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메일
  • |
 
경주야 남산아
 
 
 
카페 게시글
# 세계 여행 일본 호후시(防府市) 모리가 정원(毛利家庭園) 카스가 등롱(春日灯籠)
浮雲 추천 0 조회 11 26.07.14 03:00 댓글 18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댓글
  • 작성자 26.07.14 03:17

    첫댓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 석등 양식인 카스가 등롱(春日石灯籠, 카스가 도루) 양식을 따른 정원 등롱이다. 나라(奈良)의 유명한 신사인 카스가 타이샤(春日大社)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형태이다.

  • 작성자 26.07.14 03:20

    ​석등에서 불을 밝히는 부분인 화구(火口, 히부쿠로)의 사면에는 카스가 양식 특유의 상징적인 문양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카스가 타이샤 신사에서 사슴은 '신의 사자(신록, 神鹿)'로 신성시되는 동물이다. 고개를 뒤로 돌린 사슴과 주변의 단풍잎(혹은 대나무) 조합은 카스가 등롱의 가장 전형적인 시그니처 문양이다.

  • 작성자 26.07.14 03:21

    ​한쪽 면에는 동그란 구멍(해 또는 보름달)과 그 아래를 받치는 상서로운 구름(운문)이 새겨져 있다.
    ​다른 쪽 면에는 초승달 모양의 구멍과 구름이 새겨져 있어, 음양(陰陽)의 조화와 시간의 흐름을 상징한다.

  • 작성자 26.07.14 03:23

    카스가 석등롱의 구조적 특징은​전체적으로 수직 비율이 조화롭고 우아한 정원 석등의 교과서 같은 형태를 보여준다.
    맨 꼭대기의 연꽃 봉오리 모양 장식으로, 불교적 우주관과 길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보주(寶珠)가 있다.

  • 작성자 26.07.14 03:25

    ​옥개석(笠, 지붕돌) 사방의 귀퉁이가 위로 부드럽게 말려 올라간 와라비데(蕨手, 고사리 손 모양) 형태가 뚜렷하여 우아한 느낌을 준다.
    가운데 기둥(간주석)은 원통형이며 중간에 대나무 마디 같은 불룩한 테두리(절)가 둘러져 있어 안정감을 더한다. 기둥을 받치는 중대석 아래에는 연꽃무늬(연판문)가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 작성자 26.07.14 03:26

    이 석등은 단순한 조명 기구를 넘어, "신성한 사슴"과 "하늘의 일월성신(해·달·구름)"을 정원에 들여놓음으로써 자연과의 조화와 가문의 안녕을 기원하는 일본 전통 정원의 정수를 잘 보여주는 문화적 오브제이다.

  • 작성자 26.07.14 03:29

    카스가 등롱의 화대(불을 켜는 몸통 부분)에는 사방으로 돌아가며 사슴(신령), 단풍(정취) 외에도 해(둥근 구멍)와 달(초승달 구멍)을 함께 새기거나 뚫어놓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낮과 밤, 즉 우주의 순환과 영원함을 상징하며, 밤에 등롱 안에 불을 밝히면 초승달 모양의 구멍을 통해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와 밤 정원을 더욱 환상적으로 비추게 된다.

  • 작성자 26.07.14 03:30

    불을 덮고 있는 지붕(연화/갓)의 네 귀퉁이를 보면 위로 둥글게 말려 올라간 장식이 있습니다. 이를 일본 건축 용어로 '게기(茨)' 혹은 고사리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와라비테(蕨手)'라고 부른다. 이 끝부분이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되어 있어 석등롱 전체에 격조 높은 율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 작성자 26.07.14 03:31

    중앙의 매끄러운 원통형 기둥(중대)과 맨 아래 정사각 모양에 안상(眼象) 문양이 새겨진 받침대(기단)는 오랜 세월 동안 이 무거운 돌구조물을 단단하게 지탱해 온 장인의 숙련된 기술을 보여준다. 바닥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이끼가 세월의 깊이를 증명해 주는 것 같다.

  • 작성자 26.07.14 03:33

    원형 구멍의 한쪽을 살짝 가려 초승달(혹은 눈썹달)의 모양을 아주 입체적으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달 아래에는 서기 어린 구름인 상운(祥雲)이 부조로 새겨져 있어, 달이 구름 사이에 둥실 떠 있는 듯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 작성자 26.07.14 03:34

    가려진 곳 없이 시원하게 뚫린 완벽한 원형구멍은 만물을 비추는 태양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아래에 구름 문양을 배치해 해가 구름 위로 솟아오르는 역동적이고 길한 기운을 담았다.

  • 작성자 26.07.14 03:38

    구멍을 통해 바라본 정원을 담았다. ​석등롱 내부의 빈 공간을 통과해 반대편 초록빛 정원과 돌다리가 마치 액자 속 그림처럼 담겼다.
    정원 조경에서는 이처럼 인공적인 구조물의 틈이나 창을 통해 자연 풍경을 빌려와 감상하는 것을 '차경(풍경을 빌려오다)'이라고 한다. 밤에 이곳에 초를 켜면 이 구멍으로 빛이 새어 나가고, 낮에는 거꾸로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의 사계절을 담아내는 정조(情調) 가득한 창이 된다.

  • 작성자 26.07.14 03:39

    ​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땅의 사슴과 단풍이 하나의 돌기둥(석등롱) 안에 모두 모여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하늘과 땅, 우주 전체의 조화와 영원함"을 정원이라는 작은 공간에 구현하고자 했던 옛 조상들의 깊은 미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들여다볼수록 참 매력적인 유물이다.

  • 작성자 26.07.14 03:41

    ​카스가 타이샤의 신(神)이 백마나 백사슴을 타고 왔다는 전설 때문에, 일본 신도(神道)에서 사슴은 신의 뜻을 전하는 신성한 영물(신의 사자)로 대접받는다.
    ​따라서 석등롱에 사슴을 새기는 것은 그 정원과 등롱이 있는 공간을 신성하게 보호하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 작성자 26.07.14 03:42

    사슴의 위아래로 단풍잎(모미지)이 함께 조각되어 있다.
    ​일본의 고대 시가집인 《백인일수(百人一首)》나 《고금와카집》에는 "깊은 산속 단풍을 밟으며 울부짖는 사슴의 소리를 들을 때 가을의 외로움과 정취가 깊어진다"는 내용의 유명한 와카(和歌)들이 많다.

  • 작성자 26.07.14 03:43

    ​즉, '단풍과 사슴(鹿と紅葉)'은 일본 전통 예술과 조경에서 가을의 아련하고 깊은 미학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술적 짝꿍(회화적 모티브)이다. 정원이라는 자연 공간 속에 시각적인 조화를 더하기 위해 새겨 넣은 것이다.

  • 작성자 26.07.14 03:44

    불교와 도교적 영향으로 사슴은 십장생 중 하나이기도 하며, 장수(長寿)'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또한 사슴 '록(鹿)' 자의 중국식 발음이 벼슬과 복을 뜻하는 '록(禄)' 자와 같아, 민간에서는 재물과 번영, 성공을 뜻하는 길상의 의미로 정원 장식에 자주 사용되었다.

  • 작성자 26.07.14 03:45

    모리가 정원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이 석등롱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신의 가호, 가을의 깊은 운치, 그리고 가문의 번영'을 소리 없이 기원하는 정교한 예술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