술이라던가.”
예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조금의 악의도 없이 물어오는 이 사람. 하나도 빠짐없이 다혜가 닮은 새 엄마. 다른 여자의 아이 유리에게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했고 무서울 정도로 악한 자신의 엄마에게 한없이 약했다. 미안함이 그렇게도 큰 걸까. 이 여자들은 정말 미련하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 그럼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말하고. 알았니?”
“네”
그래서 싫다. 굳이 죄를 따지자면 죄인은 추악한 말과 행동으로 가정이 있는 남자를 빼앗으려 한 자신의 엄마 미리와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유리다. 하지만 다혜와 새 엄마 은혜는 마치 자신들이 죄인인 마냥 유리의 눈치만 보기 급했고, 자신의 기분을 맞추려 애쓰는 그녀들이다.
그녀의 엄마는 18살의 나이에 민 준을 만났다. 민 준을 사랑이라 믿으며 유리와 같은 19살의 나이에 그녀를 낳았지만 민 준은 흔히 말하는 재벌에 속했고 집안에서 정해 준 약혼자까지 있었다. 그런 그가 평범하지도 못한 고아 미리를 사랑으로 끝까지 붙잡고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런 민 준을 미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민 준은 유리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이어갔다.
처음 만난 그 날 그때처럼.
유리는 그런 민 준을 한번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언..언니 더 안 먹어?”
“흠”
“그래 유리야, 더 먹지 않고.”
“입맛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먼저 일어날께요.”
“언..언니 같이 가!”
아무래도 저 애는 벨도 없나보다.
그렇게 생각 한 유리는 가방을 들고서 집을 나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곤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다행이다. 오늘은 어제처럼 비가 내리지 않아서.
“하아..하아..머..먼저 가는 게 어..어딨어”
다혜는 숨이 부친 지 숨을 몰아쉬면서도 유리의 걸음에 맞추기 위해 애쓴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 올 때에는 항상 말을 더듬으며 무서워하면서도 왜 이렇게 함께 하려고 애쓰는지, 왜 굳이 대화라는 걸 하려하는 지 유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이해할 생각도 없다.
“치, 그냥 기사아저씨 차 타구 학교가면 좋잖아….”
“…….”
“아 그나저나 언니 담배는 아직 안 끊은 거야?”
담배라는 단어가 다혜의 입에서 나오자 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나올 단어라기엔 참 안 어울리는 단어다.
다혜는 164의 키를 가지고 있는 유리보다는 약간 아담한 작은 키에 조금 더 걷다가는 곧 부러지기라도 할 기세인 다리와 뼈까지도 얇아 보이는 팔, 얼굴은 핏기초자 보기 힘들 만큼 창백했으며 두 눈은 툭 건들기만 해도 눈물을 또르르 떨어트려 버릴 것만 같기만 하다.
그와 대조적으로 눈동자는 티 없이 맑기만 했다. 그녀의 성격을 말해주 듯.
남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다혜는 만성위염을 앓고 있는, 툭하면 병원을 왔다갔다하기 바쁜, 흔히 말해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었다.
“..아..아니 난 그냥.. 부모님들이 아시면..”
“아, 정말 시끄러워.”
“…….”
또 저 눈이야. 그렁그렁 눈물이 가득 찬 눈. 하아- 한 숨을 작게 쉬고는 다혜에게서 몸을 틀어 교복 치마 주머니에서 mp3를 꺼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유리는 mp3 이어폰을 귀에 꼽았지만 사실 버튼을 누르지 않은 체 시늉만 하는 것이다. 누구도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어벽 같은, 그런. 앞만 보며 몇 분을 걷자 정류장은 어느 새 가까워지고, 유리가 정류장에 마저 도착하려던 발걸음은 그 옆에 보이는 검은 실루엣에 멈칫하고 만다.
강 은재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는 않는 그녀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이러는 지, 원래의 은재라면 여기 이 동네에서 버스 탈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녀의 주변을 지키던 은재다.
정류장에 기대어 있던 그도 유리의 기척을 느꼈는지 기대어있던 등을 떼고는 그녀에게 시선을 둔다.
“언니, 뭐해. 안 가?”
가방 끈이 무슨 생명줄이라도 되는 마냥 꼭 쥐고는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며 그녀에게 물어오는 다혜가 아니었다면 유리는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거다.
“어? 은재 오빠네?”
그제야 은재를 발견 한 다혜는 씽긋 웃으며 은재에게로 달려간다.
“오빠! 여긴 왠 일이야?”
잔뜩 기대에 부풀어 묻는 다혜의 말에도 은재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 은재를 알고 있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다혜가 물었다.
“오빠 여기서 버스 타는거야? 왜?”
다행히 버스는 때 맞춰 그들 앞에 나타났고 유리가 먼저 버스에 올라탄다.
“민 다혜, 오늘은 혼자 앉아.”
“왜··?”
유리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으려는 다혜를 은재가 멈춰 세웠다.
은재는 왜 그러냐고 물어오는 다혜가 못마땅한지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표정을 풀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음이라기엔 모자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 오빠가 오늘 이 언니 꼬실거 거든.”
“…어?”
“됐어. 그냥 앉아, 민 다혜.”
유리는 창밖을 응시한 체 말했다.
하지만 은재도 여기서 포기 할 생각은 없다. 자신이 이 시간에 이렇게 그녀와 버스를 함께 타려고 얼마나 힘들게 일어났는데 어떻게 그녀의 뜻을 순순히 들어 주겠는가.
“꼬맹아, 니 자리는 여기다.”
아‥.하고 짧은 신음이 섞인 탄성이 다혜의 입술을 비집고 나왔고 다혜는 은재의 손에 의해 앞 자리로 옮겨진다.
유리의 옆자리에 털썩 앉는 은재.
1년 전이었다면 어색하지 않을 그런 상황이다. 아니 오히려 가만히 앉아있던 강 은재의 옆에 붙은 건 늘 그녀, 문 유리였다.
그렇게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한 은재는 한 참 동안을 의자에 깊게 기대고는 앉아 핸드폰 게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창문에 비친 은재의 집중하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흥미롭다.
은재는 이내 게임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눈을 찡그린다.
아직도 그러네, 내가 그렇게 하지말랬는데.
항상 그랬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눈을 찡긋했고,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표정만으로 다 표현하곤 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하지 말라며 나무라던 자신이었는데.
“훔쳐보는 거, 재밌냐?”
유리는 흠짓 놀라며 그를 돌아봤다.
하지만 강 은재는 여전히 눈동자만을 굴리며 폰에 시선을 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런 취미 있는 줄은 몰랐네.’하고 작게 내뱉는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더니 그녀와 눈을 마주하는 녀석.
“어때?”
“뭐…뭐가.”
“나 훔쳐본 소감.”
“재수 없어, 너”
정말 넌 재수 없어.
피식, 그렇게 또 웃음을 흘리고는 잔뜩 긴장해 있는 그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은재는
팔짱을 끼고는 조심스러운 듯 담담하게 유리의 어깨에 얼굴을 뭍는다.
“그런 말도 할 줄 알았냐?”
“하 지마.”
애가 원래 이렇게 능청스러운 아이였던가.
눈을 감은 은재는 하지 말란 그녀의 말의 아랑 곳 않고 뒤척이며 몸을 더욱 밀착 시킨다.
“강 은재!”
“오늘…시간 비워둬.”
“뭐?”
“시간 비워두라고.”
“시간 없어, 나. 너한테 줄 시간은 더 없고.”
그렇게 단호히 말을 마친 유리는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다혜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자신의 옆에 강 은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혜를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는 것을 유리는 잘 안다.
그래서 이렇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는데, 적어도 너한테 미안해하고 싶진 않았는데.
‘언니, 난 있지. 은재오빠가 너무 좋아.’
“언니! 학교! 학교!”
어느 새, 버스는 이미 학교 앞 정류장에 다다랐고, 다혜는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내리기를 재촉한다.
근데, 다혜야.
나도. 나도 강 은재가 너무 좋아.
TALK
안녕하세욤 찡입니다!!
제일 자신없는 천지그 1편을 가져왔어요
수정도 제일 많이하고 내용을 대폭 수정할까 했지만
더 이상 제 머리에서는 아이디어따윈 번뜩이지 않아서요 하아-
그래두 앞…앞으로를 기대해주시면서 비루한 1편을 읽어주세욤
근데 저… 분량이 너무 적은가요?
천지그 가상과 프롤에 댓글을 달아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은재가 정말 못나서 고민이 많았는데
멋지다고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용ㅠㅠ
가상보러가기
http://cafe.daum.net/youllsosul/AVPs/75678
업쪽=천지그
첫댓글 은재가 왜 못나 ㅠㅠ 얼마나 멋있는뎁~ㅎㅎ
흡 .. 근데 다혜가 쪼금 불쌍해보인답 ㅠㅠ 언니한테 사랑받고싶어서 저러는뎁 유리는 ..ㅠㅠ 추천 누르고 갈께~♥
천지그. 추천감사합니다♥
천지그/재미있어용♡>ㅁ< 추천 꾹 눌렀어용 *^-^v*ㅋㅋ
천지그. 추천감사합니다!♥
천지그 으아 다혜너무불쌍한대저는 유리가좋은걸요 ㅠㅠ?나중에 다혜가 나빠지는건 아니게쬬??오늘도아련아련하네여유ㅠ 당음편 기대하께요!!
천지그. 아련아련한가요?핫 감사합니다♥
천지그!! 다혜가 정말 착하네요ㅠㅠㅠ 유리가 좀 착하게 대해주면 좋을텐데ㅠ
천지그. 그러게욤 유리가 맘을열어야 할텐데ㅠㅠ감사합니다♥
추천 꾸우우우우우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