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의 가을이 농익었다. 들과 산에 함께 어우러져 울긋불긋 단장하는 나무와 풀 한 포기에도 눈을 뗄수가 없었다.
눈을 맞추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줄 때는
그는 한낫 들풀과 산나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그의 이름을 불러줄 때는
그는 나에게로 와 새 친구가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패러디하여 보았다. 그가 오늘 섶길에서 불러준 친구들은 쇠뜨기, 부들, 망초, 인동초, 단풍잎돼지풀, 유홍초, 은행나무, 밤나무, 상수리, 해송 등등이다. 이미 알고 있는 오랜 친구들이 있었지만, 하나하나의 생태, 꽃말, 깃들어있는 역사, 쓰임 등을 새롭게 이야기할 때 마다 깊이 친구를 알아가는 것 같았다.
어디 생명체뿐이랴! 장서방네노을길과 명상길에 베어있는 지명과 역사를 재미와 퀴즈를 곁들여 막힘없이 풀어내는 해설에 섶길을 걷는 내내 즐거움과 새로움은 커져갔다.
생업 사정상 오랜만에 섶길에 올라보니, 오늘 섶길은 한두번 섶길을 완보하고도 다시 익숙한 섶길을 걷는 길벗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시 걷게끔하는가장 큰 매력은 그 무엇일까. 해후의 반가움 그리고 편안함과 익숙함 속에서 경험을 반추하며, 새로운 경험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아닐까한다.
억새의 배웅을 받으며 올랐던 길은 마을을 들어설때마다 주렁주렁 제몸에 겨운 감나무가 서정을 한껏 돋으며 마중을 하곤하였다. 누군가 신대2리 마을 이름을 감골이라 해도 좋을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까지였다. 또 신왕리 마을 어느 농가에서 마침 단감을 수확하던중 우리 섶길 일행과 조우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만나는 직거래장터가 마련되며 후한 농심을 받기도 했다.
오늘 섶길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은 세상 어느 큰 사진기가 있다 하더라도 다 담아 낼 수는 없을것 같다. 담을 수 있는 사진기는 있다면 오로지 마음의 사진기가 아닐까한다.
오늘 이 사진기에 그득그득 담아 하늘로 전송해야했다. 오늘 섶길을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 하늘에 있었기 때문이다. 11월이면 완쾌하여 섶길을 걷자던 (고)전병일씨이다. 작년 11월경에 혈액암을 발견하고 암과 사투를 하며 투병해 왔었지만, 끝내 9월 새 하늘을 맞지 못하고 투병내내 그리던 섶길을 올라서지 못했다.
그분의 남은 소박한 꿈이 섶길해설사였음을 밝힌다. 섶길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많았던 바, 섶길해설사 정식과정 교육은 아니었지만 섶길의 깊이있는 역사와 문화 등 해설사의 예비지식을 높히고자 해설사 보수교육에 몇차례 같이 참여한적도 있었다. 비록 살아서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분의 꿈을 이루어 드릴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편 가져본다.
글머리에 화제가 되었던 그는 이지연 섶길해설사라고 짐작하였으리라본다. 오늘 섶길을 빛내준 모든분께 감사드리며 글을 접는다.
첫댓글 저도 오래만의 섶길이
너무 좋았습니다.
봄과는 또 다른 풍경이
처음인듯 익숙한듯~
함박 웃음으로 맞이 해주신
섶길 동행자분들도
반갑고 걷는 내내
너무 즐거웠습니다.
황선생님의 사진과 이야기로
어제 섶길의 기억이
더 오래도록 남을 듯 합니다.
늘 좋은 동행자분들과
같은 길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또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저처럼 오랜만의 섶길이었나봅니다.
부족한 글에
정감 넘치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길벗님들과
함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