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개월 만에 글을 써 본다. 7,8월은 관절 고장, 임플란트 시술 실패, 바쁜 업무처리로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좋지 않는 일들은 동시다발로 온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관절 고장과 바쁜 업무처리는 해결이 되었고 임플란트만 재시술해야 하는 것만 남았는데 병원을 바꿔 시도할까 한다.
세상사 모든 일이 처음 시작할 때 결정을 잘해야 하는데 급하거나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물론 의사를 잘못 만난 것도 있지만 시술 후 몸관리를 잘못한 나의 불찰도 있었기에 1년을 허송세월을 보내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68년의 인생을 살아보니 왜 몸이 망가지고 질병에 걸려 고전하는지 원인분석이 분명해진다. 사후약방이긴 하지만 그래도 왕년에는 오로지 의사의 처방에만 의존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세상사 모든 일은 알고 보면 이유없는 무덤이 없다. 무덤 자체를 두려워하고 거기서 빠져 나오면 살았다는 마음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희비의 순간을 겪고 나서는 반드시 복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고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오늘은 운동 중독에 대해서 글을 써 볼까 한다. 올해로써 52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어 그 누구가 보더라도 난 운동 중독자에 틀림이 없다.
1년 365일 중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찜찜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개월반 전에 좌측 관절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연골이 2군데 파열되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원인도 발병 3일 전에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우의를 걸치고 6키로를 달린 후 그다음 이틀간 밤을 새우면서 무리하게 일을 한 탓에 찾아온 것이다.
의사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하더라도 1주일 후 하기휴가 기간에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절로 상태가 좋아져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물론 다른 병원을 들러 재검진한 결과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확신을 얻었다. 첫 번째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노랬다.
수술 후에도 가급적 달리지 말고 걷기운동을 하라고 했다. 그 말은 나에게 있어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사형선고는 잘못을 저질러 타인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이지만 내가 하고 싶을 것을 내 몸이 뒤따라 주지 않아 못하는 것도 확대 해석해 보면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바로 일자가 결정되지만 후자의 경우는 중독이라는 기간을 거쳐 한계점에 이르면 나타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술, 담배, 마약 등이고 그것을 끊지 못하면 치매나 암 등으로 큰 병을 얻어 화를 입거나 죽게 되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마약은 해보지 않았지만 술, 담배는 해 보았고 그중 술은 중독자였다.
운동 역시도 중독자 상태였지만 술과 다른 점이 있었다. 술에 중독되는 이유는 알콜이 뇌를 마비시켜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이고 운동에 중독되는 이유는 입맛의 희열을 느끼기 위함이다. 입맛은 결국 밥맛과 물맛인데 운동을 한 날과 하지 않는 날의 그맛은 하늘과 땅차이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운동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밥맛과 물맛의 차이는 1:2와 1:10 정도이다.
즉, 운동을 하고 난 후의 밥맛은 2배로 맛있고 물맛은 10배 이상으로 맛있다. 똑같은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리고 난 후의 먹는 밥과 물은 꿀맛인 것이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남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저 건강하려고 한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고하게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기 위해 운동한다고 말한다.
베이비 부머 이상의 세대들은 어릴 때는 없어서 못 먹었고 지금은 너무 맛있는 음식들이 있어도 비만을 우려해 먹지 못하는 처지이다. 먹고 싶을 것을 실컷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운동 중독자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나에게 요즘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으면 난 먹는 재미로 살아가고 그것 때문에 운동에 중독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