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백운산~두위봉~새비재 강원랜드 하늘길 라이딩]
백두대간의 가을이 불타는 11월 초 이른 아침
차량에 MTB를 싣고서
강원도 정선 고한으로 향하다.
정암사를 지나 해발 1,330미터 만항재에 오르다.
만항재는 이 지역 최고봉인 태백 오투리조트 뒷산 함백산과 영월 상동, 정선 고한이 함께 만난 삼거리.
호젓한 길이 난 만항재 야생화 쉼터에서부터 강원랜드 정상인 백운산 자락을 향해 페달을 밟다.
만항재에서 하이원 호텔CC(해발 1,120미터) 까지는 약 8킬로미터, 양지꽃길 단풍길, 박새꽃 길 등 이름이 아름다운 길들이 늘어선 백운산은 해발 1,426미터다. 이후 화절령은 1,325미터 길, 새비재를 넘는 동안 해발 1,000미터~1,400미터 산길을 넘는다.
길이 울퉁불퉁한 비포장이여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하늘길이니만큼 새로 만나는 군상들이 다 신기롭기만 하다.
함백산을 뒤로 하고 백운산을 지나 화절령을 향하는 길은 16킬로 구간 운탄도로이다.
국토개발단이 닦았다는 채광된 석탄을 정선 함백역으로 실어 나르던 산꼭대기 산길이지만 비교적 잘 닦여진 길이다.
산자락 아래로 멀리 보이는 강원도의 산야는 따사로운 빛을 받아 반갑게 웃고 있었다.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기를 수없이 반복하여 하이원 골프장을 지나 백운산 진입 입구 길에서 바라보는 자락의 서남부는 멀리 장관을 펼쳐 파노라마를 이루었다.
가파른 절벽길이 아래에 아찔하게 내려다보이고, 풍상을 오래 견뎌낸 나무들이 굳세게 그 자리에 서 있는 풍광은 숙연함을 자아낸다.
아~!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출하랴.
누구에게 그대로 설명을 하랴.
동원탄좌 제1호 갱구를 지날 때 작업 인부들이 보였다.
가져간 과일을 나누었더니 따끈한 커피를 내 준다.
1994~1995년 국회에서 지역구 출신 태백 정선 박우병의원과 영월 평창 김기수 의원을 도와 폐광특별법을 만들 때 이곳으로 강원랜드 자리를 정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역 지도자들인 정선 사북 심을보, 고한 박효무 님 등과 강원도청 김진선 기획관리실장(후에 3선 도지사)과 이근식 과장(후에 부지사) 등이 숨은 공로자였다.
지난날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에서 6킬로미터 이어지는 스키 슬로프를 타고 내려 온 적이 있고, 두위봉을 등정해 백운산 길을 다녀갔지만 이번에는 꼭 운탄길인 하늘길을 지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하늘길에 봄, 여름, 가을에 피는 야생화와 겨울의 눈꽃들을 볼 수 있는 그 무엇을 구상하고 싶었다.
스위스 알프스 융플라우 형 산악기차를 생각해 본다.
물이 고인 도롱이연못을 지나 화절령에 이르러 부터는 강원랜드 마운틴콘도로 내려가는 길과 운탄도로가 계속되는 함백 방향 새비재 길로 갈라진다.
화절령에서 두위봉의 후사면을 돌고 돌아 17킬로미터 떨어진 새비재를 지나 함백역까지는 24킬로미터 긴 60여리 거리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길은 MTB 자전거로 딱히 좋은 로드이지만 험로라 다른 이가 보이질 않는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단 한 대의 MTB를 만나질 못했다.
눌러쓴 화이바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목은 타 오른다.
물 한 잔 깊게 마시고 다시 달리는 숲속 산길은 산소길이다.
속이 후련한 맑은 공기를 마음껏 혼자서만 마시는 것은 같이 동행을 못한 이들에게 죄스러움이 나올 정도이다.
새비재로 가는 산악길은 고요한 산중의 나홀로 행차여서 산이 동반자이다.
가끔 다람쥐가 반기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물든 낙엽 사이로 환영을 해 준다.
오늘 나그네 된 내게 구름 산을 지나는 인생길은 황홀감이다.
'구름 인생'이다. 여기서 자작시 한 수 읊다.
<구름 인생>
榮鹿 문태성
겹겹이 둘리어
헤아리기 부족하메
떠 가는 유영.
산을 넘고 물 건널새
바람이 스치우며
구름도 막아서랴.
오르려 하나
채우려 하나
쭞으려 말고
앞서지도 말고.
두위봉엔 보물이 숨어 있다.
한국 최고 최다의 야생화와 1,400년 된 초대형 주목 3그루를 포함해 700 여 그루의 주목단지, 수시로 변하는 운해의 변모가 그리는 그림들이다.
구비를 돌고 돌아도 또 구비다.
아리 아리랑 고개다.
어느새 높이 떠 있던 해도 기울어 이곳 고산에도 어둠 그림자가 비추인다.
힘이 드는 나홀로 산행이고 초행길이라 페달을 더 세게 밟는다.
새비재까지 펼쳐지는 풍경은 여전히 명장면이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 쬐이는 산속은 이제 곧 저녁이 다가온다.
그 산속에서 또 하루를 준비할 미물들이 지나간다.
산림경영과 산불 진화를 위해 곳곳에 바리게이트가 길을 막아 자동차는 통행불가능이고, 일반인은 11월부터는 산불 때문에 입산통제다.
쉬임 없이 달리다 펼쳐진 장면을 위해 잠시 내리어 스냅을 찍고 다시 또 달려 다달은 곳 새비재에서는 또 다른 별천지를 만나다.
50만 평의 고랭지 채소단지가 펼쳐진 동리다.
이 높은 곳에서 배추, 무우가 생산된다.
고랭지 채소는 1년에 한 번 짓는 농사로 우리나라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을 태백 평창 정선 영월의 해발 700미터 이상 지역에서 생산을 하지만 값이 등락이 심하여 늘 농민들이 애환을 겪는다.
새비재에서 함백역까지 내려오는 사이에 일제시대 때 일본에서 해방 후 징용에서 돌아 온 나의 아버지께서 일하셨던 함백탄광 앞을 지나다.
아버지는 이곳에서 6.25를 맞으셨는데 휴광이 되고 영월 고향으로 돌아와 포병 정보원으로 참전하셨다.
함백역에 이르니 저녁 어스름이다.
다시 트럭에 MTB를 싣고서 두위봉을 넘어 고한 출발점으로 향하다.
자전거에는 흙먼지가 수북하지만 펑크 없이 잘 달려 주어 고맙다.
지난번 서울에서 영월 동강까지 200킬로미터 단종 유배길을 하루 만에 주파할 때 타이어가 터져 7킬로미터를 끌고 가서야 새 타이어로 교체한 터라 이번에 염려가 되었었다.
이 산길에서 펑크라도 난다면 40여 킬로 10시간 산길을 야밤까지 영락없이 걷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서울 한강에서 부산 낙동강, 목포~광주 영산강, 군산~대전 금강까지 전 구간 2번,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경기 문산 임진각 DMZ 구간 MTB 국토탐방에 이은 이번 하늘길 투어는 내게 새로움과 과제를 더해 주었다.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덜커덩 대는 돌덩이 흙덩이 길을 잘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다.
언제 다시 이 행복한 천상의 길을 되돌아볼꼬!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