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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제 1 장
* 김민기의 아침이슬 *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그동안 취재 했던 보고서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출장을 갔다 와서 이틀 안에 보고서가 만들어 지고 그걸 편집해서 책에 올리게 된다.
문화지라는 책자가 그렇게 인기 있는 책은 아니 여서 여러 페이지를 할당 받을 수 있기에
여섯 페이지를 할당 받고 나서 보고서 만들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두 페이지를 더 달라고 고집 했다
"부장님. 사진 보셨잖아요.
이건 글보다 사진을 많이 올려야 하는 거란 말입니다.
글만 봐서는 독자들한테 어필 할게 없다니까요? 제발 두 페이지만 더 주세요.
부장님도 표지는 허 화백 그림으로 장식해야 겠다고 하셨잖아요? "
"어이 안기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예전에 경주의 불국사 올릴 때도 여섯 바닥 이면 됐잖아.
좋아 보이긴 하지만 여섯 바닥으로 줄여봐.
사진을 축소해서 몇 컷 짜 맞추면 되잖아.“"안됩니다.
수석 사진 4점, 그리고 그림 6점은 꼭 올려야 됩니다. 좀 봐 주세요."
"안 돼. 더 이상 안 되니까….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여섯 바닥 하나 하고 여덟 바닥 하나 두개로 만들어 놔봐.
나중에 책 마무리 편집 할때 여유가 있으면 여덟 바닥으로 해 줄 테니까. 됐나?"
"예 감사 합니다."
인쇄소 직원들과는 친하다는 내 나름 데로의 계산으로 시원스럽게 대답 하고 부장실을 나왔다.
편집이야 인쇄소 직원들을 에게 잘 부탁 하면 될 일이다.
기자라는 직업이 여러 특수성이 있다.
밤늦게 까지 일을 해도 누가 열심히 한다는 소리를 잘 안한다.
그 대신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 나가면 그건 일하러 가는 것과 같다.
설령 낮 시간에 다른 잡일을 한다 해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건 대부분 밤에 리포트 작성이나 취재 했던걸 정리 하는 기자들의 전통적인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밤 시간에 사무실 불이 훤하게 켜져 있는게 대부분의 잡지사, 출판사의 평상적인 일이다.
특히 기자들 에게 있어서는 그렇다.
어차피 보고서나 편집은 밤에 해야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낮에 나가는걸 아무도 간섭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맨손으로 나가기는 그래도 눈치가 보였다.
목포에서 취재 했던 보고서 서류를 대충 봉투에 담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들리고 아가씨가 전화를 받는다.
"삼흥 입니다."
"이 기삼씨 좀 부탁 합니다."
"어디시라고 전할까요?"
"예. 친구 안 우상 입니다 "
"잠깐만 기다리세요. "
친절한 아가씨의 멘트가 끝나고 음악이 잠시 흐른다. 그러나 연결은 빨랐다.
"야 우상아. 회사로 전화 하지 말고 삐삐로 하라니까? "
"그래 알았다. 미안하다 시간 있냐? 배고픈 건 참아도 친구가 보고 싶은 건 못 참겠다"
"ㅎㅎㅎ 너…. 또 뭘 건져 내려고 그렇게 거창 하게 나오시나?"
"아니다. 이번에는 순수한 우정의 발로다. 나와라 식사나 하자."
"아이고…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잡지사 기자님이 식사까지?
이거 황송해서 꼭 나가야 겠네. 꼭 밥도 사고 친구 얼굴도 보고 싶으면,
서울대 앞으로 와라. 어차피 그쪽에 볼일도 있고."
"어디서? "
"밥이야 내가 사야지. 왜 전번에 한번 갔잖아. '류화' 라고 송 마담 있던 집 그리 와라."
"거기 요정 아니야? 야야야! 넌 잡지사 기자가 무슨 떼돈 버는 줄 알아? "
"안다 알아. 황송해서 내가 살려고 그런다. 왜 싫어? 싫음 관두고…"
"짜식…그래 지금 나는 출발 하니까 너도 지금 출발해라 "
"알았다. 지금 나간다."
친구의 직업상 직장으로 전화 하면 안 된다고 몇 번 이야기 했지만
여전히 삐삐 번호보다는 전화번호가 외우기 좋았다. 친구는 국가 안전 기획부에 근무 하고 있었다.
옛 중앙정보부가 그 전신이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의 살벌 했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그 이름을 바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위세는 대단 했다.
그런 국가 기관은 전화를 해도 이상한 회사 이름이 나온다.
오늘은 삼흥 이였지만 전화를 할 때 마다 회사 이름은 달랐다.
삐삐로 하라는 친구의 말도 일리는 있다.
아무나 그곳에 전화해서는 안될 만큼 좀 비밀스러운 단체이기도 했고 힘이 있어서
어떠한 경우도 그곳에 근무 하는 친구는 문제를 해결 해 주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그곳이 좋은 직장 이라고 항상 생각 했었고
그 친구와는 대학 때부터 줄 곳 붙어 지내는 친한 사이였다.
전화를 끊고 봉투를 흔들어 보이며 인쇄소에 간다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가깝지 않았다.
가는 동안 역한 최루탄 냄새 때문에 손수건을 꺼내서 입과 코를 막아 보았지만
여전히 독한냄새가 코를 찔렀다.
종로 거리는 밤이면 대학생들과 민주화 투쟁을 위한 데모 때문에 항상 공기가 좋지 못했다.
그 냄새가 싫어 큰길가로 내려 와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서 내린 신림4거리 역시 최루탄 가스에 자유롭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조금만 더 가면 '진리는 나의 빛이다'라고 써진 서울대 정문이 아닌가.
이곳 또한 민주화의 물결에서 벗어 날수 없는 동네이기도 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들어 가자 류화(流話) 라는 간판이 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음식점 이지만
특정인들의 특정한 모임만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임에는 틀림없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웨이터로 보이는 젊은 사내아이가 마중을 한다.
"손님. 예약은 하셨습니까? "
"안했는데… 식당에 밥 먹으러 오면서 예약을 해야 하나? 손님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친구의 든든한 빽을 시험해 보고 싶은 호기심에 그래 봤다.
역시 웨이터의 눈빛이 달라진다.
"곤란 한데요.저희는 예약 손님만 받습니다."
표정이 단호했다. 길게 장난할 분위기가 아니다.
"예약은 잘 모르겠고, 이기삼씨가 이곳으로 오라고 해서 왔는데."
"아 예. 벌써 와 계시는데…죄송합니다. 몰라 뵈어…죄송합니다.…"
속으로 '안기부 빽 대단하다' 싶었다.
친구가 안기부에 근무 한다는 것만 알지 직책도 그리고 무엇을 하는지는 말하지 않아서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유흥업소에서 만큼은 항상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친구와 있는게 좋았다.
안내된 방에 친구는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이런 집은 보통 밖에서 음식상을 통째로 들고 오는데 미리 전화를 해 두었는지
이미 차려진 상 앞에 폼 나게 앉아 있었다.
들어서면서 서로 웃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 했다.
그와는 그런 사이 이었으니까.
"어이 친구야. 갑자기 왜 내 생각이 났냐? "
"널 만나면 모든 게 풍성 하잖냐.
내가 돈 쓸일 없고, 난 널 만나면 말이야
난 쥐뿔 아무것도 없는데 네가 나한테 뭘 투자 하는 기분이 든단 말이야."
"왜? 너한테 투자 하면 안 돼?
넌 투자 가치가 충분한 놈이거든.
그렇고 내가 돈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넌 항상 돈이 없으니까."
둘이서 호쾌하게 웃었다.
사실 그랬다. 난 항상 가난했고 그는 풍성했다.
나는 오히려 대학시절 고등학교 학생들 과외 할 때가 더 풍족했던 것 같다.
"야. 그렇다고 그렇게 막말 하면 되냐?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내가 많이 썼잖아.
넌 과외 같은거 안하고 공부만 하고 있을 때 내가 그래도 양식(糧食)을 다 기증 했잖아."
"기증? 그래 맞다. 보수를 바라지 않고 주었으니까 기증이 맞겠다. 그건 옳은 소리다."
"너 기억나? 느 마누라 따라 다닐 때 연애 자금도 내가 대 주었던 거.
그걸 기억 한다면 너 잘나간다고 모른 척 하면 안 되지.
연탄 하고 쌀 사다 넣어 준거 셀 수도 없다는 거 그런걸 잊으면 넌 인간도 아니지. 알아?"
"그래그래 알았다.
너도 빨리 연애해서 장가가라.
그럼 내가 연애 자금 대 줄께.
그건 그렇고 넌 정말 장가는 포기 한 거야? 여자는 있어?"
"어이 친구야 너까지 그러지 마라. 요새 어머니한테 전화 자주 온다. 그것도 스트레스다."
친구와 마치 계집애들 수다처럼 떠들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큰 접시에 담긴 광어회가 들어온다.
들고 오는 사람은 종업원이 아닌 이집 주인 송 마담 이다.
"두 분은 항상 그렇게 즐거우세요?
그리고 우상이 오빠는 오랫동안 안 오시더니 웬일이세요."
접시를 상에 놓기도 전에 기삼이가 한마디 했다.
"송 마담. 앞에 앉은 우상이 장가 좀 보내 줘라.
내가 보장 하는데 저거 완전 숫총각이다.
결정적으로 돈이 없어서 그렇지 키 크지, 얼굴 잘 생겼지, 학벌 좋지 뭐가 부족하냐?"
"진짜 다 좋은데…….결정적인게 없네요. 오빠는…"
그렇게 말해 놓고 송 마담은 킥킥 거리고 웃었다.
옆에 있던 기삼이 조차 크게 웃었다.
"송마담. 돈이야 벌면 되는 거고… 송 마담 넌 생각 없어? 중신애비는 내가 해주지."
"오빠들… 식사나 하고 가세요. 우상이 오빠 중매 했다가는 뺨이 석대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이야기 하고 또 까르르 웃었다.
나는 참 여자 에게는 숙맥이다.
술집 마담 이긴 하지만 송 마담도 같은 대학 후배이고
농담을 받아줄 정도의 지적인 여성 임에도 나는 그 여자 에게 조차 말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잘 놀다가도 접대부 여성이 들어오면 말이 없어졌다.
그래서 기삼이 조차 '포장마차 소주팔자' 라고 놀리곤 했었다.
오늘도 그랬다.
송 마담이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을 하지 못하고 웃거나 쳐다보는 정도로 자리만 지켰다.
그래도 송 마담은 대학후배인 까닭에 말을 걸곤 했지만
오늘은 그 조차 잘 되지 않는다.
갑자기 송 마담은 내 코앞 까지 얼굴을 들이 대고 겁을 준다.
"오빠가 나한테 데이트 신청만 한다면 내가…
내가 이집 정원에서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벌 받는 자세로 열흘은 기다려 줄께.
오빠 나한테 데이트 신청 한번 해봐. 응?"
그렇게 이야기 해 놓고 대답도 듣지 않고 휭- 하니 한복 치마 자락을 휘날리며 돌아서 나가 버렸다.
뒤돌아 나가는 송 마담을 쳐다보며 기삼이가 웃으며 이야기 한다.
"사실, 송 마담이 널 보고 싶다고 너한테 연락 오면 데리고 오라고 그래서 이리 오라고 했다.
저게 널 좋아 하나?
뭘 보고 널 좋아 해?
막말로 돈이 있어 집안이 좋아?
근데 올 때마다 '우상이 오빠, 우상이 오빠' 그렇더란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밥이나 먹자"
단번에 말머리를 돌려 버렸다. 이 비싼 음식점에 와서 좋은 음식 앞에 두고 잡담 이라니…
첫댓글 좋은글잘읽고감니다....감사합니다....^^
재밌어요~!
감사합니다....좋은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