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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굽에서 430년만에 해방(37-42)
하나님의 약속이 먼 미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다림 속에서도 신실하게 일하시며, 그분의 계획은 결코 지체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해방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그분의 계획은 완벽하게 이루어집니다.
37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을 떠나서 숙곳에 이르니 유아 외에 보행하는 장정이 육십만 가량이요 38수많은 잡족과 양과 소와 심히 많은 가축이 그들과 함께 하였으며 39그들이 애굽으로부터 가지고 나온 발교되지 못한 반죽으로 무교병을 구웠으니 이는 그들이 애굽에서 쫓겨나므로 지체할 수 없었음이며 아무 양식도 준비하지 못하였음이었더라 40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 거주한 지 사백삼십 년이라 41사백삼십 년이 끝나는 그 날에 여호와의 군대가 다 애굽 땅에서 나왔은즉 42이 밤은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심으로 말미암아 여호와 앞에 지킬 것이니 이는 여호와의 밤이라 이스라엘 자손이 다 대대로 지킬 것이니라(37-42)
이스라엘 백성은 드디어 속박의 땅 애굽을 떠납니다. 애굽의 모든 첫 태생이 하룻밤 사이에 모두 죽음을 당하던 날 바로와 애굽 백성은 그들을 급히 내쫓았습니다(12:31-33). 바로는 그날 밤 즉시 모세와 아론을 불러 당장 나가달라 했지만, 그들이 14일 당일 밤에 출발한 것은 아닙니다. 민수기 33:3은 그들이 1월 15일, 곧 유월절 다음 날 출발했다고 보고합니다. 이것이 타당한 이유는 아침이 되어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이웃들에게 찾아가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물품을 구하여 취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라암셋을 출발한 뒤 첫 번째 야영지인 숙곳에 도착했습니다. 후대에 붙은 히브리식 지명인 숙곳(수코트)은 아마 애굽의 ‘테쿠’인데, 숙곳은 ‘초막들’, ‘움막들’이란 뜻을 지닙니다. 야곱이 지명을 붙인 동일한 이름의 장소가 얍복강 근처에 소재합니다(창 33:17). 그들의 첫 번째 정박지 이름을 후대에 ‘초막골’로 부른 이유는 그들이 그곳에 도착해서 최초로 형편없는 피난민 임시천막을 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후 이 생활은 40년간 계속됩니다. 숙곳은 나일강 델타 지역의 동쪽인데 라암셋에서 남동쪽에 위치합니다. 그곳은 오늘날 팀사 호수와 비터 호수 사이에 위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Sarma; Hamilton). 오늘날 팀사는 규모가 작고 비터는 대단히 큰데 과거 이러한 호수들은 홍해와 연결된 바다였을 것입니다.
출발한 인원은 유아를(아마 여성도) 제외하고 장정만(문자적으로 ‘보병’) 60만 명이었습니다. 이러한 인구 규모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상세한 논의는 생략하나 결론적으로 이 엄청나게 불어난 인구는 아브라함에게 맹세했던 약속의 성취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줍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닌 신학적으로 수용해야 할 숫자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수많은 잡족”과 더불어, 또한 심히 많은 가축을 몰며 애굽을 떠났습니다(38). 잡족, 즉 ‘혼합된 무리’의 정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방인 무리가 분명합니다. 또한 “심히 많은 가축”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올 때, 그들이 목축업에 종사한 관계로 엄청난 가축을 함께 끌고 나왔음을 말해줍니다. 그들은 애굽을 급히 떠날 때 여행길에서 먹을 반죽을 미리 준비해 그릇에 담아두었습니다. 그것은 “발교되지 못한 반죽”으로, 앞서 말한대로 누룩을 넣어두었는데, 아직 발효가 되지 않았다기보다는(Cassuto에 반대하여) 누룩을 처음부터 넣지 않은 반죽이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누룩도 허용되지 않아 무교병만을 먹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긴급한 탈출로 인해 먹을 만한 별다른 양식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기에 여행 중에 즉시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반죽을 준비해 출발했습니다(39).
‘잡족’의 합류는 추가로 생각해볼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내포합니다. 출애굽의 대장정에 이방인 무리가 대거 합류했다는 것은 이후에도 증거됩니다. 레위기 24:10-14에서는 어머니가 이스라엘 여인이고 아버지가 애굽 사람인 어떤 사람이 여호와의 이름을 모독하고 저주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민수기 11:4에서 ‘그들 중에 섞여 사는 다른 인종들이 탐욕을 품으며’ 고기를 먹게 해달라고 불평을 쏟아냅니다. 이렇듯 개종과 더불어 이스라엘 공동체에 합류한 잡족들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그나스(에돔 족의 하나) 출신인 갈렙과 같은 어떤 사람들은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큰 활약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됩니다. 잡족의 합류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여기서 우리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처음부터 ‘열린 공동체’로 출발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것은 궁극에는 열방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미래 계획에 대한 암시입니다.
40절은 이스라엘의 애굽 거주 기간을 430년으로 보고합니다. 그러나 430년이 창세기에서는 400년으로 언급되고(창 12:40), 신약의 사도행전에서는 450년입니다(행 13:19). 가장 무난하게 아마 430년인데 나머지는 어림수로 추정됩니다. 창세기는 내려서 400년, 사도행전에서는 올려서 450년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 백성은 430년의 이방 땅에서의 생활을 끝내는 이 특별한 밤을 대대로 기념일로 지켜야 합니다(42). 하나님께서는 그날 밤 밤새 이스라엘 백성 곁에서 그들을 지켜주셨습니다. 개역개정의 번역에는 아쉽게도 이것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나, 마찬가지로 그들은 그 일을 기억하면서 밤을 지새우며 그날을 기념해야 할 것입니다.
유월절 규례의 추가: 외국인의 경우(43-51)
우리 신앙 생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은혜는 단순히 형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구속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 은혜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구속의 은혜를 받았음을 감사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변화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구속의 상징인 유월절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43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유월절 규례는 이러하니라 이방 사람은 먹지 못할 것이나 44각 사람이 돈으로 산 종은 할례를 받은 후에 먹을 것이며 45거류인과 타국 품꾼은 먹지 못하리라 46한 집에서 먹되 그 고기를 조금도 집 밖으로 내지 말고 뼈도 꺾지 말지며 47이스라엘 회중이 다 이것을 지킬지니라 48너희와 함께 거류하는 타국인이 여호와의 유월절을 지키고자 하거든 그 모든 남자는 할례를 받은 후에야 가까이 하여 지킬지니 곧 그는 본토인과 같이 될 것이나 할례 받지 못한 자는 먹지 못할 것이니라 49본토인에게나 너희 중에 거류하는 이방인에게 이 법이 동일하니라 하셨으므로 50온 이스라엘 자손이 이와 같이 행하되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명령하신 대로 행하였으며 51바로 그 날에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그 무리대로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셨더라(43-51)
본문은 유월절 규례에 대한 지침을 다룹니다. 이 규례는 이방인이나 낯선 자가 유월절에 참여할 수 없으며, 오직 할례 받은 자만이 함께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하신 날, 유월절 규례를 철저히 지키며 대대로 전할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1) 외국인 종에게 적용되는 규칙(43-47)
여기서 하나님께서는 이 유월절 규례의 추가 사항을 덧붙이시는데, 특히 타국인들과 관련하여 준수되어야 할 유월절 지침들입니다. 앞서 ‘잡족’의 합류는 타국인의 유월절 준수 문제를 필연적으로 발생시켰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방 사람, 즉 타국인(벤 네카르)은 원칙적으로 유월절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3). 그러나 타국인의 경우라도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타국인 종과 거류민입니다. 44절의 ‘돈을 주고 산 종’은 외국 인종을 가리킵니다. 그 종이 동포 이스라엘인이라면, 이런 조건은 전혀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좋은 사실상 가족의 일원으로 합류했으며 하루 품삯의 일꾼과는 다릅니다. 이들은 할례를 받은 후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타국인 장기 체류자처럼 그 종의 선택 사항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48). 그러나 종이 아닌 임시 방문객(토샤브, “거류인”)이나 임시로 고용되어 삯을 받는 품꾼(사키르)은 단지 잠시 머물다 가는 타국인이므로 유월절 준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45).
만일 그 종들이 유월절 음식을 먹는다면 한 가족과 다름없으므로 “한 집에서” 함께 먹어야 하며 고기는 집 밖으로 반출해선 안 됩니다. 나아가 유월절 양/염소의 뼈를 꺾어서도 안 됩니다. 왜 뼈를 부러트리지 말아야 하는지 어떤 곳에서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고기를 통으로 잘라 밖으로 반출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말라는 취지인지 모릅니다. 어쨌든 온 이스라엘 회중은 이 원칙을 엄중히 지켜야 합니다. 덧붙여 뼈를 꺾지 말라는 명령은 중요하게도 시편 34:20과 더불어 뼈가 꺾이지 않고 죽으신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으심으로 연결됩니다(요 19:36).
(2) 거류민에게 적용되는 규칙(48-51)
마지막으로 외국인 중에 종이 아닌 장기 체류자, 즉 ‘거류민’의 유월절 준수 문제를 규정합니다. 거류민(게르)은 외국인으로서 전쟁과 기근, 또는 개인 사정으로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땅으로 건너와 그 땅에서 자리를 잡고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와 달리 ‘에즈라흐’는 “본토인”(49)을 뜻합니다. 오늘날의 신분과 비교하자면, 이스라엘 본토인이 시민권자라면 거류민은 영주권자와 비슷한 신분입니다. ‘거류민’, ‘나그네’는 할례를 받으면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 율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반면, 단순 방문객인 외국인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월절 규례는 본토인에게나 거류민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49). 온 이스라엘 백성이 이 유월절 지침을 명령하신 그대로 준수했습니다(50). 그날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그 ‘부대별로’(쯔바오트) 애굽으로부터 출애굽의 대장정을 떠난 날입니다(51).
본문의 말씀은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속하시고, 그들을 새로운 여정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과 그분의 구속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을 신뢰하며 기다리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의 규례를 기억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며, 구속의 은혜를 기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약속하신 대로 역사하실 것을 믿으며, 그분의 신실하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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