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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각 진영의 양상을 보면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바로 보수진영이다. 자유우파들의 DNA가 확실히 독하게 바뀌었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리고 좌파세력들을 향해 전략적으로 공격한다.
여기서 ‘전략적’이라는 게 중요하다. 즉 집단지성에 의해 미션과 타겟을 정해 놓으면 개개인이 요원이 되어 전술을 수행한다. 지난 2017년 탄핵정국 당시 좌파에게 패배한 이후로 많은 자성과 구조적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 촉구 집회에 선결제로 후원한 아이유·뉴진스뿐만 아니라 지지선언을 한 많은 유명인들을 상대로 미국 CIA에 신고하는 전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CIA에 신고하기’라는 링크까지 공유되며, 정치색을 드러낸 일반인들까지 집단적으로 신고하는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특징적인 효과가 직간접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는,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하거나 공개적으로 SNS에 지지의사를 밝힌 일반인들도 미국 입국 ESTA(사전 무비자 전자여행 허가)가 거부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 일부 직원들이 신청한 ESTA 승인이 거부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이중 일부는 사실로 확인됐다. 해당 기업 블라인드에는 ‘평소에도 회사에서 정치 얘기를 많이 하는 영포티 ESTA 승인 취소’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일부 대학 교수들이 미국 학회 참여를 위해 ESTA를 신청했으나 거절되는 사례도 나왔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게시글과 SNS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대사관은 승인 취소 사유를 공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탈락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대체적으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정부 성향의 글을 자주 올리는 사람들이 주로 거부된 것으로 보이므로, ESTA 거부는 좌파로 낙인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전략에 대해 합리적인 우파가 좌파들이나 사용하는 수법을 쓰면 되겠냐는 일부 보수 유튜버의 비판도 있다. 보수적 메시지를 주로 내왔던 ‘호밀밭의 우원재’는 이번 CIA 신고 대란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았다. 대부분의 댓글이 이제는 보수도 그런 선비적인 태도가 아닌 공격적 성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략적으로 좌파 ‘깨시민’들의 이중성을 낱낱이 밝혀 좌파 본색의 정치 발언을 억누르고, 여론 형성을 우리가 선도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이제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보수진영의 투지와 간절함이 엿보인다.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 확실히 보수진영의 DNA가 책상형에서 투사형으로 진화됐다.
물론 CIA 신고와 ESTA 탈락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는 판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트럼프 2.0이 출범하는 시대적 어젠다와 부합했고, 이는 ‘간접적으로’ 좌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바로 ‘CIA 포비아’다. 포비아(phobia)는 불안 장애의 한 유형으로, 어떠한 대상에 공포심을 느껴 그 조건을 회피하려는 심리를 말한다. 혹시 내가 좌파적 발언을 하며 깨시민인 척했다면 CIA 신고 타겟이 되어 미국 입국이 불허되지 않을까 하는 불합리한 공포심리에 사로잡힌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 한국 시위에 대한 포비아는 없을까. 깨시민들이 ‘서울의 봄’을 떠올렸다면, 미국은 ‘광우병’과 ‘효순이 미선이 사고’에서 비롯된 광기의 반미시위를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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