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솔바람동요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향호
2020. <아동문학세상> 여름호 제 109호
-장편동화 <엄마는 하늘에서> 제3회
7. 멍이 들의 꽃동산
전세준
대문을 나온 엄마와 왕눈이, 소장 아저씨는 낮은 동산으로 오릅니다.
얼마쯤 오르자 앞서가던 엄마가 척 늘어진 강아지를 내려놓습니다.
조금 평지인 곳에 몇 개의 작은 무덤 봉우리가 나란히 있습니다.
“여기에요?”
“네, 그래요...여기는 우리 아이들의 무덤 터 입니다.”
“할머니 산이에요?”
“무슨...내가 무슨 돈이 많다고 산까지 사요?”
“그럼 산 주인이?”
“여긴 시유지이기 때문에 시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시에서 허락이 났군요?”
“네, 그래요. 시청 담당부서에서 허락 해 준덕에 여기에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었어.”
“아, 그렇군요. 고마운 분들이군요.”
“그 후 몇 차례 <사랑의 동물 원>아저씨들이 찾아와 강아지들을 모두 넘기라고 졸랐지만, 포기하고 말았어요.”
“왜 포기해요? 그리고 할머니도 그렇지, 그분들한테 넘겨주면 할머니도 편하고 동네도 조용하고...다 좋을 텐데....”
<동물사랑 회> 소장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 이 양반, 생각 해 봐요 모두 가져가서 잘 돌봐주고 키워주면 왜 안 보내겠어요?”
“그럼 무슨 일이?”
“소장님도 잘 알잖아요? 가져간 강아지들이나 큰 개들을 얼마동안 보호하다 그 기간이 지나면 뭐,,,,안락사 시킨다고...”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이야기를 합니다.
“네. 그래서 보내지 않았군요.”
“생각해 봐요. 가져가 키울 새로운 주인이 없다고 멀쩡한 개들을 사람이 일부러 죽여 버린다는 게 옳은 방법이에요?”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회장을 바라봅니다.
“...”
<동물사랑 회> 소장님은 말이 없습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할머니.”
“나도 잘 알아요...그 이야기는 그만하고...자, 어서 일 해요.”
“아, 네...알았어요.”
소장 아저씨는 들고 온 삽으로 작은 웅덩이를 파기 시작합니다.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엄마는 그 안에 살며시 내려놓습니다.
“에이구 이 녀석아 길조심 좀 잘 하지...”
엄마의 목소리에 슬픔이 섞여 있습니다.
소장 아저씨는 다시 흙으로 무덤을 만들며 한숨을 쉽니다.
왕눈이도 자기 일을 보는 듯 눈물이 고입니다..
“왕눈아, 너도 조심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 이젠 날 따라 오지 말고 집에서 아이들이나 잘 지켜라.”
“아니에요...우리 아이들은 맹구가 잘 살피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엄마는 나하고 같이 다녀야 해요.”
“그건 그렇다마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서 그렇단다.”
“걱정 마세요.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단단히 주의주고 탱구에게 다짐을 받을게요.”
엄마와 왕눈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장 아저씨가 입을 엽니다.
“할머니, 걱정이 많이 되시죠? 그래서 다시 말씀드리는데...저희들에게 강아지들을 모두 넘기시고 몇 마리만 심심풀이로 기르세요..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면 늘 이런 걱정이 생기잖아요.”
“아이고, 수고 많았어요. 왕눈아 어서 내려가자.”
엄마는 소장 아저씨의 말을 못들은 척 하며 무덤 동산을 내려옵니다.
“...”
소장님도 아무 말 없이 엄마의 뒤를 따릅니다.
동산에 갔던 엄마가 내려오자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들은 빈손으로 들어서는 엄마를 조용히 쳐다봅니다.
“자 오늘 아침은 많이 늦었구나. 어서 아침밥을 먹자.”
엄마는 소장 아저씨랑 다른 사람들을 상관 하지 않고 먹이 창고로 가 먹이를 준비 합니다.
“...”
소장 아저씨와 다른 사람들은 말없이 창고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 보며 자기들끼리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소장님. 안 되겠어요.”
“할머니 고집이...”
“그럴 만도 해. 저렇게 버려진 개들이 차에 치여 죽고, 큰 개는 잡아다 xx집에다 팔고...”
“그러니 할머니가...”
“그래요 대단하신 할머니에요.”
“그것을 알고 있는 할머니가 강아지들을 내 놓겠어요?”
“다음 도 한 번 다시 들리고 오늘은 그냥 가는 것이 어때요?.....”
“...”
소장 아저씨는 아무 말이 없이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강아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할머니가 주는 자기 밥그릇 앞에서 아침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분주해 보이던 좁은 마당이 한 마리의 강아지도 없는 듯 조용합니다.
“이만 돌아가세요. 저는 아침밥을 먹습니다.”
한동안 이리저리 강아지들에게 아침밥을 모두 주고 난 할머니는 폐휴지가 여기저기 가로막은 현관을 겨우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소장님! 좋은 생각이 있어요!”
모두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할머니가 사라진 현관문을 바라보던 직원 한 사람이 소장 옆으로 다가 옵니다.
“할머니께서 그간 정이 들고 또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한 번에 모두 이동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안 될 일이고, 우선 몇 마리씩이라도 천천히 설득하면 어떨까요?”
소장 옆으로 다가 온 직원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소장님을 쳐다봅니다.
“몇 마리씩?”
“그래요. 오늘 우리가 보았잖아요. 새끼 난 강아지를...”
“그래서요?”
“앞으로 모두 그냥 두면 언젠가는 새끼가 계속 늘어나잖아요. 아무리 할머니가 강아지들을 단속하고 주의 준다고 해도 또 할머니 몰래 교미해서 또 새끼를 날 수 있어요...”
“그렇지요.”
“그래서...우선 그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하고 매 달 몇 마리씩 수컷만 옮겨가면 강아지 숫자도 줄고 새로운 식구들도 늘어나지 않아요.”
“음, 참 좋은 생각인데...할머니가...”
소장님은 할머니가 들어 간 현관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래,. 그게 참 좋은 생각이네.”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다른 직원도 좋은 생각이라며 다가옵니다.
그때입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엄마가 나옵니다.
“아니, 아직 안 갔어요? 어머, 밥은 내가 혼자 먹었네...”
“네, 식사 잘 하셨어요? 저기, 드릴 말씀이 조금 있는데...”
“아이고 또 그 얘기...이젠 안 들어도 잘 알아요...어서 돌아가세요.”
엄마는 사람들을 피하려 합니다.
“할머니 제 말씀 조금만 들어 보세요.”
“무슨? 또 같은 소리지 뭘....”
“아니에요...이러면 어떨까 해서...”
소장님은 할머니 곁으로 바짝 다가서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금 전 이야기를 조용조용 말 합니다.
“네?”
“그러니, 우선..”
모두들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할까 할머니 눈치를 살핍니다.
“...”
엄마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젖어듭니다.
“수컷만 몇 마리...”
엄마는 혼자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쿠....내 정신 좀 봐. 내개 깜박 했구나.”
엄마는 급히 창고로 가서 호미를 들고 나옵니다.
엄마는 산으로 오릅니다.
“새 식구가 다섯이나 늘었으니... 다섯 송이 꽃나무를...”
산속에서 들꽃을 찾아 온 엄마는 엄마의 뜰에 있는 꽃동산으로 갑니다.
“아이고 예쁘구나! 새 아기들 잘 커야지...”
새로 심은 다섯 송이 꽃나무들이 방긋 방긋 웃자 폐휴지로 가득 찬 엄마의 뜰에 따스한 햇살이 넘실넘실 춤을 추기 시작 합니다.
꽃이 피는 들풀 다섯 송이를 심고 난 엄마는 한 동안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이 없습니다.
강아지들은 모두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술래잡기, 숨바꼭질을 하며 즐거운 하루가 시작 됩니다.
“할머니, 잘 생각 해 보세요.”
“...”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소장님을 바라봅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밖으로 내 놓지 못하고, 다시 좁은 틈바구니 여기저기서 뛰노는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할머니 염려 마세요...저희들이 잘 길러 드릴게요.”
“...”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생각에 잠기던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그렇게 하세요...”
할머니는 말끝을 흐리며 뛰노는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네, 할머니 잘 생각 하셨어요. 우선 수컷 몇 마리라도 저희 들이 잘 돌봐 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얘, 왕눈아, 네 생각은 어떠니?”
엄마는 강아지들과 같이 어울려 놀지도 않고 자기 곁에서 눈치를 살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왕눈이를 쓰다듬으며 두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
왕눈이는 엄마의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8. 아빠가 된 용팔이
엄마의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 넘쳐흐르는 듯합니다.
“엄마, 엄마가 우리들 때문에 너무 고생이 많이 했잖아요...그런데 앞으로 자꾸 새 식구가 한 번에 많이 늘어 날 때 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어요...”
왕눈이는 엄마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체 힘없이 대답합니다.
“너, 어디 아프니? 왜 그리 힘이 없어 응?”
엄마는 왕눈이 등을 쓰다듬어 줍니다.
“...”
왕눈이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너도 반대 하는구나. 그렇지? 너도 싫지?”
“아...아니에요. 엄마가 힘들잖아요...”
왕눈이는 남자입니다.
엄마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왕눈이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게 되는 아기 강아지를 줄이려면 남자 강아지를 없애야 한다는 소장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왕눈이는 엄마와 헤어지는 생각에 잠겼고, 그렇다고 엄마가 더 고생 하게 그냥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엄마, 전 괜찮아요. 엄마만 좀 편해진다면...”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가 엄마의 귓바퀴에 맴돌며 찾아 듭니다.
“으응...네 가 그래서...”
엄마는 그때서야 왕눈이의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녀석, 걱정은...너, 걱정 했구나. 응. 그렇지?”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흐릅니다.
“녀석...걱정하지 마!”
걱정으로 가득 찬 왕눈이는 자기 마음도 모르고 웃고 있는 엄마가 밉습니다.
“엄마, 나도 가야죠?”
왕눈이는 마음속에 끙끙거리며 참고 있던 한 마디를 불쑥 꺼냅니다.
“어디로? 아, 저 아저씨를 따라?”
엄마의 눈치는 빠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왕눈이의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
“녀석, 걱정 마! 모두 안 보낼 거야!”
“네?
너무나 뜻밖의 엄마 대답에 왕눈이는 자기 귀를 의심합니다.
“조금 더 생각 해 보자. 그리 급한 일이 아니잖니!”
엄마는 용팔이가 지키고 있는 예쁜이 집을 바라봅니다.
용팔이는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려 놀지 도 않고 예쁜이 곁에서 아기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 소장님, 소장님께서 저를 걱정 해 주시는 것은 잘 알아요. 조금만 더 생각 할 시간을 주세요. 저도 <동물사랑 회>가 <사랑의 동물원>과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참 고마운 분들이에요...아무리 짐승이지만 그들을 아껴주시고 또 끝 까지 지켜 주신다는 것 참 고마워요...그런데 제가 이 아이들 하고 오랫동안 정도 들고..”
엄마는 더 긴 얘기를 하지 못 합니다.
“네, 할머니. 잘 알겠어요. 할머니 마음을...그런데 너무 혼자 힘드시는 것 같고 또 주위 환경도...”
소장님도 더 길게 이야기를 못합니다.
몇 번 같은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했기 때문에 혹 할머니가 화를 내실 것 같고 아예 끝까지 거절할까 걱정이 되어서 입니다.
“안됐지만 오늘은 그냥 돌아가세요...몇 번 씩 발걸음을 하셔 죄송해요. 제가 결심이 되는 데로 연락드릴 테니 이젠 이곳까지 오시지 마세요... 연락처 하나 주시면 제가 알려 드릴게요.”
엄마는 왕눈이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소장님은 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며 우두커니 강아지들만 바라봅니다.
“소장님...돌아가시죠. 할머니께서 결심하시는 대로 연락을 해 주신다니...조금 더 기다리죠. 할머니께서 직접 결정하실 때 까지...”
옆에 서 있던 노란 단체복 아저씨가 소장님을 바라봅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군...강제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소장님도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 할머니 말씀 만 믿고 저희들은 기다리겠습니다. 할머니 건강도 생각 하셔야지요. 그럼...저희들은 이만...”
“소장님, 연락처를...”
“아, 참 그래요 연락처를 드리고 가야지.”
소장님은 깜빡 잊은 듯 연락처가 적힌 명함 한 장을 할머니께 건네줍니다.
“네, 결정을 하면 이쪽으로 연락드릴게요.”
할머니는 소장님이 건네주는 명함 한 장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어디선가 본 듯 한 생각이 듭니다.
“그럼, 안녕히 들 가세요.”
“네, 할머니...건강하시고요.”
“너무 힘드시게 하지 마세요,”
“참, 그리고 이젠 더 새끼들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면 좋겠어요.”
“네 네 알겠어요.”
<동물사랑 회> 직원들은 좁은 마당을 빠져 나와 노란 봉고차에 오르며 손을 흔듭니다.
마당 여기저기에서 놀던 강아지들은 차 소리가 나는 대문 쪽을 바라보고 또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가 무엇인가 한 마디 할 것 같은 얼굴로 놀이를 멈춘 강아지들을 바라봅니다.
“너희들, 저 사람들이 왜 왔는지 알겠지?”
오늘 따라 엄마의 목소리가 무섭게 들려옵니다.
“...”
“? ? ? ”
모두 겁에 질린 듯 한 얼굴로 말없이 엄마를 쳐다봅니다.
“끙 끙 끙...끙 끙 끙!”
그때 예쁜이 집 쪽에서 아기 강아지들이 서로 엄마 젖먹이 다툼 소리가 들려옵니다.
“왜 말들이 없니? 이 소리가 들리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합니다.
“저기 저기를 봐라! 아기 강아지들이 서로 엄마 젖을 먹으려고...”
엄마는 예쁜이 집 쪽을 바라봅니다.
“내가 그렇게 주의를 하고 또 부탁했는데...”
“엄마, 미안해요. 모두 제가 아이들을 잘 감독 못 한 탓이에요. 이번만 용서 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더 모두 잘 살피고 감시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어요.”
엄마 앞으로 다가 선 왕눈이가 대장답게 납작 엎드립니다. 그러자 모두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강아지들이 여기저기에서 하나 둘 무릎을 꿇고 앉기 시작합니다.
“엄마! 제가 잘 못했어요.이제 다시는...저 친구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그러니...”
예쁜이 집 앞에서 아기 강아지들을 보살피고 있던 용팔이가 집 안 분위기를 눈치 채고 재 빨리 엄마 앞으로 달려 와 두 손을 싹싹 빕니다.
“시끄럽다! 네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내가 그렇게 부탁하고 또 주의를 줬는데...이젠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우리 집에서 일어나지 않게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아야 한다. 모두들 내 말뜻을 알겠나?”
엄마는 다시 여기저기 엎드린 강아지들을 향해 입을 엽니다.
“내, 엄마 앞으로 더욱 주의 할게요.”
“그래요...다시 한 번 더 약속할게요.”
“엄마의 고생을 우린 잘 알아요.”
“우리들이 서로서로 감시 잘 할 게요”
“우리들이 예쁜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겠어요.”
“ 엄마 너무 걱정 마세요.”
여기저기서 예쁜이 집 쪽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사정합니다.
“...”
엄마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듯 하늘 한 번 쳐다보며 말이 없습니다.
좁디좁은 뜰에 한 동안 고요함이 흐르는 속에서 예쁜이 아기 강아지들의 끙끙거리는 젖 먹이 싸움 소리는 계속됩니다.
얼마동안 조용하던 뜰에 엄마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립니다.
“내, 더 얘기 안 할게...모두들, 이런 일이 다시없게 해라. 이런 일이 또 한 번 생긴다면 그땐 누구든 간에 절대 용서 안 한다. 아니 용서보다 여기를 아주 떠 날 생각을 해라! 알았나? 내가 몇 번째 하는 부탁이다.”
엄마의 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우면서도 결심이 가득 넘쳐있습니다.
“네, 엄마!”
“네,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예요.”
여기저기서 강아지들의 큰 목소리가 엄마 귀를 파고듭니다.
“모두들 가서 놀아라. 그리고 왕눈이와 탱구, 용팔이는 나를 따라 오너라.”
엄마가 예쁜이 집으로 향하자 그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엄마, 미안해요. 용서해요 다시는...”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던 예쁜이는 앞으로 다가 온 엄마를 향해 또 고개를 숙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아기들이 잘 키워라.”
부드러워진 엄마의 말에 예쁜이는 눈물이 글썽입니다.
“그리고 너희들. 내가 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 알겠지만, 너희 셋은 더욱 정신을 차려 아기 강아지들을 잘 보살펴 주면서 다른 친구들을 잘 살펴라.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너희들 셋은 모두 <사랑의 동물원>으로 보낼 테다. 알겠나?”
다시 엄마의 목소리가 무서운 명령으로 변하며 뒤 따라 온 왕눈이와 탱구, 그리고 용팔이를 바라봅니다.
“네, 꼭 엄마 말대로 실천할게요.”
“알겠어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제가 예쁜이와 아기들을 잘 지킬 테니 엄마 너무 걱정 마세요. 미안해요 엄마!”
“그래, 용팔이는 이제 아빠가 되었으니, 더욱 아기 강아지들을 잘 돌봐야 한다. 예쁜이게 만 맡기지 말고. 아기들에게는 아빠로, 예쁜이한테 더 좋은 남편으로 도와줘야 한다. 내, 이야기 무슨 말인지 알겠지?”
엄마는 용팔이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네, 엄마 저도 잘 알아요. 착한 아빠가 될게요.”
용팔이는 껑충 엄마 가슴으로 뛰어 올라 엄마 얼굴을 부드러운 혀로 인사를 합니다.
“야, 간지러워...됐어! 알았어... 꼭 네가 한 말 꼭 실천해!”
엄마의 기분이 확 달라지며 용팔이를 덜렁 들어 안아 줍니다.
“자, 모두 가봐라. 난, 일하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엄마, 오늘 또 나가려고요?”
“그럼 나가봐야지. 너 또 따라 오려고?”
“그래요. 엄마 혼자는 안돼요”
“너도 이젠 집에서 친구들을 돌봐라.”
“안돼요. 엄마 혼자 힘으로 안 된 다는 걸 엄마가 잘 알잖아요. 아이들은 여기 탱구와 용팔이가 잘 살펴주면 되요.. 같이 가요.”
“.....”
엄마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사실 왕눈이와 같이 다니는 것은 엄마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엄마 혼자 수레를 끌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왕눈이는 그전부터 잘 알고 있기에 엄마 혼자 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도 될까? 지금까지 너하고 같이 다니다보니 집안에 이런 일이...”
왕눈이와 같이 나가려니 또 같은 일이 벌어질까 엄마는 걱정 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빨리 가요. 오늘은 매우 늦었어요.”
왕눈이는 앞장 서 좁은 대문을 빠져 졸랑졸랑 나갑니다.
마음이 안 놓이는지 엄마는 대문을 나오면서도 연실 강아지들이 놀고 있는 마당을 바라봅니다.
“정말 괜찮을까?”
“걱정 마세요. 엄마가 아침에 그렇게 주의를 주었잖아요. 모두 잘 알아들었을 거예요.”
엄마는 왕눈이와 큰 길로 나섭니다.
역시 폐휴지를 이미 누군가 한 번 쯤 실어 갔는지 들리는 상점마다 허탕을 칩니다.
폐휴지나 고물을 많이 모으려면 누구보다 일찍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끔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일찍 나올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나오면 고물도 많이 모으지 못한다는 것을 엄마는 잘 알고 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면 고물보다 강아지 일들이 더 급하기 때문에 일찍 나올 수 없습니다.
이곳저곳을 폐휴지를 찾아다니는 엄마의 마음은 폐휴지나 고물보다 집에서 놀고 있을 아기 강아지들 생각이 더 많습니다.
정말 <동물사랑 회> 소장님 말대로 일이 또 벌어지면 아기 강아지들은 더 많아지고, 또 집 식구들이 더 많아진다는 말이 귓속에서 맴 돕니다.
식구가 늘어나면 엄마의 할 일과 먹을거리 걱정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