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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환자,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결핵예방법 개정으로 ‘강제입원’ 현실화
아해
현실화된 ‘강제입원’?
작년 개정된 결핵예방법이 올해 1월 그 효력이 시작되었다. 특히, 대통령령으로 전염성 결핵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명령이 구체화 되면서, ‘인권’의 가치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예상된다. ‘결핵예방법’의 기원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으로 이 법이 제정되면서, 그 내용 속에도 ‘입원명령’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 법적 근거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작년 결핵예방법이 전면 개정되었고, 그 발효 시기인 올해 들어 구체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면서, ‘강제입원’이 현실화 되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다 보면, 강제입원은 전염성 결핵환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환자의 객담에서 결핵균 검사를 시행해서, 균이 자라날 경우 전염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렇게 전염성 결핵환자를 진단하게 된 의료인은 ‘지체 없이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지자체는 전염성 결핵환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고, 입원명령을 내리게 된다. 개정된 시행령(대통령령)에는 ‘입원 명령에 따른 입원 방법 및 절차’가 명기되었고, 이에 따른 ‘부양가족의 생활보호조치’ 및 ‘전염성 결핵환자에 대한 지원 기준’이 마련되었다. 환자 혹은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최저 생계비의 300% 미만일 경우, 강제입원 기간 동안 최대 117만 원 가량을 지원받는다. 이 금액은 4인 가족 기준으로 2011년 현재 최저생계비 현금급여 기준에 따른다. 그리고 시행규칙에서 ‘입원 명령 지정 의료기관’을 명시하면서, 강제입원의 제도적 근거가 완성되었다.
더불어 결핵환자의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료인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고, 강제입원 명령을 따르지 않은 환자의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객담검사에서 결핵균이 증명되어, 감염성이 있는 환자로 진단이 내려지면, 해당 환자는 입원 명령에 의해 가족으로부터, 친구들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것이다. 결핵환자가 통원진료의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혹은 타인에게로의 전염을 스스로 방어할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해당 명령을 어길 경우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 속에 내몰린다. 미셸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계몽주의 이성의 독단으로 설명하던 ‘강제입원’은, 한국 지배권력의 독단을 통해 재탄생 된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OECD 1위, 그 문제의 끝은 사회적 격리
매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을 기념으로 이 날이 지정되었다. 이 발견 이전에 결핵은 피를 토하고 점점 말라가는, 사람의 신체가 소모되는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 화가가 가진 질병이 바로 결핵이었으니, 이 소설을 떠올려 보면 결핵이라는 질병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올해 ‘세계 결핵의 날’에는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 하나가 각 언론사의 지면을 채웠다. 바로 한국 사회의 결핵 사망률과 발생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라는 점이다. 2007년 국제보건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10명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10만 명당 90명의 결핵 환자가 매년 발생했다.
사태가 이쯤 되면, 해당 사회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결핵관련 예산도 대폭 들리고, 법률의 재정비에도 박차를 가한 듯 보였다. 물론, ‘왜 한국사회의 결핵이 이토록 문제인가’에 대한 원인 분석을 시도했으리라 생각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까지 결핵으로 인한 세계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목적을 세우고 있다. 그 첫째는 모든 결핵환자에게 포괄적으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데 있으며, 둘째는 결핵과 연관된 고통과 사회경제적 부담의 경감, 셋째는 결핵/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동시감염과 약제 내성결핵으로부터 취약계층의 보호, 넷째는 진단 및 치료기법의 개발에 대한 지원,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결핵예방과 치료 및 관리에서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있다. 이 같은 목적에는 결핵환자에 대한 부적절한 진단 및 치료와 관리 정책이 결핵 확산의 한 원인이라는 관점이 녹아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가 더 결핵균의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며,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그/녀들을 질병에서 이겨내기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물론, 국제보건기구 전략의 대부분은 저개발 국가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얼마나 다를까?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결핵 유병률은 비약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흐름이 확대되면서 신 빈곤층이 등장하고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자 질병 취약계층이 증가했다. 이것이 지금의 상황을 가져 온 한 배경일 것이다. 약만 잘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을 가진 환자가, 그 약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애써 이와 같은 불평등한 사회적 조건을 머릿속에서 지우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일단 결핵에 걸리면 약만 잘 먹더라도 대부분 치유된다. 그래서 국제보건기구는 직접관찰지도법(Directly Observed Therapy: DOT)을 강조한다. 즉, 결핵환자가 약제를 잘 복용하는지 의료진들이 직접 지켜보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법이 몇몇 사회에서 결핵 유병률과 사망률을 떨어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직접관찰지도법 방식도 국가간 비교에서는 사회 경제적인 요인에 비해 결핵발생률의 감소에 적은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 직접관찰지도법에 대한 다양한 논쟁을 차지하고, 한국 정부에서 ‘강제입원’을 명하는 배경에는 전염성 결핵환자의 치료제 복용을 입원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관점이 녹아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초기 2~3개월 후 환자의 감염력이 소실되면 ‘강제’의 효력도 사라지게 되며, 퇴원 후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접관찰지도를 위한 ‘강제입원’이 국제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결핵관리 정책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제보건기구 보고서인 ‘결핵 예방과 치료 및 관리에 관한 윤리 가이드라인 (WHO Guidance on Ethics of tuberculosis prevention, care and control)’에 따르면, 환자 개인의 자율의지(autonom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직접관찰지도법을 강조하면서, 이 경우에도 환자의 의지에 반하여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결핵 환자가 늘어나게 된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처하기보다는, 치료제의 부적절한 복용을 결핵 확산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강제입원’을 명령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정비된 것이다. 따라서 OECD 1위라고 하는 국가적 불명예(?)에서 시작된 문제는, 결핵환자의 ‘사회적 격리’로 그 끝을 맺게 되었다.
영원히 사회적으로 격리되어야 할 사람들
입원명령서법의 개정과 더불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의 결핵 치료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약제 내성 결핵환자다. 일반적인 결핵의 경우, 4가지 결핵약을 6개월 혹은 9개월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불규칙 복용 등으로 인해 결핵균이 해당 약제에 내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처럼 결핵균이 내성을 얻거나, 내성을 지닌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의 경우 1차 치료 약제인 4가지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워진다. 1차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아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이라는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경우, 다제내성결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주사제와 기타 약제를 포함하는 2차 치료제에도 내성이 생긴 경우, 광범위내성결핵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내성결핵균에 감염되었거나, 치료 실패 등의 반복으로 내성결핵으로 발전된 경우, 그 치료는 더욱 어려워지며 성공률도 감소한다. 따라서 쉽게는 내성결핵환자들의 ‘사회적 격리’ 기간이 감수성 결핵환자에 비해 길어질 가능성이 있고, 특히 모든 약제에 내성을 획득한 광범위내성결핵 환자의 경우 일평생을 병원에서만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 예로, 40대의 자녀와 배우자를 둔 광범위약제내성 결핵 환자가 있다. 이미 1차와 2차 치료제에 내성을 얻은 상황이다. 그나마,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것은 아직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신약이었다. 한 알에 6만 원이 넘는 신약을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본인의 돈으로 사서 2년 이상 복용했지만, 안타깝게도 치료는 실패했다. 이제 현재의 치료법으로 환자를 치료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런데, 강제 입원 명령서가 발부되었다. 입원을 하고 전염력이 소실될 때까지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 그 ‘전염력의 소실’은 불가능해 보인다. 환자는 평생 국가에 의해 격리되는 현실에 놓인다.
그렇다고 하여, 전염성이 있는 결핵을 이대로 방치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결핵의 발병에 관여하는 위험요인은 다양하다. 전염성결핵 환자로부터의 노출뿐만 아니라, 중요한 요인인 가난, 그리고 불충분한 식이, 환기가 안 되는 노동현장, 밀폐된 공간에 살아가는 주거환경, 동반된 질환의 유무, 부적절한 결핵 치료 등에 이르는 포괄적인 원인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문화적, 임상적, 인구학적, 지리적 조건들이 다양한 수준에서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더불어 임상적 요인의 하나로써, 적절한 치료제 복용이라는 문제도 기존의 시각에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치료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라는 개념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에서 ‘어드히어런스(Adherence)’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컴플라이언스’는 ‘환자’의 일방적인 순종을 강조하는 것에 반해, ‘어드히어런스’는 ‘환자’와 ‘의료진’, 더 나아가 ‘사회 혹은 공동체’간의 상호 작용을 강조한다. 즉,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 병에 걸린 그/녀들을 단순히 가둬버리는 것으로 결론지을 것이 아니라, 진료에 적절히 응하도록 설득하고 권유하는 의료진의 노력과 질병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며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는 공동체의 적극적 지원이 더해져야만 한다.
최근 결핵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의료계에서도 혼란이 일고 있다. 내용의 핵심은 결핵환자의 실태에 대한 적절한 파악이 선행되지 않은 채, 입원 시설 등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법이 시행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반응은 사업 진행의 ‘절차상 문제’로 축소 회피하고 있다. 또한, 결핵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진료하는 의료인들도 ‘강제입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핵치료’라는 목적으로 ‘강제입원’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주장해야 한다. 과거 특정 지역에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고, 불임수술과 낙태를 자행했던 일제 시대 지배권력의 인식과 지금의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정부는 설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원히 사회적으로 격리되어야 할 사람’을 양산하는 방식이 어떻게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그/녀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닌 정부로부터 나올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 참고
1967년 1월 16일 결핵예방법 제정: 입원명령 내용 포함
2010년 1월 25일 결핵예방법 제11차 전부개정(2011년 1월 26일 시행): 입원명령 내용의 세부사항 근거 제시
2011년 2월 14일 결핵예방법 시행령(대통령령) 전부개정: 입원명령에 따른 입원 방법 및 절차 명기, 부양가족의 생활보호조치 및 전염성결핵환자에 대한 지원 기준 마련
2011년 2월 16일 결핵예방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전부개정: 입원 명령 지정 의료기관 명기
첫댓글 지금 21세기맞나요? 내용을 읽고잇으니 30~40년전으로 돌아가버린듯한법률이 튀어나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