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은 무엇일까
나는 아이가 없다
나는 아이가 없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앞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얘야, 하고 불러
멈춰 세운다는 것은, 그때 저 앞에 정지한 그림자가
내게서 떨어져 나온 작은 얼룩임을 알아챈다는 것은
아이의 머리칼에 붙은 마른 나뭇잎을 떼어준다는 것은
그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이거 봐라, 너를 좋아하는 나뭇잎이다
라고 말하며 웃는다는 것은
내가 죽어도 나를 닮은 한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은
먼 훗날 내 죽음을 건너뛰고 나아갈 튼튼한 다리가
지금 내가 부르면 순순히 멈춰 선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아이가 없다
아이 대신에 내겐 무엇이 있나
그렇다
내겐 시가 있다
내겐 시가 있다
시를 쓰며 나는 필사적으로 죽음을 건너뛰어왔다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시를 썼다
군대에 있을 때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바로 어저께 회의에서
내가 울지 않고 죽지 않는다는 증거들
그들의 눈높이 아래서 몸부림치는 별빛들
한 편의 시가 별자리가 되려면
수천수만 명의 시인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나는 자위를 끝내고 난 다음에 반드시 시를 썼다
그것은 마치 부활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이가 없다
아이 대신에 내겐 또 무엇이 있나
그렇다
당신이 있다
당신이 있다
나는 당신의 머리칼에서 마른 나뭇잎을 떼어준 적이 있었다
당신에게 새 이름을 지어준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 이름을 잊었지만
아이가 있었다면 아이에게 해줄 것들을
나는 당신에게 해주었다
나는 당신이 눈앞에 없을 때
허공에서 당신의 얼굴을 골라냈다
그것은 너무 쉬웠다
나는 당신 없는 허공을 당신으로 채워 넣는
청동 시계를 눈동자 안에 지니고 있었다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당신과 사랑을 했다
당신은 아직도 내 나이를 모른다
내가 얼마나 죽음에 가까운지 모른다
당신은 순진하고 서투른 열 손가락을 가졌다
당신은 내 나이를 셀 수 없다
당신은 내 나이가 아니라 죽음을 모르는 것이다
당신은 모른다
축복은 무엇일까
아이가 나를 부를 때 생기는 귓속의 부드러운 압력일까
내 주위에 언제나 나를 좋아하는 바람이 분다는 것일까
나는 아이가 없다
아이는 축복일까
아니 그것은 그저 하나의 사실이다
나는 모른다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나는 그 사실을 소유한 적이 없다
나는 안다
시를 쓰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내 대신 죽어간다는 사실을
그들은 내 대신 죽어간다는 사실도 모른 채
죽어간다, 내가 태어나지 않은 내 아이를 대신해
살아가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나의 연인이 누군가의 행복을 대신해
슬퍼하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나의 시가 누군가의 슬픔을
대신해 사라지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축복은 무엇일까
당신이 나를 부를 때 생기는 귓속의 부러운 압력일까
내 주위에 언제나 나를 좋아하는 바람이 분다는 것일까
당신의 나의 축복일까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나는 당신을 소유한 적이 없다
첫댓글 당신을 소유한 적 없으니 축복을 알까
ㅉㅉ
축복이란?
아이를 키우고 알콩달콩 사는
한 가정이라고 읽어지네요 나는, ㅎ
시인의 축복은 어렵네요 ㅎ
오늘 아침 출근해서
하루 잘 열었으니
행복 시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