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태어나서 20년동안 부산에서 자랐고, 서울로 올라온지 이제 10년이 되어 갑니다.
1. 프롤로그
다음에 등장할 인물로는 서석재(전 국회의원, 전 총무처 장관, 김영삼 전 대통령 최측근), 박종웅(현 국회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 대변인), 허삼수(전 국회의원, 5공 쿠테타 주역, 전두환 전 대통령 최측근), 노무현 현 대통령으로 아마 정치에 관심이 조금 있으신 분들은 이름들을 익히 들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선 13대 국회의원 선거(?)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아마 제가 초등학생때일 것입니다. 제가 살던 곳은 부산의 사하구로 당시 민정당 후보로 박??(이름이 생각이 안남)씨가 나왔고, 통일민주당 후보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왼팔이라고 불리던 서석재 전 의원이 후보로 나왔습니다.
당시는 아시다시피 5공 시절로 여당인 민정당의 금품과 관건 선거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던 시대였습니다. 당시에 초등학생인 저로서는 시대 상황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5공의 언론과 조직을 이용한 홍보가 어느 정도 심했는지는 다음과 같은 노래의 후렴구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우신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대통령~~ 우리도 씩씩하게 자라납니다.'
아직도 이 노래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당시의 언론과 지역여론 조작이 얼마나 심했는지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민정당 후보였던 박??씨는 지역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였으며, 민정당 후보로 확정이 된 후 제가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볼펜, 줄자 등 기념품을 돌렸으며, 선거 전날밤 통장과 선거운동원이 함께 찾아와 현금봉투 3만원을 집집마다 돌리고 갔습니다. 엄청난 여당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금품을 살포하고 다녔던 것입니다.
선거의 결과는 얼마간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당시 통일민주당의 서석재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금품 살포와 관건 선거에 나선 여당 후보를 이긴 것이지요.
허나 이는 올바른 국민의 판단이라기보단 당시의 정세상황으로는 지역감정이 극도로 심한 상태로 부산 지역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보내던 상황으로 서석재 후보가 이겼다기 보다는 지역대결 구도의 산물로 서석재의원이 탄생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다음과 같습니다. 13대 국회의원 말기에 서석재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 혐의(아마 제 기억으로는 동해 보궐 선거 후보 매수 사건이 아니었나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이 납니다.)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14대 선거의 후보로 누가 나올지가 관건이었는데, 제가 기억하는 당시 지역 분위기는 설마 김영삼이 서석재를 버리겠느냐(자기를 대신해서 뒤집어 썼기 때문) 하는 분위기였고, 당시에 제가 듣기로도 서석재의원이 어디 육교를 지어줬으니 어디 다리를 건설해줬느니 하는 이야기가 떠돌아 다니던 때였으니까요.
그러나 14대 선거의 민자당(3당 합당 후) 후보로는 서석재 전 의원이 나오지 않았고,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한 박종웅 의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하였기 때문에, 지역의 분위기로는 아마도 비리와 연관된 서석재 전 의원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공천을 하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박종웅 의원을 내세운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결과는 박종웅 의원이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이 되었고 15, 16대에도 손쉽게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른 선거구로 넘어가서 부산 동구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부산 동구는 저의 외가가 있던 곳으로 13대 당시에는 민정당 후보로 허삼수 전 의원이 나왔고, 통일 민주당 후보로는 노무현 현 대통령이 후보로 나왔습니다. 어쩌다가 부산역(친가로 갈때 버스를 타는 곳이라서)에서 행해진 노무현 후보의 선거유세장을 지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엄청난 사람이 모여 있었고 노무현 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정말로 감동적인 광경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그 분위기만으로 노무현 현 대통령이 정말로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이것은 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느낀 군중심리를 얘기하는 것으로 노무현 현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말이 아닙니다.)
당연히 허삼수 전 의원도 많은 돈을 살포하였으며, 저희 어머니에게 듣기로는 허삼수 전 의원의 부인이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고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선거의 결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노무현 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제가 들은 동구의 분위기는 허삼수 전 의원은 쿠테타의 주역이라는 등 흉흉한 소리만 들었습니다.
허나 3당 합당 후 노무현 현 대통령은 통일 민주당을 탈당하게 되었고, 14대 선거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자당 후보로 허삼수 전 의원이 나왔으며, 노무현 현 대통령은 꼬마 민주당 후보로 나와서 맞붙게 되었으나, 결과는 허삼수 전 의원의 압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15, 16대 때는 5공 청산 문제로 허삼수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신한국당의 정의화 현 의원이 당선이 되었습니다.
2. 과거의 선거 판세 분석
그럼 이제 어떻게 부산 사하구(13대 서석재 - 14,15,16대 박종웅)와 부산 동구(13대 노무현 - 14대 허삼수 -15,16대 정의화)와 같은 결과가 탄생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3김 시대의 산물
누구나 다 알다시피 그 당시에는 지역감정으로 얼룩진 시대로 부산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천만 받으면 모든 것이 끝난 것이었습니다. 13대 선거에서도 노무현 현 대통령의 정치적 소신이나 능력이 평가를 받아서 당선이 된 것이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에도 정치 신인이 이름을 알리기는 무척이나 힘든 상황이었고, 5공 시절이었기 때문에 당시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 현 대통령에 대한 탄압은 무척이나 심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업에 열중할 수 밖에 없던 일반 시민들은 노무현 현 대통령이 당시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왔다는 과거의 일들은 잘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에 대한 투표라기 보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낙점을 했기 때문에 믿고 지지한 것입니다. 그 이후도 역시 인물에 상관없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가 모두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2) 지역 관리 조직의 승리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도 그 지역에는 분명히 선거로 먹고 사는 악질 지역토착세력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습니다. 오늘날은 그 성격이 조금은 달라졌지만, 과거 통반장을 비롯한 지역 조직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습니다. 제가 살던 부산 동구를 보면 13대 때는 지역감정이 이러한 조직세력을 등에 업은 민정당 허삼수 후보를 누르고 노무현 현 대통령을 국회의원으로 배출하였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 이러한 조직세력들은 다시 민자당쪽으로 흡수되고 오늘날의 신한국당에게까지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국회의원들만 철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지역의 악질 토착세력들 역시 권력과 돈에 따라서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쪽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3) 언론과의 유착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비롯한 중앙일간지는 말 할 것도 없이 지역신문과 동이나 구청에서 발행하는 관보 역시 엄청난 역활을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언론이 무서운가는 어린 시절 제가 앞서 말한 '고마우신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대통령~~~ 우리도 씩씩하게 자라납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성장을 했으며, 그토록 어린 나이에 당시 지역 국회의원이 육교를 새로 지었으니 경로당을 지었으니 도로를 새로 깔아주었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성장을 하여 왔는지를 되새겨 보는 것으로 가름할까 합니다. 거짓말도 매일 들으면 진실로 느껴집니다.
3. 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을 통과시켜야 했으며, 이렇게 자신만만해 하는가?
마지막 결론에 들어와서 왜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가 이토록 탄핵을 통과시킬 수 밖에 없었는지와 그들이 이처럼 들끓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에 가득차 있는지에 대해서 숙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저의 성장 과정 때문에 부산 즉 영남권 이야기만 하였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호남 사정도 비슷할 듯 싶습니다.
(1) 왜 야당은 노무현 현 대통령의 여당 입당 여부와 열린우리당 지원 발언에 이토록 민감해 하는가?
이는 그들의 과거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과거 여당의 엄청난 프리미엄과 조직선거의 위력을 실감한 이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 소속된 하부 조직들이 급격히 여당 쪽으로 쏠려가지 않을까 하는 크나큰 우려가 작용한 듯 싶습니다. 과거 민정당부터 현재 신한국당에 이르기까지 돈과 권력을 쫓아 움직인 이들 악질 지역 브로커들이 과거의 학습 효과로 인해서 열린우리당쪽으로 급격히 쏠려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선거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면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악질 선거 브로커들이 얼마나 권력과 이권에 민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YTN의 돌발영상 '1인2역'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으로 대구를 방문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지역주민들에게 철새를 낙점한다며 모욕을 당하다가 잠시 담판이 이뤄진 후 이들 지역정치세력들이 곧바로 환호를 지르면서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을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정치세력들은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가가 중요한가 아니라 자신의 조직이 새로 낙점된 후보에게 손을 뻗치고 그들로부터 떡고물을 얼마나 얻어 먹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마 미루어 짐작컨데 최병렬 대표로부터 그들의 기득원을 인정받았을 터이고, 새로 지역에 내려오는 정치인도 특별한 연고가 있을리 없기 때문에 이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거에서 중요한 악질 지역브로커 조직들이 열린 우리당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먼저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우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해임하였으며, 대통령 선거 관련 발언을 빌미삼아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지역 조직들을 단속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노무현 현 대통령이 선거에서 과거의 대통령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생각이 정말 다른 듯 합니다.
언론을 보면 정치적 발언으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머리속은 자신들의 과거 경험상으로 비추어서(경험보다 소중한 지식은 없을 것입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하여 시작된 대선자금 수사가 자신들의 정치자금줄을 묶어서 선거를 여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정치적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조그만 대통령의 선거 관련 발언도 악덕 지역토착정치 조직들의 여당으로의 쏠림을 위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합니다. 앞서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우던 행정자치부 김두관 전 장관을 교체한 것도 자신들의 경험상 행정자치부에서 이러한 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2) 그러면 왜 영남권은 한나라당을 찍을 수 밖에 없는가?
앞선 글들 중에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영남권 사람들은 다 바보고, 노무현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만 똑똑한 사람들인가를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반론을 요청하는 글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노무현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의 논리와 의식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노무현 현 대통령의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이들의 논리와 의식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부터 고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3대때 부산 동구에서 당선되어 청문회 스타로 각광받은 노무현 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반대하고 탈당하여 꼬마 민주당 후보로 나와서 당시 민자당 허삼수 후보와 맞붙은 14대 국회의원 선거의 지역 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청문회 스타로 등장한 노무현 후보와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5공의 대표적 실세인 허삼수 후보를 과연 객관적인 시선으로만 본다면 어떻게 될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민심은 이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입니다. 당시 지역에서 노무현 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노무현이 동구를 위해서 무엇을 한 게 있느냐'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만 했지 지역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하였느냐' '자신을 이끌어준 김영삼 현 대통령을 배신하고 당을 옮겨가는 철새 아니냐' 등이었고, 허삼수 전 의원에 대한 평가는 '그래도 허삼수는 우리 동구를 위해서 일은 많이 혔제''우리 지역을 위해서는 힘있는 후보가 나와야제''그래도 전두환이가 물가는 확실히 잡았어-허삼수가 5공 쿠테타의 주역중 하나였기 때문에 전두환에 대한 평가는 허삼수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영삼이를 밀어줘야제'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여론이 어떻게 형성이 되어 왔는지는 명약관화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 합니다. 힘들고 쓰라렸던 과거의 기억보다는 가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모든 인간의 본성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 신문과 언론에서는 이를 교묘하게 포장하여 안정희구세력, 보수세력으로 말을 합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대다수의 영남권 40대 이상 사람들은 보수세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변화에 대한 어떤 비젼도 희망도 제시받지 못하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우매하고 모자라서가 아니라 비극적인 과거사에 의해서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 경험해왔고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파고 든 일부 신문들이 항상 과거의 권력과 영합하여 '박정희 정권 때는 경제 발전을 이룩하였고, 전두환 정권때는 물가를 잡아서 국민들 민생이 어렵지 않았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일반 시민들에게 이러한 신문과 언론의 영향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우리가 뉴튼의 만류인력의 법칙에 대해서 아는 것도 학습의 효과이고, 과거 북한의 금강산댐에 대항하여 평화의 댐을 만들자고 모두 성금을 한 것도 우리 국민이 모자라서라기보다는 권위있는 서울대학교의 선우중호 교수가 그렇게 떠들었기 때문에 굳게 믿은 것입니다.
이것과 같은 이유로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대중에게 알려진 일부 권위있는 언론들이 떠드는 사실은 이들에게는 모두 진실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지역토착세력들이 이러한 내용을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지역민들은 그러한 것을 굳게 믿게 되고 학습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가 당시 노무현 후보는 지역을 챙기지 않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인물로 부각이 되고 허삼수 후보는 경제안정의 주역 및 지역발전을 이끌어가게 될 힘있는 여당 후보로 부각이 되는 것입니다.
세월이 또 흘러서 세대 교체가 조금 이루어졌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 부산시장 후보로 노무현 현 대통령이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어느정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고 민주화 투쟁을 경험한 세대가 등장을 하기 때문에 선거는 다른 양상을 지니게 될 수가 있습니다. 과거 극렬한 민주화 투쟁으로 인해서 정치에 전반적인 염증을 가지고 있는 30-40대에게는 이들 일부 언론들은 다른 논리로 학습효과를 내세웁니다.
주로 내세우는 것이 양비론입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와 대립관계에 있던 언론들은 민주당 후보로 나온 노무현 후보에게 역시 인기에 부합하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노무현 역시 똑같이 지저분한 정치인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즉 민주화 투쟁과 극한 정쟁대립을 보고 자라서 정치에 전반적인 염증을 지닌 세대들에게 노무현 역시 똑같이 나쁜 정치인일뿐만 아니라 권력의 양지만을 쫓아다닌 철새 정치인들과 똑같은 누명을 씌우기 위해 대중적 인기를 위해 당을 옮겨다닌 철새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입니다.
이렇게 똑같이 흙탕물에 빠뜨리는 것만으로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의 학습과 현실 정치에 대한 새로운 학습이 머리속에 자리잡아서 노무현 현 대통령은 탈락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인권변호사의 경력이나 3당합당에 반대하여 탈당한 경력들은 모두 묻혀지고 똑같이 더러운 정치인이며, 김영삼을 버리고 김대중에게 붙은 철새라는 오명이 붙은 노무현 현 대통령에게 굳이 표를 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또 세대가 조금 변하여 다양한 논의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듣고 자란 현 20대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즉흥적이고 보수 언론매체보다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보고 듣고 자란 이들에게는 일부 보수 언론이 꾀하는 학습 효과는 과거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세력들과 과거 보수 언론의 학습으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지역의 세대들의 표가 결집되어서 현 노무현 정권이 탄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현 대통령 역시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서 이러한 일부 언론과 금권 선거 그리고 지역토착세력들의 조직력을 잘 알고 있기에 개혁을 위해서는 이러한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일부 언론사와 투쟁을 하고 불법선거자금과 투쟁을 하고 지역조직들이 선거에 개입을 하지 못하고 정치신인의 등장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선거법 개정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던 것입니다.
앞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 탄핵에 목숨을 건 이유는 설명을 하였으니,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여론이 안 좋아질 것을 각오하고도 탄핵을 강행할 만한 베짱이 생겼는가?
이는 최병렬 대표의 말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보수 안정화세력, 중산층, 40대 이상(일부 언론과 정권에 의해 과거에 줄기차게 학습받아왔던 세력 - 그 자신이 과거 조선일보에서 이러한 학습을 담당하여 왔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알 것입니다.) 노무현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약자와 빈민자, 그리고 20-30대 들인데 사실 이들도 설득하여 안고 가야 하나 잘 되지 않는다(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권위의식이 많이 사라진 세대이므로 보수 언론의 학습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세력들은 주로 나이가 젊은 층이어서 투표율이 별로 높지 않고 또한 빈민과 약자들 역시 생활고로 인해서 다른 것을 돌보기가 힘들고 변화를 이끌어낼만한 지식과 세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한나라당은 과거의 학습에 의해서 자라난 40대 이상의 사회 기반을 갖추고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세력들이 자신의 편이고 또한 조직에 의해서 여론선동과 동원이 가능한 그 이전의 세력들이 굳건히 지지세력으로 받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유만만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헌론과 내각제 얘기가 나오고도 있지만 총선만으로도 그들은 영남권 석권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현 대통령이 이번에 사과를 하지 않은 궁극적인 이유는 어떻게 보면 변화와 개혁을 바라고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성향상 그 지지가 다음 총선에서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없었기 때문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세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탄핵이라는 극한적 상황에 올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영남에서 자라났고 과거의 학습에 의한 효과인지는 몰라도 생각은 있었어도 대학다닐땐 부재자 투표 신고하기가 귀찮아서 투표하지를 않았고, 지난 대선에서도 역시 투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젊은 세대들이 그렇게 살아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탄핵정국은 저에게 동기와 오기가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아마 이것이 노무현 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심판받겠다고 했던 궁극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일방적인 비방은 삼가하도록 합시다. 영남권 사람들이 우매하고 못나서가 아니라 과거의 권력과 언론에 의해 그렇게 학습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음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감정적인 비방과 욕설은 일부 언론에게 또다른 학습의 교재로 사용되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우매한 세력들과 노무현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똑같이 극단에 치닫는 우매한 집단이라는 양비론만을 학습시키게 할 뿐입니다.
이는 벌써 여론 조사 결과로 나타납니다. 한나라당의 탄핵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여론수치와 노무현 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수치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양비론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즉 학습된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놈이 다 그놈이기 때문에 경험하지 못한 희망의 미래를 선택하게 하기 보다는 그래도 익숙한 과거의 불행을 선택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사실 영삼이 대중이 개나라당이라는 말을 쓰고 싶었습니다만 이들에게 역시 똑같은 놈일 뿐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 존칭을 사용한 것입니다.
자, 이제는 행동으로 나서야 될 때입니다. 지성으로 설득하고 논리로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그들이 우매하고 모자란 것이 아니라, 그들을 그토록 믿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정권과 알고도 행동하지 못했던 양심이 결합하여 오늘의 사태를 만든 것입니다. 탄핵안이 부결되고 총선으로 심판할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대오를 추스려 너무나 익숙했던 불행한 과거를 택하기 보다는 알 수는 없지만 희망이 보이는 미래를 위해서 전진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