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명례성지를 다녀와서
올해 우리 본당 순례 장소는 '명례 성지'로 결정되었다.
이름조차 생소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하루 일정으로는 다소 빈약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기도 했다.
5월 25일 부처님 오신 날, '계절의 여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화창하고 투명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네 대의버 스가 상주를 출발했다. 조장 인사와 알림 사항-안전 안전을 당부했다.
주전부리용 간식 봉지가 오간 뒤 묵주기도가 이어졌다.
기도는 언제나 마음을 평화롭고 잔잔하게 보듬어준다.
성지에 도착해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앉아있는 대형 성모상부터 눈길을 끌었다.
장미꽃이 후광처럼 피어있었고 산 중턱엔 성모 경당이 있었다. 저 멀리에는 마치 어느 명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 강변을 따라 드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간간이 불어오는 강바람에 노란 금계국이 물결치듯 흔들렸다.
먼저 온 순례팀이 미사를 하고 있어서 점심 식사가 먼저였다.
유리 슬라이딩으로 전면 개방이 가능한 식당과
야외 빈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점심 식사를 나누었다.
오후의 첫 일정은 미사였다.
성지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성전이다. 소금 결정 모양을 한 지붕 구조물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메인 성전이 왜 지하에 있을까?'
소금 모양의 창으로 스며드는 빛과 시멘트 질감을 살린 지하 성당 특유의 고요함에 땀을 식히며,
우리는 미사의 깊고 영적인 세계로 빠져들었다.
미사 참례 후에는 단체 사진 촬영과 보물 찾기가 이어졌다.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라 뙤약볕을 내리쬐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저마다 나무그늘과 식당 안으로 모여들었다.
신록의 잎사귀가 살랑거리 무렵, 팬 플루트와 성가대원의 기타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성지에서 기타 반주에 맞춰 다 함께 노래 부르는 음악회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음악회 끝 무렵에는 신부님의 제안으로 전신자가 다 함께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를 합창했다
이어진 레크리에이션 시간. 모두가 승자인 보물찾기 선물 추첨과 만보기 게임 등이 진행되었다.
어떻게든 우승해 보려는 참여자들의 열띤 노력에 다 함께 웃고 박수를 치다 보니,
자칫 지루할 뻔했던 오후 시간이 알차게 채워졌다.
사실 지난해에는 본당 리모델링으로 여유가 없어 이번 성지 순례는 무려 2년 만에 추진된 뜻 깊은 행사였다.
그동안 다녀왔던 성지들이 주로 참혹한 순교의 현장이었다면, 명례 성지는 그에 비해 조금은 소박하고 썰렁한(?)
서사를 가진 곳이었다. 하지만 성지 주임신부님의 말씀처럼, 이곳에는 옛날 선조들의 투박하지만 깊은 신심이
서려있었다. 게다가 식당 주변을 둘러싼 느티나무와 감나무 밭은 순례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천혜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펼쳐지는 금모래.
그 언덕에 잠든 신석복 마르코의 굳건한 믿음을 기리며 영원한 안식을 빌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땅에 사는 동안 늘 하느님 곁에 머물다 기쁘게 떠날 수 있기를 조용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