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미산
제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입석으로 가다가 느릅재 삼거리인 한성주유소 앞에서 내리면 앞에는 낮지만 뾰족한 골미산이 인상적인 모습으로 서 있어 산객의 기를 죽인다.
알싸한 추위를 느끼며 채비를 차리고 주민에게 길을 물어 엉뚱하게 느릅재 도로까지 갔다 돌아와 공사장 옆으로 흐릿한 족적을 따라 산으로 들어가니 곧 가시덤불들이 앞을 막는다.
척척 늘어지는 명감넝쿨들을 헤치고 키 작은 나무들을 잡아가며 급사면 가시덤불 숲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면 간밤에 내린 눈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새로 산 바지는 금새 상채기가 난다.
온 몸을 찔려가며 벌목까지 가세한 사나운 덤불 숲을 진땀을 흘리며 지그재그로 통과하고 길 없는 송림을 어렵게 치고 올라가니 묘 3기가 나오며 비로소 흐릿한 족적이 나타난다.
곧 통신소 철조망을 만나 눈 덮인 시멘트 소로를 건너 통신탑이 높게 서 있는 골미산(490m)으로 올라가면 개척산악회의 표지기 한 장만이 걸려있고 박무 속에 조망도 전혀 트이지 않는다.
▲ 도로에서 바라본 골미산
▲ 골미산 정상
▲ 골미산 통신소
- 467봉
이어지는 능선으로는 길이 없어 통신소로 이어지는 급한 시멘트 도로를 엉거주춤 조심스레 내려가다 아무래도 고개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되돌아와 능선으로 붙는다.
완만한 산길 따라 앞의 450봉을 넘어 뚜렷한 남쪽 능선을 버리고 남서 쪽으로 방향을 잡아 길 없는 너덜 사면을 치고 옛 도로가 지나가는 느릅재로 내려가니 통신소 도로가 바로 옆에 보여 후회가 된다.
무덤 가에서 오래된 동태 전에 막걸리 한 컵을 마시고 방치된 벌목들을 피해 눈길에 미끄러지며 389봉으로 올라가면 첨탑처럼 뾰족 솟은 승리봉과 두루뭉술한 무등산이 점점 가깝게 모습을 보인다.
느릅재터널로 빨려 들어가는 차량들을 보며 인적 끊어진 쓸쓸한 산길을 이리저리 헤치며 걸어가니 초 겨울의 파란 하늘이 눈이 시리게 펼쳐지지만 강 추위는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눈 이불을 곱게 쓰고있는 묘 2기를 만나 낡은 산불초소가 있는 467봉으로 올라가니 조망이 탁 트여 골미산에서 이어온 능선이 가깝게 보이고 탄광으로 파헤쳐진 배거리산과 오로산 등 크고 작은 영월의 봉우리들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 통신소도로에서 바라본 승리봉과 무등산
▲ 느릅재
▲ 467봉 정상
▲ 467봉에서 바라본 골미산과 450봉
▲ 당겨본 오른쪽의 배거리산
▲ 467봉에서 바라본 왼쪽의 솔미산과 오른쪽의 오로산
- 승리봉
우려와는 달리 산불지기가 다닌듯한 뚜렷한 족적을 따라 묵 은밭과 임도가 있는 이현으로 내려가 마른 덤불들을 헤치고 조림지로 올라가면 멀리 삼태산 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곧 잔 너덜들이 깔려있는 급사면을 만나, 나무들을 잡고 가시나무들을 헤치며 지그재그로 가시 덤불 덜한 곳을 찾아 올라가니 진땀이 흐르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인적인지 동물 길인지 모를 어지러운 흔적들을 보며 어렵게 능선으로 붙어 왼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승리봉(696.1m)으로 올라가면 작은 정상판 만이 붙어있고 눈에 덮혀서인지 삼각점은 찾을 수 없으며 그나마 조망도 가려있다.
올라온 둔덕으로 되돌아와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무들을 잡고 미끄러운 급 사면을 한동안 떨어져 내려가다 왼쪽으로 능선을 발견하고 트레버스 한다.
절개지에 노송 한 그루가 서있는 임도를 건너 금방까지 고라니 한마리가 노닐던 묵은 밭에서 숨을 고르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으니 뭉툭한 왕박산 정수리가 물끄러미 미숙한 산객을 쳐다보고 서있다.
▲ 이현 내려가며 바라본 승리봉
▲ 이현
▲ 조림지에서 바라본 467봉
▲ 조림지에서 바라본 삼태산
▲ 승리봉 정상
▲ 임도고개
▲ 뒤돌아본 승리봉
▲ 임도가에서 바라본 왕박산
- 무등산
기운을 내어 514봉을 넘고 안부에서 다시 급사면을 치고 오르면 곳곳에 벌목들이 쌓여있고 가시나무들과 울창한 미역줄나무들이 앞을 막는다.
진땀을 흘리며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 능선으로 붙고 찬 바람을 맞으며 오른쪽으로 떨어져 있는 무등산(620m)으로 올라가니 이정판이 반겨주고 무도리로 길이 이어진다.
뚜렷하고 완만해진 산길 따라 벌목들이 쌓여있는 임도를 만나고 안부에서 가파른 능선을 치고 송전탑을 지나 왕박산(598m)으로 올라가면 승리봉과 무등산이 전면으로 보이고 가창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의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귀를 에이는 찬 바람을 맞으며 임도가 지나가는 안부로 내려가 눈 덮힌 벤치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영춘지맥 종주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산불감시탑이 서있는 527봉으로 올라간다.
표지기들이 간간이 걸려있는 한적한 산길 따라 몇년 전과 똑같이 나무에 색동천이 걸려있고 돌 무더기들이 쌓여있는 조을재를 지나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을 올라가며 이유없이 기운이 빠져 몇번이나 쉬곤 한다.
▲ 무등산 정상
▲ 왕박산 정상
▲ 왕박산에서 바라본, 가창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의 산줄기
▲ 왕박산에서 바라본 백곡산, 용두산, 송학산
▲ 왕박산에서 바라본 삼태산
▲ 왕박산에서 바라본 영춘지맥의 527봉
▲ 527봉에서 바라본 무등산과 왕박산
▲ 527봉에서 바라본 백곡산, 용두산, 송학산
▲ 조을재
- 가창산
바위 지대에 글씨 없는 삼각점이 놓여있는 567.8봉을 지나고 급한 능선을 떨어져 내려가 잔 봉들을 넘어 탄광으로 이어지는 묵은 임도를 건넌다.
예전에 거꾸로 지났던 탄광 상부에 서서 흰 눈에 덮혀있는 산하를 내려다 보다 수북한 눈길을 뚫고 올라가면 세찬 바람은 윙윙거리며 머리 위로 빠르게 지나간다.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삼각점(404재설/77.8건설부)과 이정표가 있는 가창산(819.5m)으로 올라가니 앞에 삼태산이 멋진 모습을 보이고 태화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의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예상보다 조금 늦은 진행에 조바심을 내며 남동 쪽으로 영춘지맥을 따라가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의 갑산지맥으로 꺾어져 표지기들이 달려있는 뚜렸한 능선을 서둘러 내려간다.
조금씩 몸을 낮추는 태양을 바라보며 낙엽송이 울창한 임도로 내려가 임도를 조금 따라가다 무덤가에서 능선으로 붙어 벌목되어 있는 황량한 산길을 올라간다.
▲ 탄광지대에서 바라본 승리봉
▲ 가창산 정상
▲ 가창산에서 바라본, 삼태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의 산줄기
▲ 가창산에서 바라본 승리봉과 북릉
▲ 임도
- 650.6봉
붉게 물들며 마지막 기운을 토해내는 일몰을 바라보며 거센 바람 불어오는 능선을 느긋하게 따라가면 앞에는 삼태산이 듬직한 모습으로 서있고 멀리 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
임도가 어지러운 안부를 지나고 간간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마을들을 바라보며 글씨 없는 삼각점이 놓여있는 650.6봉으로 힘겹게 올라가니 산에는 금방 땅거미가 진다.
갑산재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아 중치에서 자작리 쪽으로 빠질 생각을 하며 랜턴을 켜고 길없는 산자락을 떨어지다 보면 오른쪽으로 산줄기가 보이지만 어둡다는 핑계를 대며 그냥 사면을 치고 내려간다.
막판의 가시덤불 숲을 뚫고 무덤들을 만나 인적 드문 연곡2리 마을로 내려가 갑산재로 이어지는 522번도로의 연곡2교 앞에서 제천 택시를 부른다.
잠깐 몸 단장을 하고 독한 매실주를 마시며 어둠 속에 서있는 갑산지맥의 597봉과 중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일진광풍이 불어와 지친 몸을 떨리게 한다.
첫댓글 감기기운이 있는데 산행기를 읽으니 더 추워젔어요..^^
등로는 험해도 눈은 그나마 적네여...솔미산을 생략하면 갑산재까지는 가겠네여
형님 춥습니다...ㅎㅎ 사진속에 사람도 한명씩 보이면 참 멋지지싶은데요.... 내년봄에 꼭가봐야 겠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갑산지맥을 시작하신건가요? 왕박산부터는 올 초에 지나간 구간이라서 알아보다가요~ ~~같이 산행하던 대장이 임도에서 그냥 갑산재까지 내달린 기억도 납니다.미리 갑산지맥을 먼저 갔노라~~라고 하시던데.감기 조심하세요.
당일 산행으로도 제천까지 가서 10시간 정도 산행이 가능하군요.
눈은 많이 안온 듯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추-운날 고생하셨습니다 ㅎ 1탄구경잘했습니다. 인제~ 2 탄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