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주인공이 악당들의 위협을 피해가며 진실을 파헤치고, 드디어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 간부들은 주인공이 정리해온 기사를 놓고 회의를 한다. 인상적인 장면이다.
미국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엄청난 내용이다. 편집국장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 변호사등등 모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며 점검한다. 사실인지,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엄청난 내용이지만 워싱턴포스트가 아니고 길거리 찌라시에 실리는 것이 더 나을 만한 저질은 아닌지, 몇사람이 아니고 미국이라는 사회가 알아야 할 내용인지, 법적 책임 관계는 어떻게 예상되는지 등등.
점검을 마친 편집국장은 전화기를 든다. 먼저 백악관이다. 이런 기사를 준비 중인데 반론 기회를 드리겠읍니다. 전화를 받은 비서실장은 권총 자살한다. FBI 국장은 통화를 끝내고 미리 이런 경우를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사욕을 위해 백악관까지 동원해 온갖 불법을 저지른 석유 자본가 역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조선일보도 채동욱 혼외 자녀건을 보도하기 전에 이런 편집회의를 했을텐데, 설렁설렁한 것 같다. 아니면, 누군가가 "괜찮아! 저질러. 내가 책임질께"했든지.
미국 거주 한인들, 특히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는 한인들이 법질서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고차 팔기 전에 정비소 가서 운행 마일리지를 조작해달라고 하고, 정부에 내는 서류에 적당히 허위사실을 넣기도 하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에게 서류를 살짝 조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유학생들 중에는 렌트카의 부품을 빼서 자신의 차에 바꿔끼기도 하고, 도매업으로 신고한 업주가 소매손님에게 물건을 팔기도 하고, 윤창중이처럼 술먹고 해괴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 댓가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텐데, 그러지 못하다. 안면있는 이웃의그런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변호사, 의사, 회계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하고 당장 면허를 박탈당한다. 그 개고생을 해서 된 의사인데 먹고 살기 위해서는 딴 직장 알아봐야 한다. 그러니 절대 못들어준다. 신분을 숨기고 장갑 하나 사러온 세무서 직원을 거절하지 못하고, 소매 판매를 한 도매업자는 개업이후 모든 매출을 소매로 간주당하여 소매 판매세 (sales tax) 60만불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었다. 함께 술먹던 여자애와 만취상태로 호텔에 들어갔던 어떤 젊은이는 납치 강간미수 혐의로 1년이 넘도록 교도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하면 4~500불 범칙금을 내야 한다. 10년간 여자 세명을 납치하여 감금했다가 적발된 아리엘 카스트로가 얼마전에 교도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는데, 그가 받은 선고 형량은 종신형 더하기 천년이었다.
그러니 조심할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 법을 어기면 대통령도 물러나야 한다. 한국에서는 피의자의 인권을 감안하여 모자이크 처리하지만 미국은 어림없다. 용의자일지라도 아무런 모자이크 처리없이 그대로 TV에 생방송된다. 미국이라는 사회의 안녕을 해치는 일체의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처절하게 응징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주 해외분쟁에 무력개입하는 배경이다. 비인간적인 만행은 국지적 문제가 아니고 인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이 개입해서 응징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다)
펠리컨 브리프로 돌아가서, 워싱턴 포스트가 자신들이 기사가 사실에 근거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워싱턴포스트는 그런 신문사 몇개를 팔아도 감당하지 못할 징벌적 배상을 해야했을 것이다. 영국에서도 몇몇 신문이 이런 문제로 인해 사주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진폐간한 적이 있다. 그러니, 신중하게 따져보고 또 따져봐야 한다.
조선일보는 누가 봐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혼외자녀 문제를 왜 1면에 올렸을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허위로 밝혀져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많았지만 당사자와 술한잔 하면서 사과하고, 지면 한 구석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을 알려드립니다." 한줄 넣어주면 되기 때문이고, 국민들은 또 그냥 넘어갈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영국에 있었다면, 미국 신문이라면....
엄청난 배상금, 사회적 지탄, 구독자 급감, 광고 수입 중단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간 이외에는 다른 대책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나쁜 놈들이 살기 좋은 나라들이 있다. 마약범, 납치범들이 살기 좋은 나라는 중남미에 많다. 불법밀렵, 부패범들이 살기 좋은 나라는 아프리카에 제법 된다. 한국도 분명히 살기 좋은 나라인데, 누가 살기 좋은 나라일까? 확실한 것은, 일해서 먹고 사는 서민들에게 나는 다른 나라를 추천하고 싶다.
첫댓글 제일 중요한것은 아니면 말고식의 한건이 문제이지요,,,말에 대한 책임을 잘 지지않으니까요,,,이핑게 저핑게 대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