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범벅
수미, 대지, 조풍, 대서, 추백, 하령, 고운, 서홍, 자영, 홍영, 새봉, 남선, 은선, 금선, 만강, 대광, 강선 무엇을 의미할까요? 어느 것을 의미하는지 단어를 보고 알아맞히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건 감자의 품종 이름입니다.
농부가 해토된 땅에 제일 먼저 심는 것은 아마도 감자일 것입니다. 감자는 북방에서 전해진 식물로 추위에 매우 강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는 1824년경에 감자가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고구마는 감저(甘藷), 조저(趙藷), 남감저(南甘藷)라고도 하는데 1600년 무렵에 남방에서 전해져 왔다고 하지요.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감저라는 표현을 쓰지요. 그럼, 제주 말로 감자는 무엇일까요? 그건 지슬입니다. 지슬은 지실(地實), 즉 땅속의 열매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요.
감자는 대표적인 구황식물입니다. 보릿고개로 어려움을 겪을 때 굶어 죽지 않도록 영양을 제공한 것이 감자이지요. 일찍 심은 만큼 일찍 거두어 하지 무렵에 수확하니 하지감자라는 명칭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감자를 참 많이도 먹고 자랐습니다. 일명 자주감자라고 해서 토종 감자였는데 울퉁불퉁하고 길쭉길쭉해서 껍질을 벗기기가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체로 잘 성장한 것은 통째로 삶아 먹거나 감자 범벅을 해 먹기도 했습니다. 그때 강낭콩이 익을 무렵이어서 감미정과 강낭콩을 넣은 범벅은 별미였지요.
그리고 호미에 찍히거나 알갱이가 작아서 식용이 어려운 것은 개울가의 항아리에 담겨 썩어갑니다. 녹말을 얻을 요량인데 그 냄새는 역하기 그지없어 견디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인데요.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라 많이 먹으면 살찔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 영화를 보면 하녀들이 등장하는데 하녀가 대부분 뚱뚱하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가끔은 옛것이 그립기도 합니다. 꿩만두나 토끼 만두, 빈대떡이나 쑥버무리, 올챙이국수, 묵사발 등등이 옛 감성을 자극하는데 요즘 시장을 둘러봐도 감자범벅을 만들어 파는 가게가 없습니다.
맛은 추억이라고 하는데…. 가끔 감자범벅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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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어제,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와 형의 영정사진을 떠올리며 내내 형과의 추억을 생각해 내려했습니다만, 의외로 추억이 별로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잘한 것들만 몇 개 떠오를 뿐..... 나이차가 5년이니 어렸을 때는 같이 어울리기는 터울이 있었고, 장성해서는 내가 집을 나와 계속 객지로 떠돌았고 명절때나 며칠 집에 머물렀으니 그 또한 별다른 추억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만,
지금, 사진이라도 찍네 하고 카메라 드는 것도, 집안에 가전제품을 수리 안 맡기고 내 손으로 고쳐 쓰는 것도 알고 보면 형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저 멍해집니다. 일상으로 돌아오기엔 시간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
첫댓글 그 사이 슬픔이 있으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드리며, 선생님께서도 슬픔에서 빨리 회복되시어 일상으로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