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2) / 김별
양말을 벗어 던지다가 우연히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책을 발견하고 펼쳐 보니
오래도록 읽지 않아
책갈피마다 거미줄이 가득 쳐 있다
버려진 책인 줄 용케 알고
아주 제대로 집을 짓고 사는
거미들을 보며
순간 화가 나기도 하고 허탈했지만
" 현대인들이 버려야 할 첫 번째 쓰레기는 책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러
집에 있던 모든 책을
쓰레기장에 내버렸던 십여 년 전을 떠올리며
썩소......,
그야말로 쓴웃음을 지어 보는데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거미가
내 책 속 허공에 근사한 집을 짓고
강태공이라도 되는 양
세월을 낚을 수 있었던 건
그의 다리며 몸통이 실오라기처럼 가늘어
그의 신체가
공기보다 가벼웠음을 알겠다
시수라 했던가
나 시인으로 아직 너무 무거웠구나
이슬만 먹고 살아야 했던 숱한 세월
이제 그마저 끊고
정말이지
꽃향기나 맡으며 살아야겠다
*****
*시수~ 시를 쓰며 말라간다는 뜻으로
이태백의 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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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 ♡ 시인방
시수(2)
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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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2 22:5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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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
오늘도 변함없이 좋은 고운글 많이 주셔서 쉬었다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웃으며 살아 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