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굳듯 / 德野 김 광
마치 대지를 향한 투석전이라도 벌이듯, 하늘물길을 가둔 구릉의 둑이라도 터졌는지, 통렬한 빗줄기가 종일 쉬지 않고 이곳 반포의 한강을 두들겨 팼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으아”하는 굉음을 내며 강물에 물보라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혼돈과 어둠의 시간...... 광기어린 빗줄기는 강물의 범람을 부르고 그예 잠수교의 턱밑까지 차올라 조금만 있으면 광장에 세워둔 승용차까지도 위험해질 판, 홍수통제소 사이트를 열어 놓고 팔당댐의 방류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가며 조마조마 하다가 결국 당직자가 자신의 승용차를 올림픽도로에 대피 시키는 걸 확인하고 서둘러 승용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시간이 20시쯤 되었을 겁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꺼냈습니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라고 중얼거리는 눈꺼풀 위로 천근의 잠이 찾아왔습니다.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그날은 제 시간에 맞춰 본부로 출근하려고 일부러 알람도 맞춰놓지 않았는데 찢어질 듯한 전화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김주임! 난데 본부로 올 것 없대. 그러니 이리 바로 와서 나랑 교대 좀 해줘 나 어제 밤 샜어 그래서 지금 들어가려고” 당직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응 알았어. 광장에 물 빠졌어?” 난 그게 궁금했습니다. “응 잠수교도 광장도 물 다 빠졌어”하는 대답에 식사도 거른 채로 승용차를 끌고 나와 출근을 서둘렀습니다.
올림픽대로는 시간이 늦어서인지 출근하는 차들로 많이 막혔습니다. 반포대교를 지나서 평소에 다니던 공원진입도로로 들어가려는데 이런! 물에 잠길까봐 지게차로 떠서 올려놓은 컨테이너랑 이동식 화장실, 매점건물 등이 떡하니 버티고 서서 진입로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공원에서 올림픽도로로 나가는 진출로로 역진입하는 쇼를 연출하고서야 겨우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공원광장은 한바탕 수마와의 백병전이 벌어진 뒤라 여기저기 잔해와 흔적들이 즐비하고 있었지요. 한마디로 전쟁터였습니다. 한쪽에선 펄을 치우느라 살수차가 물을 뿌리고, 또 한쪽에선 곳곳에 함몰된 구덩이를 메우느라 흙을 나르고,
그렇지만 비온 뒤의 하늘이 더욱 푸르듯 얼마 지나지 않아 반포시민공원은 원래의 제 모습을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상할 것입니다. 무지개를 그리는 분수의 물줄기처럼......
님들!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