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명상일지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좀더 치열한 명상수련 기록을 남기기 위해 내가 ‘종합 명상 수련장’ 이라고
이름붙인 오대산 선재길을 1주일만에 오늘 다시 찾았다.
오대산 선재길은 걷기만해도 명상이 되는 천혜의 명상길이지만
용맹정진 명상수행 차원에서 18km를 7시간 동안 걷고 쉼터에서 쉬고 하면서
지금까지 배운 10가지의 명상법을 수련해보았다.
소리명상 ⇒ 교호호흡/정뇌호흡/풀무호흡/만트라명상 ⇒ 호흡명상 ⇒ 염불명상 ⇒
독경명상 ⇒ 화두명상 ⇒ 걷기명상 순으로 하였으며
아래는 내 나름 치열한 하루동안의 명상수행 기록이다.
【소리 명상】
월정사 출가학교 앞 전나무 아래에서 배낭을 멘채 서서 ‘나는 서 있다’ 고 알아차리면서
발바닥이 땅에 닿아있는 감각과 땅의 기운을 느끼며 오대산의 기운이
정수리를 통해 내몸안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하며 들숨 날숨을 3분쯤 하였다.
오른발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알아차리고 오른발부터 내밀어 걷기시작하고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소리명상을 시작하였다.
선재길 처음 50분은 소리명상을 하기 좋다. 계곡물이 선재길 가까이에서 흐르고
있고 하류에 해당되어 수량이 많아 계곡물 소리가 비교적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계곡물 소리가 귀에서 들리다가 점점 온몸으로 계곡물 소리를 듣게되고
마침내는 내 몸속으로도 계곡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때쯤이면 흐르는 계곡물에 온갖 번뇌가 함께 쓸려내려가는 듯하고
몸과 마음도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교호호흡, 정뇌호흡, 풀무호흡, 만트라 명상】
소리명상을 하며 걷기 시작한지 50분쯤 후에 숲속 쉼터에 도착하여
물을 마시고 교호호흡, 정뇌호흡, 풀무호흡, 만트라 명상을 하였다.
먼저 교호호흡을 3분간 하고 나서 정뇌호흡 15회 3세트하고 들숨 날숨하며
호흡을 고른뒤 풀무호흡 15회 3세트 하였다.
그리고 나서 만트라 명상을 하였다. 먼저 ‘아’ 소리를 내며 가슴의 울림을 느껴보았다.
그 다음 ‘오’ 소리를 내며 목의 울림을 느껴보았다. 마지막으로 ‘음’ 소리를 내며
정수리의 울림을 느껴보았다.
이제 ‘옴’ 소리를 처음에는 나지막하게 내기 시작하다가 점점 크게 소리를 내보았다.
소리를 크게 내자 몸 전체에서 소리가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숲속이라 공기가 맑아서 인지 동국대 좌선실에서 할때보다 호흡이
1.5배 정도 더 길어진 느낌이었지만 좌선실에서 도반들과 함께 할때처럼
천장에서부터 들려오던 티벳 고승의 신비한 옴 메아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만트라 명상은 혼자서 하는 것 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교호호흡, 정뇌호흡, 풀무호흡, 만트라 명상은
숲속 쉼터에서 20분간 쉴때마다 하여 총 4회 실시하였다.
【호흡 명상】
만트라 명상을 끝내고 다시 배낭을 메고 서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후 1시간 동안 걸으면서 호흡명상을 하였다.
처음에는 들숨 날숨을 알아차리면서 천천히 걷다가 코끝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면서 걸었다.
그 다음 가슴이 팽창했다 수축했다 하는 것을 관찰하며 걷다가
마지막으로 아랫배가 불룩했다 수축했다 하는 것을 관찰하며 걸었다.
관찰 결과 코끝과 아랫배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잘 관찰할 수 있어서
아랫배를 관찰 기준점으로 삼아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며 한동안 걸었다.
그 다음에는 수식관을 해보았다. 1부터 10까지 세었다가 다시 10부터 1까지
거꾸로 세며 이것을 반복해서 세며 걸었다.
그러다가 호흡의 길이를 알아보려고 날숨하며 1,2,3,4,5,6,7,8 헤아리고
들숨하며 1,2,3,4 헤아리고 이렇게 날숨하며 숫자를 헤아리고 들숨하면서도
숫자를 헤아려보았다.
이렇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숫자를 헤아리니 훨씬 더 호흡에 집중이 되었다.
수식관이 잘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먼저 들숨 날숨하면서 숫자를 헤아리게 하고나서
수식관을 하게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수식관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염불 명상】
호흡명상을 하며 1시간쯤 걸어 숲속 쉼터에 도착하여 물을 마시고 다시 교호호흡,
정뇌호흡, 풀무호흡, 만트라 명상을 약 20분간 하고 배낭을 메고 일어섰다.
상원사까지는 약 30분 거리, 이제 상원사가 가까워지고 있어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는 ‘염불명상’을 하며 걷기 시작하였다.
혜명법사님, 문지영 강사님, 이정현 강사님과 명상공부를 함께 하는 22기 도반들과
그리고 선재길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이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로
건강하고 편안하기를 기원하며 상원사에 도착할때까지 관세음보살을 염송하였다.
【독경 명상】
상원사 문수전에 가서 삼배를 올리고 나서 동종각 의자에 앉아
등뒤 문수전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를 들으며 10분간 독경명상을 하였는데
마치 내가 선방의 수좌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원사 동종각 의자가 있는 곳은 독경명상하기 참 좋은 곳이다. 앞으로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등뒤로는 문수전에서
독경소리가 들려오고 탁 트인 시야로는 멀리 산 능선이 보이기 때문이다.
독경명상을 마치고 상원사 찻집 청량다원에 가서
따뜻한 생강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화두 명상】
나를 오대산 선재길로 오게 만든 그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这是什么?’(이 뭣고? 나는 누구인가? ‘나’ 라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뭣고’를 화두로 들고 다시 월정사로 되돌아오는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어쩌면 저 계곡물이 바로 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사지고 바위가 있는 곳을 지날 때 계곡물 소리는 커지고 평평한 곳을
지날때는 고요하게 흐르며 그렇게 밑으로 밑으로 흘러서간다.
어떨때는 기뻐했다가 어떨때는 화냈다가 어떨때는 즐거워했다가
어떨때는 슬퍼했다가 그러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중생이라는 이름의 나
방금 내가 봤던 계곡물은 이미 저만치 흘러가고 위에서 흘러온
새로운 물이 내 눈앞에 있건만 나는 그 겉모양이 같다고
방금 전에 봤던 그 계곡물이라고 착각하고 있듯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존재가 아닐지도 모르는데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같다고 그것을 나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집착하느라 나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생각의 주체는 또 누구인가?
【걷기 명상】
30분 동안 화두명상을 하며 걷다가 숲속 쉼터에 도착하여 교호, 정뇌, 풀무호흡,
만트라 명상을 하며 20분간 쉬었다가 다시 화두를 들고 1시간 정도 거리의
쉼터에 도착하여 똑같이 한 후 월정사를 향하여 걷기 명상을 시작하였다.
걷고 있는 매 순간 ‘나는 걷고 있다’ 고 알아차리면서
약 1시간 걸으며 걷기명상을 하였다.
발바닥 느낌과 길에 집중하며 걷다보니 50번도 더 넘게 다녔던 길이건만
내가 이 길을 지나갔던가 싶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다.
그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밟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길 가운데로 뻗어나온 나무뿌리를 밟지 않고 피해서 걷게 된다.
우리가 식사를 하여 영양보충을 하듯이
나무도 나무뿌리를 통해 영양분과 물을 흡수하여 자란다.
그러고보면 나무뿌리는 나무에게 있어 숟가락에 해당한다.
식사중인 누군가의 숟가락을 발로 밟으면 안되듯이
나무의 숟가락을 차마 밟고 지나갈 수 없어서
길 가운데로 뻗어나온 나무뿌리를 밟지 않으려고 애써 피해가게 된다.
==98˚와 깔딱고개==
물의 온도 98˚도와 100˚도는 단 2˚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98˚에서는 액체상태이고 100˚가 되면 끓어서 수증기
즉 기체가 될 수 있습니다. 단 2˚ 차이로 액체와 기체로 갈립니다.
대부분의 좀 괜찮다는 산들의 경우 정상에 오르기 전에
한두번 깔딱고개를 넘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헐떡거리며 올라야 하는 깔딱고개 앞에 서면
여기서 포기하고 내려갈까? 조금만 더 참고 올라가볼까?
두가지 마음이 서로 자기편 되어달라고 졸다댑니다.
조금만 더 참고 깔딱고개를 지나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과
아름다운 풍경이 올라올때의 그 고생을 다 보상해줍니다.
그 맛에 산에 오르는 것입니다.
깔딱고개는 98˚의 물과 같습니다.
2˚만 더 데워주면 100˚가 되어 수증기가 될 수 있듯이 깔딱고개에서
조금만 더 참고 올라가면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누릴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98˚에서, 깔딱고개를 눈앞에 두고
힘들어하며 포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명상지도자들의 역할중에 하나가 바로 98˚까지 가까스로 왔으나
나머지 2˚를 데울 힘이 없어 주저앉아 있는 사람에게 2˚를 더 데울 수 있는
용기와 의지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며
깔딱고개 앞에 주저앉아 힘들어하며 포기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깔딱고개를 올라갈 수 있는
용기와 의지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도반님네들 중에서 누군가가
지금 깔딱고개를 올라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행하는데 있어서 함께 수행하는 도반의 공덕이 절반이라는 아란존자의 말에
부처님께서는 ‘아란아 절반이 아니라 전부이니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22기 도반님네들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도반들 중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기꺼이 부축해주고
잠시 기댈 수 있는 어깨를 서로 빌려줄 수 있는
그런 도반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4월 24일
깔딱고개를 해탈고개라고 부르는 도천(道泉)
첫댓글 도천님, 명상 도반들에게 전해주는
"깔딱고개를 해탈고개라고 부르는 도천(道泉)"의 명상 체험기 , 정말 살아움직이는 격려의 안내
*****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공유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