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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tT1aNQpb7U
김영재
Yeong Jae Kim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롱비치
MFA청구전
1987
이 프로젝트는 주관적인 제한을 떠나 무작위로 선택된 개체를 사용하는 설치 작업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1983년 한국 미술 평론대상 논문, 즉 ‘우연의 왕국’과 1985년 롱 비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갤러리C에서 전시된 설치 작품을 따서 '우연의 왕국II'로 명명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易經과 케이지의 예술적 철학적 개념과 그 응용을 기반으로 했다. 나는 그들의 개념에서 우연히 운영되는 프로젝트를 도출했지만, 주된 관심사는 老子에 의해 시작된 “無用之用”이라는 역설적인 개념에 더 가까웠다.
내 의도는 시장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마음에 감동을 남기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온 작가로서 나는 동양과 서양의 전통과 현대 미술을 비롯한 제 작업과 다른 사람들의 작품에서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경험한 바 교감과 공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현대적인 방향에서 개념 미술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내 M.F.A.과정의 일환으로 1985년 갤러리C에서 우연의 왕국‘I’이라는 설치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시는 내가 작업실에서 옮겨온 물건을 설치한 것이었는데, 그중 일부는 내가 수정하고 다른 일부는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되었다.
이 설치에서 예술이 일시적인 작품보다는 아이디어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벤트의 기록과 작업의 문서화를 위해 슬라이드를 만들게 되었다. 슬라이드는 갤러리와 공모전 제출 및 출판 등 참고를 위해 사용되므로 그 중요성은 놀랄 만 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슬라이드를 사용하여 작품을 기록 보존하는 대신 슬라이드 자체를 작품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치환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우연작동의 역사적 검토
易經에서 유래 된 무작위 선택은 케이지에 의해 현대 미술 세계에 소개되었다. 케이지는 무작위 선택을 적용하여 동전 3개를 6번 던져서 음표를 결정했다. 이것을 卦爻法이라고 한다. 3개의 동전은 6번 함께 던져지며, 각 던지기는 卦爻의 한 줄을 결정한다.
동전 세 개를 던져 卦爻를 결정하는 것은 易占의 응용이다. 그러나 卦爻의 역동성은 케이지가 그의 음악에 적용한 것 만큼 간단하지 않다. 卦爻의 상징은 단순히 다른 것과 식별되는 디자인이나 패턴이 아니기 때문이다.
易占은 卦爻法을 사용하여 미래를 예견하는 힘을 가지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易經은 단순한 운세 책이 아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易經은 우주의 구조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려는 여러 세대의 중국 현자들의 시도의 집성이다.
식자들의 손에서 경험에 의한 끊임없는 수정과 주석이 아니었다면 易經은 과학과 초자연을 다룬 백과 사전이거나, 기껏해야 운세 즉 占치는 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폰스는“ '卦爻'라는 상징은 정신의 산물이.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을 끊임없이 형성하고 지시하는 것이 바로 그 일이며 그것은 동시에 부모와 자식이다.” 라고 말한다.
무작위 선택은 우연히 卦爻를 결정하는 동전 3개와 같은 예술적 선택 과정을 통해 작가가 자신을 가두지 않고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태도로 해석되었다. 우리가 비 예술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버려진 것이 예술일 수 있으므로 무작위 선택의 가치가 달성 될 수 있었다.
이러한 맥노톤의 莊子 번역을 통해 케이지는 예술계에 無用之用을 소개했다.
그러나 케이지의 無用之用 즉 쓸모없음의 쓸모는 원래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른 발견된 개념이었다. 그는 침묵을 소리와 결합하고 침묵과 같은 쓸모없는 것이 유용하다고 했다.
老子는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를 이루나
바퀴살 사이가 비어 있어 마차는 쓸모가 있다.
진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나
그릇 안이 비어있어 그릇은 쓸모가 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니
벽의 없음이 있어 집의 쓰임이 있다.
따라서 있음의 이로움은 없음의 쓸모에서 나온다.
라 했다.
추타카오는 도덕경을 번역하면서 노자는 사물의 사실과 달의 반대편과 같은 삶의 다른 측면을 언급했다. 그러나 아래 맥노턴의 해석은 도덕경의 번역과 다르다.
30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중심에 연결되어 있으나 마차의 쓸모있음은 그 쓸모없음에서 온다. 찰흙 덩어리로 접시를 만들 때 찰흙의 유용성은 그것이 없는 곳에 있다. 방을 만들 때 출입문과 창문을 잘라내지만 방으로서의 유용성은 그것이 없는 곳에 있다. 그래서 당신은 거기에 쓸모 있는 것을 가져다 거기에 없는 것으로 사용한다.
이 해석을 통해 깨달은 케이지는 음악에 침묵과 소음을 無用之用으로 차용했다. 그러나 莊子의 쓸모없는 쓸모에 대해 맥노턴은 도목수가 쓸모없다고 무시한 사당 나무를 이야기하고 있다.
도목수가 돌아오자 꿈에 사당나무가 나타나서 말하기를 나는 쓸모가 없는데 성공했고 내게는 대단한 쓸모였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며 이렇게 클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당신이나 나는 일개 물건에 불과하다. 어떻게 하나의 물건이 다른 물건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무용이란 유용과 동등하게 대우받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莊子는 말했다. 나는 유용과 무용의 사이에 위치하는 것이 더 좋다.
나는 무용의 용을 미술 자체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해석한다. 그것은 수집되는 오브제들은 일견 미술과 상관없는 듯 보이고, 형태를 만들고 전시할 때도 예술적인 의도나 상상력과는 무관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예술에 대한 나의 인식이다. 보는 사람이 전시된 작품을 예술로 보거나 그냥 단순히 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 “무용의 용無用之用-”으로 수용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법 및 절차
약 20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다가 오브제 제작의 중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작가의 창작 행위의 궁극적인 결과는 시청자의 마음에 인상을 남기는 것이며, 이 목표는 극장에서와 같이 상대적으로 영구적인 기록매체를 만드는 것을 포함할 필요는 없었다.
콜라주를 만드는 과정은 발견된 다양한 물건과 재료를 사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나는 우연의 개념과 쓸모없는 유용성-無用之用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로 재료를 무작위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설치 준비에는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 매뉴얼 앤드로이드, 켄타우루스라는 세 가지 타이틀을 염두에 두었다.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 매뉴얼에서는 내가 일했던 영화 회사의 종이 상자,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 테이프, 영화 대본의 사본을 선택했다. 그런 다음 금속 펠트펜을 사용하여 테이프에 임의의 의미없는 대본을 ‘그려넣고’ 테이프를 상자에 넣었다.
나는 작동 순서를 나타내기 위해 0에서 9까지 10개의 아라비아 숫자를 친구 손으로 상형한 슬라이드 사진 40장을 찍었다. 그리고 베니스 비치의 모래 위에 쓰여진 매뉴얼 슬라이드 를 10장 준비했다.
앤드로이드의 경우 야간 운전 중에 촬영한 자동차 尾燈을 24장 선별했다. 尾燈은 로봇의 눈을 상징한다.
켄타우루스에서는 타자기와 한 장과 두루마리의 사진을 찍었다. 첫 번째 두루마리의 제목은 미국:정지 신호의 땅이었다. 내용은 문법이나 문장의 맥락에 관계없이 메모리타자기의 도움으로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다양한 형태로 타자했다.
두 번째 스크롤의 제목은 코드:디코드였다. 코드를 만들기 위해 영어 타자기에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다. 코드는 영어권의 누구도 해독할 수 없으므로 전시회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없는 알파벳으로 수용될 것이며 코드는 시각적 사실에 불과했다.
나는 프레젠테이션에 7대의 프로젝터를 사용할 계획이었다. 3대의 프로젝터는 내가 구입했고 4대는 대학의 시청각 센터에서 빌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시는 학교 개학 전날인 2월 24일로 예정되어 있었고 시청각 센터는 열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2월 25일 이후에는 추가 프로젝터의 대출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 작동을 표방한 설치를 통해 "이 공간은 프로젝터 A가 차지합니다.", "여기는 프로젝터 B가 차지한다.", "프로젝터 C가 차지한다", "D가 차지한다"라고 표시되었다.
결론
易占
六爻占에서 동전이나 산대 3개를 6번 던져 六爻의 한 줄을 결정하는 것처럼, 나의 인스털레이션은 다중선택의 결과였다. 易占과 내 설치에서의 차이점은 내가 설치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기회를 수용했지만 역점은 우연작동의 결과로만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전시장에 선택된 슬라이드를 무작위로 채택된 슬라이드와 함께 프로젝터에 나란히 배치했다. 따라서 모든 슬라이드는 설치에서 동일한 기회를 가졌다. 또한 낱장의 슬라이드는 거꾸로 투사될 수도 있었다.
無用之用의 개념과 연결될 無作爲選擇의 또 다른 예는 커피 컵이었다. 전시장에 그냥 놓여진 컵은 거기에 놓여졌기 때문에 전시의 오브제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을 버리는 것은 하나의 선택이었고, 그것을 떠나는 것은 또 다른 선택이었다. 전통 전시에서는 컵같은 물건은 전시에 쓸모없는 물건처럼 치워진다.
나에게 컵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우연작동을 받아 들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無用之用의 예가 된다. 따라서 설치 계획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었다. 포함된 대상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통일된 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내 프로젝트는 우연작동에 있어서의 보다 창의적인 자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발전해왔다. 그리하여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설치된 작품들에서 자신만의 인상과 의미를 구성할 수 있도록 구상되었다.
벽에 투사된 사인들은 음성지향적이고 다른 사인들은 이미지지향적이었다. 그것은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 매뉴얼에서 양손으로 형상된 아라비아 숫자는 만약 보는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단순히 이미지 지향적인 시각적 사실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시기간 동안 향후 프로젝트를 위한 우연작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또 다른 가능성이 발견되었다. 슬라이드 중에는 항공 사진, 풍경, 노인들의 기념 사진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다음 전시의 경우 이번 전시에서 무작위로 촬영된 슬라이드와 전시준비, 설치, 전시장에 전시된 사인, 벽에 투사되는 방문자의 그림자 등 전시회에서 매일 찍은 사진으로 대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진의 수는 나날이 증가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에서의 우연작동은 비 예술적 활동을 無用之用으로 편입하여 예술 활동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이다.
우연의 왕국II는 우연의 관점에서 더욱 더 발전할 우연의 왕국III의 훌륭한 이유를 제공했다. 우연의 왕국III에 대한 향후 계획은 우연의 왕국II를 기반으로 수립되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가능한 모든 기회를 받아 들인다는 점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록
전시를 위한 공간 배치와
프로젝터의 위치 ABCDEFG
요약
김영재
이 프로젝트에서는 주역, 도덕경 등의 문헌, 老子와 같은 철학자, 음악 작곡가 케이지 등에서 영감을 얻은 무작위 우연작동 방식으로 오브제를 설치했다.
내 예술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상에서 유용한, 시장가치를 가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에 예술 정신이란 "無用之用"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
전시에는 7대의 프로젝터에서 300개의 슬라이드가 투영되었다. 프레젠테이션의 제목은 매뉴얼, 앤드로이드, 인터미션이였다.
성공적으로 구현된 우연의 왕국II에서 우연작동은 당연하게 전개되었지만 불원 개최될 우연의 왕국III에서는 우연의 보다 완벽한 설치를 위해 더 열린 가슴으로 우연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付記
우연의 왕국II는 우연의 왕국1의 연장선상에서 기획 전시되었다. 세계미술을 혼미하게 만든 1980년대 후반 출구없는 혼란 속에서 방황하는 개념미술의 이론적 정립을 위한 논리의 지속성이 당시 사유와 그 現前을 위한 방향타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그간 미술활동의 기본적인 역량과 능력과 연수의 대부분을 브라케팅 즉 괄호안에 묶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서 예술창작을 위한 예술혼의 振作과 미술사의 규범은 외연보다는 내포로 규정되어야만 했다.
이후의 작업은 우연의 왕국에서 추구했던 명증한 논리를 수용하되 미술사적 흐름에서 정립된 규준과 미래지향적 비전의 위에 열린 가슴으로 그리고 스스로 설정한 우연작동의 논리를 극대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2021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