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장례식 – 조현선 장편소설
이 소설책에 는 에필로그는 있으나, 프롤로그는 없다.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끝은 장대하리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수법인지는 모르겠다.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으나, 왜 이렇게 막연한, 허구의 글을 읽으며 시간 낭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고 그런 것인지 모른다. 허구의 이야기라는 것 말이다. 물론 아무 서사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읽고 나도 괜히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이런 통속소설류인지는 모르겠다.
스무 살 주인공 나희는 병원 매점에서 야간 알바를 시작한 뒤에 인적이 드문 밤마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나희에게, 해 질 녘부터 찾아오는 손님들은 외면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타인의 삶과 죽음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고, 동시에 조금씩 예상치 못한 진실에 다가서게 되는데, 이는 바로 손님들의 주문에 모두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나희는 가게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사람들, 혹은 이미 떠났어야 할 그들이 남긴 기묘한 주문을 처리하는 동안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감정의 실체와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마지막 바람을 대신 전하는 동안에 과연 그녀는 자신의 지난날로부터 어떻게 다시 나아가게 될까?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죽음을 다루되 슬픔에 가라앉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새벽 두 시, 할머니가 다시 나타났다. 나희는 가만히 있다가 어쩐지 억울해져서 투정부리듯이 말했다.
“할머니, 사장님이 화나신 거 같아요.”
당연히 할머니는 대답이 없었다.
“할머니가 준 쪽지 때문인 거 같아요. 제가 안 보여드리고 그냥 모아만 놨거든요. 근데 그 쪽지 보고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건지도 모르겠어요.”
방심하는 순간, 마음이 먼저 울어버리는 이야기! 삶과 죽음이 매일 마주치는 종합병원의 밤, 매점의 야간 아르바이트에게 남겨진 엉뚱한 주문들이 뜻밖의 달콤한 온기로 하나둘 쌓여간다. 건조한 일상의 틈새를 채우는 온기와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힐링과 서스펜스의 묘미를 선보이는 조현선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장례식』
누군가는 분초를 다투며 뛰고, 다른 누군가는 쉽게 잠들지 못해 밤을 지새우는 곳, 울음이 멈춘 뒤에도 불은 꺼지지 않고, 각자의 이유로 자리를 지키며 삶과 죽음의 운명을 기다리는 공간, 바로 그 종합병원 한복판, 1층 매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삶과 죽음의 서늘한 경계에서 뜻밖의 유쾌함과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고 싶어 병원 매점의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스무 살의 나희는 늦은 밤 매점을 찾아온 손님들이 단순히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차린다. 매점에는 없는 물건을 찾고 생뚱맞은 부탁까지를 하는데, 손님들을 거절하지 못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동안에 이 모든 것이 이승을 떠나지 못한 손님들의 마지막 염원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해 질 녘 매점을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배회하고 있다. 고양이를 가게에 홀로 남기고 온 미용실 아주머니, 치매에 걸린 아내를 혼자 돌보는 공장 사장님, 기댈 곳 없이 혼자 세상에 부딪히며 고립되어 가는 고등학생, 온갖 의료 기구에 연결된 편치 않은 할머니,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을 거라 했지만, 서른까지 살아낸 희귀병 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희는 계속해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돌보고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의 임무들이 손님들의 떠나야 할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열쇠임을 알게 된다.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적 설정 위에 애도와 돌봄, 회복과 성장의 과정을 층층이 쌓아 올리고 있다. 인물들 사이에서 오해와 경계를 풀기도 하고,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려는 과정에서 타인의 마지막을 돕는 일은 곧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되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비로소 살아갈 이유와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마지막을 돌아보는 이야기,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이야기로 가득한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이 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건네고 있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는 그 누군가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