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많은 국공립대학교에는 운영 책임자인 총장을 그 대학의 직원, 교수, 그리고 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직접 투표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총장직선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교육부는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평가 요소에 넣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합니다. 대부분의 국립대학이 이런 사업의 정부지원금에 의존하고 사실상 다른 평가항목의 점수가 비슷비슷한 탓에, 많은 대학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민주적인 총장 직선제를 폐지했습니다. 교육부가 대학 운영의 최소한의 민주성을 없앤 겁니다. 이에 부산대학교에서는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며 고현철 교수가 투신하기까지 했고, 녹색당도 2015년 8월 논평을 냈었습니다. [1]
지난 10월 31일, 헌법재판소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에 대한 헌법소원을 7대 2로 각하했습니다. 소수의 재판관은 이 계획이 사실상 국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국공립대학에게 총장직선제를 선택하지 못하게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재판관은 사실상 강제일지라도 대학이 거부할 수 있으니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비선 실세 논란으로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가 처참하게 드러난 지금, 대학 내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파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선거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중심제, 정치 시스템 그 자체를 고치지 않는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최순실, 박근혜가 나타날 것이며 우리는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어제, 녹색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지금이야말로 시민의 정치를 시작할 때라고 선언했습니다. 청년녹색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이야말로 청년들이 속한 수많은 공동체 속에서 무너질 대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원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선언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총장직선제 폐지 헌법소원 각하 결정은 각하되어야 합니다. 대학교라는 학문공동체는 그 어느 공동체보다도 민주적이고 평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퇴진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누가 정치를 하더라도 진정 모두가 효능감을 느끼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지금, 가장 정치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우리 청년들이 효과를 느끼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11월 5일, 녹색당은 각 지역에서 동시에 당원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을 정치의 장을 만들고 그 힘을 모아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나설 것입니다. 청년녹색당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우리가 효과를 느끼는 집회와 시위, 그리고 목소리를 모으는 정치의 장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대학을, 학교를, 청년들이 속하는 공동체들을 더 이상 버려둘 수 없습니다. 모든 공간에서의 정치개혁을 시작합시다.
2016년 11월 1일
청년녹색당
[1] 부산대 등 대학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교육부장관은 사퇴하고 청와대도 책임져야 – http://www.kgreens.org/?p=5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