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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facebook.com/100001872249460/posts/7250418045030532/
전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옛날옛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겠죠. 이미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부터 20대 남성과 여성의 분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젠더 정책이 20대 남성을 화나게 해서 표심이 달라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리서치의 2016년 총선 직전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더민주+정의 지지율은 47.1%였고 20대 여성의 더민주+정의 지지율은 65.9%였습니다(민주당만 따로 뽑은 데이터는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항상 말씀드렸지만 이때부터 20대 남성과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20% 가량 쭉 차이가 났고,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지난 19대 대선을 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다자구도에서 압승한 선거입니다. 당시 출구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20대 예상 득표율은 47.6%였습니다. 이번 대선 이재명 후보의 20대 예상 득표율인 47.8%와 거의 비슷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다자구도에서 치러졌다고 하지만 탄핵정국에서 무난히 승리한 선거였습니다. 어째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그 사이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당시 출구조사에서는 성별 데이터는 없었습니다. 다만 선거 이틀전에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도 출구조사와 비슷하게 20대의 문재인 득표율은 46%로 예상한만큼, 이 결과를 참고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20대 남성 예상득표율은 37%였습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29%였는데 유보층을 보정한 값이었습니다. 20대 여성은 56%였습니다. 역시 20% 차이가 났고요. 참고로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20대 남성의 이재명 후보 예상 득표율은 36.3%, 20대 여성은 58%였습니다.
당시 20대 남성 홍-안-유의 예상 득표율은 합쳐서 52%였습니다. 대신 심 후보도 10%나 나왔고요. 이번 출구조사에선 윤 후보는 58.7%를 얻었고, 심 후보는 1.7% 밖에 얻지 못했으니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심 후보의 표를 빼앗은 셈이고요.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표를 빼앗아오는데는 실패한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진 선거입니다. 그럼에도 20대에서만큼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이긴 선거에서와 비슷한 지지율이 나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정권심판론' 구도에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찍지 않은 20대 남성의 표를 잘 뭉친 셈인데, 이런걸 표를 잘 모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2. 이준석의 '이대남 전략'은 온라인 상에서 목소리가 큰 안티 페미니스트 세력을 통한 정치적 자본 쌓기와 동시에 '갈라치기'를 통한 표 획득 전략이었습니다.
이러한 갈라치기가 득표에 유리할 수 있던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20대 남성의 인구가 20대 여성보다 많습니다. 2020년 기준 20~24세 성비는 109.7이고 25~29세 성비는 112.7입니다. 20대 남성이 20대 여성보다 약 35만 명이 많습니다. 김창환 캔자스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성비문제를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설명할 수 있는 주목할만한 가설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비정상적 성비는 반사회적 행동을 촉진한다는 게 일반적 견해이며, 미국의 사례에선 성비가 높은 코호트가 투표를 시작하면 보수가 득세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는 인구수를 이용한 영/호남 갈라치기와 유사한 행태입니다.
그 다음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안티 페미니스트 집단을 통한 여론의 밴드왜건(편승)효과입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이런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20대 남성은 오마이뉴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이 화해와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글자만으로 1주만에 지지율이 30% 이상 올랐습니다. '반 문재인', '반 민주당'을 말하는 안티 페미니스트를 정치적으로 과대대표시키면서 분위기를 이끄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20대 여성의 민심 이반이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지자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2차가해, 노골적인 '이대남'을 향한 구애 등은 20대 여성이 민주당에서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1대 총선 출구조사에선 20대 여성의 무려 63.6%가 민주당 후보를 찍은 것으로 드러난 반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는 43.7%로 추락했습니다. 정의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무려 15.1%가 소수정당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이준석은 아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리바이벌'을 예상했을 겁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그렇게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남성 표는 모이고, 여성 표는 퍼질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애초에 '여초 커뮤니티'에서 안티가 많았고, '반 여성적(?)' 이미지가 높은 이 후보는 2월 1주차까지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윤 후보와 비등한 수준이었고요.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표를 나눠갖고, 부동표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서서히 이재명 후보 쪽으로 표가 모이고 있는 흐름이 나타남에도 이준석은 막판 2030 여성의 이재명 결집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 역시 지난 번 보궐선거의 성공만을 떠올린 '자만'이죠. 그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2030 여성이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할 것이다라는 것은 굉장히 어이가 없다. 이재명 후보는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이나 이런 것때문에 찍기 어렵다. 여론조사표를 봐도 진보진영 여성 유권자들은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성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줄 이유가 있겠냐"라고 말했습니다.
이준석의 정체성은 민심을 읽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정치평론가에 가깝습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윤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습니다. 이준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흐름이 그랬으니까요. 8%~10% 승리를 이야기했던 이유는 내부 여론조사나 주변에서 들리는 소식으론 2030 여성의 결집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결국 이준석의 무리한 '젠더 갈라치기'는 선거에 큰 도움을 못 줬거나 오히려 망칠뻔했다는 게 자명해 보입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민주당이 초반부터 2030 여성 전략을 잘 짰더라면 정말 뒤집힐만한 여지를 만들 수 있던 위험한 전략이었습니다. 20대 남성의 숫자가 많긴 하지만, 역시 (예상) 투표율이 20대 남성 62.6%, 20대 여성 68.4%인 상황에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고요.
3. 이준석의 갈라치기 전략을 무력화시킨 것은 20대 여성들이었습니다. 전략투표를 한 것이 다가 아닙니다. 그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면서부터 당 내부에서는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압니다. 청년 여성은 결국엔 우릴 찍어줄 '집토끼'이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더 구애를 해야하는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대두되고 있었고, 그것이 이재명 후보가 선거운동 초반에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글을 공유하고, 펨코에 인증글을 쓰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그밖에도 이 후보는 "남성도 차별 받으면 안 된다", "(페미니즘이) "부분적 갈등을 야기한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자가 들어가니까 폐지하고 평등가족부로 바꾸자"라는 황당한 발언도 했습니다. 거기다가 씨리얼-닷페이스 출연 거부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역대 최악의 '여혐 선거판'을 만드는 것처럼 보였고요. 이준석의 전략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여성들은 이때만 해도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줄 의향이 전혀 없었습니다. 언제서부터인가 이 후보가 '이대남' 전략을 버리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고 닷페이스에 출연하고, 여성 공약을 내세웠지만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3년간 '이대남'에만 집착했던 민주당과 정부의 업보가 돌아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재명-윤석열 지지율은 2월 초까지도 계속 비슷한 수준이었고, 그 이후에도 크게 격차를 벌리진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다급해집니다. 19대 대선 심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율(예상 득표율)은 18%였고, 보궐선거에서도 15.1%가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진보·소수정당을 택했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집토끼는 돌아온다'는 여유를 부릴 수 없게됐죠. 심지어 20대 여성들은 마지막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 16% 심 후보 6.7%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20대 여성이 도무지 결집되지 않는 모습에, 그리고 양당제에 갇히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자, 민주당은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씨를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그를 선거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막판에는 박지현씨가 이 후보 최종 유세에 함게하기도 했고요. 성평등 의제를 명확하게 내세우며 국민의힘과 각을 세웠고, (아쉬운 수준이지만) 마지막 토론회에서는 권력형 성폭력과 2차가해에 대해 후보가 직접 사과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선거에서 패싱당하던 20대 여성이 자신들의 정치적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양당제를 거부해왔고, 계속 거부할 수 있다는 신호를 통해 자신들을 '집토끼'로 보는 집단을 압박해서 대선 정국의 분위기를 '여성혐오 대 반 여성혐오'로 이끌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여성혐오 정치를 하는 집단과 인물을 전략적으로 응징했고요.
이번 선거에서 20대 여성은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젠더 갈라치기가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라는 걸 목도했고, 민주당은 20대 여성의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이 '젠더' 문제에 관해 가져왔던 태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달라지길 바랍니다. 2018년 말부터 쭉 이어져서 2021년 보궐선거에서는 '군 가산점 폐지'까지 논의되던, '안티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듣고 수용해야한다는 당내 일련의 흐름을 이제는 멈추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초 커뮤니티 글을 토대로 정치를 하는 의원들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보좌진들을 민주당에서만큼은 안 봤으면 합니다. 남성 청년을 위한 정책이나 공약은 '갈라치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 막판 네거티브나 혐오에 편승하지 않는 이 후보의 '정공법'은 굉장히 인상깊었고, 그대로만 실천하시면 됩니다.
어떤 교훈을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방 또 지방선거입니다. 민주당도 이제 까딱하면 20대를 모두 놓치고 또 선거에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이번 20대 여성의 집결은 '옳은 길'로 가도 괜찮다는 신호입니다. 그에 맞춰 공천하고, 선거 전략을 세우길 바랍니다.
옳은 길로 가라. 맞는 말임
진짜 좋은글이야
맞아ㅠ 윤 당선에 사실 이준석의 여혐 전략은 잃은 표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효과 0에 수렴했다고 생각함.. 그 외 요소들 때문이었지..ㅎ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대남이 아니라 청년여성이었어ㅋㅋㅋ 민주당의 패배는 맞지만 페미니즘의 패배는 아니라고 생각함.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무도 여혐 앞세워서 표몰이 안 하겠지 ㅋㅋ 윤이 안정적으로 당선됐을 거 1퍼도 안되는 차이로 줄게 된 원인이니까..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하나 두고본다..!^^
옳은 길로 가도 괜찮다는 신호 좋은말
완벽하다...
좋은 기사다
정의당 후원한 것도 좋은 메세지라고 생각해 민주당 집토끼 아니다
글 재밌다
생각해보면 성비란 단어도 남성중심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