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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차 백두대간 산행 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매봉-선자령-대관령
2013.04.14 거리:4.5km 시간:8시간38분
새벽 네시경 산행 예정지인 진고개를 좀 못미처 개잔이라는 곳에 버스가 멈추었다. 진고개 관리소 직원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우회로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휴전선 부근에는 이름모를 산불이 나고 비를 동반한 돌풍이 예고된 가운데 착찹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모든것이 조심스럽다. 04:11
어둠에 빨려들듯 산행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비바람을 알리는 알리는 전조로 싸락거리는 빗방울이 시나부로 떨어졌다.
비설거지를 하듯 비를 대비해 비옷을 갖추어 입는다. 발밑이 어둡다. 몇개만 남겨두고 렌턴불도 될 수 있으면 꺼라고 지시한다.
늘 야간 산행이 그렇듯 정신만 올빼미처럼 또렷한 채 잠이 덜깬 몸은 꿉꿉한 관절에 낀 오래 된 통증처럼 잔뜩 나를 괴롭혔다.
3년전 가을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오르며 찍은 사진들이다. 위 지도에서 보듯 우리는 이 길을 걷지 않았다. 참 인상적인 길이었는데... 어두움과 공권력이 앗아간 풍경을 추억을 회상하며 몇장 올려본다.
뭔가 말하고 싶을 때가 있고 말하고 싶은 바가 억눌린 채 언어가 탄식이 되어 터져나올 때가 있다.
탄식이 곧 빈 언어는 아니다. 탄식은 집약이요 알집이다.
노인봉 오르며 만난 늙은 구릉의 풍경은 억눌린 침묵같은 육중한 무게로 다가왔다.
그 무게는 걸음을 가로막는 무게가 아니라 어떤 외부의 무게도 감당하고도 남을것같은 포용이요 은혜와 같은 단단함이었다.
어둠 속을 걸어가며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는것은 발 밑의 요철진 땅이었다. 고냉지 채소밭임이 분명했다.
때로는 밭 가운데를 걷기도 하고 때로는 밭 가장자리를 타고 올랐다.
헛개나무
그리고 긴 계단이 나왔다. 계단은 제법 가팔랐지만 이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곧 노인봉 갈림길이 나온다.
2010.10.26 노인봉 등반 빛이라고는 없는 비오는 신새벽에 노인봉을 일부러 오른다는것은 일족의 오기요 집착이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거다.
대간길에 나서기 전에 나는 대간길에서 약간 벗어난 산들은 미리 예습을 하듯 올라둔 곳이 있는데 노인봉도 그 중에 하나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주적 주적 비를 맞아가며 일행들을 기다릴 바엔 차라리 따라 올라갈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좌우간 3년전에 본 노인봉의 모습은 저랬다. 풍경은 맑고 그윽했다. 증명사진 한장 달아 본다.
05.49 비 속에 벌을 받듯 서서 일행을 기다리는 동료들
금지된 산행
무인대피소 화장실 뒤편 금지구간 표지를 월담하여 산행을 이어간다.
가서는 안되는 구간, 길을 막는 사람의 당위성과 길을 기어이 가야겠디는 사람들의 당위성이 충돌하는 곳.
암묵적인 허용이 통하는 달의 뒷면과 같은 이곳, 바로 화장실 뒤켠이다.
자신마저 속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속일 수 있다.
자신이 속이고 싶은 바를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면 그만이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가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 길이 진실로 원하는 길임을 믿어버리는것.
06:31
안개비 사이를 걷는다. 차갑다 어둠 뒤켠에서 살인을 준비하던 그림자 무사처럼 새벽이 별난 비바람을 몰고 왔다.
금지의 땅에 들어선 인사치고는 고약하다. 가는 얼음 알갱이가 섞인 비였다. 비옷 위로 좁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법 따끔거렸다.
푸른빛을 머금은 물기운이 금방 몸 속으로 차갑게 스며들었다. 대기와 몸이 하나가 된듯 차가왔다. 금새 새파레진 기분이 들었다.
할수 있는것과 원하는 것이 뒤섞여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될것같은 선택의 스트레스.
그런 선택마저 차압당한 오늘의 산길. 세상은 때로는 너무 과하고 지나치다.
그 과하고 지나친 수많은 목표와 선택을 피해 산으로 온 나는 또 새로운 선택에 직면한다.
하지만 그것은 퍽 단순한것이다. 나는 오늘 이 비정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빗길을 씩씩하게 걸어나가 구간 하나를온전히 완성하고 싶을 따름이다.
언제나 처럼 오늘도 신은 내 소망을 들어주실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내 차례가 되어야한다. 오랜 기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산길을 걷되 차례를 기다리는것처럼 걸어라. 서둔다고 내 차례가 일찍 찾아오는것은 아니다.
추위를 견디고 비를 즐기듯 즐풍목우의 긴 기다림으로 즐겨라. 희망은 기다림의 선물이니까.
꼴찌가 선두가 되고 선두가 꼴찌가 되는 알바를 몇번 한 끝에 결국 꼴찌가 되고 말았다.
시그날 하나 없는 숲은 눈을 뒤발한 채 길을 교묘히 속였다.
다시 이 숲을 들어선다하여도 나는 갈피를 못잡을것 같았다.
난데 없이 길이 나타나고 난데 없이 만나서는 안되는 물길을 건넜다. 아마 능선을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려면 어때 나는 어짜피 낙천주의자인데... 오히려 꼭 길을 곧이 곧대로 걷지않으면 천지가 꺼질것처럼 구는 원칙과 강박의 환자들을 경멸하는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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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황병산 감시초소
1328m 07:05
노인봉 대피소에서 소황병산 매봉에 이르는 구간은 2017년까지 출입금지 구간이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길처럼 보이는데 아마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휴식년을 갖는 모양이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지나다닐 이유가 전혀 없는 길이기에 결국은 대단꾼들만을 위한 금지구역이 되고 말았다.
대간꾼들은 우리처럼 기어이 이길을 가야만하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한다면 차라리 통행료를 부과하는 편이 더 옳지 않을까.
월담을 기념하며 한장 찰칵
소항병산 감시 초소를 지나니 의외의 평지가 나오고 우리는 또 숲을 찾아 길로 스며든다. 큰 비는 아니었지만 세찬 비바람을 동반한 비였다.
홋카이도 다이세쯔산에서 맞은 비바람에 버금가는 끔찍한 악천후였다. 비로소 뜨거운것이 간절했다. 특히 시린 손이 문제였다.
손이 얼만큼 낮은 온도는 아니었지만 손 마디 마디,특히 손 끝이 바늘로 푹 찌르는듯한 고통으로 괴로왔다.
일행의 사타구니 사이에 손을 넣고 부비어도 보고 한 손은 바지 호주머니에, 한손은 겨드랑이에 꽂아넣고 걸어도 보았다.
손은 점점 마비되어 갈 뿐 소변을 보기 위해 지퍼를 내릴 힘조차 없었다.
추억의 힘은 당신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바람은 늘 당신 쪽애서 불어 온다.
매봉 가는 길 휘어져 돌아가는 눈길에 오목눈이처럼 말간 얼굴로 그대가 서 있다.
그대와 나누어 마신 따뜻한 차들이, 돈네코의 추억이 낯선 숲길을 떠다닌다.
흐린 풍경의 모서리. 당신의 가는 손목처럼 헐거워진 세월. 주적거리며 멀어지는 비바람이 하필이면 그대를 불러 세운다.
진달래를 보러 향일암에 간 당신도 나처럼 떨고 있을까?
따뜻한 당신의 속살, 그 속살에 묻혀 드는 따뜻한 잠이 그립다
08:35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북해도 비에이에서 사랑으로 이름붙인 많은 나무들을 만났을 때 딱 느껴졌던 그 홀가분한 기분 그대로의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마음을 말끔히 지워내기 위해 필요한시간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잠시도 서 있을 수가 없다.
바람은 내 몸을 흔들고 내 작은 사진기를 끊임없이 흔든다.
렌즈는 이미 비에 젖었고 비바람에 혼자 남은 나는 두렵다.
그 만큼 아래 세장의 사진은 내게 소중하다. 내 고통을 내주고 거두어들인 풍경. 그 풍경이 비로소 자신의 말을 들려준다.
살다가는 날 모든 것을 버리고도 차마 아까와 꼭 지니고 가고 싶은 풍경이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이 길을 따라 그냥 이대로 세상 저편으로 가버릴 수는 없을까
나는 지금 길 위에 있으며 영원히 이 길 위에 있을 자신이 있다.
길 끝에 놓인 또 다른 길을 찾아 세상을 헤메이던 내가 窮究(궁구)를 져버리고 찾아 온 이 실낱같은 그리움.
헤메임 중에 얻은 나의 유일한 붙박임.
쓴 술을 앞에 놓고 사랑을 나누듯 이 야비한 자연의 포효 앞에 나는 남모를 평화를 찾는다.
옅은 박무로 살을 가린 세상은 말이 없는 가운데 경건한 제례를 준비 중이다.
차가운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듯 비바람 속에 얼어가고 있다.
손끝에 감각이 없다. 네개의 손가락을 모두 동원하여 셔터를 눌러본다.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
바보가 된 손가락이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언손을 녹이는 동안 사방은 모진 비바람만으로 가득했다.
세상의 포효 속에서 귀가먹은 사람처럼 정적을 찾아 헤맨다. 마침내 셔트가 눌러졌다. 고통의 자식이다.
내가감당할 만큼의 고통을 내려주신것은 신의 선택이다. 감사할 일이다.
고통의 신새벽을 이기고 나면 산이 또 한구비의 산을 만나듯 희망이 고통을 영접한다.
겨울을 보내는 세상이 비로소 물에 젖는다. 재생의 봄처럼 나도 치유의 사간을 맞을까? 싱그러운 과육처럼 생명의 단물을 머금은 산 이 알싸한 아침의 몸짓.
그 고요 속에 비로소 세상의 원근이 보인다.
자연 앞에 스스로 무장해제되어 들숨과 날숨을 고스란히 내맡긴 채 나는 고통이 감겨 준 절반의 눈으로 산길을 걷는다.
함정처럼 매몰된 적요 사이로 헛기침과 같은 욕망들이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오장에 무거운 빗장 하나 걸어두고 저 땅과 하늘이 마주 닿은 희미한 미지의 끝으로 희망의 수레를 끌며 나아간다.
누구의 생애인들 불꺼진 밤이 없겠는가. 그 어둠 속 호롱불같은 슬픔이 또한 없었겠는가.
먼산은 늘 피안이되어 내 무디어진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다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난것처럼 산을 앞에 두고서는 늘 두렵다.
신은 왜 나에게 병을 주고 산길을 걷게 하였을까?
욕망과 경쟁 속에 죽어가던 내가 마침내 꺽어진 무릎을 끌며 세상을 박차고 나왔지만 이제 비로소 미망과 희망이 둘이 아님을 깨닫는다.
겨울을 이겨 봄에 핀 꽃조차 다 나무의 상처란 사실을.
이제 산간에는 봄이 오고 눈은 녹아 산새들이 늙은 나무에 깃들듯 나의 산들 또한 열망으로 빛날것이다.
겨울을 벗은 슬픔이 희망의 봄을 맞듯 내 힘겨운 어깨 위에도 따사로운 봄바람이 날아들것이다.
바람이 보이나요?
고통이 보이나요?
실과 같은 바람이 아니라 물결이며 거대한 부피인 바람.
그 바람이 요구하는 내 고통만큼의 통행료.
매봉에서 매봉을 알리는 표지석 하나 없다.
가는 길에 미련도 없다. 다만 근심이 가득할 뿐.
매봉 정상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게시판이 하나 서있고 그기다 매직으로 갈겨쓴 "매봉 1173.4m"표시만 보인다.
백두대간의 중심축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요 인위적 간섭에 민감한 삵,무산쇠족제비 노랑무늬 붓꽃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의 통행을 금지한다.
이 후미진 세상에 대간꾼이 아니면 오가는 사람 없으니 이제 어였한 대간꾼인 나는 이 글을 쓴 놈의 주둥아리라도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숲을 걷어내고 땅을 밀어 이렇게 거대한 목장을 만들어 산새며 들짐승을 모조리 몰아 낸 놈들이 산꾼들의 작은 발자국 소리가 거슬려 출입을 금지한다고!
이것이 다 내가 아니라 너희가 한 짓이다. 이 썩을 놈들아!!!
아무 댓가도 없이 세상을 살아왔다는 것이 사실은 다 신의 은총이었습니다.
세상은 저항으로 가득하고 우리의 삶 또한팍팍한데 그 은총과 사랑 한꺼풀 벗겨내고 보니 세상 살아간다는 일이 참 버거운 일이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봄날, 나비조차 살랑거리며 놀기 좋은 봄길을 나는 내 몸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심한 비바람의 저항을 견디며 걸어갑니다.
자연의 본성이란 이렇습니다. 꼭 마음을 닮았습니다. 오늘에야 그것을 깨닫습니다.
자연의 여건에 내 몸을 맞추는 방법들을. 나를 다스리는 방법을.
바람에 사람들이 날리어 가는것 같다.
즐풍목우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을 한 제대로의 우정을, 그 진한 사골국같은 의리를 몸으로 느ㄲ게한 동지들 . 이 동지들이야말로 산길의 희망이자 용기다.
10:23 곤선봉을 힘없이 지나며
坤伸봉이라 땅을 펼친 봉우리라는 뜻인데 이름 그대로 땅이 쫙 펼쳐져 보이는 봉우리이다.
매봉이 왜 매봉인지 노인봉은 노인이라도 올라가는 봉우리란 뜻이지 애매한 가운데 이름 그대로 땅이 확 펼쳐져 보이는 곳이니 잘붙여진 좋은 이름이라고 할만하다.
곤신봉 지나자 멀리 선자령이 보인다 곤신봉과 선자령 사이에 여자의 아랫것같이 움푹 꺼진 부분이 나즈목이다.
나즈목이
참 예쁜 이름이다. 곤신봉만큼 잘 붙여진 이름이다.
11:00 황병산(좌)과 소황병산(우)
여의도의 7.5배 남한의 500/1에 해당되는 동양 최대의 목장 국가로부터 임대한 것이라고 한다.
산행을 왜 하는지에 답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삶이 인간을 향해 던져 줄 답이 없듯이.
산행에 답이 있다면 우리는 왜 굳이 이 긴 길을 에둘러 여기까지 왔겠는가.
산행은 다만 인식의 방편이다. 인식이 없다면 산행은 없다.
삶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듯 산길을 통해 삶을 배워나간다.
산행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이 있기에 산행은 예지요 또 영광이다.
눈 속의 제비꽃
웅웅하고 바람개비가 도는 소리가 난다 높이 80여m가 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두렵고 아찔하다. 저 바람개비가 떨어져 나와 굴러다니는 영화를 본 탓이다.
11:17
선자령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장 힘겹게 걸어 왔다.
산티아고의 길처럼 고통을 참아가며 이룬것이니 아름다움을 얻는 노력치고는 참 성스럽다.
갈길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마음 속 물음들이 낚시바늘처럼 머리 속에 어지러웠던 오늘 하루의 발걸음. 나를 대간길로 이끌었던 세개의 길을 오늘로써 다 마감하였다.
나머지 길들은 덤이다. 오늘은 길을 걸으며 삶을 떠 올리는대신 오로지 그동안 나의 외연이었던 무시못할 자연의 힘들을 온 몸으로 실감한 하루였다.
선자령이 가까와 지자 날은 개었고 비거스렁이가 된 바람은 제 분에 이기지 못한 짐승들처럼 몰려다녔다.
아침을 가득 채웠던 물안개들도 사라졌다. 안개가 사라진 하늘은 차츰 푸른 빛을 거두어 한없이 투명에 가까왔다.
도무지 나를 해할 ㄱ두석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말간 얼굴의 하늘이었다. 끝이 좋으니 모든것이 다 좋았다.
바람개비가 있는 풍경들
하늘과 땅의 경계
이전에는 저 뒤에 대관령을 지키는 군부대가 있었고 군부대가 철수한 후 자연 복원 중이라고 한다.
이번 구간의 특징은 누가 뭐라해도 금지이다.
금지된 구간에서 금지된 산행을 즐긴셈이다.
12:49
마침내 대관령
관선 시장 시절에는 대관령에서 선자령 일대가 다 출입금지 구간이었다고 한다. 민선 시장이 들어서고 난 후 길이 열리자 늘어난것은 등산객과 산불이었다.
누구 할것없이 산불은 조심해야하고 자신은 산불을 낼 아무 염려가 없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해마다 산불은 나고 산불이 한번 나면 그 손실은 어마어마하다.
자유를 탓해야 할까? 구속을 탓해야할까!
추위에 기가 죽은 얼레지
- 후 기 -
꽃추위를 몰고다니는 사나운 봄바람이 돌직구처럼 날아드는 선자령.
매봉 그 의엿한 산을 품은 넉넉함은 다 어디가고 헐거운 깃을 파고드는 바람만 상념의 칼날을 무디게했다.
내 품에 품어온 모든 생각들이 다 바람이 되어 날아갔다.
봄을 은유할 꽃 한송이 피지 않은 언덕은 감전동 모텔을 나와 돌아오던 길처럼 휑하니 비어있었다.
헛것이 되어버린 젊은 날이 떠오른다. 참 기막힌 청춘이다.
한때 사랑이라 믿었던 젊은 날의 아픔들이 청양고추처럼 알싸했다. 추억이 맑은 하늘 아래 자맥질을 하듯 멀어졌다.
세상 모든 사라진 것들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견고한 그리움이 있기때문이다.
오늘 그 견고한 그리움 속으로 그어진 한줄기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이제 저 마지막 길 모퉁이를 돌면 만날 새삼 나를 의지해 살아가는 아랫목같은 사람.
이 세상 모든 길들이 오직 그 한사람을 향한 그리움임을 나는 의심없이 믿는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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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악천후 속에서도 많은 사진을 올리셨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산행은 한마디로 즐풍목우(櫛風沐雨)산행이였네요^*^
좋은 작품 즐감하고 갑니다.
맞습니다.즐풍목우
비바람 맞으면서도 늘 그 생각을 했습니다.
강철의 후미조들 사진이 별로 없어 허전하네요.선자령에서라도 한장 찍어둘걸 ㅠㅠ
씨린 손끝..
물찬 등산화 솎은 금방이라도 얼뜻...
강풍은 사람을 날릴 것 같고..
아~찔한 날이였내요..
빨리 산행을 끝냇으면 하는 생각 외..
아무 생각없이 걸었든 산행이였내요..ㅎ
그 살벌함 솎에서도
헛 되지 않는 걸음을 걸어셨내요..
조용함솎에 대관령 강풍에 또 젖어 봅니다...
잘 읽고, 느끼고 갑니다..
그래도 선배님들과 어울려 한구간 끝냈다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참 느낌이 좋은 길이라 조근 조근 걸어보고 싶었는데 좀 아쉽습니다.
저희 12기에는 또 한번의 기회가 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지요.
감사합니다^^*
그 아름다운길을 아무생각없이 걸었네요
대관령초원 생각만해도 아름답고 설레고 기회가되면 12기에 한번더가봐야겠어요.
악천후속에서 찍은사진 잘보고갑니다.
좋은 날씨를 받아 함께 걷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