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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南道)1
박 상 륭
그란디, 워짠 놈의 비만 요롷게 짜들아지게 퍼부서쌓는지 참말이제 알 수가 없구만그랴. 멀기도 먼 물질 (길) 저쪽 동네도 비만 오까? 비만 요롷게 오고 어둡기만 어두우까? 하메 달이 언간히 커졌을 긴디. 커졌을 끄라고 달이一. 석 달을 내내 비만 오고, 달은 떠도 메물(밀)밭은 안 비(뵈)고, 석 달을 내내 비만 오고…… 할마씨, 나도 언제는 죽을라고, 그럴라고 뗑인개비요, 뗑인개비요. 나도 인제는 큰독(돌)이나 하나 몸에 짬(쩜)매고, 그라고 메물꽃 흐물트러진 속에나 눕고만 짚소, 참말이요. 하기는, 내가 벌쎄부텀 죽어삐렸는개빈디도 워디로 갈 중을 몰라 혼백이 내 요 몸을 요여(腰輿)* 삼아 그냥저냥 사는지도 모루긴 모루겄소, 모루겄소.
그란개 나도 늘 짜안했더니요, 늘 참 짜안했었더랑개요. 산에서 큰큰애기가 갯갓으로 시집을 와갖고서나, 산으로도 돌아도 못 가고, 돌아도 못 가고 바다에 묻혔이니, 참말이제 워찌 맘이 편컸소? 인재 산에는 단풍도 들 건디. 바람 끝이 여간 찹더라고? 단풍 들먼 멀구(머루)술 담구고, 국화 따절랑 띄우고서냐, 그라고 말이라, 가메(가마)타고 시집갈 날도 생각했었더라먼서 흐흐, 얼굴을 볶히더니, 글씨 쉰이나 된 것이 얼굴을 뿕히더니―.
그러던 할민디, 그러던 할민디 말여, 고런 시집살이 석 달로 못 돼, 글씨 석 달도 못 돼 과택(寡宅)*이 되았구마는, 과택이 된 거라. 그날 밤도 똑 오널 밤맹이* 요랬었제, 할마씨네 영감을 뺏아간 날도 요랬었다고. “참말이제 너무하요. 너무하요. 산호를 딸라고 갔던 그라우, 진주를 딸라고 갔든그라우? 참말이제 너무하요, 물귀신님도 너무하요. 모진 것이 목심이라 묵고살아보자고, 묵고살겄다고, 살겄다고 나간 것을 그랄 수가 있소, 참말이제 그랄 수가 있는그라우? 참말이제 너무하요!”―할마씨는 삼백 예순 날을 울었구만. 그람선 울었어. 그랬어도 물귀신은 기척도 없었고 할마씨 흘린 눈물에 바닷물만 불어설랑 세 평 모래가 더 젖기만 젖었더라고.
비가 들치고 파돗소리가 더 커진 것 본개, 바람이 새로 또 시작되았는개비구만. 메물밭 한 뙈기를 석 달이나 망쳐놓고, 그라고도 또 부는개벼. 하매 달이 중천일 것인디, 구럴 것인디……
워짜먼 하기는 또 모를 일이제, 하기는 모를 일이여. 멀기도 참말이제 멀드래도, 물질 저 건네 동네서 핀 메물꽃 그리메(그림자, 그늘)가 물 우에 떠 있다가설랑, 그래설랑 말이라, 요 비바람에 밀리고 또 밀려갖고, 요 아랫녘, 할마씨 젊었을 쩍 앉아 삼백 날 울던, 돌팍에나 와 펐을지도 하기는 모를 일이여. 물 지내간 새복(새벽)에 보먼, 희디흰 거품도 참말이제, 많이 안 얹어 있더라고? 물질 삼만 리 쉬엄쉬엄, 하기사 멀기도 머요.
그란디 참말이제, 비도 너무 와싼다, 참 너무 와싼다. 그렇드래도 하매 니얼 새복에는 무신 기벨(기별)이라도 있으까, 있으끄냐고? 그란디 고 괴기(고기)는 워디서 왔으까? 그랑개, 등은 짙은 초록빛이었제? 그랴, 그랬재. 그라고 뱃까죽은 고흔 다홍색이었더라고. 헌디 고 갈매기는 또 왜 죽었으까, 왜 죽었겄냐고? 그란개 고것이 원지쩍 일인디, 내가 자꼬 왜 요릉게 맘이 짜안하까? 괴기의 다홍색 배때기에 발톱을 얹고 고 새는 죽었등만, 그 괴기도 죽었등만. 그란개 고것이 원지쩍 일이여? 고 뒷날부텀 그란개 나는 갯갓을 안 니려가탔구만. 워쨌든 고것이 달 못 보고 샌궂인 새복에 땄던 일인개, 가만있자, 그란개 석 달은 되았겄구만, 그랴 석 달은 됐겄어. 물론 새복이먼 맘은 늘 할마씨 앉아 울던 돌팍으로 가 있으먼서도 나는 안 갔제, 가덜 안 했다고. 그라다 본개 고 괴기는 워찌 되았는지, 고 갈매기가 워찌 되았는지 인재 나는 모루제, 몰룬다고. 그람선도 워짠 일로 맘만 자꼬 짜안하다고.
산(山)사람의 딸로 커갖고 갯가사람의 아들한테로 시집왔던, 쉰 된 할마씨가 죽은 밤은, 그란개 달이 참 밝았었구만, 밝기도 밝았더라고. 죽기 전날 밤맹이 밝았었어. 헌디 죽을라고 썼던개벼. 글씨 말여, 우멍하게* 내 손을 다 잡데야. 흐흐, 그랬더라고. 우멍하게 그랬더랑개. 그것이 처음 아니겄는개비. 그람선 그라데야. “이 불쌍한 할미 소원 하나 들어줄란그라우?” 눈물이 맺혔등만. 나는 그때 또 맘이 짜안시러운 기, 나도 참말이제 울고만 짚데. “머신그라우?”―이 말 배끼 대처니* 내가 머시라겄어, 내가 머시라고 했어야 되겄겄냐고? 참말이제, 사람끼리는 베믄시럽게 지낼 것은 아니라, 참말이제 아니 등만. 그런 중만 나는 알고 있제. 구란디 말여, 고것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여. 글씨 데문데문 지내다가도 워떤 냘 꼼짝시럽 게 베믄시러져뻐리더랑개.
“나 영감님 배 한 번만 타보고 저퍼 그러요. 배 한 번만 태워줄란그라우? 똑 한 번만 타볼란개, 한 번만 태워주씨요 잉?”
“덕산댁, 그기 무신 말요?” 이 말배끼 대처니 내가 머시라겄어 엉? 내가 머시라고 했어야 됐겄냐고?
“글매, 그냥 그라고 자파 그라요. 죽기 전에 똑 한 번만 말이요.”
“주 죽다니, 대처니 그기 무신 말요 잉?”
“……안 죽는 사람도 있는그라우?” 할마씨는 울고 있등만.
“글씨, 그 글씨, 그렇단다고 그 무신 씰데없는 말을 다 하냐 말이냥개? 행 이나 꿈질에서라도 못 할 소리요.”
“워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랬지라우. 아이 영감님, 한번 안 태워줄라요?”―흐흐흐, 하고 작것(잡것)이 보다 보다 보잔개 나중엔 흐흐, 고 늙은 여수(여우)가 여수질을 떠는 기 아니겄어?
“원지 말요?”
“원지는 원지 겄소? 지끔 말이제.”
“에엑? 아, 이 밤쯩에 말이요. 이 오밤쯩에? 소소 소문,”
흐흐, 말은 고릉게 했으먼서도, 그란개 한번 월뜻 정신을 차리고시나 나를 본개 글씨, 내가 막 담박질을 하먼서 언데기를 니려가고 있는 기 아니겄어. 그라고시나 또 한 번 정신을 채리고 본개, 어느새 닻은 잡아땡겨놓고 삿대를 단단히 쥐고 있더라고. 그랬어야 되는 고 속을 난들 워떻기 알겄어? 글씨 할마씨가 두 다리를 다 올려놓기도 전에 삿대질을 하다가 하매트먼 할마씨를 빠트러뻐릴 뻔했을 지경이었단개로, 말 다했제. 워짠지 좋기도 좋으먼서도, 그란디 워짠지 맘이 짜꼬 으실으실거려지는 기 영 못 배기겄등만, 그렇기는 했어도 머시라고 통 할 말도 없고, 그러잔개 사람이 똑 환장해 죽겄등만, 그래서 첸장마줄* 노질만 해댔다고. 대처니 내가 워째았겄어, 워쨌으먼 좋았겄냐고? 참 물결도 벨나게 최요옹했었제. 고런 속을 오월 제비맹이 갈르고 나갔다고. 그랴, 그런디 말여, 내 생각으로는 한 둬 번 노질을 한 것맹이었는디, 글씨 워디를 바도 물배끼는 비는(보이는) 것이 없등만. 그래 내, 할마씨한테 물었제.
“인제 구만 돌아가끄라우?”
“……”
할마씨는 똑 새각시맹이 얌전시리 앉아만 있었는디, 도대체 입을 열라고를 안 하등만. 그랴, 똑 새각시맹이었다고. 그보당도 더 고왔으면 고왔제 못하던 안 했다고. 머시라고 하꼬, 글매, 머시라꼬, 무신 상(향)내라고 해야까? 바람 속에 흩어져 있다가 말이라 뭣 땜시 끕작시럽게 모여갖고시나 고대로 그냥 소롯이 솔아뻐린 (굳은) 고런 무신 상(향)내라고 해야까? 그나저나, 작것 한번 심껏(힘껏) 보둠아뻐리고 싶은 걸 계우계우(겨우) 참았제. 심껏 보둠아뻐리면 그냥 코대로 전맹이 흩뜨러져뼈릴 것 같기도 했지만은 말여.
“……심이 씨이지라우?” 그런디 할마씨가 말을 하덩만. 나는 고작것이 그냥 솔아뻐린 중만 알았더니, 그라더 라고.
“아, 아, 시 심은, 무신 심이 씨이졌소? 워 워떻기 왔는지 나도 잘 모르겄는디요.”
“그라먼 쬐꿈만 더 가줄라요? 참 탈도 좋고, 물도 좋구만요.”
“헤헤, 그 그런개비요; 그라고 본개. 참 달도 좋고 물도 좋구만요.”
나는 똑 숫총각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기사 내가 원지녘*에는 총각이 아니었겄는가마는, 그 그란개, 첫날밤을 맞은 놈맹이었다고. 참말이제 내가 원지 제집* 맛 한 번 이 라도 봤어야 말이제.
“헌디, 할마씨 몸에 이슬이 안 해로우까 모루겄구만요.”
나는 또 정신도 없이 노질만 했다고. 참말이제, 두고두고 생각이지만, 고롷게도 맘이 얄궂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를 뿐이여. 나는 깨어 있는 것도 안 같았고, 자고 있는 것도 안 같았는개. 나 팽생을 술만 묵음선 살아탔지만도 고로코름 취한 적도 벨랑 없었다고. 그란개 머시 썼던개벼.
“영감님, 인재 구만 쉬지라우. 요만침이나 와도 ‘워디 조만침이라도 한번 가땄이먼…….’ 싶었던 그 고지는 또 ‘조만침’ 있기만 하고 한 개 인재 구만 쉬지라우.” 그란개, 생각해본개 말여, 할마씨가 고롷게 입을 열었던개비라. 헌디 아무리 생각해바도 짚은(깊은) 뜻은 알 수가 없겄둥만. 그래 내 알아딛길(들을 수) 동 말 동 요롷코름 말해줬제. 근디 나중에 되생각해바도 내가 말은 한 마디 잘했던 것맹이여.
“그런개로 늙는단 게 서럽운 것 아니겄는개비요. 삭신이 영 말을 들어줘야지라우. 젊었을 적에야 워디 고까짓껏 한숨에 가뻐리제 요렇겄는그라우. 젊었을 쩍에는 나도 심께나 썼다고 샴동(三洞)이 떠들썩했었는디……, 그란개 고것이 소싯적 원짓 일이여? 할마씨네 영감하고 나하고 그란개 펄(팔)씨름이 붙었는디 닭 울 때도 끝이 나덜 안 해.”
“그래도 맘은 참 펜하요.” 그란디 할마씨가 내 말을 가로막고는 엉뚱한 말을 해뻐려서 나는 좀 허퉁시럽어졌었다고. “그려요, 산에라도 돌아간 것맹이 맘이 펜하요.” 듣다 본개, 할마씨 말에는 곡조가 붙은 것맹이었제. 그라잔개 내 맘은 또 짜안시러질배끼ㅡ. 그래 등을 돌리고시나 뱃전에다 오른발을 얹고, 그라고 담배 한 대를 통에 담아물었제. 참 달도 좋고 물도 좋덩만. 글씨 쳐다보먼 조막(주먹)만한 것이 니려다보먼 바다 하나 가뜩(가득)이라고. 고 이치속을 나 같은 무식꾼이 워떻기 알 것는가만도 워찌되았든, 내 쬐꾸만 배가 고 달 속에 그리메를 빠추고(빠뜨리고) 떠 있다는 기 하도 요상(이상)통만. 그래서 작것 응골지게 춤을 한뎅이 몰아 택 뱉아떤지고 돌아앉아뻐렸구만. 안 그러면 대처니 내가 워짤 것이여? 배부르고 등 따수면 되았제, 고런 것이 다 요상하먼 첸장 워짤 것이여? 벨 씨잘데(쓸데)없는 것에 맘 뺏길 일은 아니라고. 그라믄 머 밥이 나올 기여, 돈이 생길 거여? 그것이 다 머 말라삐틀어진 것이겄어? 그래, 나 혼자 생각에, 배부르고 등 따순 것만 갖고는 못 사는 양반들이란 건 전생에 무신 큰 죄를 진 것이라고 했구만, 허어 그런디 말이라, 참말이제 말이라, 고롷게 춤을 한번 택 뱉고 났어도 말이라, 워짠지 말이라, 글매 말이라, 나도 전생에 무신 큰 죄를 졌던 것맹이 자꼬 춥더라고. 그랴, 고건 추운 바로 고런 것이등만. 그란개 제집이란 건 요물이라. 고런 밤을 내가 한두 번 지내탔겄는가? 요래 비도 바다서 자라갖고 바다서 늙은 놈인디. 그란디 고로코롬 끕짝스럽게 전생 죄꺼정 알아낼 기 머겄어? 거 다 요물이 껴서 안 그렇겄는개비.
“영감님 무신 생각을 고롷기나 골똑히 하요? 이 탁배기 한잔 안 잡술라요? 참 달도 좋고 물도 좋구만요.”
“예? 다, 달……, 무, 물…… 아 그렇지라우 참. 허, 헌디, 타, 탁배기는 웬 것이요?”
“아 올 때 안 갖고 왔는개비네요. 자, 요리 오시겨요.”
“그려요 잉? 낟 또 몰랐구만이라우.”
“엣서라우, 뻘컥 뻘컥 잡쉐겨요.” 할마씨가 탁배기 그럭 (그릇)을 내밀등만. 나는 참말이제 어리떨떨해서만 있었는디, 술을 본개 갑째기 목이 마르고 좋아서, 나도 모루게 뽀짝(바짝) 가서 흡치드키(듯이) 잔을 받았당개.
“헤 헤헤, 아, 이, 이참, 생광시럽어 말도 못 하겄는디요.” 그람선 두 모금에 다 마시뻐렸제. “머슬 요런 술을 다 갖고 왔는그라우. 자, 할 할마씨도 드시겨요, 드시겨요. 고참 꿀맛인디.” 그렇지만, 참말이제 나는 술맛도 알 수가 없등만, 소금물을 묵었는지 꿀물을 묵었는지 알 수가 없등만, 참말로. 그랬으먼서도 주는 대로 다 받아묵었제. 할마씨도 거퍼 석 잔이나 했을 기여 아매. 해여튼지간에 쪼꿈 지낸개 얼얼해져 올라오는디 울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하고 한 것이 영 걷잡을 수가 없등만 그라고도 술은 많이도 남았는디 알고 본개 고것이 베믄시런 술이 아니었던개벼. 탁배기는 아녔다고.
“원지녘인지는 나도 모르겄소. 한해 가실 (가을)에 산에를 갔다가 멀구 둬 되 따고, 국화 몇 잎 따다가설랑 담가서 실겅(부엌 시렁) 밑에 파묻어뒀다가 오널 해거름판*에사 파내본 거요.”
“헥, 고 고 고런 걸! 아 고런 걸 내 요만침이나 마시뻐렸규만이라우. 고 아깝운 걸! 고걸 뗀서기 나리한테라도 대접을 했드먼, 그랬드먼 참말이제, 나이릉 치매 한 감 값은 얌전시리 나올 것인디, 헤엑 요런.”
“……영감님 너무 그래쌓지 마시오. 주모 노릇 멫십 년에 내, 공술 한잔 안 디려땄소만, 그래도 그래쌓는 기 아니요. 내가 머 너무 돈만 알아서 그란 것도 아니고, 맘이 없어서 그란 것도 아니오.”
“에엑 거 무신 말씀을? 당초 그런 말 매겨요.” 그란디 내 말은 워짠지 이가 빠진 것맹이었어.
“고롱게 애탕가탕 번다고 이고 가겄소, 지고 가겄소, ……안 할 말을 내 하요만, 그래갖고 내, 절을 하나 지었소.”
“아니, 저, 절을 말인그라우?”
“그려요, 석 고개 너머 새 절이 그것이요.”
“아하, 그란개로! 고 속이 그랬구만.”
“헌디, 타뻐렸소, 타뻐렸어라우!”'
“타뻐리다니, 고런 쑤악(흉악)한 짓이 있어? 아니 고런 쑤악한 짓이, 대처니, 고런, 고런,”
“태워뻐렸소, 테워뻐렸다고라우! 내가 태워뻐렸어요, 내가 어지저녁에 태웠단개요, 내가 태웠다고라우!”ㅡ할마씨가 미친 것맹이 씨분댔다고.
“……”
“나도 모르겄소, 왜 그랬는지 참말이제 나도 모른다고요.”
그람선 할마씨가 내 품에다 얼굴을 파묻덩만. 그람선 울었제. 내가 워짜겄어, 대처니 내가 워째야 됐겄냐고? 그래서 그랬제. “잘했는개비요. 잘했는개벼요.” 그란디 아무래 생각해바도 머슬 잘했다고 했는지는 영 알 수가 없었제. 워찌되았든 잘한 짓맹이긴 했을 뿐이제.
“잘했다고라우?” 울다가 말고 할마씨가 워짠 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등만. “……그려요, 잘했지 라우, 잘했어요.”
“혜헤헤, 아 그렇고말고라우? 아 고런 일 같았으먼 내가 해줄 것인디, 참 잘못했구만이라우. 츠춧.” 나는 실멩(신명)이 났제. 헌디 할마씨는 좋아하덜 안 할 것맹 이었어. 살째기 내 품에서 빠져나가뻐리데. 그란디 그때는 울도 않고 웃덩만. 그랴, 웃었어. 똑 멍충이맹이 웃었어. 요상하게 웃었다고. 그래서 나도 웃어봤제. 웃어지던디.
“왜 태워뻐렸는지는 묻도 안 항만요.” 웃음선 할마씨가 말했제.
“아참, 그렇지라우. 헤헤, 그려요. 그란개 나도 고걸 물어볼라고도 맘묵었었는디 그만.”
“……”
“……”
최요옹했제. 그때는 달도 안 좋고 물도 안 좋았어. 워짠지 시나부로* 맘속이 비어뻐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달빛 만 꾹꾹 눌러져 차넣어져서 숨이 맥힐라고 했제. 그람선 달빛냄새가 목구멍으로 넘어오는디 문지(먼지)냄새가 나고, 가문(가뭄)내가 나고, 영 죽겄등만. 본개 할마씨가 달만 쳐다보고 있음선 노래를 했는지도 모르겄어.
“……그란개 내가, 그란개,” 할마씨가 한 식겡이나 있다 입을 열었는디 워짠 일로 반버버리가 된 모양인지 떠듭거리드라고. “내가 살아온 것이, 고것이 말이지라우, 똑 탑 싸듯기 살아왔던 것맹이었지라우. 절 짓드키……그란디, 절 낙성식이 끝난 날 밤엔 내가 밤새도록 울었단 건 아무도 모를 것이요. 죽을라고도 했소. 워짠지 허퉁한 기, 내 목심하고 영 인연이 끊어져뻐린 것만 같았지 라우.”
“에엑, 거, 무신, 그런,”
“호호호, 그려요, ……후유우, 헌디 영감님은 대체니 워떻게 혼자 살아왔는그라우? 월매나, 월매나 쓸쓸했으그그라우, 쯔츠츠,”
“나 나라우? 헤, 헤, 내 내사 태 태어날 때부텀,” 고자로 태어났은 개 그럴배끼 더, 있었겄는개비요?―할라다가 구만뒀제. 그런디 구만두기를 월매나 잘했던지 지끔은 모르겄어. 그런 대신에 요번에는 내 쪽에서 큰맘 한 번 묵고 할마씨의 손을 꽉 잡았제. 그랬었다고! 손도 그런디 고로코름 보드럽을 수가 있으까, 엥? 고럴 수가 있으끄냐고. 할마씨는 그란디 워짠 일로 고개를 떨쿠고 포로로 포로로 떨고 있었다고. 그래서 굉장히 추운 모양이라고 생각을 했었제. 그려, 고롷게나 떨었당개. 똑 비 맞은 삥 (병)아리맹이 떨었어. 참말이제 너무 너무 안씨러워 못 보겄등만. 대처니 나이는 워디로 다 묵었간디 고롷게나 어리고 애리애리했으까? 작것 참말이제, 고런 걸 보고서야 가만히 있을 수가 없등만. 그래 콱 끌어땡겨 보듬아뻐리고 말았제. 워디서 고런 숫기가 솟아났는지 나도 몰루제. 하 그란디 보게야, 그랬더니 요 작것이 되떼(도리어) 저쪽에서 무장무장 더 파고들어오는 것이 아니겄어? 글매 말여, 고 비 맞은 삥아리 같은 것이 참말로는 백 여수였던개비라. 숨을 쌔근쌔근합시롱 무장무장, 뽀짝뽀짝 파고드는디, 드는디 말여, 속이 근지럽고 송신이 나서, 글씨 발꾸락이 꼼질거려지고 추운 것보당도 더 추운 것맹이고, 더운 것보당도 더 더운 것맹이었다고. 참기 에럽등만.
“우리 영감이 보겄소. 참말이요, 이거 참 워짜끄라우 예? 워짜끄,”
“헤옛다, 할마씨는 똑 벨소리를 다 혀!”
“그 그래도 그것이 아닝만요.”
“대처니 아니기는 머시 아니겄소? 그란개 영감 죽은 지가 원지녘인디 그래싼다요. 똑 벨소리를 다 혀.”
“그래도 그것이 아닝만요!”
할마씨는 그란디 울고 있등만. 글씨 내 가심팍이 전부 뜨뜻미찌끈 하니 적드랑개. 아무튼지간에 할마씨가 우는 걸 본개 나도 맘이 안돼지먼서, 젊어 죽은 친구 얼굴이 아른하게 비등만. 그란개 그것이 아녔던개벼, 할마씨 말대로. 하기사 그것이 아닐 것이 머신지도 나는 지끔도 모루고만 있지만도 말여, 아무튼지 그것은 아녔어. 달만 그냥 밝았제. 가만히 꼽아본개 보름이등만. 물도 너무너무 잔잔시럽었제. 워쩌다 간간이 괴기가 뛰올라설랑 달빛 쬐꿈을 파묵고시나 들어가는 개빈디도, 달빛은 띤긴 자리가 없었다고. 그낭 천(千) 짐이나 되게 밝
기만 밝았어.
“그래도 참말이제 그것이 아닝만요.”
“그렇기는 하겄소. 참말이제 그것이 아니겄소.” 듣다 본개 고건 또 그렇겄등만.
“뭣 땜시 내가 갯갓에 주막을 채렸는지 고 심정을 알겄는그라우? 알겄냐고라우?…… 하기사 누가 알겄소?”
말을 함선, 그람선 내 품에서 살째기 빠져나가더니 한숨을 한 번 푹 쉬고, 그라고는 조만침 떨어져 앉등만. 가심팍이 좀 허퉁하데만 벨수 있었겄는가. 헌디 참 요상하게, 글씨 금방 패시시 웃지 않겄어? 허으 그란디 말여, 고롷게도 이뻐 빌 수도 있겄어, 고릉게 이뻐 빌 수가 있겄냐고, 사람이? 내가 품어보고 난 그때는 벌쎄, 바람 속에 댕기든(다니던) 상(향)내는 아니던디. 그란개 머시라까 센녀라까 송아치라까? 아니 고것도 아니라. 머시라까? 아 그랴, 메물꽃이등만, 흐으 그랴, 암내 낸 메물꽃이등만. 밤괴기를 낚으로 나갔다 가시나는, 괴기도 못 낚으고 말여, 빈 배에다 달빛이나 한 짐 실고 돌아오던 밤쯩으로 말여, 워짠지 맘이 으실거리고 편털 못해 뜰레뚤레 고개를 돌려보먼 말여, 흐흐흐, 흰옷 입은 젊은 과댁이, 그랴 젊은 흰옷 입은 과댁이 달빛 가운데 앉았더라고. 우는개볐어. 그란디 알고 보먼 그냥 누구네 메물밭이었더라고. 그랴, 달빛 아래 패시시 웃는 할마씨가 그 메물밭이등만.
“떠난 서방 해바래기로 그랬지라우. 행이나 오널은 오시까, 니얼은 오시까, 오시까 하고 말이지라우.”―할마씨는 왼손 넷째손꾸락에 끼인 반지를 만지작거림선, 그란개, 곡조 있는 목소리로 이서 (이어)가등만. “고롷게 조롷게 살다 본개 어언 펭생 다 가뻐렸소. 다 갔지라우. 그란디 꿈질에서라도 한 번도 보도 못 했구만요. 그랑개 그 소원도 타뻐린 절맹이 되았소. 오시까 오시까 하던 서방님은 겔국은 안 왔소.”
“아하 그랑개, 그랬던개구만요. 나는 또 몰랐지라우. 글씨, 할마씨가 늘 해거름판이먼 문 앞에 나와설랑 워디를 보더라니요! 몰랐구만요, 몰랐다고라우. 글매, 그러고 생각해본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랬었구만요. 글매, 그랬어요. 아, 그라다 웃었지라우? 웃었다고요.
‘덕산댁은 열녀(烈女)라’ 다른 친구네들이 고롷게 말하고 했어도 나는 몰랐구만요. 나만 몰랐어 라우. 덕산댁은 참말이제 엘녀구만요. 하 하지만,”
“나중에는 그냥 버릇으로 그랬는지도 모루지라우. 나보고 옐녀라고라우? 옐녀? 흐흐흐, 글매, 흐흐, 백 번 엘년개뵤 옐년개라우.”
“하지만 말이요, 참 볜통머리 없는 짓만 했구만이라우.” 워짠지 나는 좀 썽이(화가) 나더라고. “볜통 없는 짓이제 고것이 무슨 짓이겄소? 대처니 무신 기벨이 있을 것맹이든그라우?” 그래 소리를 꽥꽥 쳤댔구만.
“볘, 볜통 없는 짓이라고라우? 무신 기벨이 있어끄냐고라우?” 헌디 요상쿠로, 요번에는 되떼 할마씨 쪽에서 썽을 팩 내더라고. 거참, 알 수가 없등만. 그란개 잘못하기는 내가 머술 잘못했던개비라. 근디 고걸 모루겄드라고. 해여튼 그렇드래도 말로는 요래 줬재. 민망하더라고.
“이 이참, 미안하요, 이거 참말이제 고얀스리 미안시럽구만요. 그란개.”
“……허 허기사, 참말여요, 베, 볜통 없는 짓이었지라우. 글씨 무슨 기뗄이 왔겄어요? 벤통머리 없는 짓이었지라우.” 그랴, 할마씨가 금세 하우(사과)를 하등만. 내가 옳운 말 했는디 저쪽에서 되떼 성을 낼 일이겄어? 볜통머리 없는 짓은 짓이제 그기 머시라? 말이사 내가 한마디 똑 뿌러진 말 했제. 그란개, 말이란 건 늘 뚝 뿌러지게만 해얀다고. 그란개 내가 괴얀시리 민망시러했던 거여.
“흐흐흐, 그란디 고때마둥 똑 영감님 이 왔다고라우. 그려요.”
“머슬? 헤에헤, 머슬, 내가 똑 그랬을라고라우?” 나는 왠지 고얀스리 또 미안시러쌓서 우물우물했제. 나도 모를 일이 내가 왜 그리 해딱해딱되아졌었으까.
“아매도 영감님이 잡은 괴기 중에서는 지얼(제일) 크고 존(좋은) 놈이었을 것인디, 똑 고걸 한 마리씩 갖고 왔다고라우. 그라고는 꼭 술 석 사발 잡수셌지라우? 그려요, 그랬다고라우.”
“헤에, 그랬던그라우? 헤헤헤, 그란개 내가 그랬던개비용 잉, 나사 머, 할마씨네 주막 말고는 워디 갈 데가 있었어야 말이지라우.”
“그란디 워짠 일인지 말이지라우,” 할마씨가 말을 하다 말고는 갑째기 킥킥 웃등만, 그라더니 말이라, 모구(모기)소리보당도 더 작은 목소리로 요로코롬 말하등만, “좋왔지라우, 영감님 이 오시먼 좋왔다고라우. 오라버니거니 맘묵음선도 말이요. 에, 에에, 잉, 나도 몰라라우, 몰라라우!”
“…….” 작것, 난 통 할 말이 없등만. 지금만 같드래도 서슴잖고 이랬을 것인디. “고것이사 내 할 말 사둔이 해뻐린 것이요. 참말이제 나는 더항만요. 더한다고라우! 사둔만 말하지 말란개!” 그랬을 것인디 그때는 내가 솔찮이(상당히, 적잖이) 어죽었던개벼. 그랴, 백택없이(까닭 없이) 어죽었었다고.
“다른 양반들이 다 가뻐리고도 영감님은 가실 쭝을 몰랐어요. 무신 말씀도 없었지라우. 기양(그냥) 남폿불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내가 치매끈 하나를 풀어놨, 엥이 몰라라우, 나도 몰라라우.” 요때 할마씨가 또 내 품으로 파고들었제. 귀에만 좋왔제 참말로는 무신 소리를 해쌓는지 알 수도 없등만. “호호호, 헌디 내가 왜 이라끄라우? 죽을라고 한개비요, 왜 이러끄라우, 예? 왜 이려요, 예? 왜 이래라우?”
“……” 나는, 한마디만 했으먼 했는디두 할 말이 없등만. 할마씨만 자꼬자꼬 말했제.
“흐흐흐, 한번은 말이지라우, 그려요, 영감님 사는 집을 갔었던개비요. 영감님은 닷새가 넘어도 안 오시고, 듣잔개 아파 누웠다고 하길레, 과택 체면 볼 것도 없이 갔었소. 가서 본개 영감님은 지쳐서 자고 있습디다. 눈물이 나덩만요. 그래 속으로 빌었구만요. ‘보살님, 부체님, 예순님, 욧(堯)나라 순(舜)임금님, 순나라 욧임금님, 서낭님, 객구(客鬼)님, 시영산에 약물 뜨로 간 비리데기님, 워짤라요, 참말이제 이 목심을 워짤라요?’ 요롱게 빌었구만요. 에려서부터 들어 알고 있던 여러 하늘님한테 빌었다고요. 동냥도 여러 집 하다 보먼 바랑*이 찬다고 안 하요?”
“…….” 나는, 한마디만 했으먼 했으먼 했는디도, 할 말이 없등만. 평생에 똑 한 번 아파땄은개. 왜 기억이사 못 했으까만도, 할 말이 없었다고. 속으로만 요랬체. ‘그란개 내가 살아난 게 할마씨 덕맹이요.’
“이 인재 돌아가끄라우?” 그람선도 몸은 빼가덜 안 했다고.
“도 도 돌아가끄냐고요? 그 그러지라우.” 나는, 나도 모루게 홱 떨치고 일어났구만. 그라고시나 노를 놋좆에다 끼워넣었제. 그때사 어죽었던 기 좀 풀리더라고. 그래 심을 냈제.
그란디도 돌아오는 짙은 심이 하나도 없어서 말이라 생땀만 흐르덩만. 늙은 솔나무가 진만 흘리내는 속을 알 법하드라고. 할마씨는 꿈질 속에서맹이 자꼬자꼬 얘기했는디, 나는 고개나 끄덱여줄 수배끼 없었제.
“영감님, 나는 아매 곧 죽을 것맹인디 내가 없드래도 주막에는 늘 와줄란그라우? 그란디 누가, 나 죽고 나먼 내 다리다가 큰 독 하나 매달아 요 물 밑에다 넣어주꼬? 살아서 질게(길게) 못 살아본 인연을 죽어서나 질게 살아볼란개, 글씨, 고것이 에럽소. 누가 나를 요 물밑 물질에다 니려주끄라우?”
그란디, 갯갓에 오니 새복이등만. 할마씨네 주막에는 그때까장도 불이 써져 있었지만 다른 디는 그냥 죄용했제.
갯갓에 닿았는디도 할마씨는 댐배 한 대참이나 뱃바닥에 앉아만 있더니 워짤 수 없는 것맹이 니려오덩만. 오 참. 묵다 남은 술은 할마씨 손수 뱃바닥을 뜯고 넣어주덩만. 그라고 니려와셜랑, 이번에는 품 속에서 머슬 한 뭉치 싼 걸 끄집 어내갖고 내 쬐기 괴비(주머니)다 살째기 넣어줌선, “모레 아츰쯤 열어봬겨요. 또 혹시 아요, 요 속에서 골연(궐련) 한 개비라도 나올지,”ㅡ그라더니 할마씨는 후적후적 뛰달아나뻐렸어. 나는 닭 쫓던 개맹이 서서 보다가 노를 뻬 어깨에 메고 내 음팽이집으로 왔제. 괴비 속에 든 것이 머신지는 모루되, 머 깜밥(누룽지)뭉치거나, 아니면 참말로 골연 및 개일 것도 같아 만져보도 안 했제. 간혹 고런 걸 잘 줬은개 말여. 골연이사 뗀서기 나리라도 다녀 가신 날배끼 더 있었겄는가마는. 해여튼지 간에 감감 잊어뻐리고 있다가 다음날 저녁 에사 생각해 냈은개.
굴뚝 옆, 늘 노를 세워놓는 자리다 노를 세워놓음선 나는, 대개 멫점이나 되었을까를 시엄 (셈)해보고는 했는디,―그란개 달이 있을 때는 달 보고 그리메를 보먼 대강은 짐작이 되았고 달이 없을 때는 벨을 보먼 또 그랬고, 구름이 꼈을 때는 바람냄새로 짐작을 했었제.―그란개 그날은 보룸이었고 노 그리메가 동쪽 감나무 밑 둥구지꺼정 닿았은개 축시*는 넘고 인시*가 돼가는 중이었던개벼 .
아무튼지간에, 고 새복에 잠이 들어 나는 저녁때도 해거름판에사깼더라고. 고로코롬 잘 자본 적도 펭생에 벨랑 없었다고. 깨고 난개 기분이 썩 좋든구만. 나 같은 사람이 행뵉이니 머니 하고 그런 소릴 입에 담는 것은 아니겄지만도―나 같은 사람이사 짐승맹이 그냥저냥 살다 죽으면 그뿐 아니겄어?―그래도 그 해거름엔 그것이 아니더랑개. 섬 그리메가 차차 차차 질어(길어)지먼서 바다로 니려오고 있었는디, 늘 고롷게 생각되었지만 그날따라 더더욱 고것이, 섬이 벗는 치매폭 같았더라고. 그라고 나먼 섬은 홀랑 벗은 예펜네같이 부끄럽어쌓서 자꼬 몸을 숨킨다고. 고런 섬 그리메 속으로 배를 저어 들어가먼 똑 무신 짚은 잠귀신 같은 것이 내 속으로, 고런 그리메맹이 덮어오는 것 같은디, 그라먼 나는 물하고 나하고, 섬하고 나하고, 한 몸뚱아리가 돼뻐린 것맹이 요것조것 다 잊어뻐리제.
그란개 그 섬 그리메가, 내 옴펭이(집) 삽짝(사립문) 앞꺼정 왔을 때야 그날은, 노를 메고 바다로 나갔구만. 왼죙일 자니라고 일을 못했는개 밤일이라도 해야잖겄어? 한날 한시라도 백택 없이 어정거리고 나먼 내 속 워디 사는 서낭님전에 멘구시럽고, 괴얀시런 걱정만 생긴개.
하늘하고 물하고 딱 붙어뻐린 데를, 나는 내 정신도 아닌 채 저어갔구만. 놋좆 있는 데서 삐끄덕 소리가 났을 뿐, 그라고는 소리도 없었제. 뱃전에 물 부닥치는 소리야 고것이 소린가? 하기사 옌네 옷 벗는 소리도 소리고, 섬 그리메 아래 구름 지내가는 그리메도 소리람사, 고것도 고런 소리라고 해야겄지만도, 고건 워느 녘에 소리가 소리가 아닌 소리가 된 것이라고. 그리메 같은 소리라. 배하고 바다하고 한몸으로 이서져 (이어져)뻐리는, 고 혼사(婚事)는, 참말이제, 한 두 번 배를 타바갖고는 모른다고.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먼, 요 세상은 암놈하고 숫놈하고 있어서, 고 혼사 속에서 절후도 배끼(바뀌)고, 풍랑도 일어나는 것맹이라고. 고자*란 건 있덜 안 한 것맹이라고. 그란디 요런 혼사의 조화 속을 떠나 또로 떨어져뻐리먼 고때 내가 고자인 것을 새삼시럽 게 알아뻐리고 마라.
워쩌다 본개 몸이 땀에 흠씬 젖어뼈렸등만. 그래 놋좆*에 춤*도 좀 발를 겸 쉬고 둘러보잔개, 벌쎄 뭍이란 건 비도 않고, 푀식*은 없어도 워짠지, 거그가 엊저녁, 할마씨하고 와 있었던 데맹이라 털썩 주저앉았제. 그라고 좀 있은개 머신지 달착지근함시롱도 콕콕 쏘는 무신 뭉어리가 갈비뻬 밑에서 틀어 오루기 시작하는디 발꾸락이 또 지랄함선 꼼지락거릴라고 하더라고. 그람시릉 엊저녁 일이 하나썩 하나썩 생각나등만. 그물을 떤진다든가 낚수줄을 늘릴 아무 정황도 없었제. 한가하고 펜안시럽고만 싶드라고. 그래 뻔드시 뱃바닥에 누워뻐렸제. 손은, 나도 모르는 워느 녘 에 골마리(허리춤) 속으로 들어가 뻐려 없어졌등만. 펭생을 말하자먼 파닥거림선 용씨는 괴기만 만줘시릉, 괴기의 고 싫어하는 몸부림을 질거워했던 손이라. 헌디 작것, 워째서 내 괴기는 고로코름이나 기분 좋게 팔뚝을 타고 오던고. 미끄럽고 심센 몸부림을 할찌 모루는지를 모르겄었드라고. 워쨌든 고때는 노을이 시나부로 사그라듬선 벨이 하나썩 둘썩 비기(보이기) 시작하등만. 내게서도 워디로 흩어져 있었던 것맹인 고런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집 찾아오더라고. 그래 갖고는, 서낭님이나 아니먼 다른 작것이 소작(小作)하던 디를 시나부로 찾아설랑 문을 닫아뻐리드라고. 고때에 이르른개 맘은 하늘끝꺼정 닿아뻐리드라고. 그란디 고것은 맘뿐이었어. 참말이제 너무너무도 불쌍하게 아무도 일어나덜 안 하더라고. 월매나 애타게 내가 내 손을 가뜩 채우는, 용쓰는 몸부림을 기다렸겄느냐고. 헌디 참말이제 맘뿐이었다고. 그래서 나는, 고때 내가 월매나 무섭게 또로 떨어져뻐려서 아무것하고노 닿덜 못하고 있는 것을 똑뙥히 바뻐린 거여. 무섭고 어지럽음선 썽이 나등만. 참말이제 무섭게 썽이 남선 어지럽등만. 그래서 나는, 고롱게나 등신 같은 놈의 내 하초(下焦)를 사정 안 두고 쥐어뜯음선, 비틀고, 패댔구만. 나중에는 피가 삐끔삐끔 나데. 참말이라. 굉쟁히 애리고, 뜨겁었지만 그래도 그때사 기분은 좀 풀리고, 그람선 눈물이 한 바가치는 쏟아지등만. 그래 뱃전을 쳐댐선 능구렝이맹이 울었구만. 왕왕 울어댔어. 서낭님뎐에, 용왕님던에, 욧나라 순님금뎐에, 하눌님뎐에, 객구님뎐에 펜지 쓰는 심사로 울었다고. 그라고 난개 맘은 싹 비어뻐리고, 고런 대신에 허깃증이 들덩만. 그람선 상긋한 골연 한 대하고 꼬신(구수한) 깜밥 한 뎅이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헌디 괴비 속에는 고것이 있을 것이었어. 고 여수 같은 것이 요를 때를 미리 짐작하고시나 엊저녁에 너준 것이 있은개 말여. 그란디 요것은 또 한 번 무섭은 한을 몰꾸왔다고. 암만 해도 나눈 할마씨를 쥑 일찌도 모루겄등만. 그란개 할마씨가 짙(곁)에 있었을 때는 내 맘이 할마씨한테 반은 쪼개져 가뻐려설랑 반은 정신이 없는 데다가 남은 반은 할마씨 비우(비위) 맞추고 안씨럽어해쌓니라고, 월뜻월뜻 번개 치는 것맹이 오는 한을 오래 갖덜 못했는디, 정작 할마씨를 짙에 두고 있덜 안 한개 순전히 지랄이더라고. 그란디 나는 워째서 수컷은 수컷인디 맘만 생용을 씨고 몸은 시랑토 안 하는지를 모르겄어. 워째서 맘뿐이고 몸은 시랑토 안 하냥개? 펭생 고롱게나 서럽어쌓던 걸 계우계우 잊어뻐릴라 하는 나이에 새삼시럽게 또 고것하고 이망(이마)을 딱 대야 되게 되었단 건, 참말이제 목심 갖고는 못 당할 썰렁한 일이등만. 수컷은 분멩히 수컷인디 암컷도 못 되는 몸을 난들 워짜겄어? 난들 워짜겄냐고? 참말이제 워짜겄냐고? 그란디드 죽고 싶던 안 했어. 죽으먼 고자라도 못 될 것맹이라, 물쌀 센 날로는 참말이제 물갓엔 얼씬도 안 하고 살아왔었구만. 헌디 나이가 든개 고것도 생각이 바꽈지기는 하든구만은. 죽을 때 한 번 왼 목심을 갖고 한을 풀어뻐리는 것일찌도 모룬다고 말여. 고것까지야 썰렁하게 말라삐틀어지던 안 했겄지맹.
달은 고때사 떠올르등만. 그래 땄자 멜 졸(좋을) 일 없었제. 고것이 머시겄어? 나만 또로 떨어져 있었는디. 사실로는 고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할마씨를 뽀채고 있었던지도 모루겄어. 나는 노질을 하고 있었는개 말여. 할마씨한테 대한 생각으로만 까뜩 차갖고시 나는 배가 고롷게나 무겁었다고. 고 여수 같은 것이 엊저녁부텀 나를 고롷게 맨든 거여. 서로 하루라도 안 보먼 섭섭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참에, 그랑개, 서로 보고 싶어 해쌓든 고것이 갑째기 박수를 쳐뻐린 거라고. 고 작것을 내가 안 쥑여놓고는 못 살 지경으로 되었더랑개.
헌디, 할마씨가 내 괴비다 넣어주던 고 속에는 한 개비의 골연도 반뭉텡이의 깜밤도 들어 있덜 안 했제. 고건 머시라까, 말하자먼 십 년 염불이라까, 탑이라까?…… 그래도 한 대의 골연보다 벨로 신통할 것이 없고, 그냥 썽만 물씬물씬 났는디 워찌되았든 손꾸락에 열두 번은 춤을 발라야 세어질 만한 곤만침의 지전(紙錢)이등만. 그라고 무신 죙이(종이) 멫 장이 있었는디 나중에 알고 본개 집문서니, 전답문서라등만. “그란개 참말로 할마씨가 죽을라고 환장을 했는개비요잉.”―나는 한 번 구시렁거려주고는 썽이 부굴부굴 꿇어서 되는대로 괴비 속에다 꾸겨 넣구만. 이미 (의미) 속이 워떤 것 인지는 몰라도 참말로 썽이 좀 나드랑개. 글씨 안 그럴 수 없는 것이 나는 참말이제, 고런 좋은 술을 나 같은 사람이 묵어뻐린 것이 아까워쌓서. “고 아까운 걸! 고걸 뗀서기 나리한테라도 대접을 했드먼 참말이제, 나이롷치매 한 감 값은 얌전시리 나올 것인디 그랬소,” 하고, 요만큼이라도 벨스런 생각 없이 말했었는디 고걸 그란디 고깝게 생각했든지, “영감님, 너무 그래쌓지 마시요. 주모 노릇 멫십 년에 내 공술 한 잔 안 디려땄소만, 그래도 그래쌓는 기 아니요. 내가 머 너무 돈만 알아서 그란 것도 아니고 맘이 없어서 그란 것도 아니요.” 하고, 삐죽거리더니 그라더니 고걸 너준 거여. 그란개 내가 무슨 공술이나 돈을 탐내고 저그 집 술을 묵으러 탱겼든 줄로 알았던 개비제?
……헌디도 말여, 워짠지 할마씨가 더 보고 짚고, 그람선 백택 없이 맘이 급하더라고. 아무 그럴 까닭도 없는디 그러드라고. 그래서 내 생각에, “그랑개 내가 들기는 바람이 단단히 든 모양이구만. 늙은 것이 참말 이제 속 더럽게 못 채리는디. 해여톤지간에 요놈의 여수 만나기만 해바라, 자기 말대로 참말이제, 큰 독 하나 짬매서 물속에다 집 어너뻐리고 말기다. 요런 고얀 늄의 제집이 다 있어?” 했제.
그란디 그날따라 워짠 일로 고렇게나 그 주막길이 버겁기만 하겄어. 그랴. 그렇지만 인재 담담히 생각해보기로 해야겄제.
할마씨는 죽어뻐렸등만. 메물밭 같던 할마씨가, 그러던 할마씨가 삼수(二水)도, 삼수도 건느고 건너 갑산(甲山) 휘어휘어 넘어가뻐렸드라고, 가뻐렸어. 대체 원지나 오시랴오? 절로 죽은 고목이 꽃이나 피거든 오실라 하요, 조고만한 조약돌이 커드란해져 광석 되어 증*맞거던 오실라요, 대체 워지녘 에나 오실라 갔소?
울도 못하겄등만. 웃도 못하겄등만. 말도 못하겄등만. 앉도 못하겄등만. 돌아나오도 못하겄둥만. 아무 생각도 못하겄등만. 늙어빠진 여중(女僧)만 머시라 머시라 구시렁거리는디, 내 눈에는 고 여중이 최판관네 제집종만 같이 보였제. 고렇게 보이는 것이 확실해졌을 때 나는 썽이 머리끝꺼정 뻗어 올라 참덜 못하겄등만. 그래 큰 한소리 내질름선 주먹을 휘둘러 댔제.
“여라이 순 제집년아! 머 할 짓이 없어, 사탕 줘 아들 꾀듯이 죽은 사람 혼백을 앍아가는 짓을 한단 말이냐? 여 쑤악한 제집년, 오널은 죽어보던지, 멍이 들어보든지, 다리가 뿌러져보든지, 무신 각단이 나바라. 최 판관이란 놈은 죄가 없다더냐 엥? 그래 요 쑤악한 년, 들어바라, 죄져 부재 된 놈들은 죽어서도 돈 많이 가져간개 죄를 짝게 멕여주고, 착하니라고 하다 본개 가난시리 살던 목심은 가져갈 돈이 없어 빈 몸으로 간개 죄를 많이 멕여준다고 하니 말여 머 할 짓이 없어 고런 더러운 작자네 종질을 한단 말이냐? 요 끕살 맞을 년!”
참말로 나는 미친 것맹이었다고. 그란디 그라다 본개 아무것도 안 비어. 그래 내가 환장을 했는개비라고 생각을 하고시나 눈을 질끈 깜고 한참 있어땄구만. 그라고 난 뒤 눈을 떠본개 여중이란 것은 없어져뻐렸곤, 참말 이제 곱기도 고운 새 시악씨 하나가 동강이 촛불 밑에 누워 있더라고. 할마씨였었어. 흐흐, 고 고운 시악씨가 바로 할마씨였드라고. 시집오던 날 입 었던 옷이었을 것인디, 초록 저구리에 다홍치매 곱게도 입고, 얼굴에는 연지꼰지도 바르고 있덩만. 아 그라고, 쪽또리도 쓰고 있었제! 그랴, 고렇게 하고 있었어. 난 니려다보고 있었었제맹. 빠져 죽을 듯기 니려다보고 있었겄재맹. 안 죽은 것 같았은개, 글씨 나중엔 웃을라고 애를 씬 것 같기도 했더랑개. 그란디 차차로 고 얼굴에 머신지 푸르기도 한 것맹이고 희기도 한 것맹인 것이 설푸시 깔리등만. 그려, 그랬어. 그란개 다시 메물밭이등만. 흐물트러진 메물밭이드라고. 나중에는 워디서나 다 피었네. 가심에다 죄용히 얹은 손목에서도 피고, 초록 저구리 눈빛 동정에서도 피고, 다홍치매 주름에서도 피고, 옥색 꽃고무신에서도 피었제. 피었다고. 나는 그때 그 속으로 뛰어들고만 싶더라고. 그래서 뛰어들었제. 그랬더니 머시 눈바시게 흔들렸는디 알고 본개 쪽또리에 백힌 구실*들이 촛불을 시샜더구만. 나는 해여튼 목이 말른 것맹이 고것들을 한정도 없이 따 묵었구만. 그란디 꽃은 차덩만. 씨리맹이 차덩만. 산불 같은 내 입쏠(입슬)로도 한 잎 꽂을 못 태우게 차웠다고. 그러다 나도 시나부로 사그라짐선 흩어지덩만. 메물꽃밭 윗두랑(두렁)에 백골을 얹고, 그라고 사그라진 거여. 좋등만. 워짠지 펜함선 좋등만. 그때는 그란개 새 초로 바꽈야 될 때던 모냥으로, 화촉 시그르 꺼짐선 동방 깊은 골에 달 그리메 어리데.
달 그리메 어리데.
해동 대한 남도땅에 달 그리메 어리데.
눈물은 그때사, 지랄맞게 흘르더라고. 참말이제 워짠 일로 고때사 눈물이 흐르더랑개. 그랴, 죽었더라고! 고롱게도 곰살곱던 할마씨가, 곰살곱기 짝없던 고 할마씨가, 영 간 것이여, 뜨겁은 것만 싸갖고 간 것이여. 차겁은 것베끼 참말 아무것도 안 냉겼데. 그때 생각이 나등만.
“그란디 누가 나 죽고 나먼 내 다리다가 큰 독 하나 매달아 요 물 밑에다 넣어주꼬? 살아서 질게 못 살아본 인연을 죽어서 질게 살아 볼란개, 글씨, 고것이 에럽소. 누가 나를 요 물질에다 니려주끄라우?”
그랴, 고 소리가 잠질에서맹이 들려오드라고. 그래 내 대답해줬제.
“헤헤이쏴, 고런 걱정이사 마싸요, 고것이사 워찌 못해주겄는그라우? 요롷게 성성한 내가 고것이사 못해주겄소.”
그람선도 워짠지 갑째기 외로운 것맹이등만. 고때꺼정 내 각씨거니 했던 고 할마씨가 참말이제 갑째기 물질 저 건네 동네, 인연 없는 남의 할멈이 돼뻐리드라고. 고것이사 워쩠튼지간에, 워쩠튼지간에 할마씨는 내 껏이여, 그랴, 해여튼지간에 내 껏이라고. 혼백은 워찌 됐든, 워찌됐든 나는 몰라. 몰라도 고 메물밭 한 뙈기사 내 껏이제 대처니 누것이것는가, 누것이겄어? 누것이겄냐고? 그랑개 나도 내 밭두랑에 백골을 얹고 소롯해져뻐린 것이 아니겄는개비. 고때 밤괭이가 부석 (부엌)으로 해서 굴뚝으로 빠져나가뻐렸던가? 지붕 우서 괭이 우는디 소롯했던 내가 따솨(따뜻해)짐선 뿌지직 일어나드라고.
“고것이사 걱정 마씨요. 요롱게 성 한 내가 고것이사 못해주겄는그라우. 내가 도첵 *이라드래도 워찌 고것 이사 못해주겄냐고요. 그라믄 이제 가보끄라우?”
소스라쳐 문을 연개 북망 같은 달빛이등만. 북망 같은 바닷소리등만. 밤괭이 한 마리가 고 달빛 속을 가로질러 나무 그리메 속으로 없어져뻐리드니, 낭떠러지 밑에서 야웅야웅 울었제. 맘이 얄궂어진 괭이가 언데기에 머리를 부딪침선 고렇게 앓은 거여. 바닷속, 속으로만 댕김선 삥져 죽은 신체의 눈속이나 디려다보고설랑 혼백을 파묵든 고 배고픈 괭이가 앓은 거여. 이슬도 제벅 (제법) 니렸덩만, 삼겡(三更) *인디.
할마씨는 속으로 너무도 곯았던개볐제. 통 무게가 없드라고. 보둠았었구만. 그라고 니려갔어, 언데기를, 밤괭이 우는 고제를 니려갔다고. 워짠지 좋등만. 워짠 일로 좋기도 좋등만.
꺼적대기라도 한 잎 깔았으먼 싶었는디도 고것 가질로 간다고 할마씨 혼자만 띠놓고 가기도 영 싫어서 그냥 뱃바닥에 뉘웠구만. 그라고 서서 니려다본개 메물꽃이 흐물시럽 게도 또 피더라고. 그랴, 피었었는디 고때는 워짠지, 찬 새복(새벽) 이슬이라도 맞은 것맹이 차게 흔들거리데. 그라고 본개 참 그랬어. 괴롭은 것이 머신 중도 몰랐던 낸디 가만히 있어본개 괴롭운 것이라는 기 고런 것이등만. 그래 맘 한 번 크게 묵고는 외면해뻐리고, 뱃전에서 니려가갖고설랑 큰 독 하나 들어다 실었구만. 그라고 배를 밀어냈구만. 고때는 그랑개 내가 미리 할마씨의 죽음을 알고시나 묏자리 한번 둘러보고 왔던 것맹이만 초저녁 일이 생각키등만. 달은 벌쎄 중천이었제. 그란디 고때 뜻도 모루겄고 곡조도 모를 노래가 나오등만. 아무리 생각해낼라고 해도 고 노래는 영 잊어뻐리고 말았지만, 실픈 건 아닌 것이었단 건 알겄어 .
그라고 월매나 또 저서 갔든지 물배끼는 또 아무것도 비덜 안 하등만. 그래서 고만치서 내가 말해줬제.
“인재 구만 돌아가끄라우? 요만침 이나 와도 조만침은 또 조만침에 있는개 말이요.”
“…….” 할마씨는 또 전날 밤맹이 입을 열덜 안 했어. 그냥 다소곳이 누워만 있었는디, 그랑개 쪽도리 쓴 머리 쪽을 배의 머리 쪽으로 하고, 옥색 고무신 고운 발을 노 젓는 내 쪽으로 하고 있었제. 배가 흔들릴 때마다 쪽도리에 백힌 구실이 뻔쩍뻔쩍 했다고. 헌디 콧날 그리메 땀세 입은 웃을라고 했는지 워쨌는지는 모루겄등만.
“헌디, 할마씨 몸에 이슬이 안 해로우까 모루겄구만요.”
그람선도 나는 자꼬자꼬 저서 가다가 멈췄제. 거그만침이 똑 엊저녁 고 자리맹이었다고. 한잔 술생각이 안 날 리 있겄어? 그래 죄용하게 뱃바닥을 열고 술병을 꺼내 들었제. 그란개 고 여수 같은 할마씨가 지 제주 삼을라고 맨들었던 모양이었제? 그라고 본개 잔도 이뿌기도 이뿐 잔이등만. 고것껴정도 엊저녁 엔 몰랐더 라고.
“머슬 요런 술을 다 갖고 왔는그라우. 자, 할 할마씨도 드시겨요.”
그람선 고 잔은 꼬시례(고수레)를 했구만. 그라고 다음 잔부텀은 할마씨 머리를 내 무릎 위에다 괴놓고 혼차 따롸 혼차 묵었제. “할마씨, 참말 이제 좋은 고제 가씨요, 가서 낭군을 만나시겨요, 만나시겨요.” 난 눈물도 묵고 술도 묵고 한숨도 묵음선 고 술을 다 비워뻐렸구만. 고때는 달이 설폿이 기울드라고. 워짜겄어, 워짜겄냐고, 넘우(남의) 각씨 시집질을 가매꾼*이 중도에서 늦추먼 워짜겄냐고? 그래 몹씨 덜 되긴 했지만, 노에 묶인 산대키(새끼줄)를 끌러 할마씨 등에다 독을 묶어 맺구만. 사정 볼 것도 없이 단단히 묶어뻐렸어. 맘으로 참 많이도 움선 (울면서) 용서도 빔선 (빌면서) 노래도 함선 욕도 뱉음선 입도 맞춤선―그랬어, 그랬었다고. 그 일을 끝내고 난개 한시라도 바삐 보내줘야겄다는 생각만 듬선(들면서) 머든 꼭 하나 내 껏을 주고 싶기도 하더라고. 헌디 말여, 내가 고롱게도 가난시럽게 살아왔으니까 모루겄어. 참말 이제 숴염 한 터럭 줄 것이 없드라코. 잽히는 것이라고는 할마씨 손수건에 싸였던 지전뿐이등만. 그랴, 역시 고걸 돌려주는 것이 좋겼등만. 또 안 그라먼 내가 넘우 돈을 워짤 것이여? 참말이제 모구(모기) 다리서 피를 내묵제, 내가 고 할마씨 돈을 탐내게 되겄어? 돈이 있어보면 또 내가 멋 할 거여? 그냥저냥 배불르고등 따수먼 되았제, 재물이란 것 욕심 낼 일은 아닌 것맹이드라고. 할마씨 말대로 지고 가겄어, 이고 가겄어? 해여튼지간에, 내 것을 줄 것은 더 없었드래도, 고것을 돌려줄라고 한 것은 잘한 생각이었고. 낭군 찾아, 참말 이제 멀고도 먼 물짙 떠나는 마당에, 신인들 그 멫 켈레가 들 거며, 날인들 그 맺 날이 저물겄드냐고? 그래도 노잣돈이사 갖고 가야겄제. 사재(使者)님 목말라 튀정이라도 부릴라치먼 씬(쓴)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사 멕여야 될 것이고, 신고 왔던 신 닳아 발 아프다고 튀정 내면 미투리* 한 축(열 켤레)이라도 사서 짊어져 줘야 될 것이고, 그라고도 쪼꿈(조금) 남으먼, 만낼 낭군 위해 조긋 대가리(조기) 하나라도 사 들고 가야 될 것 아니겄다고? 그랴, 그렇겄드라고 고건. 그래서 할마씨 젖가심 에다 돈만 밀어 넣어줬구만. 손수건이사 기렴(紀念)으로 내가 갖고 싶었고, 돈 아닌 종우쪽이사 댐도 못 묵는 할마씨가 가져가바야 소양(소용)도 없일 것 같아 내가 가져퉜었제. 헌디 돈을 밀어 넣다 젖텡 이가 손에 닿았는디 워짜먼 고롷게나 참선(차면서)도 좋겄어? 연하니 몰랑거리는 것이, 똑 무신 언홍수감[紅柿]이라도 만진 것맹이 기분이 좋드라고. 그래 또 넋 놓고 조몰딱거렸구만. 그라다 나는 새삼스럽게 죽음을 만쳐뻐렸다고. 그건 원제꺼정이고 자는 짚은 잠하고도 달른 것이었어. 차겁은 고것만도 아니라. 사실 말이제, 차겁거나 뜨겁거나 한 것은 목심하고는 관계도 없는 것 아니겄다고? 더우에 데워진 바우(바위)가 살아 있는 것이 아닌 것맹이, 여름날 더우에도 차기만 찬 구렝이가 안 죽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그란디 죽음을 만진 그 처음에 위선 차겁은 것이 손바닥을 타고 찡하니 오는디 말여, 그란개 고것이 똑 구렝이 같은 기분이등만. 아니, 고건 언 땅이었어. 그랴, 비암(뱀) 이더랑개. 그랴, 몸써리나게 얼어뻐린 땅이더라고. 고건 그랬어. 손바닥을 통해 찡하니 오는 고것은 얼어붙은 땅을 만쳤을 때의 고것과 너무도 똑같았는디 그란디도 고것이 원제꺼정이고 자는 짚은 잠하고도 달른 것 맹인 건 고 언 땅의, 고 죽음의 속깊은 저 안 워디서는 머신지 똑 비암만 같은 고런 것이 한 번도 안 쉬고 꿈틀꿈틀하고 있는 것맹이었고, 그런가 했드니, 고 꿈틀꿈틀하는 비암만 같은 것의 또 저 짚은 워떤 속에서는 머신지 무섭게 얼어만 붙은 고런 땅만 같은 것이 한 번도 안 깨이고 죽고 있더라는 그것이제. 그랴, 내가 만친 건 고것이라. 헝클어진 (혼돈된) 고것이라. 헝클어지고 헝클어져 나중에는 똥골똥골헝게 뭉쳐져설랑 밑도 끝도 모를 고것이라. 그랑개 고건 겔국, 비암도 언 땅도 아닌 뚱글디뚱근 죽음이었제. 그랴. 그렇지만 고 형클어진 것이 풀리는 건 보덜 못했은개, 겔국 워떻게 되는 중은 모루겄지만, 고 젖텡이를 만진 후부텀은 목심〔生命〕이라는 것이 머신지를 갑째기 몰루게 돼뻐렸다고. 워쩌다 고런 생각이 들먼, 나두 몰루게 나는 내 목젖을 만져보는디, 그란디 고때마다 고 헝클어져 뚱글러진 고 섬뜩지근함선도 좋은 젖 텡 이를 만친다고.
아무튼지간에 나는 할마씨를 얼렁 (얼른) 보내줘야 됐제. 고 죽음을 만친 고 순간부텀 그래야 된다는 생각이 치솟았다고. 그래 눈 딱 깜았제. 그라고 할마씨를 궁글려서 니려줬어. 독을 쨈매놨기 땀세 도저히 들 수는 없었은개.
“하도하도 멀기도 멀드래도 잘 가씨요 잉? 할마씨, 잘 가씨요. 참말이제 잘 가씨요. 그라고 질게질게 살아보씨요.”
그라고 암만 해도 안 바래줄 수 없어 눈을 떠빴구만. 헌디 말여, 참말이제 좋기도 좋왔던개비데. 글씨, 뺑그르 한 바쿠 잠우질(자맥질)을 하더니 치마자래기를 한 덕석 (멍석) 넓이만큼이나 펴설랑 나부(나비) 맹이 날아들어가드랑개. 고것은 그랑개, 똑 산 그리메에 덮이는 메물밭맹이등만. 그랴, 그렇트.라고. 고것이사 내가 워떻게 잊겄어? 내가 워떻게 잊어뻐리겄냐고. 나중에는, 나중에는 말여, 물뺑돌앰이만 남등만. 물뺑돌앰이만 남아설랑 달빛을 여러 수천 자래기로 맨들아주더니 고것도 겔국 사라져뻐렸는디 내게는 고것이 그랑개, 헝클어져 쬐그맣게 뭉쳤던 매듭들이 풀리는 것맹 이만 비등만.
잘 갔을 기여, 그랴 잘 갔을 거라고.
고날도 그랑개, 고날 해거름봔꺼정 잤제. 푹 잤었다고. 고복(皐復―招魂)이사 물론 안 해줬겄는가. 배에서 내린 질로 바로 할미네 주막으로부텀 가선 할미 펭소에 입던 저구리 하나 고리짝에서 끄내 들고 마당에 나와 왼손에 들고, 왼발 세 번 굴르고, 외로 흔듬선 요렇게 말해주곤 지붕 위다 던져 올려주었제
“해동하고도 대한의 남도땅, 이름도 모루고 성도 모를, 산에서 태어나 갯갓으로 시집온 할마씨, 탑 쌓듯이 살다 죽어, 물질 삼만 리 하도 먼 질 떠났는디, 서낭님, 객구님, 옷나라 순임금님, 순나라 욧임금님, 석가님, 미룩님, 목사님네 신주님, 저 달 속으 태백님, 용왕님, 밤괭이님, 못 찾아가씨요, 옷 찾아가씨요, 복ㅡ복ㅡ복一”
그란개 고복을 끝내고 니려올 땐, 새복의 섬 그리메가 내 집 삽짝까장 닿았었는디, 내가 자고 깼을 땐 저녁의 섬 그리메가 내 집 삽짝까장 닿아 있었제. 나는 좌상네 집을 찾아가고 있었제.
그라고 워떻게 되었던 일을 모다 말짱 말해주었구만. 그라고 할마씨가 내게 줬던 종이쪽도 비억 췄더니, 고것이 말짱 집문서니 전답문서라는 것이 아니겄어?
헌디 말이라, 할마씨 죽던 법에 겡(經〕 읽던 고 여중이 마을에 오기 전까장은 참 요상한 소문이 푭선, 웁네서 행사가 글씨 나를 오라가라 했는디, 겔국 워디 동냥질에 밌던 여중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땀세, 고 일은 시들피들하다 끝나버렸다고. 무신 일로 그랬는지는 나도 모룰 뿐이여. 헌디 할마씨는 글씨 목을 매달고 죽었더라는 것이 아니겄어?
해여튼지간에, 전답문서는 보도 고 여중을 줘뻐렸구만. 그라고 듣자니 탄 절 자리다 새로 암자 한 칸을 디렸다 했는디, 나는 가보도 안 했구만. 나는 그냥 오널까장, 할마씨 앉아 내다보던 창턱에 앉아나 있었을 뿐이었은개. 처음에는 나도 마다고(싫다고) 했지만, 모도 권해쌓고, 생각해본개 나도 낫살이나 한둘 더 묵고 보면 노 저슬 심도 없을 것 같고 해서, 주막은 내가 맡아, 그랑개 술장사를 시작한 거제. 그란디, 나도 말이라, 그 뒤로부텀 해바래기가 돼뻐린 거여. 할마씨맹이 산 기다.
그란디 말이라, 흐으으, 그란디 말여, 워떻기 워떻기 살다 문뜩 본 개 달이 또 밝덩만. 또 휘늘어지게 밝더라고. 흐으으, 그란디 보라고, 고 달빛 속, 할마씨 물질 떠난 저 먼 디녘 워디, 물 가운디서 메물꽃 피더라고, 메물꽃 피었더라고. 봄불맹이 피더라고. 저슬(겨울) 눈맹이도 피고, 가실 (가을) 구름맹이도 피고, 한여름 산 그리메맹이도 피었어. 그라더니 새복이 된개 물 빛깔이 검푸러지기 시작한개 말여, 고것은, 무신 그리메에 덮이기 시작하데. 그람선 차차로 고것은 없어져뻐렸어. 그래 나는 그 질 (길)로 갯갓으로 니려가봤구만. 행여나 꽃잎이라도 한 잎 흘러와 있으까, 그랬으이까 싶어 그랬제. 헌디 없등만. 그랬어도 새복이먼 늘 나는 갯갓을 떠돌다 할마씨 앉아 울던 돌팍에 앉아 멍충하게 있어보는 버릇을 배왔구만. 아무튼지간에 고것은 달만 밝으먼 늘 피었다고. 그래서는 고것이 다 늙어 머리 쉰 요것을 따스곤히 감싸주곤 하는구만. 고건 벌쎄 할마씨는 아닌지도 허긴 모를 일이제. 하기는 뉘기든지, 하기는 말이제, 메물밭 한 뙈기썩이사 부침선 살기사 살겄제. 뉘기든지 말이여, 메물밭 한 뙈기썩이사 부침선 안 살겄는가.
그람디, 워짠 놈의 비만 요롷게 짜들아지게 퍼부서쌓는지 참말이제 알 수가 없구만그랴. 멀기도 하도 먼 물질 저쪽 동네도 비만 오까? 비만 요롱게 오고 어둡기만 어두우까? 하매 달이 언간히 커졌을 긴디. 커졌을 끄라고 달이― 석 달을 내내 비만 오고 달은 떠도 메물밭은 안 비고, 석 달을 내내 비만 오고……할마씨 나도 인재 죽을라고, 그럴라고 멩인개비요, 뗑인개비요. 나도 인재는 큰 독이나 하나 몸에 짬매고, 그라고 메물꽃 흩프드러진 속에나 눕고만 짚소, 참말이요. 하기는, 내가 벌쎄부텀 죽어뻐렸는개빈디드 워디로 갈 중을 몰라 혼백이, 내 요 몸을 요여 삼아 그냥저냥 사는지도 모루긴 모루겄소, 모루겄소.
비가 들치고 파도소리가 더 커진 것 본개 바람이 새로 또 시작되 았는개비구만. 메물밭 한 뙈기를 석 달이나 망쳐놓고, 그라고도 또 부는개벼. 하매 달이 중천일 것인디, 그럴 것인디…… 워짜먼 하기는 또 모룰 일이제, 하기는 모룰 일이여. 멀기도 참말이제 멀드래도, 물질 저 건네 동네서 핀 메물꽃 그리메가 물 우에 떠 있다가설랑, 그래설랑 말이라, 요 비바람에 밀리고 또 밀려갖고, 요 아랫녘 할마씨 젊었을 적 앉아 삼백 날 울던, 돌팍에나 와 펐을지도 하기는 모룰 일이여. 물 지내간 새복에 보먼, 희디흰 거품도 참말이제, 많이 안 얹어있더라고? 물질 삼만 리 쉬엄쉬엄, 하기사 멀기도 머요.
그란디 참말이제, 비도 너무 와싼다, 참 너무 와싼다. 그렇드래도 하매 니얼 새복에는 무신 기벨이라도 있으까, 있으끄냐고? 그란디 고 괴기는 워디서 왔으까? 그란개, 등은 짙은 초록빛이었제? 그랴, 그랬제. 그라고 뱃가죽은 고흔 다홍색이었더라고. 헌디 고 갈매기는 또 왜 죽었으까, 왜 죽었겄냐고? 그란개 고것이 원지쩍 일인디, 내가 자꼬 왜 요롱게 맘이 짜안하까? 괴기의 다홍색 배때기에 발톱을 얹고 고 새는 죽었등만. 고 괴기도 죽었등만. 그란개 고것이 원지쩍 일이여? 고 뒷날부텀 그란개 나는 갯갓을 안 니려가땄구만. 워쨌든 고것이 달 못 보고 샌궂인 새복에 땄던 일인개, 가만있자, 그란개 석 달은 되았겄구만. 그랴, 석 달은 됐겄어. 물론, 새복이먼 맘은 늘 할마씨 앉아 울던 돌팍으로 가 있으먼서도 나는 안 갔제, 가덜 안 했다고. 그라다 본개 고 괴기가 워찌 되았는지, 고 갈매기가 워찌 되았는지 인제는 모루제, 몰룬다고. 그람선도 워짠 일로 맘만 자꼬 짜안하다고. 맘만 자꼬 워짠 일로 짜안하기만 짜안하다고. 함시릉도 하기사 나도 죽으먼, 무신 푸렁새라도 한 마리 돼설랑, 메물밭 귀퉁이, 저무는 저녁이라도 즐기겠거니 하는 생각도 한당개. 그랴, 그런다고.
『현대문학』 179호(1969. 1 1); 『열명길』 (문학과지성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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