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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에서 중앙대 야구부 감독으로 변신한 김용수. 투수코치와 스카우트로 활동한 덕분에 김용수 감독은 누구보다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군산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려 한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야구계는 평판을 중시한다. 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야구계는 더하다. 평판에 죽고 산다. 특히나 감독을 선임할 때 평판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그 가운데 ‘감독감’이란 평판이 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보기에 감독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구단 사장과 단장들도 감독 후보를 놓고 ‘이 사람이 감독감인지 아닌지’ 고민한다.
1985년 MBC 청룡(LG의 전신)에 입단한 김용수는 2000년 은퇴할 때까지 같은 팀에서 뛰었다. 코치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고집했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그였기에 감독 승격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코치에 머물렀다. 2004시즌이 끝나고선 코치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살기도 했다. 2006년 다시 LG로 돌아왔지만, 그의 보직은 감독이나 1군 코치가 아니었다. 2군 투수코치였다. 지난해 다카하시 미치다케 투수코치와 보직 이동을 하면서 드디어 1군 투수코치가 됐다. 지도자 데뷔 10년 만의 1군행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LG는 고민했다. 김재박 감독의 후임으로 누가 좋을지 심사숙고했다. 당시 김용수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데다 ‘LG를 가장 잘 아는 이’라는 게 감독 물망에 오른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다.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김용수는 박 감독의 취임과 함께 스카우트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어째서 김용수는 감독이 되지 못한 것일까. 이유는 간명하다. 그를 아직 ‘감독감’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래까지 일부 야구계 인사는 김용수가 ‘과연 감독감인가?’라며 물음표를 던졌다.
지난 5월 하순. 김용수는 LG를 떠났다. 중앙대 야구부 감독으로 취임했다. ‘만년 감독 후보’에서 드디어 감독이 됐다.
“루이스 곤살레스를 대신할 외국인 선수 물색차 미국에 갔을 때다. 모교인 중앙대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새 감독을 찾고 있는데 혹시 지원할 의향이 없느냐?’고. 당시 업무 중이라 간단하게 ‘알았다’라고만 대답했다. 숙소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정든 LG를 떠나는 게 도리에 맞는지 고민했다. 그러다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 더 많은 경험과 연구를 한 뒤 LG에 돌아가는 것도 지금껏 나를 보살펴 준 친정팀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김용수는 LG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새로 출발하는 박종훈 감독에겐 더욱 그랬다. 중앙대 감독으로 최종 낙점됐을 때 조용히 짐을 싼 것도 그 때문이었다.
6월 23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열린 중앙대 김용수 감독의 데뷔전은 콜드게임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날 패배는 앞으로 중앙대가 수많은 승리를 위한 전주곡으로 기억될 것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김용수는 6월 23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 예선 1차전 원광대와의 경기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불미스러운 일로 전(前) 감독이 전격 하차한 뒤라, 중앙대 전력은 말이 아니었다. 상대인 원광대는 4월에 열린 춘계리그에서 성균관대를 꺾고 2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중앙대는 원광대에 6대 13, 7회 콜드게임 패했다. ‘감독’ 김용수의 데뷔전은 현역시절만큼 화려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용수는 낙담하지 않았다. 팀 전력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오늘의 패배를 내일의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자신의 야구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원광대 전을 통해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특히나 투수진을 자세히 관찰했다. 앞으로 부족한 점은 메우고, 강점은 더 강화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데뷔전 소감은 무난했다. 그러나 ‘자신의 야구’가 어떤 야구인지 설명이 부족했다. 김용수는 “솔직히”라는 전제를 달고서 속내를 털어놨다.
“경기를 보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아무리 선수들의 타격과 투구가 성에 차지 않아도 4학년생들의 타격이나 투구폼은 손을 대지 않겠다’고. ‘프로출신의 김용수가 왔어도 중앙대 성적은 그대로라는 핀잔을 들어도 절대 투수들을 혹사하지 않겠다’고.”
김용수가 4학년생들의 타격과 투구폼을 교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프로의 신인지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장래가 걸린 신인지명을 앞두고 지도자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섣부르게 손을 댔다가 자칫 선수들이 감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선언이지만, ‘그 선수는 내 작품이다.’ ‘그 코치의 조련 덕분에 누가 컸다’는 식의 이야기가 통용되는 한국스포츠계에서 김용수의 선언은 ‘선수를 조각품 대하듯 하지 않겠다’는 참신한 다짐이었다. ‘내가 손을 대서 정상급 선수가 됐다’는 명예욕보다 현실에 충실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김용수는 프로에서 25년을 선수와 코치로 뛰며 지도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지도자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를 휘어잡고 이끄는 이가 아니라, 선수의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해 선수 개개인에게 맞는 길로 갈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를 맞추는 이다. 지도자는 선수가 길을 벗어날 때 다시 길로 돌아가도록 조언할 뿐이라고. 결국, 길은 선수가 가는 것이라는 게 김용수의 야구관이다.
대학야구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여기다 프로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야한다. 김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순리대로 풀 생각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지도자의 욕심보다 선수들의 장래'라는 다짐이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임기 중 투수 혹사는 없다’라고 강조한 것도 오랜 프로 경험에서 나왔다. 김용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매에 장사 없고, 혹사에 롱런할 투수 없다는 것을. 투수 혹사는 선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도자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김용수는 성적 부진에 대한 비난은 감수해도, 선수들의 장래와 관련해선 타협할 생각이 없다. 그게 바로 ‘김용수식 야구’의 핵심이다.
박철영 SK 스카우트는 “‘지도자의 욕심을 충족하려고 선수를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김용수 감독의 야구관이야말로 아마추어 야구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라며 “대스타 출신이라고 자기도취나 우월감에 빠지지 않고 프로에서 터득한 경험과 이론을 하나라도 더 선수들에게 더 전달하려는 김 감독의 자세가 대학야구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스카우트는 “김 감독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자는 근간의 학원스포츠 추세에도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용수는 사탕발림으로 선수들을 현혹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없는데도 ‘너는 대성할 재목’이라는 식의 불필요한 용기를 심어주지 않는다. 야구보다 학업 혹은 다른 분야에 가능성을 나타내면 그걸 해보라고 권한다. 제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권장하는 게 지도자의 책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김용수는 대학이 요구하는 운동선수의 학업성취에도 관심이 많다.
6월 25일 중앙대는 하계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동아대와 맞붙었다. 연장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5대 6으로 졌다. 28일 조별리그 3차전에선 경성대를 상대로 첫승을 따내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도 역전패했다. 감독 데뷔전을 3연패로 장식했으니 속이 상할 법도 했다. 하지만, 김용수는 담대했다. 되레 자신의 야구관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했다.
'늘푸른 소나무' 김용수(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김용수에게 대학 감독직은 기회이자 위기다. 자신을 가리켜 ‘감독감’이 아니라고 평가했던 이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감독감’인지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실패하면 ‘감독감’이 아니라는 일부의 평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늘푸른 소나무’라는 별명답게 어떤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그의 야구관만은 변함없이 푸르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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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김용수 감독님...
노송... 당신이 진정한 엘지맨 입니다.
어디에든 당신을 응원합니다..
LG의 유일한 레전드.. 노송 선생님~~ 저희 투수들도 좀 봐주세요.....
정말로 엘지의 레전드는 뭐가 틀려도 틀리군요. 진정한 엘지맨으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 오는날까지 박수를 보냅니다..
뭔가 달라도 다른 분...^^ 언젠간 다시 줄무늬 유니폼으로 돌아와 주실거지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