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마라톤... 드디어 끝났다.
내 달리기 인생에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은 첫 대회.
지난 17년 2월 챌린지 대회에서 첫 써브쓰리를 달성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14년 가을에 처음으로 달렸다가 장경인대 부상으로 3개월을 쉬었고, 그 해 겨울에 훈련 중 종아리 부상으로 6개월 휴식 ㅠ
15년 중앙 마라톤을 준비하다 대회 4주를 앞두고 종아리 부상으로 훈련을 못 한채 첫 풀코스를 출전.
15년 겨울에 달리기 훈련 중 종아리 부상으로 또 16년 7월까지 휴식 ㅠ
16년 중앙마라톤 준비하다가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 포기
이 길고 긴 부상의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온전한 몸으로 참가한 대회 동아 마라톤.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월수금 : 플랭크 5분 1세트
화목토 : 턱걸이 20분
월금토 : 수영
화목일 : 달리기
다리가 아프지 않은 날은 집, 건물 가리지 않고 엘리베이터 대신 9층 19층 몇층이 되었던
계단을 뛰어올라가거나 걸어올라 다녔다.
체중은 69에서 64로... 군 제대한 후 20년만의 몸무게.
와이프는 우리집은 태능 선수촌이 아니라는 말을 흘려 들으려 열심히 준비한 3개월.
감격 스러웠다...
대회 전날
파워젤 5개(출발전, 10킬로, 20킬로, 30킬로, 35킬로)
글루타민+BCAA 분말 봉지 4개(출발전, 15킬로, 30킬로, 종료 후)
포도쥬스 2개(포도쥬스에는 글루타민과 BCAA의 빠른 흡수를 도와주는 성분이 있다기에)
싸이토맥스 한통(왠지 도움 될 것 같은 생각에)
를 챙기고,
저녁에는 탄수화물이 엄청 많을 것 같은 미스터피자 포테이토골드 레귤러 한 판을
"니가 사람이니?"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와이프의 눈초리를 마주하며 결전의 용사처럼 우걱우걱 씹어 넣었다.
대회 당일 5시에 눈을 떠 씻고, 와이프가 차려준 호박죽을 든든히 먹고 선배님들을 만나기로 한 대화역으로 출발.
가는 내내 싸이토맥스를 조금씩 조금씩 계속 마셨고
도착하고 옷을 갈아 입은 후에는 포도쥬스와 BCAA+글루타민 분말을 먹었다.
몸을 풀면서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긴장의 파도가 간간히 몸을 휘 감았다.
개인적 목표는
1-3km : 4분 5초
4-6km : 4분
7-35km : 3분 55초
36-42km : 있는 힘껏.
이렇게 해서 2시간 45분 안에 들어오는 것
훈련도 거기에 맞춰서 진행했고, 킬로당 페이스 3분 55초가 힘들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끔
몸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드뎌 출발!!
출발 대기선에 늦게 도착했는 데,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길래 얼떨결에 같이 출발.
마음의 준비없이 갑자기 출발한 것이 걸렸지만, 온몸을 휘감는 긴장감에 곧 사라졌다.
200미터 달린 후 보니 페이스가 3분 30초.. 오버페이스는 안되지!!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4분대에 맞췄다.
그런데, 1킬로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랩타임을 체크해 보니 4분 22초.. 헉!!
2킬로 지점에서 다시 체크 4분 8초 ㅠㅠ GPS를 제대로 잡으면 맞겠지 싶었는 데.. 계속 빨랐다 느렸다 한다...
그 와중에 대회전까지 약간의 통증이 남아있던 왼쪽 종아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9킬로 지점까지는 그런데로 견딜만 했는 데,
10킬로 지점이 되니... 착지할 때 마다 찌릿 찌릿 하다... 어...? 어...? 이거 달리 수 있을 까...?
일단 보폭을 줄이고 케이던스를 늘려서 달려 보기로 결정. 통증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고, 결승점까지 약간씩 신경쓰이는 정도에서
머물렀다.
이 와중에도 페이스는 계속 뒤죽 박죽 ㅠㅠ
20킬로 지점을 넘겼을 때, 계획대로 라면 1시간 20분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야 했는 데, 시간을 보니
1시간 20분 20초...
사람들이 계속 추월해 간다... 약간의 초조함...
23킬로 지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밀어야 하나? 몸은 괜찮지만 아직 갈길은 먼데... 중간에 퍼지면 어떻게 하나...
광수야! 너에게는 아직 파워젤이 2개나 남아았다!!
결국 시계는 무시하고 심박계 케이던스 호흡 3가지로 페이스를 맞추면서 밀기로 결정!
중간에 영구 선배님을 만나 힘을 충전하고 31킬로 지점에서 겨우 249 페이스 메이커를 따돌렸다.
파워젤 하나를 먹고 이제 부터는 죽기 살기!!
호흡이 턱끝에 찰 때까지 달리기 시작!
약간의 오르막... 이것도 힘들다 하지만 빨리 달려야 빨리 끝나지...
하나 둘 사람들을 추월하고, 잘 되지도 않는 팔을 치면서 달려나갔다...
급수대에서 자봉하시는 분들의 화이팅 소리에도 힘을 얻고...
41킬로 지점을 통과... 끝나간다. 청승맞게 눈에 약간의 눈물이 고인다...
경기장에 들어와서 마지막 한바퀴를 돌면서 전광판의 시계를 보니 2시간 46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약간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잘 했다 고생했다... 스스로 위안하며 피니쉬...
대회를 마치고, A그룹인 제가 명예의 전당 선수들과 같이 출발해서 공식기록으로 인정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주 약간의 섭섭함이 들었고, 선배님들도 아쉽다고 하셨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대회 측에 인정이 없더라도 그 동안 고생하고 잘 달린 저를 제 스스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다른 분들은 꼭!!! 지정된 그룹에서 출발하셔서 약간의 섭섭함도 느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동아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이 감사했습니다. 일요일마다 훈련 준비를 해주신 런부장님들.
같이 달린 선배님들 그리고, 한성씨...
특히 지난 3개월 동안 화정에서 같이 훈련하신 선배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하상석선배님, 이훈복선배님, 임진영선배님, 이성희선배님, 이수윤선배님...
훈련 열정에 추운 날씨 같은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서로를 항상 격려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있어
훈련하는 매일 매일 즐거웠습니다. 같이 했었기에 즐거웠고 같이 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자전거의 계절! 모두 즐겁게 훈련하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선배님, 좋은 말씀 많이 부끄럽지만 너무 감사드립니다! ^^
해피엔딩인거죠~~?
광수씨...축하합니다~~!!
선배님~~~ 저는 해당사항 없는 걸로~ :)
와우~ 어마무시한 기록이네...
부상을 극복하고 좋은 기록으로 완주한 거 많이 많이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 이제 자전거의 계절인데... 새라때 그 힘든 길을 여유롭게 가시던 선배님의 모습이 그립네요... 대회때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