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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15
S#1. 송현 외경. 다음 날 아침. 일요일.
S#2. 송현 입구.
이령과 호식이 급히 온다.
S#3. 정호 방.
정호(일요일이라 캐주얼한 차림)가 전화 중. 책상 위에는 파일 가득. 다 뽑아서 확인하는 중이었다.
정호 : 순서가 다 뒤집어졌어…원래 자린 니가 아니까, 나와서 정리 좀 해 줘…이따가 천천히…그래. (끊고 파일 하나 집는다)
이령과 호식이 들어온다.
이령 : 찾았어?
정호 : 어…방금…
이령 : (어이없어) 그럼 전화 좀 해 주지…
정호 : (내보이며) 방금 찾았다니까?
이령, 호식 : (확인하고는) 아, 증말…
정호 : 미안하다 일요일 망쳐서.
호식 : 손을 탄거야, 아니면 어디 다른데 두구 기억을 못했던 거야.
정호 : 파일 꽂혀 있는 순서, 씨디, 책상 위 물건들 위치, 다 바뀌구. (구석의 전기 스탠드 가리키며) 저게 금이 가 있더라구…
이령 : (쩝) 손님 왔었네, 뭐.
정호 : 손님인지 집안 식군지, 암튼 신지나 파일 노린 건가 싶어서 니들 부른거야…
이령 : 그럴수두 있지. 노렸는데 못 찾았을 수두.
호식 : 다른 거 없어진 건,
정호 : 지금 확인 중이야.
호식 : 통제실 감시 카메라 확인해 봤어?
정호 : 이상 무.
이령 : 야, 그건 힐끗만 돌려놓으면 먹통이나 마찬가지야. 기계를 뭐 믿니?
호식 : 아침부터 구박이야, 왜…
이령 : 니들 수사 수준이 딱 고 수준이라구…아니 여기 들어와 휘젓구 나갈 정도면 감시 카메라가 문제겠어?
저번에 도청장치 설치한 거 알았을 때두 그건 이상무였어.
호식 : 알았어, 대한민국 검사는 후지구, 넌 똑똑해.
이령 : 알믄됐다. (정호에게) 넌 오늘 뭐하러 나왔어?
정호 : (쩝) 별 일 없나 하구…
이령 : 뭐 낌새가 있었니?
정호 : 낌새는 무슨…아침 일찍 나와서 갈 데가 있나.
이령 : 왜 나와?
정호 : 혜수 짐 가질러 온다는데, 나 있음 심란하다 그래서…
이령 : 에?
호식 : 끝냈어?
정호 : 어…
S#4. 주희 집 거실.
주희,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전화 중. 방금 머리 감다 말고 혜수의 전화를 받았다. (세희와 타미는 외출 중)
주희 : (놀란) 아, 안녕하세요…네, 저는…덕분에요…건강은 좀, (하다가) 네?
S#5. 정호 집 거실.
군데군데 상자며 트렁크 따위 짐들이 놓여 있고. 혜수 전화 중.
혜수 : (전화. 웃음) 내가 민폐 많이 끼쳤다구…아픈 티를 오죽 냈으면.. 아니야, 언짢기는…
어어, 다른 게 아니구, 잠깐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응…오랜만에 얘기두 좀 하구 싶구…
아니, 아니, 그러지 말구, 괜찮으면 내가 주희씨 집으루 갈게…그래?…몇 시에 나가는데?…그럼 그 전에 잠깐 들를까?
S#5. 주희 거실.
주희 : (전화. 황황히 끄덕이며) 네…아니, 저, 근데, 집이 누추해서,
S#6. 정호 거실.
혜수 : (전화) 괜찮아…치울려구 애쓰지 말구 고대루 있어…(시계를 본다) 한…한시간?…근처에 가서 전화할게…그래…응….응.
(끊는다. 후우…오랜 숙제를 앞둔 듯 하다)
S#7. 송현 정호 방.
이령과 호식이 커피를 마시며 눈치.
정호 : (전화) 짐 다 보냈니?…기분 좀 이상하겠네?…글쎄, 뭐, 이따가 들어가 보면 알겠지…이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거…
그래서, 지금 새 집으루 가는 거야?…누구?…그 친군 좀 있으면 사무실 나올텐데?…
S#8. 혜수 차 안.
혜수 : (전화) 그 전에 잠깐…짐 다 실어보내구 나니까 그 애 생각이 나데?…아니 뭐 우발적인 건 아니구,
늘 한번 만나야지,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웃음) 당신 지금 긴장했어?…
S#9. 송현 정호 방.
정호 : (픽 웃음) 긴장은 무슨…
S#10. 혜수 차 안.
혜수 : 편한 마음으로 만날 거니까 신경 쓰지 마…
S#11. 송현 정호 방.
이령 : 혜수가 김주흴 왜 만나지?
정호 : 어어, 뭐,
호식 : 호텔방 사건 미안해서 그러나?
정호 : 뭐, 꺼림직한 거 다 털구 싶겠지…
정호, 계속 파일이며 씨디들 확인하는…
호식 : 어쨌든 이건 내부자 소행인 거 같은데, 경고 한 마디쯤 해라, 야.
정호 : 누군줄 알구.
이령 : 윤석기에 대해선 말두 꺼내지 말라는 거야?…신지나 파일 노리는 내부자가 누구겠어.
정호 : (곤두서는) 니가 확인해봤어?
이령 : 그래, 관두자.
호식 : 서정호 너 그거 재고해라…니 힘으루 그 친굴 홍인기한테서 떼놓겠다는 건 무리야…
뭐냐 도대체, 구세주 콤플렉스두 아니구.
정호 : 뭐?
호식 : 맞는 말 할때는 화내지 말구 들어라 좀.
정호 : (벌컥) 뭐가 맞아, 그게.
이령 : 틀리지는 않지. 너 그랬잖아. 김주희랑 윤석기 불쌍해서 둘이 멀리 보내버리구 싶다구.
정호 : 그랬다, 왜.
이령 : 그게 바루 구세주 콤플렉스 아니구 뭐야…걔네 둘, 수렁에서 건져 주겠다는 거잖아, 멋있게.
정호 : 니가 뭘 알아서!
호식 : 어어?
이령 : (핸드백 집어들며 호식에게) 난 운동하러 가야 돼.
호식 : (엉거주춤)
정호 : 그래 얼른 가!
호식 : 야, 너 정말,
이령 : (선다) 얼른 가자, 얼른.
정호 : (쯧)
S#12. 주희 집 거실.
주희가 조심스레 앉아 있고, 혜수, 찾잔을 든 채 새삼스레 둘러 보는 혜수.
혜수 : 오밀조밀 하네?…
주희 : 그냥 대강 살아요…뭐 이쁘게 꾸미지두 못하구…
혜수 : 뭘…직장 다니며 살림하구 동생 챙기구, 그것만으로 바쁠텐데…
주희 : 그렇긴 해요…
혜수 : 요즘 마음이 좀 안좋겠어. 윤석기씨 일이며 다…부모님 생각두 많이 날거구…
주희 : 네, 뭐…
혜수 : 다 해결 될 때까지 의연하게 견뎌라…
주희 : 네…변호사님한테 많이 의지하구 있어요…
혜수 : 그래…
주희 : 제가, 정말 죄송한 게 있어요.
혜수 : (웃음) 내가 맞춰 볼까?
주희 : ?
혜수 : 서정호씨 여기 있는 동안 나 사고 당한 거 땜에 그러지?
주희 : (시선 떨구는) 뭐라구 드릴 말씀이 없어요.
혜수 : (본다…난 저애 부모를 죽게 했는데…)
주희 : 변명 같지만, 변호사님이 저희가 걱정되셔서 갑자기 오셨는데, 그냥 고맙구 좋기만 했어요. 제가 생각이 모자랐던 거죠.
혜수 : (어른답게 하자는 생각) 그거, 그렇게 생각하지 마…내가 지금 여기 있는 동안에두 어디선가 끊임없이 무슨 일이 벌어질 거
아냐. 백화점두 무너지구, 다리두 주저않구, 전쟁에, 지진에…뭐, 주희씨 마음이야 괴롭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주희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혜수 : 실은 오늘 하구 싶은 얘기가 그거였어…그런거 계속 마음에 두구 있으면 난 어떡하지?…
주희 : ?
혜수 : 사람이 굳이 나쁜 맘 먹지 않아두 잘못하는 게 참 많아…존재만으루두…
주희 : (수긍하는) 네…
혜수 : 난 주희씨가 맘편히 살기를 바라거든?..그러니까 나 개의치 말구,
힘든 일 있음 주저없이 서정호씨한테 의논하구 기대구, 해…
주희 : (시선 떨구는) 저, 지금두 그러구 있어요…
혜수 : 그래두 돼…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주희 : 사모님께 죄송,
혜수 : 난 인제 사모님 아니야…
주희 : ?
혜수 : (웃음) 서정호씨 와이프가 아니라구…
주희 : 무슨,
혜수 : 이혼 했어…
주희 : (네에?….)
혜수 : 서정호씨가 그런 얘긴 안하나보네?
주희 : (말이 안나오는)
혜수 : (웃음) 나는 편해…
주희 : (마구 혼란스러운데)
혜수 : 어쩌면 주희씬 오히려 더 불편할지 모르겠어. 서정호씨가 혼자라는 게…근데, 그것두 뭐 곧 적응이 되겠지…
주희 : (쿵쾅거리는 가슴. 멍한 머릿속)
S#13. 송현 1층.
주희, 들어선다. 정호방 문 열려 있고 음악 소리.
선뜻 발걸음 떼지 못하고 올려다 보는데,
정호가 탕비실에서 커피 들고 방을 향하다가 본다.
주희, 처음 보는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떼지 않고 보면서 엉거주춤 인사.
정호 : (퉁명) 왜 안 올라와.
주희 : (눈 떼지 않은 채) 네, 가방 놓구 올라갈게요…
정호, 방을 향하고, 주희, 계단으로.
S#14. 정호 방.
정호가 등을 보인 채 커피를 마시며 서 있다.
주희가 들어온다…여전히 생소한 눈빛. 정호 등을 보는…
주희 : 저…제가 뭐 하면 되죠?…
정호 : (여전히 퉁명) 파일 순서대루 정리 좀 해 줘.
주희 : 네…
주희, 책상 쪽으로 가고, 정호, 탁자 위에 널려 있는 서류들을 집어 든다.
정호 : 난 이거 좀 보구 있을게.
주희 : 네.
정호, 나간다.
주희, 파일들을 집어들다가 완전히 나간 기척 들린 다음에야 돌아본다…
S#15. 동 로비.
정호, 터덜터덜 다가와 앉으며 서류를 던지듯이 놓는다…커피잔을 든 채 미간을 누르는…
그 부채감이 온전한 애정에 장애물이라는.
혜수 소리 : 그애한테 맘놓구 잘 해줘…내 짐을 당신한테 떠맡기는 거야, 내 대신 갚아 달라구…
S#16. 홍인기 거실. 낮.
홍 : (다 알고 떠보는) 서정호가 또 용케 막았두만.
석기 : 뭘 말입니까?
홍 : 신지나 전화기에서 빼낸 정보루 꽤 어려가질 챙긴 듯 하길래, 애들을 보냈거든?
석기 : 실패했습니까.
홍 : 그랬다네.
석기 : 제법이네요…
홍 : (본다) 그 친구 한번 만났으면 하는데.
석기 : (멈칫…)
홍 : (뼈 있는 말) 자네하구는 일부 교감하는 지점이 있지?
석기 : …표면상 그렇습니다만…
홍 : 그거야 어떻든, 자네가 한번 주선해 봐…오늘 중이라두..
석기 : (멍…일이 어떻게 되는 건가…)
S#17. 정호 방.
주희, 정리를 마치고, 책상 위 마른 걸레로 닦는데 정호가 들어선다.
주희 : (걸레 든 채 엉거주춤 보는) 거의 다 했어요.
정호, 주희 손의 걸레를 쓱 빼내 한켠으로 던진다.
주희, 웃음기 없이 말가니 본다…
정호 : 집사람하군 얘기 많이 했어?…
주희 : 네..근데…
정호 : 근데 뭐,
주희 : 말씀 들었어요. 집사람 아니시라면서요…헤어지셨다구…
정호 : (웃지 않는다) 그래서,
주희 : 네?
정호 : (좀 크게) 그래서…
주희 : 아니, 사모님…(잠깐 당황하다가 다시 말가니 본다) 이제 어떻게 불러야 되지요?..
정호 : 차혜수.
주희 : (끄덕이지만 이름이 선뜻 나오지는 않는) 네…암튼…편안해 보여서, 잘 된 일인가, 하구요.
정호 : (눈 떼지 않고) 대강은 그래….
주희 : 변호사님께두 잘 된 일이예요?
정호 : …차혜수한테는 나보다 저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나한테는 내 원칙 보다 나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잘 된 일이야…
주희 : (보는 채로 듣는)
정호 : …이게 너한테는 어떤 일이지?…
주희 : (보기만…)
정호 : (대답해 봐)
주희 : 전, 윤석기랑 아직 헤어지질 못했어요…무슨 뜻인지 아실 거예요…
정호 : (끄덕인다…)
주희 : 잘 헤어지구 싶어요…원망두 의심두 남지 않게요…그런 걸 품구서는 누굴 맘껏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
정호 : (먹먹해지는…) 알아…너라는 애…
주희 : (시선 떨구는…) 알아주셔서 기뻐요…(글썽. 떨리는 음성) 정말, 많이…
정호 : …나가서 좀 걸어 볼래?…
주희 : (…끄덕이는…)
정호 : 바루 내려갈게.
S#18. 동 복도.
주희, 나온다. 손등으로 눈물 닦아내는.
S#19. 정호 방.
정호, 서류를 책상 서랍에 넣고 잠근다. 핸드폰 집어 들고 나가려는데,
문자 메시지 신호음. 열면, ‘와주세요 모시러 갈 겁니다’
정호, 이게 뭐지?…
S#20. 1층 로비. 송현 입구.
주희앞에 정호를 데리러 온 남자 둘이 서 있다.
주희 돌아서면, 정호, 2층 복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정호 시선으로, 주희 뒤의 두 남자, 위협적이다…
주희 : (정호를 올려다 보며) 저, 이분들이…
정호 : 거기 가만히 서 있어.
주희 : ??
정호, 남들에게서 시선 떼지 않고 복고 지나 계단으로…
주희, 의아한 표정으로 정호가 내려오는 것을 지켜본다.
주희 등 뒤의 두 남자, 그런 정호를 묵묵히 보고…
정호, 주희 앞에 선다. 시선은 여전히 두 남자.
주희 : 약속 있으셨어요? (불안하게 정호를 보는)
정호 : (남자들 쏘아보면서) 먼저 나가있어…저 친구들하구 같이 어디 좀 갔다 올게…다 필요한 일이야…
주희 : ???
정호, 주희를 돌려 세우듯 보낸다.
주희, 얼어붙은 표정으로 나간다…
남자들 굳은 듯이 서 있고…
S#21. 동 안내 데스크.
주희, 초 긴장 상태로 출입문 향한다. 자동문 열린다.
순간, 주희, 나가지 않고 옆으로 빠진다. 주희는 나가지 않은 채 자동문 닫히는.
S#22. 동 1층 로비.
정호, 두 남자를 담담히 마주 서 있다. 담담하게 보는.
남자1 : 미스터 윤이 잠깐 모셔 오라는데.
정호 : (짐짓) 미스터 윤이라니요.
남자1 : 알렉스 윤.
S#23. 안내 데스크 부근 복도.
주희, 숨죽여 듣는.
남자1 소리 : 윤석기…
주희, 둔기로 맞은 듯.
S#24. 1층 로비.
정호 : 윤석기가 아니라 홍인기 선생이겠죠…
남자1 :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정호 : (잠깐 갈등하지만) 갑시다…
S#25. 복도.
주희, 얼어붙은 채 서 있고,
S#26. 입구.
남자1, 정호, 남자2의 순서로 자동문 빠져 나가고 다시 문이 닫히는.
S#27. 복도.
주희, 벽에 머리를 기댄다. 잠시 아무 생각 안난다…그런 채로 핸드백에서 전화기를 꺼낸다…
떨리는 손으로 번호 누르고,
주희 : (나직히 떨리는) 송변호사님, 저 김주희에요,
S#28. 엘리베이터 안.
정호와 두 남자. 정호의 핸드폰 울려서 받으려는데,
남자1 : 꺼주시겠습니까.
정호 : (…세게 나오네…끈다)
S#29. 거리. 호식의 차 안.
어령,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가 닫는다.
호식 : (운전하면서) 안 받어?
이령 : 차 돌리자.
차를 돌리는 호식
S#30. 동 서재 앞 복도.
남자 1의 뒤를 따라가는 정호, 그 뒤 남자 2.
서재 문 앞에 선다. 남자 1 노크.
S#31. 서재.
남자 1의 뒤를 따라 들어서는 정호. 아무도 없다.
남자1 : (앉으시라는 손짓하면서) 여기서 잠깐 기다리시죠.
정호 : (그러겠다고)
남자1, 옆방으로 들어가고, 정호, 목운동하듯 둘러본다…벽에 태극기가 걸려있다…
정호, 쓴웃음 지으며 물끄러미 보는데,
홍인기 : 서선생…
정호 : (본다)
홍인기가 서 있다. 뒤에는 남자 1이 서류 파일 하나 들고서.
둘, 잠시 마주 본다.
정호, 힘 빼기로 한 듯, 담담한 시선.
이윽고 홍, 정호 앞으로 성큼 다가와 손을 내민다. 정호, 마주 잡는.
홍 : 반갑소. 홍인기요.
정호 : 서정홉니다.
홍 : 앉으시죠.
정호 : 고맙습니다.
둘, 앉는다…
홍 : (미소) 놀랍습니다. 윤석기 부탁 한 마디에 이렇게 서둘러 와주시다니.
정호 : (미소) 제가 좀 미련합니다.
홍 : 무슨 겸양의 말씀을요.
정호 : 윤석기두 여기서 같이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요.
홍 :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요…서변호사께서 결정을 해주실 일이니까.
정호 : 뭔지 궁금한데요?
홍 : (남자 1에게) 그거 보여 드리지.
남자 1, 파일을 펼쳐 정호에게 내민다. 정호, 남자 1을 힐끗 보고는 받아든다.
남자 1이 공손히 물러서고, 정호, 찬찬히 들여다 본다.
홍 : 뭐, 유쾌한 내용은 아니요.
정호 : (보면서, 흠…하는 표정)
홍 : 이미 접수가 돼 있을 거요만, 철회할 수도 있지요.
정호, 흘려 들으며 한 장 넘기는.
고소장. 피고소인 서정호. 상기인은 제보자 조명식과 모종의 거래끝에 오천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수사 대상에서 제외.
정호 : (혼잣말처럼) 이 조명식이는 이런 짓 못할텐데요…간이 작아서.
홍 : 그럴까요?
정호 : (다음 장 넘긴다)
그 비슷한 고소장 또 있다. 좀 읽다가 또 한 장 더 넘긴다. 이번에는 더 조금만 읽고 또 넘긴다.
정호 : 서정호가 뭘 많이 받아 먹었네요…
홍 : 대질 확인이 필요하다면 자릴 마련하겠소.
정호, 들은 체 않고 몇 장 더 넘긴다…홍, 물끄러미 보고 있다..
정호, 고소장을 한꺼번에 반으로 북 찢는.
홍 : (역시 제법이군)
정호 : 이런 수고 하지 마시구, 그냥 원하는 걸 말해보세요.
홍 : (웃는다) 것두 나쁘지는 않겠소.
정호 : (뭐냐…)
홍 : 거기 젊은 친구 하나 앞세워서 신지나를 고소한 상태라구 들었는데…
정호 : 그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홍 : 그렇기는 한데, 고소만으루 그치실 생각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좀 걱정이 돼요,
서변호사가…본인 입으루두 미련하다구 더욱 더.
정호 : 간단히 말씀하시죠.
홍 : 애꿎은 아가씨의 사생활을 들춰내지 마시라는 뜻이요.
정호 : 저 허접한 고소장들하구 신지나 리스트하구 바꾸자. 그건가요, 지금?
홍 : 교환 조건이 맘에 안드시나?…
정호 : (픽 웃음) 밑지지 않습니까, 제가…
홍 : 어떻게 하면 맘에 드실까…
정호 : (본다…)
홍 : (본다…)
정호 : 윤석기 놔 주시죠…
홍 : (정호를 보는 채로 눈썹 꿈틀)
정호 : 그러면 대강 알찬 거래가 될 것 같은데…
홍 : (지그시 미소) 새삼 놀랍소. 윤석기가 그토록 필요한 존잽니까…
정호 : 그런건 아실 거 없구요…어떠신지…
홍 : 생각 좀 해 봅시다.
정호 : 그러시겠어요?
홍 : (남자 1에게) 모셔다 드리지.
남자1 : 네.
정호 : (선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홍 : (선다) 만나서 반가웠소.
정호 : 저 역시.
남자 1이 정중히 나가시자고 손짓 하고, 정호, 문을 향하는데,
홍 : 서정호씨.
정호 : (선다)
홍 : 충고 겸해서 한가지 알려 드리지요.
정호 : (반쯤만 돌아보는)
홍 : 그 친군, 살인범이요…
정호 : (뭐야?…)
홍 : 우연히 내게 목격 당하구 발밑에 엎드려 살려달라 매달리는 걸 뿌리치지 못한 인연으루 이날까지 거두구 있소…
순간의 실수루 그 영민한 머리를 썩히는 게 아깝기두 하구, 또 그 재주, 좋은 일에 쓰면 다 죄갚음이 되겠거니 하는 마음으루…
정호 : (멍…)
홍 : 과거를 떠안으라 생각을 말고 좀 더 냉정한 조건을 생각해 봐요. 생각 좀 해보시오. (돌아서는)
S#32. 거리. 정호 탄 차.
정호, 뒷좌석에 앉아 아무 표정이 없다. 홍인기의 말 귀에 윙윙거린다. 그 자는 살인범이요..
앞자리에 남자 1, 2.
남자2 : 저, 이거, (정호의 전화기 내민다)
정호 : (받는다) 인제 전화 써두 되는 거요?…
남자1 : 직원 아가씨한테 전화 해주시죠. 걱정할텐데.
정호 : (힐끗 보고 전화기를 켜면)
부재중 전화 5통.
S#33. 송현 이령방.
이령 : (고함) 야!…
마주 앉아 있던 주희 놀란다.
이령 : 너, 너 지금 어디야…오는대루 올라와!
S#34. 남자들의 차 안.
정호 : (전화) 아니, 내일 봐. 차 가지구 바루 갈 거야. 잠깐 누굴 좀 만나야 돼.
남자 1,2, 힐끗. 누굴 만난다는 소리에.
S#35. 지하 주차장.
차들 틈에 좀 떨어져 서 있는 석기의 차와 정호의 차.
한 구석 석기차. 운전석의 석기, 긴장.
정호, 대답없이 내린다. 입 떼기도 싫다…
남자 1의 차가 출발하면,
정호, 리모콘 누르며 차를 향해 다가가는데, 석기, 급히 내린다.
석기 : 선배님.
정호 : (멈칫…천천히 돌아본다…)
석기 : (본다…별일 없었는지 묻고 싶은데)
정호 : 널 기다린 거야?…
석기 : …네…
정호 : 어디 적당한 데루 좀 가자…얘기 좀 하게…
석기 : 저 묵구 있는 호텔 라운지에서 기다릴게요.
정호 : 그래.
석기 : (돌아선다)
석기, 차에 다시 오르고, 정호, 물끄러미 보다가 차에 오르는.
석기 차 나간다.
정호 차도 뒤이어 나간다.
정체 모를 차 한대가 그 뒤…
S#36. 송현 건물 앞.
석기 차 빠져 나가면,
남자 1의 차, 그 뒤를 살핀다.
정호 차가 나온다. 착잡하다. 잠시 가다가, 이상한 낌새.
S#37. 송현 이령 방.
이령, 호식, 주희가 앉아서,
주희 : (조심스레) 아직 상황이 끝난 건 아니죠?
이령 : (자세한 얘기 하기가 조심스러워 짐짓 웃음) 물론…홍인기가 윤석기 통해서 서변 만났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지…
따라서 얘기가 그렇게 간단히 끝날 수는 없을 거야.
호식 : 하지만 뭐 우선 서정호가 안전하다는 거 확인했으니까 자세한 얘긴 내일 들어 보자구.
이령 : 그래, 우리 같이 가서 뭐 좀 먹구 헤어지자.
주희 : 저, 밥은 집에 가서 먹으면 되구요, 실은 부탁이 있어요. 제가 사람을 좀 찾구 있거든요.
이령, 호식 : ?
주희 : 저희 부모님 병원에 있던 직원인데, 진료 기록이나 환자 신상 같은 걸 다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서요…
제가 지금 불안한 건, 저희 부모님 사고가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면, 그날 그 아파트에서 만난 환자가 누군지,
병원기록에는 주소가 나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인데, 그때 병원에서 일하던 직원이 행방불명 상태예요….
이령, 호식 : ???
주희 : 그리구, 윤석기랑 그 직원이 몹시 다퉜던 걸 제 동생이 언뜻 기억해요…
S#38. 석기 호텔 라운지. 밤.
석기, 깊숙이 기대 앉아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본다. 이상하다…
급히 전화를 한다…안받는다…뭔가 있구나…
S#39. 석기 호텔 방.
타미가 소파에 앉아 메모 패드에 뭔가 열심히 적고 있는데 석기가 들어온다. 생각에 잠긴.
석기, 한쪽 어깨 벽에 기댄 채 물끄러미 본다…
타미 : …복잡한 거 같애…
석기 : …타미…
타미 : …어…
석기 : 너, 세희랑 같이 살면 딱 좋겠지…
타미 : (분위기 탓에 얼른 대답 못한다. 침통해지는) 그렇지…지금 내가 세희랑 같이 하구 싶은 거 다 적어봤는데,
그럴려면 같이 살아야 돼…결혼을 해야된다구…
석기 : 결혼하면 잘 해 줄 거야?…
타미 : ….
석기 : …왜, 그건 자신 없어?…
타미 : 그걸 어떻게 말루 해…너무나 잘 하구 싶어서, 생각만 해두 울구 싶어지는데…
석기, 책상 쪽으로 간다…서랍에서 뭔가를 꺼낸다.
타미, 의아하다.
석기 : …타미…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타미 : ???
S#40. 주희 거실 이른 아침.
주희, 놀란 얼굴이고 타미가 주희 눈치를 보며 커다란 트렁크를 현관 안으로 들여 놓는다.
주희 : 무슨 소리야.
타미 : 정말루…
세희가 안방에서 나온다.
세희 : 뭐니?
타미 : 알렉스가 집에 나 쫒아 냈다니까.
세희 : 뭐?
주희 : (불안한데)
타미 : 미리 전화하면 안된다구 할까봐 그냥 왔어.
언니는 맘이 좋은 사람이라 나 길에서 자구 밥두 못 먹구 그러는 거 싫어할 테니까.
세희 : 아유 무슨 소리야 정말…
타미 : 내가 갈 데가 없어졌다니까? 집이 없어졌단 말이야. 석기가 나를 쫒아냈어.
주희 : 석기씨가 우리집으로 가라고 그러든.
타미 : 너 가구 싶은 데루 가라구 하니까 일로 왔지. 세희 곁으루.
주희 : 여기서 살겠다구?
타미 : 안돼? (주희 눈치)
S#41. 송현 갱의실. 아침.
하영 : 그래?…
주희 : 무슨 속셈인질 모르겠어…
하영 : (작게 한숨)
주희 : (본다)
하영 : (물끄럼해지는 시선) 꼭 내일 모레 죽을 거처럼 굴어…
후미진 복도에서 왈칵 입맞추던 석기 모습 떠올리면서.
S#42. 안내데스크.
석기가 들어선다.
은애 : 어머 안녕하세요
석기 : 잘들 쉬었어요?
민지 : 멋있었어요.
은애 : (주먹 휘두르는 시늉) 이거요.
석기 : (웃어보이고 간다)
S#43. 비서실 데스크.
석기가 올라 온다.
주희, 굳은 듯이 보고,
하영 :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표 방을 손으로 가리키는)
석기 : (끄덕이고 돌아서며 주희를 언뜻 보는)
주희 : (볼 뿐)
S#44. 영중의 방.
석기가 들어오면, 영중 서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다가 반색.
영중 : 네…어! 어서 오게.
석기 : (빙긋) 사과 드립니다. 제가 무례했어요.
영중 : 무례는 무슨, 무례…술자리 끝에 그럴 수두 있는 거지…난 그런 거 그 자리에서 다 잊어버리는 사람이야. 봐…
석기 : 감사합니다.
영중 : 앉지.
석기 : 네.
둘, 앉는다.
영중 : 자, 인제는 말이야 우리가 좀 더 자유로운 행보를 구사해보자구. 수사불가라는 게 언제든 뒤집어 질수두 있는 거지만.
석기 : 그렇죠.
영중 : 항소의 기본 전략은 있어?
석기 : 멕시코 현지 법인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쪽으루 잡았습니다. 정우석의 해외 재산은 전부 거기 명의루 돼 있는 데다가,
국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예보쪽에서 담보능력에 점수를 준 것두 그 점이니까요.
영중 : (끄덕이다가…) 그렇지.. (문득 본다) 한데, 당시 대출 압력을 넣은 인사 중에 몇 명이
신지나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게 사실이야?
석기 : (본다…빙긋) 사실입니다.
영중 : 그건 중대 변수 아닌가.
석기 : 그렇긴 하죠.
영중 : 무슨 대책이 있나? (윗선에서는? 하는 표정)
석기 : (본다…잡아떼는) 아니요. 굳이 대책을 세울 필요는 없다구 판단한 것 같습니다. 터져두 크게 달라질 건 없다는 거죠.
영중 : 그래?…
S#45. 비서실 데스크.
주희와 하영, 각자 다른 상념에 빠진 모습.
이령이 온다. 굳은 표정.
주희, 하영, 깨나듯 인사하는데,
이령 : 주희씨 잠깐 나 좀 봐.
주희 : (불안) 네.
S#46. 이령 방.
둘, 들어 온다.
이령 : 이영미.
주희 : 확인 됐어요?
이령 : 2000년 당시 나이 만 21세. 맞지?
주희 : 네, 저랑 동갑이예요.
이령 : 본적 충북 제천, 고향에는 부모 다 생존해 있지만 확인 결과 중학교 졸업 후에 가출해서 소식이 없다는 걸 보면
행방불명 사실두 모르는 거 같애.
주희 : (어떻게 그럴 수가)
이령 : 윤석기가 그 아가씨랑 싸운 이유는 뭘까?
주희 : 아예 그런 사실이 없대요.
이령 : 그래?…
주희 : 네.
이령 : 박검사가 마지막 주소지 이후의 행적을 탐문 중이니까 자세한 건 좀 더 기다려 보자.
주희 : 네. 감사합니다.
이령 : 우리 그런 인사는 생략하자. 이미 우리 모두의 일이 돼버렸어. 난 서변이 정우석 비자금 배후를 캘 때부터
주희씨랑 인연이 시작된거나 마찬가지라구 봐. 윤석기가 그 사건을 들구 여기 나타났을때는 그걸 상상두 못했지만.
주희 : (끄덕인다) 네…
이령 : 근데 나 서변이 아무래두 이상한데?
주희 : ?
이령 : 출근하면서 전화 했는데 또 불통이야. 주희씨한텐 아무 연락없었어?
주희 : ???
이령 : 윤석기 쪽은 분위기가 어때?
주희 : 타미라는 친구를 저희 집에 보냈어요. 아예 짐을 싸들려서… 좀 이상했어요.
이령 : ?
주희 : 하영이 말두 그렇구…
이령 : 양하영이?
주희 : 요즘 좀 이상하다구요…
이령 : (뭘까…)
S#47. 비서실 데스크.
주희와 이령이 오고, 영중의 방 쪽에서 나오는 석기.
이령 : (짐짓 웃음) 윤석기씨, 지금 나갈 건가요?
석기 : 네.
이령 : 그럼 같이 나가면서 잠깐 얘기 좀 해요.
석기 : 그러죠.
석기, 이령에게 계단 먼저 내려가시라 손짓하는.
석기와 이령이 사라지면, 주희와 하영, 잠시 보다가,
하영 : 김주희,
주희 : 어…
하영 : 나한테 후련하게 말 좀 해 줄래? 윤석기?
주희 : 그럴만큼 알지 못해. 나두…니가 알구 싶은게 이전의 윤석기라면 또 모르지만.
하영 : (그래…끄덕이는)
S#48. 거리. 석기 차안.
석기 운전 중.
이령 소리 : 서정호가 윤석기가 아닌 홍인기를 만나러 나갔다는 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요. 인정하죠?
근데 이 밑에 다 왔다구 해놓구는 다시 연락이 안된다면, 내가 당연히 홍인기를 만나구 싶지 않겠어요?
S#49. 이령 차 안.
이령 운전 중.
석기 소리 : 송선배님은 이 모든 일에 중심을 잡아 주셔야되요…곧 연락 드릴게요….
S#50. 홍인기 거실.
석기가 들어 온다.
홍, 창 쪽에 등 보이고 서 있다.
홍 : 늦었구만.
석기 : 죄송합니다…고대표랑 얘기가 길어졌어요…신지나 리스트 때문에 불안해 하길래.
홍 : 그 자한테는 적정선 이상의 정보를 줘선 안되네.
석기 : 알구 있습니다…(본다) 외람되지만, 서정호를 잡아 두시는 건 별루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홍 : …서정호, 윤석기…피를 나눈 형제 사이라두 되나?…
석기 : (시선 떨구는) 그런 감상적인 이유에서가 아닙니다…
홍 : (자르릇) 신지나 리스트와 자네를 바꾸자구 하더구만….
석기 : (내심 철렁…)
홍 : 내가 말은 안했지만 좀 놀랬지…그건 아주 깊은 뜻이 있지 않겠나… 김주희 부모의 사고 관련 사항들,
임동수의 증언에서부터 권혁중이까지, 다 포함해서 내던지구 자네를 내개서 떼내구 보자는 걸텐데…
석기 : (돌았어, 서정호)
홍 : (돌아선다) 뭐 아무려나, 지금 자네를 서정호한테 보낼 참이야…
석기 : ???
홍 : 서정호를 100프로 이용해만 준다면 내 자네 빚을 다 탕감해 주지…
석기 : (순간 멍해지면서도 냉소…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군…)
홍 : (본다…)
석기 : 어디루 가면 되죠?…
S#51. 송현. 비서실 데스크.
주희 : (전화) 네, 민경장님…네…(뜻밖) 면회 할 수 있나보죠?…
S#52. 동 거실. 낮.
전면 유리창. 바깥을 내다보며 서 있는 정호.
석기가 들어서고 문이 닫힌다.
정호, 돌아보지 않는다. 중압감. 그 자는 살인자야…사실이라면, 누구를, 왜…물어봐야 한다는.
석기, 조용히 다가가 좀 떨어져 선다. 만년필 형 차단기 탁자 위에 놓는..
정호 : 지금 이거, 너랑 나랑 평등한 거지?…둘 다 갇혀 있잖아…
석기 : …그러네요…
정호 : 기분 그런대루 괜찮네…
석기 : …네…어제 저랑 헤어지구 바루 이리 오신건가요?
정호 : 차 두대가 앞뒤로 바싹 붙더라구…
석기 : 그래두 선선히 따르셨나봐요.
정호 : 반항했다간 팔다리 중에 어디 하나 나갈 거 같더라…대신에 이번에는 대접이 아주 좋아…패지두 않구.
석기 : …이런 게 더 불안하지 않나요?…
정호 : 난 아냐. 쳐맞는 거 싫어. 피할 수 없다면 맞겠지만…
석기 : …사무실에 전화 해주셔야죠..
석기, 전화기 건네고, 정호, 번호 누르는.
S#53. 홍인기 집 밀실.
폐쇄회로 모니터 속에 정호와 석기의 모습.
홍인기, 보다가 돌아선다.
비서 : 윤석기 전화기는 미처 압수를 못했답니다. 제지하라구 할까요?
홍 : (빙긋) 놔 둬…저 둘 다 서로 죽일 짓은 못해…임동수 병실 전화 가능하지?
비서 : 네, 공식적으루 재조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서 경찰이 상주하긴 합니다만,
홍 : 통화 좀 하자…
S#54. 별장.
정호 : (전화) 나 아주 편하게 있어… 어제 그건 알리바이용이었지. 본의 아니게…
실은 이거 예정대루야…그런 줄 알어…뭐 다른 일은 없구?…
석기, 쓴웃음 지으며 듣는.
S#55. 식당 밀실.
상 위에 신지나 리스트며 관련 자료들 가득. 이령과 호식 마주 앉은.
이령 : (전화) 윤석기랑 같이 있구나?…너 지금 김주희 안부를 못 묻는 거 보면…
생각이 많더라. 사고의 표적이 혹시 부모님이 아니었을까, 사고 직전 만났던 환자가 누굴까.
S#56. 별장 거실.
정호 : (전화. 어쩔 수 없이 어두워지는…)
S#57. 식당.
이령 : 근데 임동수 진술 내용을 김주희는 아직 모르니까 아니다, 분명히 말해줄 수가 없더라…윤석기 관련 대목이 너무 쎄서…
알았어…(호식에게 전화기 주는)
호식 : 응. 윤석기 쪽 분위기가 썩 밝지가 않은 거 같은데…어떡하까?…우리 이거 계속 못놔둔다?…신지나 리스트, 너무 커…
너 거기, 길어 질 거 같으면 대책 세워야지..
S#58. 별장.
정호 : 대책없이 가. 그게 대책이야, 지금은…. 다시 연락할게…(끊고 탁자위에 놓으면)
석기 : 좋으시겠어요.
정호 : 뭐가.
석기 : 가끔 선배님 보면, 정말 딴 세상이라는 게 있는 거 같아요…친구들이나, 성품이나…다 돈주구 살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정호 : (쓴웃음) 그래?…
석기 : 따뜻해 보여요….
정호 : (저런 얼굴에 뭘 어떻게 들이대나, 싶은)
석기 : …부인께선 좀 어떠신지, 진작에 안부 묻구 싶었어요.
정호 : (잠깐 착잡….) 그건 알 거 없구,
석기 : 계속 같이 사실 건가요?
정호 : 아니.
석기 : ?
정호 : 까였어, 내가.
석기 : (내심 놀라는…짐짓 웃음) 축하합니다.
정호 : 그건 미국식 아냐…걔들은 이혼 파티두 한다매.
석기 : 네…가끔 봤어요…
정호 : (쓰다)
석기 : 주희두 아나요?
정호 : 알아.
석기 : …잘 됐네요.
정호 : (본다) 너 그랬지…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좋겠냐구…
석기 : …그랬죠…
어색한 침묵…
정호 : (말머리 돌리는) 어떻게 왔니…올 줄은 알았지만…홍인기가 내려준 임무야, 아니면 니 용건이야…
석기 : …왜 그런 제안을 하셨죠?…
정호 : (알지만) 뭘…
석기 : 저랑 신지나 리스트, 바꾸자구 하셨다면서요…
정호 : 응.
석기 : 왜 그러셨어요?
정호 : 멋있구 싶어서.
석기 : 그거 그렇게 써버리면 안되지 않나요?
정호 : 어떻게 써먹든.
석기 : ….선배님,
정호 : 그렇게 부르지 마. 맘 약해져. (돌아선다)
석기 그대로 서 있고, 정호, 주방 쪽으로 간다.
정호, 마실 것 두 잔을 만들면서 석기 쪽을 굳이 안보는. 석기 역시 미동 없이 그대로 서 있는.
이윽고, 정호가 잔 두개를 들고 와 탁자 위에 한잔만 놓는다
정호 : 앉아라?..
석기, 앉는다.
정호는 앉지 않고 창가로 다시 간다…둘 다 한 모금씩 마시고 나서 또 한참…
정호 : (마음을 다잡고 담담하게) 사람 죽인 적 있나?…
석기 : (멈칫, 굳어지는)
정호 : (물끄러미 본다)
석기 : (굳어진 채 눈 앞만…)
긴 침묵.
석기, 이윽고 자조의 웃음. 정호, 힐끗.
석기 : …무수히 죽였죠…표창두 날리구 기관총두 쏘구…정말 많이 죽였어요…미운놈들이 너무 많아서…
정호 : 미사일두 한방 날리지 왜…난 지구를 폭파한 적두 있는데…
석기 : 재밌네요.
정호 : (잔을 한참 천천히 돌리다가 멈춘다..다시 마음을 다 잡듯.) 이거, 너한테 하는 마지막 질문일지두 몰라…
아무리 개폼을 잡구 싶어두 내 한계라는 게 있으니까…
석기 : (서서히 웃음기 가시는…) 홍인기가 뭐라구 하던가요…
정호 : 아주 간단한 정보야…
석기 : (물끄러미..)
정호 : 자세하다 해두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석기 : (조금 웃는데 입가에 미세한 경련)
정호 : (말해다오, 얘야…)
석기 : …
정호 : …천천히 해두 돼…
S#59. 송현 내부. 저녁 무렵. 퇴근 시각 지난.
아무도 없다.
S#60. 정호 방.
주희, 문간에서 방 안을 본다…이럴 때 이 방이 비어있다는 건…
S#61. 동 복도.
주희, 조용히 문을 닫는데, 아래층에서 인기척
급히 복도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주희.
이령이 들어오는 중.
주희 : 이제 오세요?
이령 : 어, 오래 기다렸지.
S#62. 이령 방.
이령 : 그 생각은 접어…분명히 주희씨 부모님이 아니라 임진수 부부가 표적이었거든?
주희 : (어떻게 아시죠?)
이령 : 그 부부, 정우석이 집에서 일하다가 뭘 너무 많이 알아버렸대지?
주희 : (그랬구나…)
이령 : 요는, 그것때문이라면 이영미 행적을 알 필요는 없다는 얘기야.
주희 : 그렇겠네요.
이령 : 사실 또 아까 말한 거 이상 알아낸 것두 없구…너희 부모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의료보험 기록, 당시 주소지 말구는.
주희 : (끄덕이면서도)
이령 : 물론 윤석기 쪽으루 각도를 맞출 경우, 윤석기가 그 아가씨랑 왜 싸웠냐는 문제는 남지만.
주희 : (본다. 강력한 동의) 네…
이령 : 그 문젠 서변하구 다시 얘기하자.
주희 : 네.
이령 : (시계를 보고는) 늦었네. 들어가 봐. 난 아직 할 일이 많아.
주희 : 저,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령 : 뭐가?
주희 : 경찰서에서, 임동수씨가 절 보자 그런다구 전화가 왔어요…여덟시에 병원앞에서 만나기루 했는데,
이령 : (엉?….)
S#63. 임동수 병실.
민경장과 주희, 이령이 들어온다.
민경장 : 임동수씨, 김세희 언니되는 김주희씨예요.
임동수 : (미안한 듯 웃음. 거짓말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늘 한번 만나구 싶었는데.
주희 : 진정서를 내주시구, 증언까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임 : 뭘요.
민경장 : 그리구 여긴 대리인 자격으루 동행해주신 송이령 변호사님.
임동수 : 네…
이령 : 김주희씨한테 하구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구요.
임 : 네…저, 죄송하지만, 두 분은 자릴 좀 비켜주시면 좋겠는데.
주희, 이령 : ??
민경장 : (이령에게) 그렇게 하시죠.
이령 : (석연치 않지만 웃음) 그러죠. (주희를 보면)
주희 : (이따가)
이령 : (끄덕여주는)
민경장과 이령, 상주 경관 나가면,
임 : 좀 앉아요.
주희 : 네…
주희, 조심스레 앉고,
임 : (아무래두 거짓말이라 눈치 봐지는) 내가 이 얘긴 아무한테두 안하구 무덤까지 가지구 갈려구 했는데,
아무래두 양심이 괴로워서 못 살겠습디다…
주희 : 무슨…
임 : (짐짓 한숨) 윤석기…
주희 : ????
임 : 나는 그 자가 왜 한국을 떠났는지 알아요…
주희 : (신음처럼 새나오는) 네?…
S#64. 별장. 밤.
석기, 정호, 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석기 : 저 역시 어쩌면, 이게 선배님께 하는 마지막 대답이 될지도 모르겠어요…그래서 더 두렵네요…
정호 : (극도의 긴장을 누르는) 그렇지 않아…다시 시작한다 생각 해…
석기 : (마른 침을 삼키는)
정호 : (꼼짝 않고 기다리는…)
석기 : 세희를, (숨을 들이 쉬느라 말 잇지 못하고)
정호 : (굳어지는)
석기 : (간신히) 저더러, 세희를 죽이라구 했어요…세희는 유일한 생존자이면서 또 유일한 목격자니까요…
정호 : (당혹감 감추려 두 손 깍지 끼는데 떨린다)
S#65. 병실.
임 : 그 자는, 김세희를 죽이려다 실패했지요.
주희 : (마구 떨리는 턱)
임 : 그 순간에 들켰거든?
S#66. 별장.
별장, 석기 뒤 켠에 서서 망연히 듣는다.
석기 : 권혁중이 제 손에 주사기를 쥐어줬을 때, 그 때 이미 전 사람이 아니었어요…죽기 직전까지 얻어 맞는 동안,
힘 앞에서 목숨을 구걸하는 짐승이 돼 있었죠… (마른 침 또 삼킨다)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제가 살구 싶어서…
정호 : (아득한 머릿속….)
S#67. 병실.
임 : 그걸 본게, 댁에 병원서 일하던 아가씨란 말이지…
주희 : (핸드백 꽉 쥐며 안간힘으로 버티는)
S#68. 별장.
석기 : 주희네 병원에서 일하던 영미라는 아이가 나타나구 권혁중이 당황하는 걸 보면서 그때서야 제가 무슨 짓 하구 있는지,
비로소 봤어요…차라리 그 애가 고마웠습니다… 한데…그 고마움은 정말 잠깐이었어요…
정호 : (그만 듣고 싶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는…)
석기 : 영미는 절 봐선 안되는 거였으니까요…
정호 : (눈 앞을 보는 채로 간신히) 그래서…어떡했냐…
석기 : …집까지 쫓아갔습니다…그리구,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땐, 그 앤 죽어있었어요…제 손엔 칼이 있었구요…
정호 : (시선 여전) 니가 했어?…니 손이 한거야?..
석기 : …(헛웃음) 제 손과 상관없이, 제 마음은 이미 그 앨 수백번 더 찔렀습니다…
정호 : (멍…그랬겠지..)
석기 : 뭣보다 저 자신이 가증스러운 건, 누군가 저한테, 그거 니가 한게 아니라구 말해주길 바란다는 점이예요…
정호 : …니가 확인하려고 했던게 그거였구나…
석기 : …
정호 : …(멍한 채로 끄덕이다가…문득 석기 어깨를 보며 담담히) 고맙다, 말해줘서…
석기 : (눈물 번뜩이는)
정호 : (가엾은 놈…뜨거운 것 꿀꺽 삼키는)
S#69. 병원 로비. 밤.
주희와 이령, 나란히 앉아.
주희는 멍하고, 이령은 뭐라 할 말이 없는…이윽고,
이령 : 가혹하지?…
주희 : (멍할 뿐…)
이령 : 근데,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것두 판단하지 마… 임동수 진술이 백프로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두 없으니까…
주희 : …어떻게…어떻게 확인을 하죠?…(믿어지지 않고, 슬프다. 외면하며 울음이 북받치는)
이령 : (담담하게 보면서도 가슴이 아픈)
S#70. 별장.
정호 : (나직) 맡겨 볼래?…
석기 : …너무 중한 짐이예요..
정호 : …내가 아니라…법이 아니라…순리에…
석기 : …
정호 : …. 그럴 수 있겠어?…
S#71. 홍인기 거실. 밤.
홍인기가 혼자서 길게 입을 찢으며 웃는…
S#72. 별장. 다음 날 이른 아침.
석기, 반듯하게 앉아 있고 정호가 짐짓 여유있고 씩씩하게 전화 중.
정호 : 서정홉니다…이거, 조금 섬세하게 해보죠…교환 조건 말이예요…
S#73. 홍인기 거실.
홍 : (전화. 빙긋 웃음. 걸린 거야…) 무슨 뜻이요?…그래요?…그거 괜찮은 생각입니다…
S#74. 별장. 이른 아침.
남자 1이 정호에게 전화기와 자동차 열쇠를 건넨다. 정호, 받는다.
석기는 굳은듯이 서 있고.
정호 : 대접 잘 받구 갑니다.
남자 1 : (정중) 별말씀을요.
정호 : (석기에게) 가지.
석기 : (짧은) 네.
S#75. 송현 내부 전경. 아침.
다들 아직 출근 전.
정호와 석기가 2층으로 올라간다. 집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나온.
S#76. 2층 복도.
정호, 석기, 올라와 선다.
석기 : 고대표 나오면 얘기하구 곧바로 떠날게요.
정호 : (본다…) 오래 걸리지 않게 애써 볼게…
석기 : (시선 떨구는)
정호 : …새삼 또 말하지만, 날 믿어줘서 고마워…
석기 : …들어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정호 : … 그래…
석기, 방으로 들어가고 정호, 잠시 보다가 자기 방을 향한다.
입구 들어서는 주희가 보이자 멈춰서는 정호.
주희, 정호를 올려다 본다…정호, 굳은 표정으로 보는…이령과의 통화로 임동수 만난 것 안다.
S#77. 석기 방.
석기, 망연히 창밖을 보면서 있다.
S#78. 정호 방.
정호, 주희 서서,
정호 : 윤석긴 당분간 어디 좀 가 있을 거야…
주희 : (차분하게 보는) 당사자한테 확인을 해야 하지 않나요?
정호 : (본다) 내가 알아…
주희 : 제가 임동수씨한테 들은 얘기하구 다른건가요?
정호 : 달라…
주희 : (차분한 중에도 혼란이 스치는) 어떻게 다르죠?…
정호 : 그러니까 절대 앞질러 생각하지 마.
주희 : (어떡하시려구요?…)
정호 : 내가 바라는 건 두 가지야…하나는 니 마음 속에 원망이나 의심이 없어지는 거, 또 하나는 윤석기가 지옥에서 벗어나는 거…
그래야 내가 좀 편해지겠어…
주희 : (글썽) …그거, 뭐죠?…어쩌다 그런 짐을 지시게 되셨을까요?…
정호 : (시선 비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