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성산(聖山) 백두산(白頭山) 기행(紀行)
5. 재미있는 에피소드
<1> 백두산 녹용(鹿茸)
백두산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는 쇼핑을 했는데 가이드가 데리고 간 가게는 시골 한약방을 연상케 하는 초라하고 어두컴컴한 가게로 백두산 산삼, 녹용, 모피, 이름 모를 한약재 등을 팔고 있었다. 백두산 산삼이라고 내 놓은 상품은 이끼를 깔고 하얀 수염뿌리가 온전하게 보존된, 제법 통통한 산삼인데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제법 귀한 약재로 보였고 우리 돈으로 20만 원쯤 한다. 그리고 젓가락같이 가느다란 산삼뿌리를 수북이 쌓아놓고 한 뿌리에 우리 돈 천원이라며.... 주인 말로는 백두산에서 캔 진짜 산삼이라지만 장뇌삼이겠지... 나중 한국에 온 후에야 그까짓 천원인데 몇 뿌리 사서 씹어 먹을걸 하고 후회를 했다.
나는 이곳에서 큰 맘 먹고 녹용(鹿茸)을 하나 샀는데 두 갈래로 갈라진, 보송보송 솜털이 있는 30cm 가량의 녹용인데 우리 돈으로 8만 원 쯤 주고 샀다.
한국으로 입국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안기부(安企部) 직원을 쳐다보았더니 그냥 눈을 꿈적이며 고개를 끄떡인다. 입국할 때 공항에서도 안기부 직원이 같이 내리니 입국심사도 그냥 대충 검사하는 척하며 패스한다.
그런데 이 녹용이 엄청난 효과가 있을 줄이야....
귀국 후 잘 아는 한의원에 가서 녹용을 보여주었더니 꽃사슴 뿔이라며 한국에서도 요정도면 1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다며 별로라는 표정이어서 조금 떨떠름했었다.
아들을 먹이려고 사왔으니 우선 아들 먹일 한 재를 먼저 짓고 나머지는 내가 먹을 것인데 적당히 배분해서 한 재를 짓던지 몇 첩을 짓던지 하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며 무게를 달아보더니 아이들은 7첩이 한 재이고 어른들은 20첩이 한 재인데 조금 모자라겠다더니 아들과 나를 한 재씩 지어준다.
그때 아들 녀석이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잘 먹지 않아 빼빼 말랐다. 초등학교 때에는 키도 반에서 제일 작았고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 겨울이면 입술이 새파래지고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
의사가 추울 땐 보온을 잘 해주고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해서 겨울이면 옷을 겹겹이 껴입히고 마스크에 장갑에... 그래도 행여 동상이 걸릴까 항상 노심초사했었다. 그런데 이 녹용을 먹고 나서 완전히 체질이 바뀌고 건강해졌으니... 기적 같은 예상외의 결과를 가져올 줄은 정말 몰랐다.
아들 녀석이 살이 오르기 시작하고 혈색이 돌아왔음은 물론 겨울이 되면 오히려 덥다고 옷을 벗어던지고 덥다며 바깥으로 뛰어나가고.... 키도 1년에 20cm 가까이 자라고 체중도 불어나고...
완전히 체질이 바뀌었으니 보는 사람이 신기할 밖에... 대학 때 아들녀석은 키가 180cm, 체중이 80kg이 넘었다. 나도 몇 년간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져서 녹용의, 민족의 성산 백두산 녹용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2> 이도백하에서의 에피소드
이도백하(二道白河)에서의 이른 아침, 친구와 둘이 미인송(美人松)호텔을 나와서 아침식사 전 산책을 했는데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광장 한쪽에서는 손수레에 국수와 만두, 빵, 우유 등속을 차려놓고 장사를 하고 있고 몇몇 사람들이 둘러서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중국은 어디를 가나 이렇게 아침 식사를 집에서 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사먹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옆에 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30대 후반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떡처럼 굳어있고 얼굴도 땟국물이 꾀죄죄, 옷차림도 언제 세탁했는지... 그런데 갑자기 나한테 뭐라고 말을 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영어도 아니고....
내가 영어로 ‘노, 아이 캔트 스픽 차이니즈(No, I can’t speak Chinese/나 중국어 못해요)...’
그런데 또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우리나라 말이다.
알고 보니 조선족으로 나보고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어보는 거였는데 강한 북한식 사투리에 어물거리는 말투로 물으니 꼭 중국말을 하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너는 무슨 일을 하나? 벌목하는 일을 한다. 한 달 수입이 얼마냐? 200위안(30만 원)이다. 그것으로 생활이 되나?
아내가 식당에서 일하는데 월급 90위안(13만 5천원)인데 먹고 사는 데는 일없다.(넉넉하다)
집은 어떤가? 정부에서 배정해 준 집에서 산다. 북한 사정을 아는가? 묻지도 마라. 사는 게 말이 아니다. 어떻게 아나?
북한에서 식량을 구하러 이곳까지 오는데 이곳에 사는 친척들은 곡식을 보내면 국경에서 다 빼앗기니 밥을 누룽지로 만들어서 싸 보낸다. 그러면 국경에서 걸리지 않고 가지고 갈 수 있다.
그리더니 이 친구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개 한 마리를 이만 원만 내면 모두 손질해 양념까지 해서 먹게 해 주겠다.
이만 원이면 모든 일행이 포식을 하겠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아까워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