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에 12월 16~17일에 다녀왔습니다.
16일에는 나가사키 원폭자료관과 평화공원을, 17일에는 나가사키 평화 자료관(오카 마사하루 기념관)을 방문하였는데요.
원폭자료관 가보시면 알겠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사진 촬영이 허가가 안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제 사진기에 자료관 사진은 하나도 없네요. 말로 분위기를 설명드리는 것을 이해 바랍니다.)
전시되어 있는 자료 중에 이런 것이 있더군요.
네 아이가 있는 집이었는데요. 원폭 투하 지점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구요.
원폭 투하 당시 엄마와 아빠는 멀리 가 있었고 집에는 네 아이만 있었다고 합니다.
원폭 투하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으나, 아이들의 흔적이 그 어느 곳에도 남아 있지 않더랍니다.
투하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면, 그냥 그대로 녹아버린 것이겠지요...
흙이 녹아서 부글부글 끓은 상태로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흙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답니다.
그 흙을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보관해오다, 자료관 설립시에 기증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두 아이의 아빠이고...
그걸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지금도 살짝)
부모되신 입장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자료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정말 숙연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이 피폭당했다고 해서, 통쾌하다거나 인과응보라거나 하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결국 제국주의의 싸움이었고, 피해자는 힘없는 민중들일 뿐입니다.
(저랑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반전평화주의라... 모든 종류의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이고요.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역시 그러한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한국인'으로서는 괘씸하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게 됩니다.
'원폭 피해자'로서의 일본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개진하다보니,
가해자였던 자신들의 입장은 전혀 보여주지 않습니다.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을 나와 그라운드 제로 지점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한 구석에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가 있습니다.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지도 링크
피해자로서의 자신들을 강변이라도 할 수 있었던 일본인들에 비해,
피해자인 줄도 모르고 잊혀져 버린 존재들...
그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증거들이 보이는군요.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방금 보신 추모비도 구석으로 밀려나 있습니다만,
거기서도 또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또하나의 추모비입니다.
나가사키에서 가서 원폭자료관만 보고 기분이 울적해지셨다면
나가사키 역 인근의 [오카 마사하루 기념관]도 한 번 들러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여행 책자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곳입니다.
사실 '여행지'로 갈 만한 곳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가사키에서 가서 원폭자료관을 보고 조선인희생자추모비에 추모를 하실 수 있는 열정을 가지신 분이라면
1시간 정도 짬을 내어 [오카 마사하루 기념관]을 꼭 가 보시길 추천합니다.
나가사키 역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여행 책자에 [일본26성인순교지]라는 곳이 소개되어 있다면, 그 곳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바로 옆에 있습니다.
여행 책자에 나와 있지 않은 곳이므로 가는 길을 사진으로 좀 찍어보았습니다.
1. 나가사키역 바로 앞에 있는 육교를 타고 건너갑니다. 맞은 편에 이런 광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2. 좌회전 하세요. 저멀리 터미널과 APA 호텔이 보이네요.
3. 일본 26성인순교지 안내판이 보이십니다.
길치라면 그냥 저거 따라 가셔도 됩니다만... 저 코스는 조금 돌아가는 코스더군요.
저는 좀 지름길로... 여기서 우회전합니다.
4. 그럼 이런 골목길이 보여요.
계단 앞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 가세요.
5. 이런 가게가 보여요. 이 골목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세요.
6. 계단을 올라가면 그 다음엔 좌회전입니다.
7. 또 계단이 보여요. 올라가세요.
26성인순교지 이정표는 또 보이네요.
8. 26성인순교지가 보이면... 그 길로 조금만 더 가보세요.
9. 저 멀리에 보여요. 자세히 봐야 보여요.
10. 아직 문 열기 전이라...
11. 9시부터 5시까지... 휴관일은 월요일
<오카 마사하루 기념관 도착>
밖에서 보면 정말 찾기 힘듭니다.
무슨 구멍가게 같거든요.
규모는 정말 초라합니다.
오카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 평화 자료관이 정식 명칭이군요.
어떤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후원금과 자원봉사로만 운영되는 곳입니다.
이런 식이에요.
하지만, 19~20세기에 걸쳐 자신들이 행했던 수많은 침략 행위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보시면...
들어섰을 때의 그 놀라움(규모의 초라함?)은 이내 미안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일본어로 설명해 놓았지만
한국어/중국어 설명도 일부 번역되어 있습니다.
일본어 잘 하시는 분들 계시면,
가서 자원봉사로 번역 일 좀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흠.. 이러고들 놀았군요.
이 분이 오카 마사하루씨.
해군사관학교 교관 출신으로, 해군 통신병으로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오카 마사하루는
일본에 원자폭탄 떨어진 직후 천황에게 전쟁의 무모함을 직언하겠다, 원죄에 대한 속죄의식을 가져야 한다,
원폭 피해자인 우리는 사실 그에 앞서 가해자이며, 식민지인을 가장 먼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또 전쟁이 끝난 이후 처음으로 나가사키 조선인의 현실, 즉 강제노동이나 피폭 등을 실태조사하고 보고서 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을 위해 평화기념관 건립운동을 하다가 1994년 7월 70여 세로
사망했다.
이후 지지자와 후배 등이 오카의 유지를 받드는 데 박차를 가해 1년만인 1995년 10월 1일 기념관 만든
것이다.
9명의 설립위원들이 보증을 서 일단 자료관 문을 열었으며, 지금도 무보수 일꾼들과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전은옥 객원연구원 등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비록 자료관의 전시물은 낡고 초라하지만 내용만큼은 누구에게도 자신있다고
말한다.
아직 빚이 남아 있어 매달 15만 엔씩 건물비를 갚고 있으며, 현재 15명의 운영위원과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출처 : 답사가 권기봉의 다소 느릿한 여행 http://blog.naver.com/finlandian/70094023171 >
모금함이 놓여 있습니다.
안을 슬쩍 보았는데요. 그닥 많은 돈이 있지는 않습니다.
사실 사람도 거의 안 오는 모양이더군요. --;
거금 5만원 넣고 왔습니다.
자원봉사하고 계시는 두 분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짧은 일본어로 이것저것 얘기해보았으나... 워낙에 짧아서 ^^
노란머리의 자원봉사자분도 계셔서... 영어도 된다고 하셨으나... 제가 영어도 짧아서 --;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반가워하시더군요.
사실 관광객이 올만한 곳은 아니니까요. (저도 친구 추천으로 가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짧은 일본어로 나름... 이런 자료관을 운영하고 계신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성함도 못 물어봤네요.)
입장료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입장료는 이 시설을 운영하고 유지 보수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될만한 그런 액수입니다.
가시게 되거들랑, 입장료 말고도... 돈 좀 쓰고 오셨으면 합니다. ^^
오카 마사하루 기념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합니다.
월요일은 쉰다는군요.
나가사키시 니시사카쵸 9-4
전화번호는 096-820-5600 입니다.
홈페이지 : http://www.d3.dion.ne.jp/~okakinen
첫댓글 좋은 자료 잘 보았습니다 여행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친절하고 자상하신 dogfood님 이십니다. 곤경에 처한 회원을 위해 지체없이 소중한 자료를 올려주시고.
이런 곳이 있었군요.. 다음 여행에 참고하겠습니다.
저도 다음 여행때 꼭 가봐야겠습니다.
나가사키 정보를 찾던 중에 이렇게 여행 가이드북에도 없는 곳까지 앉아서 편하게 구경하고 갑니다. 다녀오신 곳들을 세심하게 여행기로 정리해 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평화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원폭으로 인해 별로 힘없는 민중들이 죽어가게 된 것에 대해서는 gogfood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