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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발의 무리 원문보기 글쓴이: 발의무리
그리스 로마 신화 에디스 해밀턴 지음 / 장왕록 옮김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 314쪽 / 8,500원
▣ 독서 나침반Ⅰ - 개관 서양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인 것이다. 아니 동서양의 구분을 떠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독자를 인간의 이상과 욕망, 동경과 좌절, 사랑과 증오, 환상과 현실이 원색으로 교차하는 매혹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무엇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세월의 흐름에 빛 바래지 않는 이야기의 재미가 있다.
아버지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세상을 삼분한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 숱한 모험담의 주인공이 된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 황금 양털을 찾아 떠난 아르고 원정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 바람보다 빠른 발로 구혼자들을 물리친 처녀 아탈란테, 선조 탄탈로스의 죗값으로 대를 이어 신들의 저주를 받은 아가멤논의 가문, 이름 없이 오래 살기보다 영웅으로 요절해 영원히 기억되기를 택한 아킬레우스, 트로이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짊어진 채 분투하는 헥토르, 아내 페넬로페의 품에 안기기 위해 10년을 헤맨 오디세우스, 함락된 트로이를 등지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의 시조가 된 아이네이아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는 이 모든 인간들의 절박한 사연이 불멸하는 신들의 오만한 여유와 맞물려 살아 숨쉰다. 그 속에는 어려서 읽고 들은 모든 것과 그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고, 어려서는 의식하지 못한 철학적인 사유와 사회문화적인 의미가 켜켜이 숨어 있다.
모든 신화가 그러하듯 그리스 로마 신화도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모습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천년 넘는 세월 동안 구전 시가와 문자화된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의 틀이 바뀌고, 모양새가 다듬어지고, 전에 없던 이야기가 보태지고, 이미 있던 이야기에 새 의미와 맥락이 부여되고, 워낙에 무관하던 이야기들 간에 전후 관계와 연관성이 확보되면서 느슨한 계보와 비교적 일관된 세계관을 지닌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군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하는 것은 그리스 로마 문학사 전체를 조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아이스킬로스, 핀다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베르길리우스, 오비디우스 같은 대시인들의 작품을 포함해 그리스 문명 태동기에서 로마 제국 쇠망기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서양 고전을 두루 섭렵해야 비로소 그리스 로마 신화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신화의 요람이 된 그리스 로마 사회의 문화적 지평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고전 시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 읽을 여유를 갖기 힘든 대다수 독자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한 권의 책으로 존재하고, 읽히고, 이해될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주위에는 유행이다 싶을 정도로 신화에 관한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원전에 충실하고 읽기 편하면서도 이야기의 재미가 살아있는 책을 두 권만 추천하라면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에디스 해밀턴의 ‘신화’와 토머스 불핀치의 ‘설화의 시대’를 꼽고 싶다. 두 책 다 ‘그리스 로마 신화’란 제목으로 우리말로 옮겨졌다. 최근 인기를 누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또한 신화의 바다를 향해 처음 닻을 올린 모험가들에게 색다른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독서 나침반 Ⅱ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란, 인류 문화의 모태요 원천이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역사 이전의 역사요, 과학이요, 종교요, 문학이요, 철학이요, 아니 그것들의 혼연한 종합 그것인 것이다.
옛날도 그 옛날, 아직 문명의 앙칼진 손톱에 상처를 입지 않았던 처녀 대지 위, 그 광막한 구릉과 평야, 숲과 계곡과 치솟은 산들, 울부짖는 바다의 자연 앞에서 인간이 처음으로,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순수하게 두려워하고 생각하고 바란 그 일체가 거기에 있다. 그것은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저마다의 생각과 느낌을 거기에 보태어 달라지고 바뀌면서 가슴에서 가슴으로, 머리에서 머리로, 아니 전존재적인 전수로써 전해져 내려왔던 그것이다. 그것은 인간 최초의 세계 해석이요 인생의 모습이었으며, 더구나 그것은 개인이 아닌 집단 공동체의 그것이었다.
신화를 흔히 인간의 세계관 및 인생관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고들 말한다. 세계의 기원과 본체 및 장래, 인간의 유래와 정체 및 미래에 관한 설명을 주력과 마술이 인격화된 신에게서 구하는 것, 그것이 곧 신화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한 신화에는 대체로, 세계의 기원과 본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건국 및 천지 개벽의 신화, 세계의 장래에 대해서 말하는 예언의 신화, 인간의 유래와 정체를 이야기하는 토템과 영웅 전설 신화, 인간의 미래를 점치는 운명의 신화 등이 있다. 그것들은 또 자연 신화와 인문 신화로 크게 구별된다.
한편 역사적으로는 신화에 대한 비평적․역사적 연구가 시작되어 그것이 신화학으로서 성립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그리스의 계몽 시대라 불리는 소피스트 시대부터의 일이거니와, 당시엔 사변적․자연 과학적․윤리적․종교적 진리가 감추어진 형태로 신화 속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 보고, 알레고리적인 해석이 시도되었다.
올림포스의 열두 가족과 영웅들이 다스렸던 그리스의 세계는 한 마디로 말하여 조화와 절도와 균형을 지닌 인간 중심의 세계였다. 그리스의 신들은, 신과 인간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제우스조차도 독단 전제하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신이라 불리기엔 너무나 결함투성이인, 인간인 우리의 눈으로도 우스꽝스럽게만 보이는, 위엄 있기보다는 차라리 애교 있는 존재들이다. 이 신들의 인격화는 신들 사이의 힘의 균형과 그것에 의한 일종의 민주주의를 낳았으나, 그러다 보니 신들의 왕이요 하늘의 지배자인 제우스로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저 천둥과 번개의 신적인 위엄과 한 지방의 족장인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뒤섞인 것이어서, 거기 자연과 인간과의 친화와 접합이 보인다. 이렇듯 자연과 친화의 관계를 이루고, 거기서도 조화를 추구하는 그리스적인 세계관과 인생관, 그것은 동양의 자연 귀의와는 또 다른 것이다. 그리스인에게 자연은 무조건적인 귀의의 절대적 대상이 아니었다. 자연은, 나아가 그 신격화로서의 신들은 어디까지나 숭앙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비판과 비난과 원망과 애착의 인간적인 대상이었으니, 어디까지나 그것은 상대적인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의 원초적인 세계관․인생관은 유사시대로 들어와 학문․예술․종교로 분화하여 성숙하였으며, 그것은 로마를 거쳐 면면히 계승되어 르네상스에 이르러 다시 소생하여 서구 문화의 큰 한 줄기를 이루었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야말로 헬레니즘의 모태요 그 가장 순수한 원형인 것이다.
히브리 신화인 창세기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교해 보라. 절대 유일의 신에 지배당하는 섭리 밑의 코스모스와, 신과 인간들을 한데 감싸 포괄하여 모순 속의 조화를 이룩하고 있는 섭리 자체인 코스모스 사이의 아찔할 만큼 현격한 두 세계 정위의 차이가 거기 가로놓여 있음을 볼 수 있지 않은가. 히브리의 세계에서는 신의 섭리에 무조건 복종하는 일만이 인간에겐 지고 절대의 의미로 주어져 있었다. 인간은 신을 예배하고 찬송하고, ‘주여, 아버지는 옳습니다.’라고 긍정하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다. 인간은 신의 섭리를 성취하기 위해,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만 있는 존재다. 신에 대한 절대적 귀의와 반역의 양자 택일만이 인간 앞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조화의 추구가 아니라 조화의 파괴다.
그리스의 세계가 인간 중심의 세계인 데 반하여, 히브리의 세계는 신 중심의 세계다. 하나는 자연을 중시하고 사랑하고 거기에 신성을 인정하되, 또한 비판하고 연구하는 세계요, 하나는 자연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는 세계다. 이 너무나 서로 다른 세계관과 인생관은 서구 문명 속에서 녹아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영혼의 구원은 히브리의 유일신에게 의존했지만 자연 연구와 과학의 개발, 학문 예술의 개화는 헬레니즘에 의거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이웃인 서구를 이해하려 할 때, 헬레니즘의 원형과 그 발전을 볼 때 서구의 과거가 이해되어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신화를 모르고서 그 문화를 안다는 것은 그 어머니를 모르고서 그 아들을 보는 것과도 같다.
서구인은 모든 학문․예술에서 그 신화의 부연․재해석 또는 인용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에겐, 그들의 신화는 가장 친근한 또 하나의 언어, 표현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일 것은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관계다. 흔히 두 신화가 하나로 불리는 것은 두 문화의 인계와 계승에 의해 신화 역시 계승되어, 제우스가 주피터라는 이름으로 올림포스의 가족들을 데리고 로마로 그대로 옮아왔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스 신화는 로마로 옮아온 뒤 독자적인 발전․부연․재해석․추가․변형된다. 오늘날 두 신화는 한데 섞여 구별할 필요도 없고 구별하는 일도 없게 되어 사실상 하나의 신화를 이루기에 이른 것이다.
에디스 해밀턴의 Mythology(1940)는, 부제인 ‘신과 영웅들의 영원한 이야기’가 그 내용을 단적으로 잘 말해주고 있다. 신과 영웅의 시대를, 그리고 그 시대의 세계 해석과 인생 해석을 전하고자 그 나름의 체계를 세운 것이요, 그것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서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에서 인용한 시들과 소설적 구성 및 희곡적 대화로 다채롭게 엮어가며 발전시키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이 그 숱한 그리스 신화집들 중에 가장 정평이 난 명저로 꼽히는 이유이다. 여기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책들과 이 책의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해밀턴은 독일의 드레스덴 태생으로, 어렸을 때를 미국에서 보낸 저명한 고전학자요, 아테네의 명예시민이다. 이 신화집에 역시 여성만이 보일 수 있는 그녀의 감각이 도처에 번득이고 있다.
▣ 저자 에디스 해밀턴 Edith Hamilton, 1867~1963 교육자이자 작가, 역사학자인 에디스 해밀턴은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미국인 부모에게 태어나 미국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에서 자랐다. 교육자로서 26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했으며, 1922년 은퇴 후 그리스 희곡에 대한 학문적인 기사를 쓰고 출판하기 시작했다. 1930년, 고대 그리스와 현대의 삶을 비교한 『The Greek Way』를 출판해 성공을 거두었으며, 1932년에는 『The Roman Way』를 출판했다. 이어 『The Prophets of Israel』(1936),『Witness to the Truth: Christ and His Interpreters』(1949),『Three Greek Plays, translations of Aeschylus and Euripides』(1937),『Mythology』(1942), 『The Great Age of Gre다 Literature』(1943),『Spokesmen for God』(1949),『Echo of Greece』(1957) 등을 출간했다. 1957년에 아테네 명예 시민권을 얻었으며 그 외에도 많은 명예로운 직위와 상을 받았다. 1963년 5월 워싱턴에서 사망했다.
▣ 역자 장왕록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교수, 한림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영문학사』등이 있으며, 주요 역서로는 존 몰건『영문학사』, 토머스 울프『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어니스테 헤밍웨이『오후의 죽음』, 셔웃 앤더슨 『괴상한 사람들』, 리처드 김『순교자』, 존 업다이크『부부들』등이 있다.
▣ 목차 1. 올림포스에 모이는 신들 1) 축복 받은 신들의 주거지 2) 고대 세계의 신들 3) 물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 4) 산과 들에 사는 반수신
2. 대지에 뿌리박은 신앙 1) 여신 데메테르의 고난 2) 주연과 광기의 신 바코스
3. 세계의 창조와 인간의 탄생 1) ‘어머니 대지’와 ‘아버지 하늘’ 2)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3) 여성의 시조 판도라
4. 거인과 처녀의 이야기 1) 암소가 된 이오 2) 에우로페의 꿈 3) 외눈박이 거인의 사랑 노래
5. 꽃에 감추어진 비극 1) 수선화는 말한다 2) 아름다운 소년 히아신스 3) 바람에 지는 꽃 아네모네
6. 황금 양피를 찾아서 1) 아르고 호의 출범 2) 머나먼 나라 콜키스 3) 메디아의 복수
7.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머리 1) 상자 속의 어머니와 아들 2) 잿빛 여인들 3) 돌로 변해버린 사람들
8. 위대한 영웅 헤라클레스 1) 태양을 향해 활을 당기다 2) 열두 가지 시련 3) 거칠 것 없는 생활
9.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 1) 미노스 미궁의 희생 2)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다 3) 만년의 비극
10. 여걸 아탈란테 1) 칼라돈의 멧돼지 사냥 2) 황금 사과
11. 트로이 전쟁 1) 파리스의 판결 2) 세계 제일의 미녀 헬레네 3) 그리스 군의 내분 4) 아킬레우스의 대분투 5) 트로이 최후의 날
12. 오디세우스의 대항해 1) 파이아케스인의 나라로 2) 마의 섬, 죽은 자의 나라 3) 20년만의 귀환
13. 로마의 시조 아이네이아스 1) 먼 서쪽 헤스페리아로 2) 카르타고 여왕의 비극적인 사랑 3) 죽은 자들의 세계에 가다 4) 풀 덮인 유피테르의 언덕
14. 신과 인간의 이야기 1) 오르페우스의 하프 2) 하늘을 나는 말과 벨레로폰 3) 쿠피도의 사랑 4)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5) 태양 마차의 폭주
▣ 주요 내용 요약
신비로운 구름에 싸인 옛 영광의 조각 거룩한 이들의 흔적이여, 그들은 숨쉬느니, 아득히도 먼 그들 태어난 곳의 잃어버린 하늘과 올림포스의 바람을.
하늘과 땅의 결합으로 탄생한 아들들이 티탄(거신족)이다. 그들은 엄청나게 큰 몸집에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억센 힘을 가졌다. 티탄들 중 지배자는 사투르누스인데, 그의 아들인 제우스가 그를 왕위에서 몰아내고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티탄을 계승한 신들 중에서 최고의 지위에 있었던 신들은 위대한 올림포스 -마케도니아와 테살리아의 경계에 가까운 그리스 최고의 산- 의 열두 신이었다. 그들의 주거지는 올림포스에 있었기 때문에 올림포스의 신들이라고 불렀다. 올림포스는 그리스의 최고봉 올림포스 산 정상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지상의 산들 훨씬 저 위에 있는 신비로운 곳으로 간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계절 여신들이 지키고 있는 올림포스는 완벽한 축복을 받은 주거지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이 올림포스의 평화를 흔들어놓을 일이란 없다고 이야기될 만큼, 올림포스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일망무제로 펼쳐져 태양의 눈부신 햇살이 마구 쏟아지는 공간이다. 올림포스에는 열 두 신들이 가족을 이루고 있다. ①제우스 + ②포세이돈(제우스의 아우) + ③하데스(제우스의 아우) + ④헤스티아(제우스의 자매) + ⑤헤라(제우스의 아내) + ⑥아레스(⑥~⑫: 제우스와 헤라의 자식들) + ⑦아테나 + ⑧아폴론 + ⑨아프로디테 + ⑩헤르메스 + ⑪아르테미스 + ⑫헤파이스토스가 그들이다.
제우스 3형제는 하늘을(제우스), 바다를(포세이돈), 땅 밑의 죽은 자들의 세계를(하데스) 지배하고 있다. 특히 제우스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더러 반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속임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제우스는 매우 바람둥이다. 더불어, 제우스는 인간에게 희생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옳은 행위를 요구한다. 제우스가 가진 위와 같은 2가지 성격(비속한 면+숭고한 면)은 오랫동안 평행을 이루어 전개된다. 제우스의 신의는 떡갈나무 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로 전해지며, 신관들이 그것을 인간이 해독 가능한 말로 옮기는 것이다. 제우스 이하의 신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헤라 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다. 혼인의 신, 특히 결혼한 부인들의 수호신이다. 제우스와 관계를 가진 여성을 벌하며 그녀의 노여움은 그 여성은 물론 그 아이들에게까지 미친다. 그녀는 집념이 깊어 원한을 잊지 않으며, 황금 양피를 구하러 떠났던 영웅들을 수호한 일도 전해진다. 헤라의 신조는 공작, 신수는 암소요, 아르고스는 그녀에게 제사를 드리는 도시다.
(2) 포세이돈 바다의 왕으로 제우스의 동생이며, 제우스 다음 가는 권력을 가졌다. 그의 아네 암피트리테는 티탄 족의 오케아노스의 손녀딸이다. 포세이돈의 궁전은 바다 밑에 있으나 대부분 올림포스에 머문다. 인간에게 최초로 말을 준 신이라 일컬어지며, 그 점에서 숭앙을 받는다. 지진의 신이라고도 불리며 언제나 삼지창을 가지고 있다.
(3) 하데스 제우스의 아우로 올림포스 제3위의 신. 지하의 세계를 맡아 죽은 자들을 지배하는 ‘죽은 자들의 나라의 왕’이며, 땅 속에 매장된 귀금속을 관장한 부의 신이라고도 일러진다. 이 신은 암흑의 영토로부터 땅 위나 올림포스에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거의 없으며 별로 환영받는 손님도 아니다. 냉혹하고 무정하고 가차없는 신이기는 해도 사악한 신은 아니다. 그 아내인 페르세포네는 지상에서 납치해다가 땅 밑의 여왕으로 삼았다.
(4) 필라스 아테나 어머니가 없는 제우스의 딸로, 제우스 머리에서 이미 다 성장한 모습으로 갑주를 입은 채 뛰쳐나왔다. 도시의 여신으로, 시민생활 공예 농업의 수호신이다. 말을 사람이 다룰 수 있게 길들여놓은 여신으로, 고삐의 발명자라고 일컬어진다. 제우스의 총애를 받는 딸로서, ‘섬광 같은 눈을 한’이라고 묘사된다. 세 처녀 신 중 제1위로, ‘처녀 신’ ‘파르테노스’라고도 불리며, 그 신전이 파르테논이다. 지혜와 이성과 순결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목은 올리브, 신조는 부엉이, 아테나가 그녀에게 제사를 드리는 도시이다.
(5) 포이보스 아폴론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모든 신 중에서도 가장 그리스적인’ 신이라고 일러지고 있다. 미남이요, 뛰어난 음악가이다. 궁사와 원사의 수호신이며, 인간에게 처음으로 질병의 치료법을 가르쳐준 의료의 신이기도 하다. 광명의 신, 진리의 신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그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델포이 신전에서 나타나는 아폴론은 신들과 인간들 사이를 맺어주고 그 거룩한 의지를 인간에게 전해준다는 자애로운 신이다. 육친의 피로 더러워진 인간조차 이 아폴론 신전에 참배하면 정화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그러나 모든 신이 그러한 것처럼 극히 적은 경우에서는 냉혹성과 무자비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월계수가 그의 신목, 돌고래와 까마귀는 그의 신수와 신조라고 일컬어진다.
(6) 아르테미스 아폴론과 쌍둥이 여신으로, 아테나․아프로디테와 함께 올림포스의 세 처녀 신이다. 숲을 사랑하고 산과 들에서 사냥하는 것을 사랑하는 야생의 신이며, 여신이면서 사냥의 신이라는 점이 좀 기이한 점이다. 동물의 새끼를 보호해주는 데 마음을 써 젊은이의 수호신이 되기도 했다. 아폴론이 태양의 신이라고 한다면,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다. 셀레네가 본디 티탄으로 달의 여신이었으나,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아폴론이 혼동되었던 것처럼 헬리오스의 누이동생인 셀레네가 아르테미스와 혼동되어, 이 두 신은 해와 달과 결부되었던 것이다. 선과 악의 이면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이는 여신이다. 신목은 실삼나무, 모든 야생 동물은 아르테미스와 관련이 있으나 사슴이 이 여신의 신수로 여겨지고 있다.
(7) 아프로디테 사랑과 아름다움의 신이다. 『일리아드』에서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으나, 후대의 시들에선 바다의 물거품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호메로스는 그녀를 ‘아름다운 황금의 여신’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녀가 있는 곳에 바람은 잠들고 구름은 흩어지고 아름다운 꽃들이 땅 위를 장식하고 바다의 파도마저 웃음 짓는다. 그녀의 모습은 눈부실 정도의 빛에 싸여 있다. 이 여신 없이는 모든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트로이 전쟁에서 인간에게 부상당하는 못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교활하고 심술궂은 여신으로 인간에게 치명적 해독을 끼치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절름발이에다 추남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로 나타난다. 신목은 도금양, 신조는 비둘기인데 때로 참새 혹은 백조로도 그려진다.
(8) 헤르메슨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다. 우아한 반면 행동이 매우 민첩하며,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제 마음대로 하늘을 달린다.’ 탄생해서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때 도둑질을 해치웠다고 하는 ‘도둑의 신’이기도 하다. 교역과 시장의 신 ․ 상인의 수호신이라고도 불리며, 죽은 이의 영혼을 그 최후의 집으로 안내하는 엄숙한 길잡이 ‘영혼의 인도자’이기도 하다.
(9) 아레스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생긴 자식이지만 양친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는, 군신이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아레스는 피투성이의 살인을 즐기는 신으로, 사람의 재난 바로 그 자체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 ‘파괴’의 신인 아들, ‘전쟁’의 신인 에니오 외에도 ‘공포’ ‘전율’ ‘공황’ 모두가 아레스의 권속이다. 신조는 콘도르이며, 신수는 개이다.
(10) 헤파이토스 불의 신이다. 제우스와 헤라의 자식이라고도 하고, 아테나를 낳은 제우스에 대한 보복으로 헤라가 낳았다고도 전해진다. 완전한 아름다움을 갖춘 신들 중에서 이 신만은 추하고, 절름발이다. 호메로스의 시에 의하면, 그는 올림포스의 뛰어난 세공사로서 이름이 높았다. 그는 대장장이요 갑주 제작자요 신들의 집이며 세간들까지도 만들어냈다. 그는 친절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신이요, 천상과 지상을 막론하고 인기가 있다.
(11) 헤스티아 제우스의 누이동생으로, 아테나와 아르테미스와 마찬가지로 처녀 신이다. 그러나 별로 분명한 성격을 갖지 못하고 신화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화롯가의 신, 즉 가정의 수호신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이 신의 둘레를 돈 연후에야 가족의 일원으로 끼는게 허락된다. 고대의 각 도시에서는 헤스티아 여신을 위해서 공동의 부뚜막이 마련되어, 그 불을 결코 꺼뜨려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로마에선 헤스티아의 부뚜막의 불은 베스탈이라고 불리는, 처녀인 무녀들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었다.
열두 신 외에도 수많은 신들과 요정이 토대가 되어 신화가 만들어졌다. * 에로스 그는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하는 젊은이다. 플라톤은 그를 ‘사랑의 신’이라고 칭했다. 에로스는 인간의 심장 속에 산다. 그러나 거기에서 나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아무 심장에나 들어가 사는 것은 아니다. 이 신의 위대성은 결코 정의가 아닌 것은 행하지 않고, 또 이를 용서하지 않으며, 그리고 자유를 존중하는 데 있다. 사랑의 신에게 접촉할 수 있었던 자는 어두운 곳을 걷지 않게 된다.’고 쓰고 있다. 애초에 진실함을 상징하던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라 일컬어지게 되고 장년꾸러기 소년이 된 것은 뒷날의 이야기이다. 에로스는 눈을 가린 모습으로 곧잘 그려지는데, 이는 사랑은 장님이라는 데에서 연유한 것이리라. 에로스에게는 경박한 사랑의 복수자인 아우 안테로스와 ‘사모’의 여신 히메로스, 혼인의 신 히멘 등이 딸려 있다.
* 그 외에 올림포스에 있는 신들 이 외에도 올림포스에는 한 무리씩의 아름다운 자매 신, 테스와 무사들이 있다. 미의 여신은 아글리아(광휘), 에우프로시네(기쁨), 탈레이아(개화) 셋으로 아폴론의 칠현금에 맞추어 신들을 즐겁게 한다. 무사의 여신들은 아홉이다. 클리오(역사), 우라니아(천문), 멜포메네(비극), 탈레이아(희극), 테르프시코레(무용), 칼리오페(서사시), 에라토(연애시), 폴림니아(성가), 에우테르페(서정시)는 저마다 제 영역을 분담하고 있다. 이 무사의 여신들에 의해서 영감을 얻은 사람은 그 어떤 고귀한 신관보다도 공경을 받았다. 제우스의 양 옆에는 신의 정의를 대표하는 테미스, 인간의 정의를 대표하는 디케가 자리잡고 있다. 이 외에도, 올림포스에는 인간이었다가 신으로 변한 자들도 몇 있긴 하지만, 그들이 하늘로 올라간 뒤의 소식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 물의 세계에 있는 신들 이 외에도 물의 신들은 숱하게 많다. ‘깊은 바다’를 의미하는 폰토스, 네레우스와 오케아노스의 딸 도리스의 50명의 딸인 님프들, 커다란 조개 껍데기를 부는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의 자식 트리톤, 예언 능력이 있는 프로메테우스, 시냇물과 샘의 님프들인 나이아드, 인간이었다가 신이 된 자들인 레우코테아와 그의 아들 팔라이몬 등이 있다.
* 지하에 있는 신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다스리는 지하의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가는 길에는 ‘병’ ‘불안’ ‘기아’ 등의 보기에도 소름끼치는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다. 죽은 이가 건너는 강의 나룻배 사공인 카론, 사후 세계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인 케르베로스, 죽은 이를 심판하는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자식인)미노스와 라다만티스 등이 있다. 지하 세계의 구체적 위치에 대해서는 불명한데, 차가운 납빛 황야에 둘러싸여 그 언저리에 불사의 꽃 아스포넬이 귀기서린 창백한 꽃을 피운 어디 즈음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베르길리우스에 의하면, 에리니에스라고 불리는 복수의 여신들 -티시포네, 알렉토, 메가이라-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악인을 벌주고 있다고 한다. ‘잠’과 그 아우 ‘죽음’ 그리고 ‘꿈’들도 지하의 주민이다.
* 지상에 있는 신들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와 포도의 신 디오니소스가 대지의 2대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에는 헤르메스의 아들로 쾌활한 신인 반수신(산양의 뿔과 발톱을 가진) 판, 판의 아들 혹은 아우라 일컬어지며 바쿠스의 젊었을 무렵 선생이었으나 후일에 그 숭배자가 되는 실레노스, 하늘과 땅에서 절반씩 지내는 쌍둥이 형제이며 뱃사람의 수호자인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 판처럼 숲과 산과 들의 신으로 인간과 산양의 튀기와도 같은 몰골의 추한 신인 사티로스, 산의 님프들인 아름다운 오레아스 드리아스 하마드리아스라고 불리는 나무의 님프들, 보레아스(북풍) 제피로스(서풍) 노토스(남풍) 에우로스(동풍) 등 4가지 바람을 다스리는 바람의 신인 아이올로스가 있다. 신이라고도 인간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반인반마의 괴물로서 야만적 성품의 켄타우로스, 켄타우로스지만 성질이 좋고 지혜가 많은 케이론, 날개가 달린 용과 같은 괴물로 그 모습을 본 사람은 돌이 되어버린다고 하는 고르곤이라는 괴물 3마리, 셋이서 하나의 눈을 가진 세 자매로 잿빛 여인들이라 불리는 그라이아이, 아주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뱃사람들을 섬으로 유인하여 죽여버리는 세이렌이라는 님프, 인간이 태어났을 때 운명을 점지하는 토(생명의 실을 잣고) 라케시스(한 사람 한 사람의 운명을 정하는) 아트로포스(커다란 가위를 가지고 생명의 실을 끊는 소임) 등 3명의 운명의 신들도 있다.
변덕스럽고 성을 잘 내는 올림포스의 열두 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신들의 존재가 인간에게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지와 관련된 2대 신으로,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와 술의 신 바코스는 시종 인간들과 함께 지상에서 살며 인간과 친근했던 신이다. 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바코스보다 연상이다. 피비린내 나는 희생을 제물로 받아들이기를 즐기는 남신들과 달리, 이 여신은 겸손한 생활만 하고 있으면 반드시 좋은 수확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졌다. 밭은 데메테르의 힘에 의해 정화되고 거기서 나는 곡물은 ‘데메테르의 거룩한 곡물’이라 불리었고, 데메테르의 제사는 물론 수확기에 행해졌다. 아테네 근처의 작은 도시 엘레우시스의 큰 신전에서 ‘엘레우시스의 신비 의식’이라 불리는 제사가 행해지는데, 언제부터인가 데메테르와 나란히 바코스가 모셔진다. 곡물의 신과 술의 신이 나란히 모셔지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추수 때는 쾌활한 두 신이, 겨울 동안은 황량한 대지 그대로 잠잠히 그저 슬퍼 보이기만 한다.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는 신화는 다음과 같다.
데메테르의 외동딸인 페르세포네가 납치당할 때의 비명소리를 듣고 데메테르는 딸의 행방을 찾아 아흐레 동안 찾아다녔으나 아무도 사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태양을 찾아가자 태양은 지하 세계의 왕이 그녀의 딸을 잡아갔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슬픔에 빠진 데메테르는 지상을 방랑하여 돌아다니다 엘레우시스에 이르렀는데 거기서 만난 네 자매의 집에서 아기를 돌보게 되는데, 데메테르는 그 아이에게 불멸의 생명을 주기 위해 암브로시아를 발라 난로의 불 속에 아이를 집어넣는데 그 엄마인 메타네의 방해에 화가 나 아이를 집어던진다. 그리고 나서 여신으로 돌아온 데메테르는 자신의 신전을 세우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신전을 지었고, 딸을 찾다 지쳐버린 데메테르는 그 신전에서 살게 된다. 비탄에 잠긴 데메테르는 대지에 혜택을 베푸는 것을 그만두었고 그로 인해 대지는 얼어붙은 황무지가 되었던 것이다. 지상이 황무지로 변하는 것을 우려한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 중 최연장자이며 데메테르의 어머니인 레아에게 데메테르를 통해 1년의 3분의 1은 지하의 세계에서 지내고 나머지 시기는 어머니와 인간과 지내도록 설득하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스의 여류 시인 사포(기원전 600)가 노래했듯 “나는 듣노라, 꽃피는 봄 발소리를...”로 표현되는 페르세포네의 발소리는 봄과 여름의 싱그러움을 의미하지만, 페르세포네는 알고 있다, 과일도 꽃도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추위가 다가옴과 함께 그녀 자신처럼 죽음의 세계로 끌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죽음과 덧없는 세상의 괴로움을 모르는 올림푸스 신들과 다르게, 페르세포네에게는 인간들이 괴로워하고 비탄에 잠기고 죽음을 맞이할 때에 생각하는 괴로움과 슬픔을 알고 있기에 신비로운 두려움 같은 것이 함께 머무는 여신인 것이다.
바코스는 제우스와 인간인 테베의 왕비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인간의 배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신이라 불리는 대상은 바코스 뿐이다. 미친 듯 사랑하는 세멜레의 청을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제우스에게 그녀는 신들의 왕으로 하늘에 있을 때 제우스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졸랐다. 인간이 그 모습을 보면 살 수 없음을 알고 있었으나 제우스는 맹세를 깨뜨릴 수 없었고, 세멜레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죽고 만다. 제우스는 그녀의 뱃속에 있던 아이를 데리고 가 헤라의 눈을 피해 보살핀다. 가는 곳마다 포도의 재배법을 가르쳐 모든 곳에서 신으로서 공경을 받던 바코스를 해적들이 몸값을 노려 포박하려 하지만, 밧줄이 몸에 닿자마자 스르르 풀어져 내려 버림을 목도한다. 바코스는 검은 눈에 웃음을 띠고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는데, 바코스가 신이라는 사실을 짐작한 조타수가 선장에게 빨리 배에서 내려드리자고 이야기를 하지만 선장은 비웃었다. 바코스는 사자로 변하여 해적들을 노려보며 무서운 소리로 울부짖었고 구제된 사람은 신임을 알아차린 조타수 한 명뿐이었다.
바코스의 여사제들에겐 신전이 없다. 야생이 가득한 산 속이 그의 신전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코스의 신앙은 자유와 도취의 기쁨, 야생 그대로의 행위에 대한 동경이다. 바코스가 다른 신들과 다른 점은, 사람 외양이 아니라 사람 내면에 잠입하여, 사람을 자기와 같은 상태로 만든 다는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몰랐던 능력을 소유한 것 같은 느낌, 즉 자기 자신이 신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태초의 영원한 혼돈에 ‘밤’과 ‘죽음’이 존재했고, 이 어둠과 죽음 속에서 ‘사랑’이 태어났다. ‘사랑’의 탄생과 함께 질서와 아름다움이 비롯되고 혼란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사랑’은 그 반려인 ‘빛’과 ‘낮’을 낳았다. 이러한 ‘사랑’과 ‘빛’을 통해 ‘대지’가 탄생한다. ‘아버지인 하늘’(우라노스) ‘어머니인 대지’(가이아)와의 사이의 자식들인 머리 50개 팔 1백 개의 괴물을 싫어하며 태어날 때마다 대지의 비밀 장소에 가두어버리고, 키클로페스나 티탄들만 자유롭게 두었는데, 이 편애에 화가 난 가이아는 티탄 족의 크노로스를 통해 복수를 시도하였고 그 복수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또 다른 자식들이 태어난다.
우주의 왕이라 불리는 크로노스는 레아와의 사이에서 제우스를 낳는다. 크로노스는 자식들 중 누군가가 자기를 왕좌에서 몰아내리라 생각하고 태어난 아이를 바로 잡아먹어 버리기도 하였는데, 여섯 번째 자식인 제우스를 낳았을 때 레아는 남편에게 헝겊으로 감싼 돌을 갓난아이라 속여 삼키게 하고 제우스를 크레타 섬에 숨겨서 기른다. 레아는 제우스가 자라자 가이아의 힘을 빌려 크로노스가 삼켰던 다섯 아이를 토해내게 한다. 제우스가 장성한 후, 형제인 티탄들과 연합한 크로노스와 다섯 형제자매와 연합한 제우스 사이에 무서운 전쟁에서 제우스가 승리하였고 제우스와 그 형제자매들은 이때부터 만물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 창조에 대한 여러 이야기 중 한 이야기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와 그 아우인 에피메테우스라는 두 티탄이 인간 창조의 일에 뽑혔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생각이 깊다는 의미다. 그 이름대로 그는 어느 신들보다도 현명할 정도였다. 그런데 에피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뒷걱정을 의미한다. 무엇이나 충동적으로 헤치우고서는 나중에 후회한다는 산만한 두뇌의 소유자다. 인간을 만드는 담당자인 에피메테우스는 인간을 만들기 전에 이미 다른 동물들에게 용기, 힘, 민첩함, 영리함, 날개, 털가죽, 등껍질 등 뛰어난 능력을 거의 다 주어버리는 경솔한 짓을 해버렸다. 그 후에 인간 만드는 일을 인계받은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신들과 같이 서서 걸어다니게 하는 등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만든 후, 하늘의 태양에까지 가서 불을 훔쳐와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신들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들은 최초로 수명은 있으나 비탄이나 고통이 없는 신과 닮은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족인 황금의 종족을 만들었다. 이로부터 여러 금속으로 인간 창조를 실험해갔는데, 두 번째가 은의 종족이었다. 이 종족은 황금 종족에 비해 지능이 떨어졌고 서로 상처 입히는 일도 있었다. 세 번째 종족은 힘이 세고 투쟁을 좋아하여 스스로 멸망하여 없어진 무서운 황동 종족이었다. 네 번째 종족은 위대한 모험을 즐기는 영웅의 종족이었다. 다섯 번째 종족이 현재의 인류인데, ‘철의 종족’이라 이른다. 그들은 사악한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성질도 사악에 차 있어서 고통이나 비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권력을 숭배하고 그러한 것이 정의라고 생각할 만큼 그들의 마음의 비뚤어져버리면 그래서 선을 존중하는 마음들이 모두 사라져버리면 그래서 분노도 없고 수치도 모르는 상태로 전락해버린다면 제우스가 그들 모두를 멸망시켜 버릴지도 모른다. 인류 탄생에 대한 위의 2가지 이야기는, 이 지상에 남자들만 있고 여자는 없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너무나도 인간에게 잘해주는 데 화를 내어, 후에 여자를 만들어냈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쳐왔고, 짐승의 살 중에서 제일 좋은 부분을 떼어서 인간 몫으로 하고 가장 나쁜 부분이 신에게 바쳐지도록 꾀한 점등이 제우스의 미움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자 제우스는 인류와 그 벗에게 복수를 결심했고, 모두에게 선물을 받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 -판도라 : 모두의 선물을 의미- 이라는 인간(남자)에게 가장 해가될 만한 것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판도라의 불행의 원인은 사악한 성질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만 호기심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신들이 온갖 재액을 담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인류를 불행에 빠뜨렸던 것이다.
인류에게 여자를 주어 벌한 제우스는 이어 프로메테우스에게 형벌을 내렸다. 코카서스의 깎아지른 바위 꼭대기에다 결코 끊어지지 않는 쇠사슬로 묶어 독수리가 그의 창자를 쪼아먹도록 하는 무서운 형벌이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정당했던 그의 행동들에서 기인한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버텼고, 끝내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정과 권력에 대해 감연히 싸운 자의 이름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먼저, 제우스의 불같은 열애를 들 수 있다. 열애의 대상도 다양한데, 헤라의 미움을 받아 암소가 된 이오와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가 대표적이다. 특히 에우로페와 제우스 사이에 탄생한 자식들은 이 세계뿐만 아니라 명부에서도 그 이름을 높이 떨쳤다. 미노스와 라다만티스가 그들이다. 그들의 공정함은 인정을 받아 땅 위의 인민들뿐만 아니라 지하 세계의 죽은 이들까지도 그에게 재판을 받게 되었다. 또한 그녀 자신도 유럽의 대륙 이름으로 지금도 전해진다.
오디세우스에 의해 하나뿐인 눈을 잃을 뻔 했던 키클로페스의 폴리페모스 사랑 이야기도 유명하다. 그는 작은 산만큼이나 크고, 두 번 다시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추악하고 괴이한 못급을 하고 이마 한 가운데에 둥그런 눈이 하나 뻐끔 열려 있는 괴물이었는데, 고독한 그는 젖빛 살결을 한 아름다운 바다의 님프 갈라테아를 사랑하고 만다. 폴리페모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고 몸부림친다. 장난꾸러기 님프인 갈라테아는 재미있어하며, 못생긴 거인을 조롱할 뿐이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괴로운 폴리페모스는 다만 앉아서 퉁명스런 목소리로 신음 소리와 같은 사랑의 노래를 슬프게 부를 뿐이었다. 혹시라도 그 소리를 갈라테아가 듣고서 박정한 마음이 풀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덧없는 희망을 품어 보면서….
갈라테아는 폴리페모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기 때문에 매정하게 굴지는 못했다는 곁이야기도 전해지지만, 결국 폴리페모스는 실연한다. 갈라테아가 아름다운 귀공자 아키스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폴리페모스가 낫으로 수염을 깎기도 하고 물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고 용모를 걱정하기도 하였으나, 그 동안 갈라테아는 아키스와 숲 속에서 밀회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폴리페모스에게 밀회 장면을 들키게 되고, 폴리페모스는 큰 바위를 뽑아 아키스에게 던져 죽게 만든다. 그 때 흐른 피는 시내가 되고 아키스는 시내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나르키소스의 죽음과 연관된 수선화의 신화나 아폴론과 경기를 하다가 아폴론이 던진 원반에 맞아 죽은 히아킨토스와 연관된 히아신스 신화, 멧돼지를 사냥하다 죽은 아도니스와 그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던 아프로디테와 관련된 아네모네 신화 등, 죽은 후 꽃으로 화한 젊은이의 이야기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엮인 배후에는 환상적인 아름다움과는 반대인 가혹한 현실 생활과 고대인의 어두운 행위가 숨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대인들의 생활은 대지에 뿌린 씨가 얼마만큼 수확을 가져오는가 하는 데 달려 있었다. 봄이 되고 과일 나무의 꽃이 피지 않는다면, 곡물의 눈이 트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락 전체의 생사에 관계되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대지와 자기들의 생명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대지는 자기를 길러준다. 따라서 대지는 자기들의 생명을 바침으로써, 거기 자기들의 피를 쏟음으로써, 수확이 적은 땅을 비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이 희생으로 바쳐지고, 젊은 피는 대지에 쏟아져서 푸른 풀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거기서 꽃이 피면 사람들은 죽은 소년소녀들이 꽃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면 무참한 죽음이 얼마간이라도 구제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아손과 메디아의 신화는 모험과 사랑과 복수가 한 데 어우러진 이야기이다. 이아손은 숙부인 펠리아스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의 통치권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이야기한다. 펠리아스는 신탁의 내용을 빌러 황금 양피를 가지고 이라고 이야기하고, 이아손은 아르고가 만든 배를 타고 황금양피를 찾으러 콜키스 왕국으로 간다. 이 모험의 여정을 헤라가 모두 돌봐준다. 콜키스 왕국에 당도한 아르고 호의 이아손에게 방문 목적을 모르던 왕은 근사한 대접을 하고 손님들을 살짝 내다 본 이 나라의 공주 메디아는 큐피드의 화살에 의해 이아손에 대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콜키스 왕국의 왕은 난제를 해결하면 양피를 주겠다고 하고, 이아손은 목숨을 걸고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대로 두면 이아손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메디아는 찢어지는 슬픔에 결국 아버지를 배신하고 추격하는 동생까지 죽여서 이아손을 돕는다. 메디아와 결혼하겠다고 약조한 이아손은, 자신의 왕국에 무사히 도착하자 야망 때문에 코린토스의 왕녀와 결혼을 하려하고, 메디아는 배신감에 치를 떤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으면서 사랑했는데 돌아온 배신감에 그녀는 이아손의 신부가 될 왕녀를 죽이고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난 자식들까지 죽인 후 떠나는 것으로 복수를 마감한다.
모험이 담긴 신화로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딸 다나에의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다나에를 청동 궁에 가둔다. 천장만 뚫려 있는 그 궁에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하여 들어와 다나에를 잉태시키고 다나에는 페르세우스를 낳는다. 딸과 손자를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아크리시오스는 그들을 상자에 넣어 바다에 띄우고, 다크티스라고 불리는 친절한 어부에게 발견되어 다나에와 그의 아들은 보살핌을 받는다. 다크티스의 형제이지만 잔인하고 냉혹했던 폴리데크테스는 자신의 왕위를 이용하여 다나에와 강제로 결혼을 하려고 하고 장애가 되는 페르세우스를 죽이기 위해 고르곤 자매의 중 메두사의 목을 가져오게끔 계략을 꾸민다. 페르세우스는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도움으로 메두사의 목을 가져오는데 성공하고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그 목을 이용하여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했고 자신의 가족들을 괴롭힌 폴리데크테스를 처단한다. 그 후 페르세우스는 할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가는데, 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의 행방은 묘연해진 다음이었다. 우연히 원반 던지기 경기에 참가했던 페르시우스의 원반을 맞고 어떤 노인이 사망하는데, 그가 바로 아크리시오스였고, 이렇게 하여 아크리시오스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신탁이 이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온 그리스인에게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서 찬탄되었다. 다만, 아테네인만은 별도다. 아테네인의 영웅은 테세우스였다. 아테네인은 그리스인 중에서도 독특한 사상과 지식을 낳았던 만큼 그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영웅은 용감함과 자애와 강한 육체와 높은 지성을 함께 갖춘테세우스와 같은 영웅이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는 완전히 다른 영웅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지상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다.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육체적 힘에 대해 절대적 자신을 갖고 있었다. 또한 헤라클레스는 평생 동안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다. 헤라의 마술로 인해 살해되기 전까지 그는 그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하는 일에는 거의 지성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에 약한 점 등으로 인해 강포하긴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지만, 한 번 화가 나면 그저 무작정이었고 그 여파가 터무니없는 곳까지 미쳤다. 그리고 화가 가라앉으면 금세 후회하고, 자기에게 어떤 벌이 내려도 거기에 따른다. 헤라클레스만큼 평생에 많은 벌을 견디어낸 사나이도 없다. 그의 일생은 분별없는 행위와 그 보상으로 모두 소비되었다. 때로는 피해자의 측근이 용서하더라도, 스스로 자기를 벌하는 일조차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영웅인 이유는 두려울 것 없는 대담함 외에 위에서 언급한 자기가 저지른 행위를 보상하려는, 더럽혀지지 않은 정신의 순진성에 있다.
갓난아기 때 헤라가 잠입시킨 뱀을 죽인 일화나 헤라의 저주로 아내와 아이들을 죽인 일에 대한 보상으로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시련’을 이겨낸 일화 등이 그의 강인함을 잘 보여준다. 이 외에도, 헤라클레스에 대한 이야기 중에 과연 그답다고 생각되는 것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그 면목을 빛내는 이야기는, 친구인 왕 아드메토스를 대신하여 죽은 아내 알케스티스의 장례식 날 방문한 헤라클레스가 내막을 모르고 만취하여 결례를 하였으나 후에 내막을 알게되자 보상을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죽음의 신과 대결해서 친구의 아내를 아예 되살려 왔다는 이야기이다. 헤라클레스의 단순함, 우직함을 이처럼 여실히 보이고 있는 이야기는 없다. 사람이 죽은 집에서 마시고 떠들고, 또 사실을 알고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 부끄러움을 씻기 위해선 죽음의 신도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 호쾌함, 이것이 헤라클레스의 인간상이다.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빼앗기게 될까봐 그의 아내 데이아네이라는, 헤라클레스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려고 할 때 부적과 같은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죽은 네소스의 피를 바른 겉옷을 남편에게 보내고, 궁극적으로 헤라의 의지에 의해 발생된 이 일에 의해 헤라클레스는 무서운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스스로 죽기로 결정한 헤라클레스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장을 위한 장작을 쌓아 올리게 하고, 장작의 산을 바라보며 그는 빙긋 웃고서는 말했다, “아, 이제 쉴 수 있다. 이걸로 끝이다.” 그리고는 마치 식후의 낮잠이라도 자려는 것과 같이 장작더미 위에 누웠고 필로크테테스가 쏜 불화살로 인해 그는 다시는 지상에서 볼 수 없게 된다. 하늘로 불려 올라간 그는, 그를 평생 괴롭혔던 헤라와 화해하여 그 딸 헤베와 결혼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만큼이나 영웅으로 유명한, 특히 아테네에서 가장 숭앙받는 인물은 테세우스이다. 그는 아이게우스 왕의 아들이었는데, 공물로 인간을 바치라는 미노스 왕의 요구에 의해 재물로 선발되어 가는 소년소녀 틈에 자진하여 섞여 미노스 왕의 나라로 간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 궁전에는 희대의 세공사 다이달로스가 만든 라비린토스라고 불리는 미궁이 있었는데, 그 궁에는 미노타우로스라는 머리는 사람 몸뚱이는 소인 괴물이 살고 있었다. 테세우스에게 첫 눈에 반한 아리아드네는 자기를 아테네로 데리고 가 신부로 삼는다면 목숨을 구할 방도를 알려주겠다며 실타래를 이용하여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테세우스는 성공적으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을 빠져나온다. 그런데 낙소스 섬에 아리아드네를 두고 오게 되고, 자신이 살아 돌아오게 되면 흰 돛을 달고 오겠다고 했던 부왕과의 약속을 망각하게 된다. 멀리서 검은 돛을 보고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한 아이게우스 왕은 투신하여 죽어버리고, 그 후 그 바다는 ‘에게 해’라고 불린다.
아테네의 왕이 된 테세우스는 아주 현명하고 공평한 왕이 된다. 그는 시민들을 지배하기를 원치 않았고, 민중에 의한 정부야말로 필요한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 말대로, 그는 왕으로서의 주권을 버리고 공화제를 실시하여 의사당을 만들고 모든 것을 민중의 뜻과 투표에 의해서 결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단지 군대의 총수가 되었다. 그리하여 아테네는 번영하고, 모든 도시 중에서도 민중이 가장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자유스러운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만년에 비극이 닥친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누이동생 파이드라와 결혼하는데, 그녀는 아마존이 낳은 아들 히폴리토스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목숨을 끊으려는 그녀를 보다 못한 늙은 유모는 히폴리토스에게 ‘목숨을 건 사랑에 사랑으로 답’해 달라고 애걸하고, 히폴리토스는 혐오에 몸을 떨며 뒷걸음친다. 파이드라는 히폴리토스가 자기를 범했다는 거짓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버리고, 이 유서를 믿은 테세우스는 아들 히폴리토스를 추방해버린다. 추방의 과정에서 그 아들은 죽음을 맞게 되고 아르테미스가 아들의 결백을 이야기해주자 테세우스는 크나큰 상심에 젖는다. 테세우스의 죽음도 비참하였는데, 아테네에서 쫓겨난 그는 만년에 식객으로 몸을 의탁했던 친구인 리코메데스 왕에게 살해당한다. 아테네 시민들은 한 때 테세우스를 멀리한 적도 있으나, 그가 죽은 뒤 얼마 안 되어 이 영웅의 명예를 찬양하고, 커다란 무덤을 만들었다. 이 무덤은 항상 약한 자의 편이었던 그의 생애를 기념하여 영원히 노예와 가난한 자와 연약한 자들의 성지라고 일러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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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발의 무리 원문보기 글쓴이: 발의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