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열왕 18,41-46; 마태 5,20ㄴ-26
+ 찬미 예수님
오늘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성인은 두 가지로 유명하신데요, 강론을 잘하신 것으로 유명하고,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성인께 전구를 청하면 잘 찾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안토니오 성인은 1195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성인은 열다섯 살에 아우구스티노회에 입회하였는데, 자신을 찾아오는 친구와 친척들을 피하기 위해 2년 뒤 ‘성 십자가 참사 수도회’로 옮겨 8년 동안 공부와 기도에 전념하였습니다.
모로코로 선교 활동을 떠났다가 체포되어 참수당한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수사 다섯 분의 시신이 이 수도원에 도착하여 안장되었는데, 성인은 이때 깊은 감명을 받고 자신도 순교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작은형제회에 입회하였습니다. 이때 안토니오라는 수도명을 받고 곧바로 모로코 선교를 떠났지만, 병에 걸려 돌아오시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작은형제회와 도미니코 수도회 회원들이 모인 서품 미사에서 강론할 사람이 마땅치 않자, 수도원장은 안토니오 성인에게 강론을 부탁하였는데, 극구 사양하던 성인은 ‘성령께서 당신의 입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수도원장의 말에, 하는 수 없이 강론대에 섰는데, 모든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강론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성인은 유튜버로 열심히 활동을 하시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이단들이 성행하던 북부 이탈리아와 남부 프랑스에서 설교하시며 ‘이단자들을 부수는 망치’라는 별명을 얻으셨습니다.
안토니오의 명성을 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은 그를 직접 만나본 후, 프란치스코회 회원들의 교육을 안토니오 성인에게 맡기셨습니다. 이후로도 뛰어난 설교가로 활동하시던 성인은 병으로 35세의 나이에 선종하셨습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때 성인께 전구를 청하는 관습의 유래는 다음과 같은데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기 위해 평상시 시편집을 갖고 다니셨는데, 한 수련자가 이 시편집을 몰래 가져갔습니다. 이에 성인은 빨리 시편집을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하셨는데, 수련자가 죄를 뉘우치고 성인께 돌려드렸다고 합니다.
한편, 성인께서 돌아가시던 해 이탈리아 파도바에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채무자들을 돕는 법률이 통과되었는데, 성인의 특별한 청원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 법안의 사본은 아직도 파도바시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성인은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 제도적으로 돕는, 사회교리적 시각을 갖추신 성인이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독서에서 엘리야 예언자는 가르멜산에서 바알의 예언자 450명과 대결을 벌였고, 오늘 독서에서는 아합왕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합니다. 탈출기 24장(9-11절)을 보면, 모세와 원로들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후 먹고 마시는데요, 이처럼 계약을 맺은 후에는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어제 독서에서 엘리야가 기도하자 불길이 내려와 번제물과 장작과 돌과 먼지를 삼켜 버리고 도랑에 있던 물도 핥아 버렸고, 온 백성이 이것을 보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야훼께서 하느님이십니다. 야훼께서 하느님이십니다.”하고 외치는데요, 이것이 하느님과의 계약 갱신이라는 의미입니다. 아합 역시 하느님과의 계약 갱신에 참여했다는 의미로 음식을 먹으라고 엘리야는 명령합니다.
“이제는 올라가셔서 음식을 드십시오.”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원문에는 탈출기의 시나이 계약 후에 ‘먹고 마셨다’와 같은 단어로 ‘먹고 마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올라가서 먹고 마시시오”라고 번역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어 엘리야는 땅으로 몸을 수그리고 얼굴을 양 무릎 사이에 묻는데요, 열왕기 하권(4,34)에 보면, 수넴 여인의 아들이 죽었을 때 엘리사 예언자가 아이 위에 몸을 수그리자 아이가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역시 같은 단어입니다. 그래서 엘리야의 이 행동은 이 땅을 죽음으로부터(1열왕 17,21) 일으키는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형제에게 성을 내지 말고, 형제를 바보, 멍청이 취급하지 말며,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에 놓아두고 물러가 그 형제와 먼저 화해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난주 목요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두 계명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형제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하느님께 바치는 속죄 제물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씀하십니다.
나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있다면, 혹은 내가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있다면 그를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 안토니오 성인께, 잃어버린 물건만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 화해하고 싶은 마음도 찾을 수 있도록 전구해 주시기를 청해야겠습니다. 우리도 시나이산의 계약과 가르멜산의 계약 갱신처럼, 이 미사 중에 당신의 몸과 피로 계약을 맺으시는, 그 주님의 몸을 음식으로 영합니다.
주님은 복음 환호송에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 말씀을 실천할 때 주님과의 계약이 완성됩니다.
바르톨로메오 에스테반 무릴로, 아기 예수님과 성 안토니오 (1668-1669년)
출처: File:Saint Anthony of Padua with the Child.jpg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