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보유적 기행》
-정창현 지음/역사인 2022년판
재회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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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평양(平壤)에 있는 고대 삼국시대 고구려 유적인 안학궁은 그 규모만 놓고 볼 때 당대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당(唐)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에 있던 대명궁(大明宮)과 비교할 정도였다고 하며, 북의 역사학계에서는 2003년부터 고구려를 황제국의 위치에 있었다는 관점에서 그 성격을 규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는 복원도와 북한의 김일성종합대학의 역사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광경에서 보여주는 복원된 실물모형은 서울에 있는 조선시대의 경복궁만큼이나 아름답고 통쾌하다. 그리고 동시에 아련한 그리움에 젖어들게 한다.
금강산 기암절벽과 각양각색의 봉우리들이 장엄하게 펼치는 비경들과 일제강점기와 육이오 전쟁의 참화를 피해 남아있는 사찰들의 정경은 더욱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아울러 또한 그리움을 부른다.
역사는 한편으로는 애절한 시선으로 돌이켜보는, 우리가 지난 날 살아온 질박한 이야기들이다. 척박한 기후 환경과 지질, 그리고 지정학적 정치 상황 등의 각종 태생적이고도 돌이킬 수 없는 시공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기록으로 무엇 하나 우리에게는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역사의 도도한 장강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은 현재가 바로 이 땅에서 서로 얼굴을 날마다 맞대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과거의 역사는 한 편의 애절한 비가(悲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재와 미래를 거치며 준비하는 교훈적 서사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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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북한 국보유적 기행》에서는 2015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 이후로 서로의 공식적인 교류가 끊어진 상태에서, 그때까지 10여 차례 역사(국사)를 전공한 전문학자로서 북한을 방문하며 북한 전역에 있는 우리 민족의 유적과 유물,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대한 각종 자료를 취합, 정리한데 이어 사진까지 곁들여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지역과 유적에 대한 민담과 전설도 일부 곁들이고, 북한의 역사 유적 해설가의 안내를 마치 현지 방송하는 것처럼 그 말씨를 정감 있게 그대로 옮겨놓아 한 편의 교양서이자 여행 소개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오랜 시간의 이산에 따른 민족 간의 동질감 상실을 우려하고 나날이 격해지는 국가 간 정치, 경제적 경쟁 속에서 상생을 위한 민족 간, 양 국가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단절된 교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을 느껴 쓰게 되었다는 책의 발간 목적을 말미에 간절한 논조로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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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장에서 잠시 언급한 평양을 포함해서 우리에게 낯선 지명이기도 한 자강도와 묘향산, 중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평안북도 의주, 고려의 오백 년 도읍지 개성, 그리고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과 함흥 등의 북한 전역에서 발굴되어 보존 중인 유적과 유물이 골고루 소개되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낡아 허물어진 모습의 각종 유적지를 찍은 흑백사진과 현재의 복구되거나 복원된 칼라사진을 비교하며 바라보는 감회는 남달리 새로울 수밖에 없다.
육이오 전쟁 후의 남북한의 치열한 체제경쟁 속에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역사유적 발굴과 복원 관련해서 학자와 여러 문화관련 관계자들이 방북하여 상호간에 협조와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감지하기에 이르면 과연 한민족이라는 자긍심과 뜨거운 민족애로 가슴을 촉촉이 적시게 만든다.
-...남과 북의 생활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잘못됐다는 ’틀림‘의 시각으로 서로를 보면 대화와 교류가 어렵다. 서로 간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만남과 교류, 토론을 통해 접점을 마련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본문 : 마지막장 ’남북 문화유산의 활발한 교류를 꿈꾼다‘ 중에서)
어쩌면 개인의 인생사에서도 중요한, 남북 상호 간의 교류에 있어서 필요할 작가의 간절한 당부가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귓전에 맴돈다.
(2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