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알지 못한 말이 “그린워싱”의 뜻이
<기업들이 친환경적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표방하는 것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1980년대 말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트밸드가 피지섬에 갔다가 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호텔이 객실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타월을 재사용해달라’라는 안내문을 붙여둔 것을 보고 만들어낸 용어다.
영화나 연극에서 흑인 역할을 백인이 맡아 흑인의 존재감을 지우는 것을 화이트 워싱(whitewashing)이라고 부르는 데서 따온 말이다. 2007년 마케팅 회사인 테라 초이스(Terra Choice)가 출판한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여섯 가지 죄악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 사회 ・ 지배구조)가 부상하면서 금융권에선 녹색 채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적이라는 홍보와 달리 효과를 과장하거나 아예 거짓으로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면서 ‘녹색 거짓말’, 일명 그린워싱 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례로 한국전력공사는 2020년 5억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으나,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에듀월 시사상식
기업들이 갈수록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데 이 그린워싱을 ‘달콤한 거짓말’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입에 쓴 약의 겉에 설탕을 입힌 것을 ‘당의정’이라고 하는데 그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2021년 9월 28일, 스타벅스는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을 증정했다. 재활용컵을 많이 쓰게 해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는 목표였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목적은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MD 맛집’ 스타벅스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낭비된 셈이 됐다.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에게 “컵의 소재가 PP(폴리프로필렌)소재, 즉 플라스틱이므로 재사용 횟수는 20회로 권장한다”고 말했다. 언젠간 다른 컵을 사야 하는 것이다. 논란은 결국 그럴싸한 미끼 상품으로 소비를 유도했다는 ‘그린워싱 논란’으로 이어졌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행사로 다회용 컵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을 잠재우진 못했다.
그린워싱은 1980년대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가 처음 제시했다. 기업이 이익을 챙기려고 친환경을 허위·과장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개념이다.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불거져 온 그린워싱 문제가 요즘 들어 언급이 많아진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친환경 소비를 원하는 그린슈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기업들은 앞다투며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기업들은 친환경과 공정무역, 지속가능성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말만 할 뿐 환경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파괴하는 그린워싱을 자행하고 있다.
그린워싱의 실태를 고발한 책 ‘위장환경주의’는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을 고발한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고객들로부터 다 쓴 알루미늄 커피 캡슐을 받아 재활용하는 행사를 열었다. 네슬레는 “네스프레소 커피로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환경 파괴 문제는 교묘히 감췄다.
네슬레는 커피 캡슐을 만들면서 연간 8000톤에 달하는 알루미늄을 썼다. 1톤의 알루미늄을 만들기 위해 2인 가구가 5년 이상 쓸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고 8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또한 네슬레는 얼마나 알루미늄 캡슐을 재활용했는지, 캡슐 회수를 어느 정도로 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재활용과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필요한 정보를 숨긴 채 소비자들을 기만한 것이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기업 H&M도 “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든다”며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었다. H&M의 친환경 이미지에 안심한 소비자들은 빠르게 옷을 사고 버리면서 의류 쓰레기들을 만들었다. 개발도상국에서 물을 퍼 탄산음료를 만드는 코카콜라는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기업으로 셀프 포장했다. 석유생산 기업 쉘은 탄소중립과 풍력발전을 내세우면서 정작 석유 생산량 감소 계획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책의 저자인 독일 언론인 카트린 하르트만은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해 “고객들이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비판했다.
그린워싱은 비단 외국 기업 뿐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종이로 화장품 용기를 만들며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웠다. 막상 열어 본 종이 용기 안에는 플라스틱 통이 들어 있었다. 친환경 마케팅을 위해 쓰지 않아도 될 종이까지 사용하면서 환경 파괴에 동조했다. 이 밖에도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내용물을 담아갈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을 열며 친환경 마케팅을 이어갔지만 내용물을 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따로 팔면서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린워싱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갈수록 친환경 전체에 대한 의심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린워싱 규제는 제품 표시와 광고 위주로 이뤄진다.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된 표시 및 광고는 환경부가 감시하고, 환경성 외의 표시 및 광고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당한다. 제품 환경성의 경우 법적인 기준이 있어 제재가 가능하지만 주관의 영역인 마케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스타벅스가 이번 리유저블 컵 행사를 두고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것처럼 기업의 의도 하나하나 규제하고 밝혀내기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단법인 두루의 지현영 변호사는 이에 대해 “우리가 흔히 쓰는 친환경이라는 말은 사실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며 “친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만들거나 범주를 한정해 표시와 광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국민일보, 한은진 인턴기자
달콤한 것은 누구에게가 당기는 맛일 겁니다. 설탕을 덜 먹어야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단맛보다 더 좋은 맛을 없을 겁니다. 그래서 몸에 해롭다는 말을 귀에 달고 살아도 사람들은 단맛을 즐긴다고 생각합니다.
달콤한 말, 그게 정말 많은 사람들을 수렁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다 알고 있지만 거기에 빠지는 것이 또 어쩔 수가 없는 일일 겁니다. 이젠 기업들이 이런 달콤한 거짓말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세상이니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생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