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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자연만큼이나 기계적 작동 체계를 가진 탈것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계절만큼은 기지개를 쭉 펼 수 있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와 구불구불 이어지는 국도에서의 멋진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록이 가득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겨우내 묵혀뒀던 주행에 대한 열망을 조심스럽게 꺼내 채색하면 만족감은 자연스럽게 배가된다. 여기에 기분 좋은 음악을 더하면, 오감은 더욱 짜릿해진다. 연휴와 주말을 피해 주중을 선택하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여유롭고 쾌적한 주행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소개하는 서울춘천고속도로-44번국도(설악로)-미시령로-아야진항으로 이어지는 약 170km의 드라이브 코스에서 봄철 드라이빙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코스는 동해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덧붙여 호불호가 또렷하게 갈릴 수 있지만, 주행 중 듣기 좋은 영국의 3대 기타리스트 음악도 소개한다. 3대 기타리스트는 모두 영국 슈퍼 록밴드 야드버즈 소속이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서울춘천고속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서울시 강동구를 기점으로 강원도 양양군까지 잇는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일부로 강일 분기점에서 춘천분기점까지 총 61.4km의 구간을 말한다. 화도 IC까지는 왕복 6~8차선, 화도 IC~춘천 분기점까지는 왕복 4차선이다. 전체 구간의 설계가 휨이 적은 직선에 가까워 활기찬 주행이 가능하다. 도심 주행으로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다. 잘 관리된 노면과 좌우로 펼쳐진 짙은 녹음은 주행에 따른 만족도를 높여 준다.
사진. 서울춘천고속도로㈜
시원한 주행을 돕는 음악은 제프 백(Zeff Beck)의 두 번째 앨범 BLOW BY BLOW에 수록된 Cause we’ve ended as lovers라는 곡이다. 1988년 자살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로 평가 받는 로이 부캐넌을 위해 헌정한 곡이다. 스티비 원더가 작곡한 곡을 재해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곡 전반에 물 흐르듯 이별에 대한 애틋한 느낌을 기타의 선율로 풀어냈다.
2.설악로
국도 제 44호선이다. 경기도 양평 상평 교차로에서 강원도 양양읍 청곡 교차로까지 총 연장 138.8km의 도로다. 아야진항으로 가기 위해서 동홍천 IC를 빠져 나오면 만나게 된다. 고성, 속초 방면으로 좌회전 해야 하는 한계교차로까지 총 53.6km를 지나야 한다. 화양강과 소양강을 동반자 삼아 길게 이어진 설악로는 급격히 휘어지는 구간이 적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속도를 줄이고 창을 열어 둔 채로, 상쾌한 공기와 병풍처럼 이어진 산들의 푸르름을 넉넉하게 만끽하며 주행할 수 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주행을 돕는 음악은 레드 제플린의 4번째 앨범에 수록된 ´Stirway to heaven´이다. 보컬인 로버트 프랜트의 날카롭고 강력한 음성과 더블넥기타를 이용한 지미 페이지의 현란한 간주, 그리고 존 본햄의 강력한 드럼연주가 돋보이는 곡이다. 8분이 넘는 긴 연주시간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다.
3.미시령로
한계교차로에서 고성, 속초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만나는 도로다. 국도 제 46호선과 일부 구간이 중첩되는 도로다. 미시령터널과 연계되어 도심까지 이른다. 험난한 곡선구간의 진부령과 한계령을 피해 직선 구간으로 설악산의 멋진 풍경을 체감하며 지날 수 있다. 동해대로를 만나기까지 약 46.1km를 주행해야 한다.
편안함이 넘치는 에릭 크랩튼의 싱글 앨범, ‘Change the world’는 블루스풍의 간결하고 담백한 기타 연주가 특징인 곡으로 듣는 내내 가슴이 편안해 진다. ‘Wonderful tonight’, ‘Tears in heaven’ 등의 곡과 함께 널리 사랑 받는 곡이다.
4.아야진항
천진교차로에서 동해대로와 만난다. 좌회전으로 820m 직진 후, 아야진항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아야진 해변길을 따라 470m 가량 이동하면 아야진항과 만난다. 넓고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해변길을 주행은 약 170km 가량을 달려온 감흥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다. 하얀색과 빨간색 등대, 그리고 방파제와 끝 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고단한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도록 돕는다.
5.쉼이 있는 곳_ 까사델아야(www.casadelaya.com/ 010-9354-8469)
짜릿한 주행보다는 온 몸으로 자연을 만끽하며 달려온 아야진항까지의 넉넉한 순항에, 마침표는 쉼이 있는 장소에서 찍는다. 아야진항과 그림처럼 어울리는 까사델아야에서 발길을 멈췄다. 카페에서는 레드 제플린의 LP판이 올려진 턴테이블에서 Stirway to heaven이 흘러 나왔다. 우연의 일치. 그러나 디지털 음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감 넘치는 아날로그 사운드가 매력적이었다. 카페라테 한잔과 한곡의 음악이 되돌아갈 길을 더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