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중미사에서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나는 내가 맡은 몫을 잘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본당에 계시면서 신자들이 가끔 찾아와 “신부님, 그래도 됩니까?”라고 물을 때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보좌신부로 있을 때에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륜이 쌓인 후에는 “예, 그래도 됩니다.”라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말씀이 조금 의아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강론을 들으면서 그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신부님은 신부님으로서 해야 할 몫이 있고, 신자는 신자로서 해야 할 몫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당에서 생활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내 생각대로 되기를 바랄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해야 할 일보다 다른 사람의 일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다른 사람도 내 생각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의 포도밭 이야기가 그런 제 모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주인은 좋은 포도나무를 심기 위해 포도밭을 잘 일구었습니다.
돌을 골라내고 좋은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포도가 맺히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기대했던 것은 좋은 포도였지만, 포도밭에서는 들포도가 맺혔습니다.
이사야서에서 주님께서는 포도밭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셨는데도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 포도나무를 바라보십니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나 자신에게도 묻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도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가족을 주셨고, 이웃을 주셨고, 신앙을 주셨으며,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자리와 시간도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가 받은 것에 감사하면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포도나무가 포도밭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로서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 자기 몫인 것처럼 말입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내가 맡은 자리에서 충실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자리까지 내 뜻대로 하려고 한다면,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을 놓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인 마태오복음의 포도밭 소작인 이야기도 같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주인은 포도밭을 잘 가꾸어 놓고 소작인들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포도 철이 되자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종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인이 보낸 종들을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주인은 다시 더 많은 종들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똑같이 행동했습니다.
마침내 주인은 자신의 아들을 보내면서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자신들에게 맡겨진 포도밭을 잘 가꾸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소작인들의 몫이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몫을 넘어 포도밭 자체를 차지하려고 했습니다.
이 복음 말씀을 들으면서 ‘나도 혹시 이런 모습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것에 감사하기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맡은 일보다 다른 사람의 일을 판단하고 간섭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복음의 마지막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자리에서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신부님은 신부님으로서 맡은 몫이 있고, 신자는 신자로서 맡은 몫이 있습니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신부님의 역할을 충실히 하시고, 신자들은 신자들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서로의 몫이 조화를 이루고 좋은 공동체가 되어 갈 것입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의 몫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내 몫을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오늘 강론을 들으면서 특히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제가 봉헌하면서 했던 실수입니다.
봉헌자로서 내가 해야 할 몫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실수한 것만 생각했는데, 강론을 들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단순히 실수했다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준비했는지, 봉헌하는 마음가짐은 어떠했는지, 혹시 익숙하다는 생각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차분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합니다.
봉헌자로서 제게 맡겨진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회개합니다.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 정성껏 준비하고,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의 실수를 통해 오히려 제가 맡은 자리와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포도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 자기 몫이고, 소작인이 포도밭을 잘 가꾸어 주인에게 소출을 돌려드리는 것이 자기 몫이듯이, 나에게도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몫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몫을 바라보기보다 먼저 내 몫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나는 오늘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내가 맡은 일을 충실히 했는지, 그리고 내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열매를 맺게 했는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실수를 그냥 부끄러운 기억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바르게 살아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하느님, 제가 제게 맡겨주신 자리에서 충실한 신자가 되게 해주시고,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깨닫고 진심으로 회개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좋은 열매를 맺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6년 10월 4일
주중미사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